셰익스피어 4대 비극 세트 : 햄릿.오셀로.맥베스.리어 왕 - 전4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최종철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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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비극 맥베스

 

고전은 결코 오래된 지식으로 또는 과거의 유물로 남지 않고 현 시대와 끊임없이 대화하고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는다. 권력의 끝은 어디인가. 시대를 관통하는 이 질문은 지금 당장 우리  대한민국에게 묻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민주주의의 권력은 무엇이었는지.  사회주의보다 더 좋은 권력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지.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은 맥베스보다도 더러웠으니까 이다.



 

맥베스는 우연히 자신이 영주를 넘어서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는다. 단순히  기분 좋게 넘길 수 있는 것을 어느 순간부터 야망으로 품고 결국에는 왕을 살해한다. 살인이라는 큰 죄악을  저지른 그였지만 그 이후에는 야망을 위해서 자신의 왕위에 거슬리는 자들을 제거하며 왕위를 지키려 든다. 그에게도  양심이라는 것이 있었는데, 권력의 욕망 앞에 스스로 양심을 저버린 것이다. 하지만 양심을 저버리기 전에 그도 심한 내적갈등을 겪었다. 양심적으로 살고 싶은 마음과 권력에 대한 야망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고 있을 때, 그를 완전히 야망의 화신으로  변하게 만든 것이 그의 아내이다. 맥베스가 왕을 살해하기 전에 우유부단한 모습을 보이자 비겁자, 겁쟁이라고 도발하며 그의 남아있는 양심을 저버리게 강요한다. 배우자의  영향력은 이 정도로 크다. 그에게 도덕적인 부인이 있었다면 맥베스는 그날 왕을 살해하지 않았을 것이고  용맹한 영주로 남았을 수도 있다. 운이 더 좋다면 왕위를 받았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아내는 그보다도 더 포악한 사람으로 양심은 일찌감치 저버린 사람이었다. 왕을 죽이고 왕이 된 그는 살해한 왕의 아들을 죽이기 위해 사방팔방 노력하지만 결국 정의로운 사람들이 왕자를  중심으로 힘을 모아 왕위를 되찾으려 온다. 한때 양심이 있었던 맥베스는 이제는 그 누구도 자신을 죽이지 못할 것이라며 자만하고 끝까지 버티다가 결국 죽임을 당한다.


 

어렸을 때부터 청와대에서 자란 그녀는 언젠가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막연한 야망을 품는다. 주변사람들도 그를 아끼고 나중에 크게 될 것이라 말하니 꼭 그렇게만 될 것 같다. 당의 주요 요직을 차지하고 정적들을 차례로 제거하며(정치적으로) 권력을 키워 나간다. 이때에도 우유부단했지만 그럴 때마다 한쪽 구석으로 찾아가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여 도움을 얻는다. 결국 그녀는 권력의 최정점에 서게 되었고, 현재 각종 의혹과 수사를 받고 있는 부정부패한 일들에 연관되었다. 배우자가 없었던 그녀는 친구에게 의지하였고, 친구는 권력의 최정점에 있는 자보다 더욱 권력적이었다. 최근에 언론에 나온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들어보니 우유부단한 그녀는 대화할 때마다 말끝을 흐리며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이는데 반해, 그녀의 친구는 강하게 윽박지르며 국정을 제 맘대로 이끌었다. 사태가 터지고 권력의 참된 주인인 시민들이 권력을 돌려 달라 외쳤지만 그 누구도 청와대에 들어올 수 없노라 생각하며 끝까지 버티고 있다.




