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빡 깜박이와 투덜 투덜이 중국 아동문학 100년 대표선 5
런룽룽 지음, 신영미 옮김 / 보림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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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동화집은 중국 동화 작가 런룽룽의 짧게는 4페이지 분량의 단편 동화를 포함하여 다양한 길이의 단편 동화 7편을 모은 책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을 꼽자면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각각의 캐릭터들이 대부분 이름만 들어도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도 비교적 명확하게 알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표제작인 <깜빡 깜박이와 투덜 투덜이>의 깜박이와 투덜이는 이름만 들어도 얼마나 잘 잊고, 얼마나 불만이 많은 아이들인지 알 수 있다. <천재와 어릿광대>의 타이쟈오아오의 교만함은 어떤가? <할머니의 이상한 귀>에 나오는 나오나오의 소란스러움은? <디얼의 주문>과 <사고뭉치 디얼>에 나오는 디얼이라는 요정의 크기는? <네 몸속에 있는 요정을 조심해!>의 피치징은 이름 그대로 '성깔부리기 요정'이지 않던가? <다다다와 샤오샤오>의 다다다가 거인국 사람이고, 샤오샤오가 소인국 사람이라는 것을 헷갈릴 사람이 있을까?하는 캐릭터에 부여된 이름의 명확함이 정말 큰 특징이랄 수 있다. 뭔가 문영남 작가 드라마 같은 느낌도 있지만 작가가 모든 작품의 이름을 이렇게 짓는 것은 그리 흔한 일은 아닌 것 같아 재밌었다. 아이들이 친근하게 다가갈 요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들이 문영남 작가의 드라마가 마치 자신들의 이야기인 듯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모든 이야기들 속에 나오는 말썽꾸러기 아이들은 결과적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 착한 아이가 된다는 다소 교조적인 이야기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한 결과보다 '누군가'로 등장하는 인물들에 더 큰 관심이 생겼다. 이 책에서의 '누군가'는 요정 혹은 할머니나 할아버지인데 요정이야 신데렐라 때부터 곤경에 처한 아이를 구해주는 고맙고 착한, 의지할 수 있는 인물이었지만 그 요정과 동급으로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등장한다는 점이 신선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할아버지나 할머니는 요정만큼이나 신비로운 인물들이다. 아이의 마음을 더 잘 헤아려주는 고마우면서도 의지할 수 있는 인물 말이다. 엄마나 아빠의 사랑에서 욕심이 빠진 사랑을 주는 그분들의 위대함을 느꼈다. '격대 육아'라는 육아법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작품은 <할머니의 이상한 귀>였고, 살짝 지루했던 작품은 <다다다와 샤오샤오>였다. 지금까지도 궁금한 점은 깜박이의 이름이 왜 깜빡이가 아니라 깜박이일까 하는 것인데 아이들도 궁금해할 것 같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좋고 덜 좋고 궁금하고 공감하는 부분들이 다양하게 있을 것 같은 그 다양한 길이만큼이나 재미도 다양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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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퀴드 러브 - 사랑하지 않을 권리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권태우 & 조형준 옮김 / 새물결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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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초 지그문트 바우만의 너무도 매력적인 제목의 책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리뷰 http://blog.aladin.co.kr/tiel93/6054689)를 읽었다. 현대 사회를 '유동하는 사회'라고 규정하면서 현대 사회의 실상을 냉정히 비판하고 현실 가능한 희망을 제시했던 점이 인상깊었다. 그런 인상 깊음 때문에 지그문트 바우만이라는 이름이 쓰인 이 책  [리퀴드 러브]를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 역시 부제로 붙은 '사랑하지 않을 권리'라는 데에 일차적 매력을 느껴버렸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론이 이토록 매력적인 제목을 뽑아내게 하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다만 제목들이 다 끌린다.

  이 책은 특이하게 옮긴이의 해설이 본문보다 앞에 있다. 이름하여 '바우만 독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이란다. 역자의 자긍심이 대단하여 신뢰감이 무척 커졌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고독을 잃어버린 시간]보다 내용이 어려워진 것 같지는 않은데 이해가 모호한 부분들이 있었다. 알아보니 지그문트 바우만의 문체가 번역이 어렵다고 한다니 일면 이해는 가지만 독자로서는 뭔가 분명한 이해를 원했는데 그 점이 아쉽다. 물론 내 이해력의 문제일 가능성도 높다.

