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라이프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3
앨리스 먼로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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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밥을 준비하고 아이를 씻겨 유치원에 보낸다. 그리고 집안일을 마치고 허용된 잠시의 시간. 그리고 나머지 가족과 함께 보내는 긴 시간. 아이만 재우고 깨서 나만의 시간을 갖고자 했던 의지는 까무룩 들어버린 잠을 번번이 이기지 못한다. 이것이 보통의 '결혼한 엄마 여자'의 일상이다. 그 일상을 벗어나고 싶다고 여긴 적이 많다. 그럴 때마다 생각의 기차를 탄다. 늘 마시던 머그컵이 아닌 손님용 잔을 꺼내 일상을 낯설게 느끼도록 해 보기도 한다.  '친애하는 나의 삶'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선물이다. 그게 성에 차지 않아 문득 진짜 기차를 타고 싶다고 여겼던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만나서는 안될 하지만 너무나 만나고 싶은 누군가를 만나기 위해서, 혹은 무작정 내가 있는 곳이 아닌 다른 곳에서 다른 존재로 살아보기 위해서, 아니면 기차 안에서의 어떤 화학 작용을 기대하며 기차를 타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일탈에 대한 욕망이 해소된 적 없기에 늘 꿈꾸게 된다.

 

앨리스 먼로의 이번 소설집 [디어 라이프]에는 <기차>라는 제목의 단편 외에도 <일본에 가 닿기를>, <아문센>에 기차가 묵직한 존재감으로 등장한다. 가치관이 너무나 다른 남편 피터와 사는 '결혼한 엄마 여자'인 그레타에게 기차는 자신에게 진정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하는 경로이고 (<일본에 가 닿기를>), 보이지 않는 존재로 살고 싶어 기차를 탔지만 결국 비비언에게 기차는 누군가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지 못한 상실감을 고스란히 실은 공간이며(<아문센>), 벨에게 기차는 아버지의 죽음을 고스란히 간직한 근원적 죄의식이기도 하고, 잭슨에게는 현실을 대신할 다른 곳으로 안내할 도구(<기차>)이다. 비록 생각의 기차일지언정 내게도 기차는 이들과 비슷한 의미를 가진다. 사랑을 잃었을 때 탔던 경춘선 열차, 문득 외롭다 느낄 때 위로해줄 누군가를 기대하게 하는 부산행 열차, 현실을 도피하고 싶어 꿈에나 그려본 오리엔트 특급 열차 등 내가 품고 있는 기차에 대한 생각은 소설 속 인물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현실에서건 소설에서건 기차는 때때로 사고처럼 내 삶에 끼여들어 나를 나도 모를 곳으로 데려가기도 하고, 또는 어딘가에 존재할 나의 새로운 삶을 기대하게 하는 수단이 되는 모양이다.

 

 앨리스 먼로의 최신작이자 마지막 작품인 [디어 라이프]에 수록된 많은 소설들은  기차에 대한 공감 외에도 나 자신의 모습을 많이 발견하게 된 점이 인상적이다. 비단 내가 자라온 곳들이 소설의 주된 배경이 되는 타운 규모의 지역이었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앨리스 먼로가 타운이라는 작은 공간적 배경에서 인물들의 일상을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러나 섬세하게 그려낸 덕분에 나는 사건이 아닌 인간에 집중하며  느낄 수 있었다. 어떤 감정이라고 불러야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소설을 읽으며 '내가 탄 생각의 기차가 나쁜 생각을 싣고 있는 것은 아니었구나.' 혹은 '그래, 지금도 참 좋아. 하지만 조금 엇나가도 그것도 참 좋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 안도감일 수도 있고 편안함일 수도 위로일 수도 있을 유별나지 않은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야기 속의 화자나 주인공이 '결혼한 엄마 여자'인 경우가 많아 그로 인해 생긴 공감대일 수도 있겠다. 그녀들은 모성애를 가진 존재이기도 하고(<일본에 가 닿기를>), 욕망에 충실한 여인이기도 하고(<자갈>),  현실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현실을 깨고 싶어하는 이중적인 모습이기도 하며(<안식처>), 반면 현실이 깨어질까 두려워하는 모습(<돌리>)이기도 하다. 그러한 모습이 각각의 존재에게 드러난 개개인의 특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것은 때때로 드러나는 내 안의 부분들이라고 하는 편이 옳다.  그녀들의  삶은 사소한 계기로 흔들리지만 송두리째 변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어떤 경고나 부정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흔들린 것조차 내 삶이니 굳이 그것을 부정하거나 수정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말하는 듯 했다. 이는 특히 소설 말미에 느낌표처럼 솟아오르는 문장들이 그러했다. 그런 문장들을 읽으며 내 마음의 죄책감 혹은 부담감이 많이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모든 걸 받아들이면 비극은 사라져. 혹은 가벼워지지. 어쨌든 그러면 그저 그 자리에서 편하게 세상을 살아갈 수 있게 돼. - <자갈> 중