양심을 저버린 야망의 끝은 셰익스피어가 이미 수백 년 전에 밝혔다. 그 끝에는 죽음뿐이다. 그것이 신체적 죽음이던 정신적 죽음이던 결국은 죽음을 맞이한다. 지금의 정치인들은 이 서슬퍼런 진리를 반드시 깨달아야 한다. 그동안  한국은 이 진리가 들어서지 못했다. 독립을 하고 양심을 저버린 야망의 가장 대표적인 예인 친일파들을 청산하지 못하고 그대로 안고 갔기 때문에 정치인들과 권력자들은 권력욕의 끝없은 추구를 거침없이 내보였다. 각종 부정부패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고 시민을 위한 정치는 실종된 상태로 민주주의는 시작되었다. 이런 양심을 저버린 양심에서 최악의 형태는 독재라고 생각이 되는데, 한국은 역시나 독재정치에 오랜 시간동안 정치적  암흑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다행히 이 최악의 형태는 무너졌으나 다음에 집권한 자들 역시 전두환, 노태우 등 한층 진보된 권력, 양심적인 권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국내 정치는 이것이 진리인 것 마냥 누리며 죽음을 맛보지 못했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양심적인 야망에 대해 제대로 된 기준을 세울 수 있고 양심 없는 야망의 끝은 무엇인가를 보여 줄 수 있는 역사적인 기회에 있다. 다행히도(?) 지금의 최고권력자는 자신의 양심을 망각한 채 전면적으로 사회의 양심과 대립하고 있다. 만약 일찍이 후회하고 반성하며 물러났다면 한국의 정치적 진보는 완벽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수 도 있었을 것이다. 치졸하게 버텼기 때문에 탄핵을 할 수 있었고, 피의자로 규정할 수 있었다. 시민들은 이 역사적인 기회에 역사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촛불시위와 함께 정치적인 관심은 치솟았고, 다음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를 정직, 도덕으로 뽑고 있다. 미국에서도 닉슨의 워터게이트 이후에 가장 도덕적인  후보였던, 무명에 가까웠던 지미 카터가 당선이 되었다. 우리도 이 흐름과 비슷하게 각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이루어질 것이다. 그동안 능력위주, 성과위주로 선거를 했던 것에 비해 진일보 한 형태라고 생각한다. 털어서 먼지 하나 안나오는 사람이 어딨냐 라고 말 할 수 있지만 양심 있는 권력을 추구한 사람이라면 먼지조차 나오지 않을 것이다. 먼지는 야망을 의미하고 작은 먼지는 큰 먼지와 엉겨 붙기 마련이다. 부디 이번 사태를 토대로 진일보한 민주주의가 재탄생했으면 한다.

 



사진출처

1.맥베스그림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acbeth_and_the_Witches_(Barker,_1830).jpg

2.국회의사당사진 

http://mapio.net/pic/p-18974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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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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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찰스 스트릭랜드라는 주인공의 재미있는 이야기였습니다. 평범한 증권 거래인에 예술에 관심이 많은 부인을 두었던 그는 갑자기 그림을 그리고 싶어 출장을 갔던 파리에서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작가이자 스트릭랜드 부인과 일면식이 있었던 화자는 부인의 부탁으로 스트릭랜드를 만나러 가고 거기서 스트릭랜드와의 인연이 시작됩니다. 그림을 열심히 그리기는 하지만 어디에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있던 스트릭랜드를 유일하게 인정한 화가가 화자의 친구인 스트로브였습니다. 그는 스트릭랜드를 동경하며 그에 대해 물질적인 도움을 스스럼없이 해줍니다. 아픈 스트릭랜드를 자기집에 들이기까지 했는데 그의 부인이 스트릭랜드를 따라 스트로브와의 결별을 선언했고, 부인을 너무나 사랑했던 스트로브는 오히려 그가 집을 두고 떠나버립니다. 하지만 스트릭랜드는 스트로브 부인마저 버린채 돈을 벌기 위해 이곳저곳 헤매다가 타히티로 흘러들어갑니다. 거기서 토착인과 결혼하여 스스로 지상낙원이라고 칭한 지역에서 살다가 문둥병으로 죽어버렸습니다.