 

  책은 네 부분을 이야기한다. 목차로 보자면, {사랑에 빠지기와 사랑에서 빠져나오기, 고아가 된 성적 동물 : 사람 사귀기는 목적인가 수단인가?, '네 이웃을 사랑하기'는 왜 그렇게 어려울까?, 함께함/연대의 해체 : 인류의 운명인가?}가 그 네 부분인데 지그문트 바우만이 서문에서 밝힌 바와 같이 유동 사회에서의 함께 혹은 따로 살아간다는 것의 불안감과 위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제목의 사랑은 그야말로 모든 사랑을 포함하는 사랑인 것이다.

 

  제일 먼저 사랑에 대한 어떤 정의가 필요한데, 사랑이 죽음과 비슷한 면이 있다는 점과 욕망이 사랑과는 다르다는 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진리란 그때 그때 달라지는 것은 아닐 테니까. 하지만 '관계'란 영원히 불안정한 개념임을 다시 인식하게 되었다는 점이 좋았다. 물론 사랑의 관계도 포함해서 말이다.

  지그문트 바우만의 경우 관계가 친족(가족)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친화성이 필요한데 그 친화성이 동거나 반-동거의 방식이 되는 것에 부정적이었다. 개인적으로는 '반-동거'라는 개념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졌는데 아무래도 저자와 나의 시각차이는 존재하는 법이니까. 수시로 나의 가족과 나의 파트너 사이에서 약한 고리로 존재하는 나의 한계를 느꼈으니 지그문트 바우만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는 있는 것 같다. 친화성!

 

  어쨌든 가족이 된 우리가 아이를 갖는다는 것은 유동 사회의 처세술에는 맞지 않는 일이라는 지적에 동의했다. 앞에서도 보수적인 시각을 보인 노학자는 이번엔 여성의 입장을 많이 이해해주었다. 전체적으로 보면 따뜻한 보수학자 같았다.  유동 사회에서는 성적 동물로서의 인간이 위치가 좀 잘못되었다는 지적이다. 건강과 도착증의 구분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순수, 순화라고 표현된 성에 대한 지나친 가벼움과 본능화가 나로서도 못마땅하다. 개인적으로는 기본적으로 불임치료를 반대한다. 최소한 나 개인에게만이라도 말이다. 아이를 갖는 것은 사랑의 결과물로서의 놀라움이길 바라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전체적으로 지그문트 바우만이 지적하는 성을 비롯하여 휴대폰과 돈에 집중된 유동 사회에서의 인간관계가 마치 꼭두각시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현대의 도시에 대하여 일침을 놓은 3장의 내용이 인상적이었는데 시작부터 자기애를 가지려면 먼저 사랑을 받아야한다는 말을 해서 놀랐다. 나를 사랑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란다. 남에게 사랑을 받아봐야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는 말, 공감되었다. 타인의 사랑을 받을 내 안의 무엇, 무엇일까? 생각해 보게 되는 글이었다.

  현대의 도시는 언제 어디로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는 상층민과 머물러야만 하는 하층민이 충돌하는 공간이라고 한다. 위험하다고 생각되는 곳에서 자유롭게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안에서 잠재적 범죄자처럼 남겨진 사람들로 인해 사막화, 범죄화, 공포화 되는 현대의 도시들에 대한 경고는 귀담아 들어야 할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연 이방인에 대한 지그문트 바우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된다. 보호받는 시민과 그렇지 못한 이방인의 경계가 점점 더 두드러지는 현상. 주권이 국가라는 조건 하에서만 존재하는 마치 인간-임에 대한 자격처럼 여겨지는 현상.  이런 난민들의 지금 그리고 향후의 모습은 유동적 현대가 보여줄 앞으로의 사회 모습이라는 저자의 예견은 암울하다.