 

그렇게 그들은 그냥 내버려둔다. 달리 무언가를 해보기에는 너무 늦었다. 더 좋지 않은 일이 있을 수도 있었다. 이보다 훨씬 더 좋지 않은 일이. - <코리> 중

 

사람들은 말한다. 어떤 일들은 용서받을 수 없다고, 혹은 우리 자신을 결코 용서할 수 없다고. 하지만 우리는 용서한다. 언제나 그런다. - <디어 라이프> 중

 

  굳이 '피날레' 라고 이름 붙여진 네 편의 자전 소설(<시선>, <밤>, <목소리들>, <디어 라이프>)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다른 소설들 속에서도 앨리스 먼로의 모습일 것이라 여겨진 것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다.  아내로서 엄마로서 한 여자로서 드러난 인물들이 어쩌면 앨리스 먼로일 것이라는 생각은 내 곁에 앉아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말하는 듯한 문장들 때문이다. 그것은 종종 내게만 말해주는 비밀스런 이야기 같기도 했다. 소설이되 진실을 말하는것 같았다.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기에 한 글자도 허투루 읽지 않았다. 앨리스 먼로의 나이가 80을 넘었다고 하는데 마흔을 바라보는 나와 시공간을 슬쩍 비껴나지만 우리는 어쩜 이렇게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녀가 양쪽의 사이에서 양쪽을 다 바라보는 시선으로 소설을 썼다는 점에서 더 가까움을 느낀다. 어떤 행동을 한 특정한 사람을 향한 비난이 아닌 그 현상 자체가 일어났음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듯한 태도가 맘에 들었다. 비비언의 입장이 아닌 비비언과 닥터 폭스의 사이에서 존재하는 감정에 집중했고(<아문센>), 아버지와 어머니 닐과 나의 한가운데에서 그들 모두를 수용(<자갈>)했다. <자존심>에서는 서로 다른 삶을 산 이들의 공생이 가능함을 보여줬고, <코리>에서는 코리와 하워드의 관계에서 일방적으로 손해를 본 사람은 누구인가, 있기는 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갖게 했다. 이 모두가 나는 앨리스 먼로가 지향하고자 했던 삶의 태도라는 생각이 든다.  삶에 있어 사건은 사건일 뿐 삶의 본질이 바뀌는 것이 아니며 다만 그 사건을 대하는 태도가 진실된다면 그로 인해 변하는 삶도 가치 있는 것이라고, 사건을 겁내지 말고 사건을 겁내는 자신을 겁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흐름을 따라가는 것. 자신을 내맡기는 것. 어떤 사람들은 자신을 내맡기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러지 못했다. 머리의 안쪽과 바깥쪽 사이에 세워진 벽이 무너져야 했다. 진실함에는 그것이 요구되었다.  - <일본에 가 닿기를> 중

 