<타히티 여인들 - 고갱>


표지에서 볼 수 있는 고갱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 이 소설은 작품해설에서 말하길 실제 고갱의 삶과는 차이가 있다고 합니다. 고갱은 증권거래인이기는 했지만 스트릭랜드처럼 갑자기 모든걸 버리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증권일을 하면서도 그림을 계속 그렸고, 증권회사가 파산하자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빈곤을 버티지 못한 부인이 자식과 떠나면서 소설과는 반대의 사실을 보여줍니다. 이후에 고갱도 스트릭랜드처럼 잡역부로 일하고 타히티로 떠나 현지인과 같이 살며 여생을 보냅니다. 문둥병이 아닌 심장병으로 삶을 마감했다고 하네요. 오히려 고갱보다 스트릭랜드의 삶이 더 화가처럼 느껴지는 기분입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예술가에 대한 동경이 많이 줄어 들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유명한 고흐를 대표로 하는 소위 '미쳐버린' 화가들은 그들의 광기, 자유로움으로 사후에 많은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화가들의 기이한 행동들은 신비로움이 덧붙여 천재성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설사 부정한 짓을 저지르더라도 예술가니까, 화가니까 이해가 된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모두 먼 발치에서 바라본 화가, 예술가 일 것입니다. 그들의 일생을 바로 옆에서 지켜봤다면 우리가 지금 느끼는 것과 같은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 겁니다. 고흐의 작품이 생전에 그렇게 팔리지 않았던 이유 중 하나가 이것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우리는 고흐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생전에 그림을 팔지 못한, 가난 속에 피어난 꽃과 같은 위대한 화가 고흐' 라는 식으로 왜 이런 좋은 작품들이 팔리지 않았을까 라는 궁금증을 가지며 작품을 위대한 눈으로 바라봅니다. 반면 고흐 주변에 있던 인물들의 눈으로 보자면 한 예술가의 처절하고 비루한 삶을 그대로 보고 있을 테니 그림에 매력을 크게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겠구나 싶었습니다. 퇴폐적인 일들, 세상의 기준에 맞지 않는 행동들을 거리낌 없이 하는 그들을 바라본다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겠지요. 예술가의 삶을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들도 우리와 많이 다르지 않구나, 오히려 어떤 경우에는 우리보다도 못하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제는 예술가라고 나도 모르게 '우와~'하면서 바라보는 것이 줄어들 것 같습니다.


 




2.

전 확실히 6펜스에 가까운 사람인가 봅니다. 영국의 가장 낮은 단위로 유통되는 은화인 6펜스. 알다가도 모를 이 책의 제목은 사실 두 가지의 상반된 세계, 달로 대표되는 충동적이고 욕망이 넘치는 영역과 6펜스로 대표되는 돈과 물질의 영역에 대해 이야기를 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국의 세속적인 교육을 착실하게 받았기 때문에, 예술에 대한 재능을 발견하지 못하고 멀리하였기 때문에 6펜스에 가까운 사람으로 느껴졌습니다. 저와 같은 6펜스의 사람들은 스트릭랜드의 행동들을 섣불리 이해하지 못합니다. 단순히 '그림을 그리고 싶었기 때문에' 다니던 직장과 심지어 가족들까지 서슴없이 버리는 것 하며, 자신에게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는 동료화가를 냉대하며 부인까지 뺏어가고...




천재이기에 이런 행동들이 용서가 되는 것일까요? 예술가라면 이런 별난 행동들을 눈감아 줄 수 있을까요? 대의, 진리를 위해 세속의 묶인것들로부터 벗어난 것이라고 말은 하지만 인간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나는 세상을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같이 사는 것인데 그렇게까지 해야만했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달을 꿈꾸는 것이 그런 것이라면 차라리 6펜스를 쥐고 사는 것이 더 나은 것 같습니다. 영혼의 세계와 순수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불러일으킨다고 혼자만의 순수이고 혼자만의 욕망 분출인 것 같은 느낌이 더 강하게 듭니다. '그대의 모든 행동이 보편적인 법칙에 맞을 수 있도록 행동하라'는 칸트의 정언명령은 인간이 공존하기 위한 법칙인데, 모두가 스트릭랜드처럼 산다면 욕망만이 가득한 세상이 될 것 같습니다. 너무나 이성적인 사회도 삭막한 기운만이 가득하겠지만 너무나 욕망적인 세상도 좋은 것 같지는 않아 보입니다. 결국 균형잡힌 이성과 욕망이 가장 좋은 것 같다는 당연한 결론.... 6펜스만 바라보며 살아온 저같은 경우는 예술을 해서 욕망을 건전하게 발현시켜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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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정글만리 1~3 세트 - 전3권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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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꽌시. 있는 자는 관계를 더욱 돈독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없는 자는 어떻게든 얻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바로 그 관계. 중국에서의 꽌시를 바라보고 있자니 우리나라 내에서의 학연, 지연, 혈연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적어도 명목상으로는 그러한 ‘-들을 타파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학연을 이용해 자신의 자식을 취직시켜 주려던 국회의원은 명예를 실추했고, 고위 공무원을 뽑을 때 혹시라도 대통령과 같은 지역 출신인 사람이 지명되면 온 나라가 들끓는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오히려 꽌시를 대놓고 옹호하는 분위기이다. 그것이 혈연이 되었든, 학연이 되었든, 돈이라도 바쳤든지 간에 꽌시가 맺어지면 그것을 이용해 한몫 단단히 챙기고, 더 넓은 꽌시를 맺기 위해 불철주야 노력한다.