 

  책을 읽으며 많은 부분 공감했고 간혹은 생각이 달라 조금은 더 깊이 생각해보기도 했다만 현대 사회가 가진 많은 문제점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다만 해결책의 제시가 다소 미흡한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해 아쉽기도 했다. 당장 지그문트 바우만의 다른 책들을 찾아볼 것은 아니지만 언제든 내 마음이 피로해질 때 읽으면 오히려 시야를 넓혀서 보게 되어 우울감이 좀 줄어든다. 물론 다른 암울함이 다가오지만 말이다. 최소한 저자가 경계한 '글로벌한 문제를 로컬로 푸는' 것이 아니라 로컬의 문제를 글로벌하게 확장시키는 문제이니 그나마 다행이랄 수 밖에. 혼란한 현대 사회에 문제점을 차분차분 정리해보는 데에 좋은 학자라는 생각이 든다. 유동 사회에서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하는 게 옳은지 오랜만에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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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혜윰 2013-10-19 1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번역에 대한 리뷰를 읽어보니 내 이해력 문제는 아닌가보다^^
 

어릴 적부터 나는 잘 우는 아이였다. 요샛말로 찌질해서 잘 우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말다툼을 해도 뭐가 서러운지 무서운지 눈물부터 주륵주륵 흘렸더랬다. 그럼 상대는 제풀에 꺽여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고, 억울한 듯 자기가 울린 게 아니라는 제스쳐를 취하기도 했고, 도리어 더 화를 내기도 했다. 의도한 적은 없었다. 지금도 분명히 기억하건데 말싸움하면서 울지 않기 위해 벽과 싸우는 연습을 할 정도로 나는 울음부터 터뜨리는 내가 싫었었다.

 

뉴스의 사건을 보고도 울었고, 배구 경기를 보면서도 울었으니 당연히 영화를 보면서는 안우는 날이 없었다. 크게 울 일이 아니어도 슬펐고, 울 수 있는 장면이면 휴지 한  통을 옆에 끼고 마음껏 울었다. 그 모습을 보던 여동생은 늘 나를 비웃었다. "저거 촬영한 거야. 진짜 아니야 가짜야!" 가스나, 어찌나 현실적인지.

 

엉엉 울지는 않았다. 소리없이 우는 편이었다. 대학 때에는 내 모습 중 우는 모습이 제일 예쁘다던 친구가 있었을 정도이니 아마 어른이 되어서도 나는 잘 우는 편이었나보다. 그런데 울면 많이 아프다. 눈이 퉁퉁 붓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온 몸의 진을 다 빼는 듯 하다. 그것이 반복되다 보니 울 상황을 피했다. 극장에서도 펑펑 울던 나이지만 주먹을 꽉 쥐며 울지 않으려고 애썼고(물론 성공한 적은 거의 없다.), 남편과 다툴 땐 얼음장처럼 스스로를 차갑게 만들었다. 동정심이 생길 땐 머릿 속으로 얼마나 많이 스스로를 설득했는지 모른다.

 

그러다보니 어느 덧 울음이 줄었다. 그런데 사람에게는 눈물 총량의 법칙이 있는가보다. 예전보다 횟수는 현격히 줄었는데 울음이 너무 깊다. 눈물이 몇 시간이고 내내 흐른다. 왜 그럴까? 나이가 들었으면 그러지 않을만도 한데. 생각해 보건대 어릴 땐 울면서 말도 같이 했던 것 같다. 속상한 것을 눈물과 말로 함께 쏟아낸 것 같다. 엄마가 있었고, 동생이 있었고, 친구가 있었고, 연인이 있었다. 나이가 들었고 여전히 내겐 엄마가 있고, 동생도 있고, 친구도 있고, 남편도 있다. 그런데 눈물이 날 땐 그들을 피해 혼자만의 공간으로 도망간다. 그 속에서 소리죽여 운다. 내 울음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말라....그러다 아이에게 가장 먼저 들키곤 해서 마음이 두 배로 아프다.