 상점과 간판처럼, 섰다 출발하는 자동차 소음도 모욕이었다. 어디에서나 이것이 삶이라고 외쳐댔다. 우리에게 그것이 필요하다는 듯이, 더 겪어봐야 한다는 듯이. - <돌리> 중

 

"이 세상에 무서워할 건 없어. 자기만 조심하면 돼." - <시선> 중

 

12월이 들어선지도 보름이 넘었지만 여태 이 한 권만을 다 읽은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를 많이 떠올렸다. 그때처럼 천천히 꼭꼭 씹어서 읽다보니 이제야 이 한 권을 읽었다. <메이벌리를 떠나며>의 레이처럼 내게도 영원히 지속될 것만 같은 결핍이 존재한다. 그 결핍을 무엇으로 채워야할까에 대해 마땅한 답이 없다. 그가 리아의 이름을 떠올리며 안도감을 느꼈듯 내게는 어떤 이름이 떠올라야 안도감을 느낄 수 있을까? 가끔은 이런 소설들이 그 이름이 될 수 있지는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며 충분히 음미하며 이 책을 읽었다. 앨리스 먼로가 나의 삶에게 들려준 열네 편의 이야기를 따라 나도 당분간은 나의 삶에 다정히 'Dear'을 붙여줘야겠다. 그리고 다가올 기차를 기다려야겠다 오후 네 시처럼.


* 이 글의 제목은 [디어 라이프]의 <돌리>에서 따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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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안에 마무리 지을 책

 

1. [디어 라이프] , 앨리스 먼로, 문학동네, 2013

 

부러 천천히 읽는 중. 단편 당 하루를 보내다보니 아직이다. 이제 남은 단편은 단 네 편. 앨리스 먼로의 자전 소설을 읽기 전 숨 고르는 중이다. 좋은 소설집이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이라서를 따지기 전에 일단 내게 좋은 소설이다.

 

 

 

2.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죽다], 니컬러스 에버스, 글항아리, 2012

 

이 두꺼운 책을 지하철에서 읽다가 흠뻑 빠져들었다. 집에 오니 읽던 책들에게 눈길을 주느라 미처 읽지 못했지만 내 흥미에 아주 잘 닿아있다. 늦어도 1월 안에, 가능하다면 올해 안에 읽고 싶은 책이다.

 

 

 

3. [두 개의 별 두 개의 지도], 고미숙, 북드라망, 2013

 

고미숙의 박지원에 관한 책들을 읽은 터라 출간할 때부터 관심 있었는데 도서관에 있길래 빌려왔다. 고미숙의 박지원에 관한 책들에 대한 이견이 있는 것 같은데 그것보다 내가 가진 일말의 의구심은 책이 너무 자주 출간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단 이 책은 읽고 싶다. 12월 26일이 반납일이니 그때까지 읽거나 혹은 언제 읽을지 모르거나가 될 터.

 

 

새해의 시작과 함께 하고 싶은 책

 

1. [다시 태어나다], 수전 손택, 이후, 2013

  

북펀딩 이후, 구입 이후, 아직 열어보지 못한 이후 출판사의 [다시 태어나다]^^ 올해 이후엔 반드시 이 책으로 시작할게요!

 

 

2.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르(김화영 역), 민음사, 2000

매달 한 권의 세계 문학을 읽기로 스스로에게 약속! 원래 약속하고 읽고 그런 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너무 쌓여만 가는 것도 보기에 안좋다. 온라인서점을 통해 알게된 처음처럼님이 두번 읽었다는 소설이라기에 시작해본다. 부인이야기는 일단 참 흥미로우니까^^

 

 

지금 살까 미룰까 혹은 나중에 살까 고민 중인 책

 

1. 크리스마스 특별 세트, 어린이 작가 정신

 

  [산타클로스 이야기]를 착한 가격에 사고 기쁨에 겨웠으나 아직 아이에게 읽어주지 못한 터에 이런 더 착한 경우의 이벤트가 있다니!!!! 있는 책 또 사려니 맘에 걸리고, 피터래빗 영문판만 따로 사려니 더 비싸고 딜레마에 빠져있는 중이다.

