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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이야기 1 ㅣ 김명호 중국인 이야기 1
김명호 지음 / 한길사 / 2012년 6월
평점 :
1.
생생한 중국 현대사
청나라가 망한후 근현대 중국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는지 보여준다.
신해혁명, 항일운동, 그리고 붉은 혁명의 시대, 격변기를 드라마틱하게 살았던 사람들이다보니 이야기자체가 흥미롭다.
사진이 있어 더욱 좋다.
오래된 흑백사진들이 한페이지를 비우고 시원하게 편집되어 시대와 사람을 잘 보여준다.
신념과 야먕을 위해 시대의 풍랑을 타고 넘었던 사람들의 매력적이고 극적인 한때가 그대로 보인다.
책의 시작이 참새소탕전이다. 왠 참새소탕전?
마오쩌뚱의 한마디로 1958년 전국의 참새 2억 1천만 마리를 소탕한 소동이다
천적이 떼죽음을 당하니 그덕에 벌레들이 들끓었다.
책의 시작이 참새소탕전이고 뒤 이어 류 샤오치, 린바로, 캉성이 소개된다.
문화대혁명은 어쩌면 참새소탕전을 닮았다.
마오쩌뚱의 한마디로 피바람이 불고 수많은 사람들의 운명이 바뀐다.
생각보다 더 재밌다.
가까웃 이웃나라 중국에 대해서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멀리있는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보다 중국을 더 모르다니
김명호는 쉽게 이야기한다.
혁명후 중국의 사건들, 권력투쟁에 의해 바뀌는 사람들의 운명, 딱딱하지 않게 사랑방에서 옛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편안한 말투로
사회주의 혁명 이후의 중국에서나 있을수 있는 기상천외한 일들이 흥미롭다.
1950년대부터 이미 중국은 국가자본주의 상태였구나.
2.
일본과의 전쟁중에 대학교들이 이전을 한다.
베이징대학, 칭화대학, 닌카이 대학이 연합해 시난연합대학을 쿤밍에 세운다.
쿤밍까지 남학생 244명 교수 10여명이 보행단을 꾸려 걸어간다. 바야흐로 조국은 전쟁중.
"상아탑을 나온 우리는 처음으로 조국이 무엇인지를 인식했다. 얼마나 빈곤하고 큰 나라인지를 그제야 알았다. 평소 사람 축에도 끼지 못한다고 여겼던 아편장수나 하층민도 나라 잃은 백성이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침략자에 대한 그들의 분노와 불복종의 기세는 우리를 교육시켰다. 우리는 이들을 아껴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 이 사람들이 있기에 중국은 망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난하고 크고 전쟁중인 국토를 걸어 도착한 쿤밍에서 메이타이치 교장은 말한다.
"대학은 큰 건물이 있는곳이 아니다. 큰 학자가 있는 곳이다."
지배계급이 되려면 이정도의 자존심과 배포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청이 망하고 새로운 세상의 질서가 만들어지는 시기 쿤밍에서 신중국의 전통과 함께 지식인들이 만들어졌다.
낭만적이고, 보수적인 사회라면 절대 지식인에 끼지 못할 사람들이 이 품에서 성장하여 중국을 풍요롭게 한다.
한편 마오쩌뚱은 지식인을 싫어한다.
"거지근성 강하고, 고마워 할 줄 모르고, 남 핑계대기 좋아하고,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온갖 잘난 척은 더하고 무책임하다."
하. 나는 이 말이 무슨말인지 알 것 같아.
마오쩌뚱과 류샤오치는 숙적이었다.
"천하를 놓고 싸울때는 한몸과 같았지만, 천하에 군림하자 남은 건 결별이었다."
사회주의 혁명후 불안해 하며 바리바리 싸들고 중국을 뜨려고 하는 자본가들을 착취유공론으로 붙드는 류샤오치
중국 건국이후 마오쩌뚱의 동지이자 2인자로 시대를 풍미하다 문화혁명과 함께 하루아침에 권력에서 밀려난 그가
마지막 남긴 유언도 인상적이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내가 죽으면 엥겔스처럼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라. 5대양을 떠돌며 전 세계를 보고 싶다. 나는 평생을 무산계급으로 살았다. 너희들에게 남겨줄 것이 아무것도 없다."
권력의 핵심에서 살았던 자가 자손에게 아무것도 남겨주지 않는것은 어려운 일이다.
인물로 시대를 읽는 커셉은 재밌다.
그 사람의 개성과 시대의 문제의식, 주요사건이 교차된다.