 

그런데 눈물을 오래 흘리다보면 눈물을 흘리는 시간동안은 몹시 고통스러운데 다 흘린 후에는 후련하다. 다 그렇다더라. 치유의 힘이 느껴진다. 문득 힐링에 관한 책들과 방송 프로그램들을 떠올려본다. 그런 것들이 다 무슨 소용이람? 힘들거나 슬프거나 아프거나 답답할 땐 눈물을 흘리면 그게 가장 좋은 치유가 되는 것 같다. 물론 내 개인적인 느낌이다. 눈물도 아무나 아무때나 흘리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끔은 슬픔을 찾아서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찾아낸 슬픔의 소스 그 이상으로 펑펑 울어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그것도 능력이라면. 오늘도 많이 울고 많이 아팠다. 울고 나면 요샌 뼈마디도 아프다. 헛헛한 마음이 채워진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일단 후련은 하다. 말로 뱉어내지 못할 땐 울음으로라도 토해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배설의 가장 아름다운 부분이 눈물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가끔은 울자, 힐링에 관한 다른 것을 찾아 헤매지 말고.

 

<읽으면서 펑펑 울고 그 울음이 고마웠던 책과 영화 몇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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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와우북에서 적지 않은 책을, 이곳저곳의 온라인 서점에서 적지 않은 책을, 지금도 매일 택배아저씨가 던져주는 책들(정말 우리동네 택배 아저씨들은 왜 책을 문앞에 두고 가는거야 ㅠㅠ)이 꾸준한 요즘이다. 그러면서 읽고 있는 책이 진도가 나가지 않아 사실 뭔가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있다. 근래 너무 쉽게 읽히지 않는 책들만 읽은 건 아닐까 나름대로 분석해보기도 하지만 꼭 그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아무래도 책꽂이에 꽂힌 읽지 않은 책들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모양이다. 언젠가 누가 TV에서 윤종신씨가 반년은 예능을 실컷 하다가 반년은 가수로서의 고민에 빠지는 것이 반복된다고 하던데 나도 비슷한 것 같다. 한 반년은 실컷 사는 데 열중하며 합리화, 정당화를 신 나게 하다가 또 반년은 사는 것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것의 반복이 되는 것이 말이다. 요즘은 후자의 시기인 듯 하다. 아마 가을이라는 계절도 한 몫하지 싶다.

 

근래 묵직한 책들을 읽고 있고 앞으로도 한 두권 계획된 책들이 좀 묵직한데 가벼운 책들을 사이 사이 읽는게 좋을 것 같다. 이건 뭐 마치 의무감으로 읽는 듯한 느낌이 들지만 사실 책 읽는 것이 즐겁다. 말투가 영 가을스럽다. 사놓고 읽지 않은 <모든 게 노래>를 비롯하여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들도 적지 않지만 또 습관처럼 온라인 서점에 매일 들어오니 새로 나온 책들도 보게 된다. 사던 안사던 어떤 책이 나오는가에 대한 궁금증은 어쩔 수 없다. 사던 안사던이라고 했지만 그 중 많은 책이 구입 목록에 언젠가 오르는 것을 보면 관심 신간을 정리하는 페이퍼가 스스로에게 책을 살 때 충동구매를 막아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또 오늘 한 블로거가 추천한 책이 맘에 든다고 해 주셔서 누군가에게 함께 책을 고른다는 의미도 주는 것 같아 기분이 꽤나 좋다. 오늘은 좀 가을의 마음을 봄처럼 느끼게 할 책들에 눈길이 간다. 이렇게 책을 고르고 페이퍼를 쓰다보면 두 시간 훌쩍(정말 책을 취향 따라 고르자니 책 고르는 데 적잖은 시간이 흐른다. 그 점이 스스로에게 묻게 만들기도 한다. "뭘 이렇게까지 열심히 고르니?"라고.) 충만하게 간다. 두 시간 후엔 좀 박탈감도 들지만 말이다.