 

 피터래빗 영문판은 24,000원

 책 세 권의 정가는 34,000원

 책 세 권의 반값은 17,000원

 

그런데 이 특별 세트는 쿠폰가 15,000원이다.  남들은 어떻게 하려나??

 

 

2. 이렇게 사놓고 읽지도 못하다가 어영부영 더 큰 이벤트에 당한 것이 한두번이 아니라 사실 꼭 사고 싶고 꼭 살 책이긴 한데 당장 읽을 자신이 없어 사지 못하고 쳐다보기만 며칠 째이다. 어쩌지 어쩌지?? 뭐 이런 것!^^

[꼬리 치는 당신] 과 [삶을 위한 철학]이 바로 그것이다. 이렇게 말해놓고선 다른 책 살 기미만 보여도 함께 결재에 들어갈 책들이다.

 

3. [여우 누이], [옹고집전]

요즘 들어 집에 있지도 않은 [여우 누이]와 쥐가 손톱 먹고 사람되는 이야기를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들 땜에 옛이야기책을 몇 권 혹은 전집까지 사야하나 고민에 빠졌다. 전집은 아무래도 안내키고 설령 산다해도 희한하게 저 두 이야기가 빠진 경우가 많아 아무래도 단행본으로 구입하지 싶다. 어떤 걸로 사야하려나??고민 중!

 

 

 

 

 

 

 

 

 

 

 

 

 

스스로도 궁금하다. 내가 이 달 안에 혹은 새 달에 저 책들을 다 읽어낼 지, 무슨 책을 살지 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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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17 12: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음으로 스며드는 예쁜 책들 곱게 품으시리라 믿습니다

그렇게혜윰 2013-12-17 12:21   좋아요 0 | URL
일종의 약식 다짐이죠^^

착한시경 2013-12-17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시 태어나다,,, 저도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하는데ㅠ.ㅠ 아직 스물다섯살에 머물러 있어요~ 디어 라이프는 아직 첫장도 못 넘기고 표지만 구경중ㅠ.ㅠ 즐거운 오후 되세요^^

그렇게혜윰 2013-12-17 19:15   좋아요 0 | URL
우리 내년엔 함께 다시 태어나 보아요,, 라이프도 디어해 보구요 ㅎㅎㅎㅎ

그렇게혜윰 2013-12-19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디어라이프 다 읽었다^^
 

며칠 전 급하게 책을 주문했다. 산타클로스의 선물이라는 제목의 페이퍼도 썼었다. 다 좋다. 그런데 책이 안 왔다. 전화도 연결이 안되고, 온다 안온다 연락이 없어 며칠을 끙끙 신경 썼다. 아들 유치원에 보낼 책이 있어 더더욱 조급했다.

 

미배송 신고도 해 두었다. 잊고 있으면 월요일 오전엔 무슨 연락이 오겠지 싶어 기다리던 차에 옆의 옆집 이웃이 택배 상자를 들고 온다. 박스엔 그집 주소가 매직으로 슥슥, 아무래도 택배 아저씨 베껴쓰기 연습을 좀 하셔야겠다. 슬쩍 잘못 보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간다만다 연락을 줬어야하는 거 아닌가? 알라딘에서 제휴한 택배 회사의 우리동네 대리점은 늘 사람을 불만족스럽게 한다. 그게 너무 잦다보니 책을 주문하기가 망설여진다.

 

박스를 뜯으니 가장 급했던 아들의 최상등급 중고책! 욱 했다. 팝업북인데 팝업이 너덜너덜, 쑥쑥 빠지고, 심지어 없기까지 한 ㅠㅠ 알라딘 중고 품질 팀이나 택배 아저씨나 안경 새로 맞추셔야 겠다. 평상심 평상심 평상심 주문을 외워본다.