꽌시와 혈연, 지연, 학연의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한나라에서는 하나의 관례로 인정받고 다른 나라에서는 지탄의 대상이다. 이런 차이는 사회의 발전에 따른 차이인 것 같다. 역사적으로 꽌시나 혈연, 지연은 권력 집중을 위한 당연한 방법이었다. 부족 사회에서도 족장은 자신의 아들에게 지위를 물려주고, 제국주의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친인척들 역시 배신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권력을 나누어 주기도 했다. 장사를 하더라도 자식들에게 가업을 물려주었다. 자신의 근처에서 일을 배웠기 때문에 가장 일을 잘하는 것이 당연 했기에 모두가 그의 실력을 인정해 주었다. 그러다가 자본주의가 등장하고, 모든 것이 효율성으로 결정되기 시작하자 그런 권력 승계의 양상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아는 사람보다 일을 더 잘하는 사람을 등용시키는 것이 더 높은 효율성을 보이자 사회는 혈연, 지연, 학연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였다. 전문경영인이라는 개념이 생겨나고, 투표를 통해 뽑는 국회의원들도 가장 일을 잘하는 사람이 당선되기 시작하였다. 민주주의와 자본주의가 정착이 될수록 꽌시나 ‘-이 없어지는 것은 당연지사였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모습은 아직도 과도기적이다. 자본주의의 시각으로 보면 우리나라는 아직도 후진적 사회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자본주의에 열광하고 있는 모양이지만, 그 속을 조금만 뜯어보면 얼마나 자본주의에 반하는 행태들이 팽배 한지 혀를 끌끌 찰 정도이다. 10대 재벌의 실력도 없는 아들, 딸들은 회사에서 요직을 맡고 있다. 자녀에 대한 재산 상속 비율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다. 대부분의 국내 재벌기업들은 일제시대에 가업을 시작했다. 일제시대에 우리나라는 강제적으로 자본주의를 주입 받았고, 광복 후에도 자본주의를 선택하여 눈부신 성장을 이룩하였다. 이렇게 자본주의의 시작을 함께한 기업들이 제국주의적 모습을 고수하고 있는 나라를 정말 온전한 자본주의 국가라고 할 수 있을까?

2.

생사를 넘나드는 극적인 드라마는 아니다. 전대광 부장이 중심이 되어 철강 판매를 두고 벌이는 영업 전쟁, 그의 조카와 그 여자친구를 통해 바라본 중국 대학생들의 인식과 중국과 한국의 관계, 전 부장이 중국으로 영입해온 서대원 의사의 기러기 아빠 생활, 또 그의 역할로 본 중국에서의 성형 열풍, 전대광의 꽌시인 샹신원이라는 관리의 부정 축재와 도피, 그리고 영업 부장으로서의 직장을 버리고 공장 운영이라는 업을 찾는 전대광 부장 그 자신의 이야기는 극적이지 않아서 더욱 현실감이 넘친다. 정말로 일어날 것만 같은 일들의 연속으로 기승전결의 이야기 형식이라기보다는 각각의 다른 이야기들이 한데 맞물리는 이야기 같았다.

각각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전체를 같이 보면 중국이라는 나라가 전세계에서 어떻게 거대하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급격히 상승하는 생활수준과 더 이상 아류 국가가 아니라 당당한 G2의 나라라는 그들의 인식. 몇몇 대도시를 제외하면 잠옷을 입고 거리를 돌아다닌다 던가, 상의를 탈의하는 등 여전히 국민의식이 낮음을 보여주지만 그만큼 대도시에서의 많은 인구는 이제 선진국들의 문화를 누리며 지구촌 시대에 합류한지 오래이다.