 

 

[오늘, 수고했어요], 이수동 (알라딘가 12,420원)

 

 <토닥토닥 그림편지>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이수동 화백의 신간이 한달 전쯤 출간되었다. 사실 나보다도 주변 사람들이 이 책을 어찌나 사랑하시던지 한동안 트위터엔 이 책의 구절과 그림이 많이 올라오곤 했다. 그때 난 좀 무거운 느낌이 좋아서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요즘 같이 무게가 느껴지는 때에 읽으면 봄처럼 가벼운 느낌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늦게나마 추천해 본다. 출간 당시만 해도 사은품이 많았던 것 같은데 지금은 포스트잇을 준다^^

 

 

 

 

눈여겨 보지 않을 때에는 표지도 내 보기엔 그저 그랬는데 미리보기로 속을 보니 안에 담긴 그림들이 정말 너무 탐나게 예쁘다. 엽서로 제작되면 모조리 사고 싶을 정도로. 이 책 읽고 나면 그 그림들 이용해서 누군가에게 편지가 쓰고 싶을 것 같다. 가을 날 봄바람을 마주하는 기분, 좋다 딱 좋다!!

 

 

 

 

[시를 어루만지다], 김사인 (알라딘가 11,700원)

 

 중견시인 김사인의 시 감상글 모음이라고 해야할까, 시 해설서라고 해야할까? 시가 해설이 어디있겠는가 싶으니 감상글 모음이라는 표현이 더 좋겠다만 시인의 감상이니 해설에 더 가까운 감상일 수도 있겠다. 시가 뭐가 가볍냐고, 할지도 모르겠다만

시집의 경우에는 읽으면서 한 시인을 이해하게 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독서이지만 이런 류의 책들은 다양한 시를 한 번에 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좀 느낌이 가벼워진다. 비슷한 책으로 권혁웅 시인의 <당신을 읽는 시간>이 있는데 시인의 해석이 나와 같거나 다른 부분을 생각하면서 읽은 기억이 괜찮았다. 더구나 시를 즐겨 읽지 않는 사람일 수록 이런 스타일의 시 감상서가 편할 것 같아 추천해 본다. 사이버 문학광장의 세번째 문학집배원인 나희덕 시인의 배달시(?)모음집인 <유리병 편지>도 괜찮을 것 같다.

 

 

[체호프 유머 단편집], 안톤 체호프 (알라딘가 14,720원)

 

 

체호프가 뭐하는 사람인지도 알고 어떤 책이 유명한지도 알지만 난 체호프의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못했다. 누군가의 책을 읽지 못한 것이 부끄러워할 일은 아니지만 어디 가서 책 좀 읽는다고 말하기엔 또 썩 당당하지 못하다. 사놓은 책은 물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에 눈길이 가는 것은 단언컨대 '유머'라는 말 때문이다. 그것도 단편으로. 이 책은 안톤 체호프가 돈이 필요해서 썼던 유머 소설을 모은 책이라고 한다. 이를 테면 작가의 초기작이 될 것이다. 그러니까 더 끌리는데? 왠지 내가 읽게 될 체호프의 '첫 책'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체호프는 시기별로 읽는 걸로!^^

 

 

 

[시간 있으면 나좀 좋아해줘], 홍희정 (알라딘가 8,550원)

 

 

마지막으로 소개할 책은 제 18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인 홍희정의 <시간 있으면 나좀 좋아해줘>이다. 이 책 출간 소식에 정말 가슴이 콩닥콩닥했다. 홍희정 작가를 좋아하느냐고? 죄송하게도 처음 접했다. 그럼? 당연히 제목 때문이다. 왠지 뒤에 '바쁘면 말고......'라고 말을 흐릴 것만 같다.

 

출판사 트위터에 올라오는 이 책의 구절들을 읽을 때마다 그렇게 마음이 행복해진다. 따뜻해진다. 문학동네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몇 구절을 옮기며 오늘 책 소개는 끝! 아마 읽다보면 미소가 지어질 것이다^^

 

 

 

사랑하고 사랑받는 건 몇 살을 먹어도 좋은 법이야.  https://twitter.com/munhakdongne/status/389583151460147200

 

무엇보다 그녀의 웃는 얼굴이 좋았어. 초승달을 떠올리게 하는 웃음이랄까. 구름이 스르르 비켜나면서 살며시 드러나듯 애틋하게 빛나는 미소 말이야. 그래서 얘기했지. 뭐라고요? 시간 있으면 나 좀 좋아해달라고. 

https://twitter.com/munhakeditor/status/389558652966686720

 

그 사람이 웃어주는 것만으로 우주의 모든 애정을 받는 것 같은 느낌, 꼭 그 사람이어야만 하는 이유를 모아 밤새 태산이라도 쌓을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런 느낌에 흠뻑 젖는 시절을 마음껏 누려야 돼.