 

옆 서점에서 제휴한 택배 회사는 그저 그런 정도를 넘어 고객 만족인데, 물량도 거기가 더 많은데 왜 왜 왜!!!!평상심 평상심 평상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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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3-12-15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까운 데에 헌책방 있으면 그곳에 꾸준히 마실을 가 보시면 한결 나을 수 있어요.
목록으로 살 때하고, 책방에서 손수 만지면서 살 때에는
그야말로 아주 다르니까요.

아무쪼록 느긋한 마음 되찾으셔요~

그렇게혜윰 2013-12-15 03:20   좋아요 0 | URL
헌책방은 주변에 없네요ㅠㅠ 온오프의 차이가 줄어드는 것만이 답이 될 듯 싶어요. 개인의 의지는 참으로 약하니까요.

주말 잘 보내세요^^

페크pek0501 2013-12-15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앞으론 이런 일이 없으시길 바랍니다. ^^

그렇게혜윰 2013-12-15 12:48   좋아요 0 | URL
하루 지나면 또 그냥 그냥 평상심이 돌아오네요 ㅎㅎㅎ 그래도 항의는 했슴돠.

후애(厚愛) 2013-12-15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동네에도 헌책방이 없어서 무척 아쉬워요ㅠㅠ

즐겁고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

그렇게혜윰 2013-12-16 11:39   좋아요 0 | URL
헌책방 아니더라도 마음 편하게 들를 수 있는 서점이 있으면 좋겠어요. 손님 도끼눈 뜨고 보지 않는 ㅋㅋ

다크아이즈 2013-12-16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상심, 평상심 ㅋ ㅋ
웃으면 안 되는데 죄송해요.
근데 그렇게혜윰님 닉네임 바꾸신거지요? 제 없는 사이에
즐찾에 되어 있었는데 서재이름은 익숙한데, 닉이 낯설어서요.

그렇게혜윰 2013-12-17 10:18   좋아요 0 | URL
네 근래에 바꿨어요. 원래 이름은 서재 이름과 같은 '책만먹어도살쪄요'였구요^^

평상심 평상심 쓰기만 해도 저도 풋!하고 웃음 납니다 ㅎㅎㅎ
 
우리 땅 기차 여행 - 입체 지도로 보는 우리나라 지식곰곰 1
조지욱 지음, 한태희 그림, 김성은 / 책읽는곰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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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받자마자 아들은 엎드려 자세를 취합니다. 평소 기차를 정말 좋아하는 여섯 살 아들은 한국의 탑을 좋아해서 얼마 전 탑 여행을 다녀온 터라 책 곳곳에서 익숙한 장소를 발견하면 책에 코를 박고 몰입합니다. 어쩌면 이렇게 아들의 취향에 딱 맞는걸까요? 아들 친구가 놀러와선 같이 흥분합니다. 끼리끼리 논다고 둘다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떠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친구의 엄마가 읽어보시더니 좋은 책 같다고 사진을 찍어갑니다.

이 책은 세 팀의 여행으로 구성됩니다. 한 가족이 용산에서 광주, 부산, 강릉을 다 여행한다는 설정이었다면 그것은 억지에 가까웠을 겁니다. 하지만 용산에서 광주로 간 가비와 다비, 광주에서 부산 부전으로 간 홍이네 가족, 부전에서 정동진으로 탐방을 가는 어린이들의 이야기로 구성되어 지루하지도 않고 현실적으로 이야기가 구성되어 마치 세 편의 이야기를 읽는 것 같습니다.

지식곰곰 시리즈의 첫 책이 된 [우리 땅 기차 여행]은 지식을 다룬 책임에는 틀림없지만 일찌기 [봄을 찾은 할아버지]로 따뜻한 그림을 만나본 한태희 그림작가의 그림이 돋보이는 그림책이기도 합니다. 경로를 표현한 입체적인 지도 그림의 세밀함과 특정 지역에 도착한 장면의 그림 모두 한태희 그림 작가의 세밀하고도 따뜻함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지식책은 자칫 지루하거나 딱딱할 수 있는데 이 책은 글 작가님과 그림 작가님의 역량 덕분인지 이야기 구성도 재미있으면서 새로이 알게 되는 면도 많고 그림을 보는 즐거움도 정말 큽니다.