그에 반해 우리는 아직도 중국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은 아직 우리나라에 비해 조금은 미개하다 라는 생각. 해외로 여행을 가면 예의 없게 와글와글 떠드는 그들의 모습에, 중국에서 가짜 계란이 유통되었다는 충격적 소식에 중국은 아직 멀었구나 라고 안도한다. 샤오미가 의외로 잘 만든 상품에 대해 대륙의 실수라고 부르는 것에 이 모든 인식이 담겨 있다. ‘너희는 원래 잘 만드는 것이 없는데, 이번에 실수로 우연히 잘 만들었구나라고. 신문을 조금이라도 읽고, 중국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중국의 하루가 다르게 달라져 가는 모습에 긴장을 느끼겠지만, 대다수 국민들에게 중국은 아직 중앙정부의 계획경제로 허덕이는 나라로 보인다. ‘대륙의 실수라며 사들인 보조 배터리부터 시작해서, 공기청정기, 핸드폰, 이어폰 등등 우리는 대륙의 실수들을 사고 있다. 실수가 여러 번이면 실력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게 부르는 이유는 우리의 소원이 담겨있는 것은 아닐까. 샤오미에 더해 드론, 전자결제, 유통 등 이미 최신산업에서는 중국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데, 앞으로는 최신 산업에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우리를 더 긴장하게 만든다. 영화, 예술, 음식, 옷 등등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하는 중국의 문화는 세계로 뻗어나갈 것이고 바로 옆에 붙어있는 우리나라는 정면으로 그 바람을 맞이할 것이다.

전세계에서 일본을 무서워하지 않고, 중국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있다. 어쩌면 우리는 이런 자만심에 가까운 자신감을 통해 이 두 최강대국 사이에서도 꼿꼿하게 세계적 위치를 유지해 왔을 것이다. 우리는 일본을 철저하게 따라하는 방법을 통해 그들을 넘었다. 일제 시대를 통해 어쩔 수 없이 그들과 너무 닮아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가능했었다. 그렇다면 과연 중국의 성장을 우리가 따라할 수 있을까? 중국이라는 새로운 정글을 헤쳐나가야 한다. 그러기위해서는 중국에 대한 잘못된 인식에서 벗어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이미 거인이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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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5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찬기 옮김 / 민음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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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베르테르 효과에 대한 순전한 호기심 때문에 읽게 된 책. 괴테가 얼마나 글을 잘 썼으면 사람들이 주인공 베르테르에 동조해서 자살을 잇따라 저지르는지 신기했기에, 과연 나 같은 감정이 풍부하지 않은 사람도 그런 감정에 동조할 수 있을까라고 궁금해하면서 읽어봤다.

과연 시대가 달라졌는지, 동조하기가 쉽지 않았다. 현대에 이르러 이 책을 읽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는 들어본 적이 없다. 환경이 다르고, 생각이 달라졌다. 이제는 편지를 주고받는 시대가 아니고 24시간 언제든지 연결될 수 있는 시대이고, 귀족의 명예를 따지는 시대이기 보다는 실리를 더 따지는 시대이다.

2.

그럼에도 사랑이라는 가치는 시대가 지나도 불변했다. 베르테르는 로테의 사랑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 사람이었다. ‘소중한 사람이라는 베르테르의 의미와는 반하게 그는 로테를 위해 자기 자신이 소중한 사람이 되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로테가 이미 약혼한 몸이어도, 귀족들의 연회에서 수모를 당해도 그는 개의치 않아했다. 한 여자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사람. 첫눈에 반하는 것도 그 눈을 돌리지 않는 것도 보면, 어쩌면 베르테르라는 사람은 사랑이라는 것을 가장 구체적으로 표현한 사람이지 않을까. 사랑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없앤다는 것. 내가 존재해야 사랑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하는 이들에게 자신이 없어져야 사랑이라는 가치가 더 커질 수도 있다는 것을 그는 보여주었다. 이 소설은 이후 자살에 대한 긍정을 내포하고 있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했지만 이는 사랑의 극적인 의미로 자살까지 할 수 밖에 없었던 베르테르의 순수한 동기를 무시한 처사였다. 이를 금서를 지정하기 위해서는 사랑을 제대로 정의했어야 했을텐데, 지금도 누구도 사랑을 정의하지 못한다. 인간의 의식, 심리에 대해 가장 많이 파헤쳤다고 인정하는 프로이트 마저 사랑을 해석하기는 어려웠다고 그의 책에서 토로한다. 인간은 사랑을 자기 자신의 존재보다 더 우선적으로 고려한다고 하는데 이는 프로이트의 이론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했다. 그만큼 사랑은 신비롭고, 아름다운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사랑이 필요하다.