https://twitter.com/munhakeditor/status/389558432098840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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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탐험 - 짐 큐리어스 바닷속으로 가다 세계의 걸작 그림책 지크 82
마디아스 피카르 지음 / 보림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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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책을 처음 읽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흑백으로 된 3D는 처음이다. 흑백으로 3D를 만들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3D책의 목적에 화려한 볼거리 제공도 포함될 것이라고 지레 짐작했었다. 흑백 3D는 어떤 느낌일까, 전혀 가늠할 수가 없었다. 바닷속이면 열대어나 물풀들을 포함하여 각종 동식물들의 색깔이 화려하던데 해저를 흑백으로 탐험한다? 어떤 느낌일지 호기심 반 기대반으로 책을 펼쳤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흑백이기 때문에 3D에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색이 화려했다면 색에 묻혀서 입체감이 덜 느껴졌을데 흑백으로 표현되니 입체감이 그야말로 3D였다. 일반적으로 입체라고 부르는 것 그 이상으로 느껴졌다. 가장 가까이 , 그리고 그 아래, 그 더 아래, 그 더더 아래의 이중 삼중의 깊이감이 느껴졌다. 참 신기한데 뭐라 표현할 수가 없어 아쉽다. 오죽하면 입체 안경 안쪽에서 사진을 찍으려고 시도했을까? 물론, 실패했다. 이 신기함은 직접 경험해봐야만 알 수가 있다.

     

 

 

 <그림 1>                         <그림 2>                          <그림 3>

 

 

스토리는 무척 간단하지만 또 무척 흥미롭다. 기본적으로는 <그림 2>의 마을에 사는 <그림 1>의 아이가 <그림 3>의 방식으로 바다 아래를 탐험하다가 다시 돌아온다는 일종의 판타지 그림책이다. 하지만 그것으론 이건 너무나 턱없는 설명이다. 아이와 함께 물 속으로 들어간 우리의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무한한 스토리, 그게 바로 이 그림책의 진짜 스토리이다.  스토리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이 더 적확한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스토리를 설명해주는 글밥이 없다. 스토리는 입체 안경을 낀 사람 마음이다. 그 점이 더 맘에 든다. 무한한 상상으로 아이들을 인도한다. 처음 읽었을 때와 두번째 읽었을 때의 스토리조차도 달라진다. 그 변화무쌍함이 이 책을 자꾸 반복해서 읽게 하는 힘이다.

 

아이는 오늘 아침에 유치원에 가기 전에도 이불 위에서 내복 바람으로 이 책을 펼쳐들었다. 입체 안경에 대해 잠깐 이야기하자면, 그 사이즈가 아이들에게 딱이다. 사실 책을 처음 받고 입체안경을 제일 먼저 꺼내게 되는데 2개가 들어있다는 점도 센스 있었지만 그 크기가 아이들 얼굴에 딱 맞는다는 점이 더 좋았다. 기존의 많은 책들은 어른인 내가 써도 큰 경우가 적지 않았다. 아이는 이 안경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자신의 비밀 창고에 보관해둔다. 어쨌든 오늘 아침에도 그 입체 안경을 쓰더니 책을 처음부터 읽지 않고 특정 부분에 고개를 들이밀면서 본다. 이야기 후반부에 물회오리에 빨려들어가며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그 장면인데 자기가 마치 빨려들어가는 듯한 느낌이 드는 모양이었다. 그 모습이 참 기가 막히게 귀엽다.

 
   

   

 

 

좋은 그림책의 조건 중에 하나가 그림으로 아이의 상상력을 촉진시켜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글밥 대신 입체감을 준 이 책은 좋은 그림책이다. 더구나 보림 출판사의 이 제본 크기의 책들이 물리적으로도 매우 견고하다는 믿음이 있어서 오래 두고 놀면서 상상하면서 볼 수 있을 것 같다. 형제가 있다면 같이 쫑알거리며 함께 3D안경을 쓰고 봤을 텐데 괜히 미안하다. 친구를 초대해서 함께 보여주고 싶은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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