상단의 큰 그림에서 아이가 눈으로 살피고 느끼는 경험을 할 수 있다면 하단의 글과 오밀조밀한 정보들은 엄마인 저도 몰랐던 부분을 알려주어 아이와 함께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게 합니다. 우리가 사는 곳이 위성 도시라는 점도 알게 되고, 안그래도 얼마 전에 소금은 어떻게 만드냐고 물어보더니 그 답도 찾게 되었습니다. 기차가 지나가는 부분이 작지만 지도로 표시되어 있는 점은 아이의 시야를 넓게 해 줍니다. 세심한 배려가 돋보이는 부분입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복 바람에 책을 또다시 펼칩니다. 세번째 읽으니 좀더 세세하게 봅니다. 얼마 전의 여행을 떠올리며 자신이 갔었던 곳은 손가락으로 콕콕 찍어가며 흥분합니다. 다음엔 익산 역에 내려서 미륵사지에 들르자는 둥, 정동진에서 기차가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는 둥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습니다. 책을 읽으며 그것만큼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

이야기가 끝이 났다고 책이 끝난 것은 아닙니다. 색인목록이 굉장히 상세합니다. 이야기에서 미처 떠나보지 못한 북한 땅에 대한 정보도 알려줍니다. 오늘 이야기 속의 일정을 정리해 주기도 합니다. 우리 아이는 어땠을까요? 혼자서 막 다음 기차 여행 일정을 계획합니다. 아직은 여섯 살! 그래서인지 경로는 아직 엉망입니다만,조만간 제대로 된 여행 경로를 찾을 듯 합니다. 아이 뿐만이 아닙니다. 저 역시도 아이와 함께 책을 보면서 지방에 사는 지인들을 떠올립니다. 아이와 단둘이 기차를 타고 다니면서 신세를 질 만 한가를 가늠하는 것입니다. 소중한 경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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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중앙 136호 - 2013.겨울
중앙books 편집부 엮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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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문예 계간지를 꽤 오래 정기 구독 했었고, 도서관 3층에서 철철이 나온 계간지 읽어보기를 좋아했지만 [문예중앙]에 대해 관심을 가진 적은 없었다. 여름인가 아는 시인 언니로부터 오은 시인이 [문예중앙] 편집 위원으로 참여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그것을 오은 시인의 근황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겨울이 오니 트위터에 계간지들 홍보하는 트윗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리트윗 된 [문예중앙] 소식을 보고, "표지가 남다르군!"싶어 예쁘다는 멘션을 보냈다. 필진으로 참여한 이준규, 김언, 황현산, 이제니의 이름이 보기에 참 좋았다. 그리고 며칠 전,[문예중앙] 캠페인 기간 중에 정기구독 할인을 한다는 트윗을 보았고 망설이지 않았다. 게다가 책선물도 준다고 하였다.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정기구독 신청을 전화로 하고 어제 책을 받았다.

문예지로 리뷰를 쓴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시집 리뷰만큼 어려운 것 아닐까, 뭐라 할 말이 없는 것. 그저 읽는 것만으로도 벅차고 좋은 것이기에 그런 적이 없다. 하지만 나는 지금 [문예중앙]의 리뷰를 쓰고 있다. 기존에 내가 읽던 문예지들과 느낌이 달라 살짝 흥분했다. 그런데 그 기분 좋은 흥분이 하루가 지나고도 남아있다면, 단순한 과잉 감정은 아닌 것 같다.