시대를 대표할 만한 사람들이니 사연도 극적이고 다채롭다.
권력을 잡은 후 어제의 동지가 적이되어 서로 죽이기도 하고 뒤집히기도 하지만
적어도 이 사람들은 좌파고 우파고 항일무장투쟁을 했던 사람들이고 노동자와 농민의 해방을 주장했던 사람들이다.
무산계급의 해방을 위해 젊은 청춘의 한때를 빛나게 보낸 사람들이다.
대한민국 처럼 친일의 앞잡이가 친미의 주역이 되어 인민을 혹사시키며 저 하나 잘먹고 잘살자고 했던 것들이 아니란 말이지.
그러니 그것들은 남긴것도 많고, 그것을 물려받은 자식들이 여전히 인민의 껍질을 벗겨 착취하며 부를 축적하고 있다.
장징궈. 장제스의 아들
"15세의 치기어린 소년에서 27세의 청년이 되기까지 학교와 군대, 공장, 농촌을 오가며 온갖 애정과 증오를 경험하고 체험했다. 멀리 보이는 크레믈린은 처음 보았을 때와 다름없다. 오후 2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추억의 모스크바를 떠났다."
국민당의 장제스가 대만의 독재자인줄만 알았는대 한때 "우리의 가장 큰 임무는 전세계 무산계급의 해방"이라고 말한 사람이었다니
그랬다가 공산당의 세력이 커지자 국공합작을 깨고 중국공산당 당원들을 색출해 씨를 말리려는듯 죽여버린 사람이구나.
장제스가 학살을 하고 있을때 장징궈는 소련에 있었고 그는 아버지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소련 공산당 입당원서를 내지만
군대, 공장, 농촌으로 돌려지며 당에서 인정받지 못하고 결국 12년만에 귀국한다.
정치적인 이유로 주변에서 받았을 냉대와 조소가 소년을 지치게 했겠지.
다른듯 하지만 묘하게 닮은 부자지간이다.
마오쩌뚱의 딸들은 아버지 생전에 특권을 누린 적이 없고 사후에도 물려받을 만한 유산이 없었다. 마오는 두 딸이 과학자나 정치가가 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문학가도 마찬가지였다. 보통 노동자가 되어 자력 갱생하기를 희망했다.
중국공산당의 류샤오치와 마오쩌뚱은 숙적이었지만 적어도 그들은 자신이 말한 신념대로 노동자계급으로서
자식들에게 특권을 물려주지 않았다.
김일성이 아들에게 권력을 세습시키는 수준의 사회주의와 근본적으로 달라 보인다.
정치고 경제고 북이고 남이고, 대한민국은 자식에게 모든것을 세습한다.
부와 권력을 세습하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가난 또한 세습된다.
있는 놈의 자식은 군이 면제되고 특권으로 취업하고 재산은 불법으로 상속한다.
중국의 힘은 큰땅이 아니라 저 비범한 신념, 무산계급이라는 자부심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부럽다.
중공의 청춘, 궁펑. 매력적인 여성이다.
까맣게 빛나는 눈동자의 사진, 자긍심이 빛나는 얼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는 표정이다.
외교는 선전이다. 천편일률적이어서는 안된다. 좌와 우를 구별해야 하지만 가릴 필요는 없다.
중국 사람들 말도 참 잘해.
공산당과 국민당의 항일전선과 혁명을 중심으로 온갖 이야기가 펼쳐진다.
중국의 20세기는 성공한 반역자들의 시대였다.
명문가의 자제였든지, 촌동네 이름없는 한의사의 아들이든지, 부모가 일찍 죽어 팔려갔든지
성공한 반역자의 시대는 기회의 시대이기도 하고
항일과 혁명을 위해 젊은날을 보내 성공하지, 청춘이 빛난다.
미남미녀도 많고 애정행각도 재밌다.
예친위는 말년에 자신이 소장하고 있던 치바이스, 숴베이홍, 장다첸 등 대가들의 작품 100여점과 함께 <푸춘산거신도>를 고향에 기증했다. 이유가 분명했다.
"예술은 사회와 인민의 것이다. 나를 키워준 고향에 보답할 것이라곤 이것 밖에 없다. 미술 작품을 놓고 불량한 상황이 발생할 날이 머지 않았다. 경고가 필요하다."
다시한번 중국의 힘은 큰땅이 아니라 비범한 신념, 무산계급이라는 자부심에서 나오는 것 아닐까. 부럽다.
다음편의 중국 사람들을 빨리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