3.

자기보다 모든 면에서 나은 사람을 본다면 어떤 느낌일까. 베르테르는 로테의 약혼자를 보자 절망에 빠진다. 직업, 태도, 성격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그는 자신보다 훌륭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로테와 그의 사랑을 위해 자신을 없애버리는 선택을 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한 가지를 고려하지 못했다. 바로 로테에 대한 사랑이다. 로테에 대한 사랑은 약혼자는 물론이고 그 누구보다도 자신이 나았을텐데, 그는 그것을 보지 못했다. 결국 모든 면에서 자신보다 나은 사람은 없다는 것이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우주를 가지고 태어난 것인데, 비교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짓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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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 오스카 와일드 펭귄클래식 7
오스카 와일드 지음, 김진석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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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예찬

 

     ‘정말 슬픈 일이에요! 나는 늙고 끔찍하고 흉해지는데 이 초상화는 영원히 젊은 모습으로 남아 있겠지요. 그 반대면 얼마나 좋을까요! 내가 늘 젊은 상태로 남아 있고, 초상화가 대신 늙어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걸 위해서라면 정말 그걸 위해서라면 난 무엇이든 다 줄 수 있어요! 그래요, 이 세상에 내가 주지 못할 게 없어요! 그걸 위해서라면 내 영혼을 내줄 거에요!’

     ‘! 청춘을 지니고 있을 때 그 청춘을 실현시키도록 하세요. 지루한 얘기에 귀 기울이지 말고, 희망도 없는 실패를 개선하려고 애쓰지도 말고, 무지하고 진부하고 저속한 자들에게 당신의 인생을 내주려고 하면서 당신의 황금시절을 낭비해 버리지 마세요. 이런 것들은 우리 시대의 병든 목적이고 거짓 이상입니다. 제대로 살도록 해요! 당신에게 내재된 경이로운 삶을 살아야 해요! 늘 새로운 감각을 추구하도록 해요.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말고새로운 쾌락주의, 그것이야말로 우리 시대가 원하는 것이에요. 당신은 그것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어요. 당신의 성품으로 못 해낼 것이 없어요. 세상은 한동안은 당신 것이에요.

    지금 청춘이기 때문에 위의 말들이 극명하게 와닿지는 않는다. 10년 뒤에 이 글을 읽으면 땅을 치고 후회를 할 것인가. 아니면 후회없이 살았다고 자축할 것인지 궁금하다. 아마 전자가 더 가까울 것 같다. 왜냐하면 나는 지금 세상을 내 밑이 아니라 위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내 안에 내재된 경이로운 삶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내 앞에 놓여진 것들이 너무나도 많고, 해야할 것도, 생각할 것도 너무나 많은데 청춘을 실현시킬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앞선다. 청춘을 건너뛰어 버리고 바로 나이 든 어른이 되기를 바라는 것만 같은 행동들 만을 보여주고 있다. 영혼을 내줄 정도로 소중한 청춘에 지금 속해 있는 기분. 청춘이라고 미친듯이 뭐라도 해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어른처럼 행동하는 건 또 너무 아깝다. 세상이 한동안 나의 것이라니 왕처럼 행동해 봐야겠다.

      그리고 읽다 보니 왜 화가들이 초상화를 많이 그리는지 알 것만 같아서 그 내용을 기록한다.

      ‘감정을 담아 그린 초상화는 모델의 초상화가 아니라 모두 예술가 자신의 초상화야. 모델은 그저 우연한 사건이거나 계기일 뿐이고. 화가에 의해 나타나는 건 모델이 아니야. 채색된 화폭 위에 나타나는 건 오히려 화가 자신이란 말이지. 이 그림을 전시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내가 그림에 내 영혼의 비밀을 너무 많이 드러낸 것 같아서 그런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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