 

오은 시인의 <2013 겨울호를 펴내며>를 정독했다. 하하하! 편집 위원의 들어가는 말은 간혹 굉장히 좋은 글이 많다. 이번 글도 그러했다. 그중 다음의 글이 내가 이번 호를 좋아하게 한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간힘 말고 더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우리는 고민하고 있다. 무엇이 [문예중앙]을 [문예중앙]답게 해줄 수 있을까. ---우리는 무엇보다 사람 냄새가 진하게 나는 문예지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람을 잊으면 안 된다는 것, 사람과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열, 둘이 마찰할 때 일어나는 스파크를 기억해야 한다는 것 또한 잘 알고 있다. 그게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들, 문예지를 읽는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가장 겸손한 방식이 될 것이다.

 

시각에 따라 다를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사회를 돌아보는 글이 없다며 문학의 직무유기로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편집 위원의 글을 읽어보니 다른 문예지들이 과연 사회 문제를 다루면서 과연 사람들에게 다가간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었다. 혹시 사안들만 나열한 것이라면? 그렇다면 과연 문학 이야기만 볼 수 있는 그 안에서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이런 방식이 더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문예지를 보면 시를 먼저 찾아 읽는다. 이준규의 <그것>이라는 시는 정말 좋았다. 내가 딱 좋아하는 이준규의 시(분량도 딱 내가 좋아하는 만큼^^)였다. 그의 시처럼 나는 '그것에 흥분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원래 소설은 맨 마지막에 읽는 습관이 있어서 가장 눈에 띄고 가슴 쿵쾅쿵쾅하게 하는 인터뷰를 읽기 시작했다. 김언+오은의 <쓰다듬>이라니! 김언 시인의 헤어스타일은 내가 감당하기 어려웠지만 인터뷰를 읽는 내내 나는 다시 '그것에 흥분한다'고 말할 수 있다. 아!

두 분이 반말로 이야기하는 친분 그대로를 담고 있는 인터뷰에는 둘 사이의 교감이 느껴졌다. 오은 시인이 말한 스파크가 그것일 터였다. 야매니지먼트엔 나도 들어가고 싶어진다고나 할까? 어쨌든, 두 분의 대화를 통해 두 분 시인의 시는 내가 정말 좋아할 수밖에 없구나 싶은 확신이 들었다. 그러다 오은 시인이 김언 시인에게 가장 좋아하는 자신의 시를 골라보라고 했고, 김언 시인은 [이보다 명확한 이유를 본 적이 없다], [흔들], [그런 생각]을 꼽았다. 박성광의 개그를 따라 과장해보자면, "나 정말 소름돋는다."이다. [흔들]은 강정 시인의 산문집에서 보고 온 마음이 흔들려서 옮겨적고, [그런 생각]은 계간지에서 보고 '그런 생각'에 대한 발견을 한 듯한 기쁨으로 옮겨적어두었던 까닭이다. 아무 시나 다 옮겨적는 쉬운 독자는 아니다. 그러다 문득 떠올랐다. 김언 시인의 시집은 이번 시집 [모두가 움직인다]를 제외하고는 아무 것도 읽지 않았음을. 시집도 안 읽고 어떻게 감히 그렇게 좋아한다고 말하고 다녔나 싶어 뻔뻔한 스스로가 부끄럽다. 

 

 왜 좋아하는지 누가 물으면 딱히 댈 이유가 없었다. 다음부턴 이 인터뷰를 읽어보라고 하면 될 것 같아 혼자 피식피식 웃었다. 아직은 여기까지 읽었다. 하지만 한 권을 다 읽고도 며칠이면 잊혀지는 게 잡지 아니던가? 아직 황현산 평론가의 글은 읽지도 않았다. 아직 더 흥분할 일이 남았단 뜻이다. (이준규 시인의 '그것'은 이번 호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처음 손 한 번 잡았다가 스파크가 일어났다고 모두 사랑하는 사이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을까? 아직 세 번이 남았다. 다음 호는 혁신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스파크 일어 불이 날까 살짝 염려되지만 기대를 갖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어쨌든 이번 호를 통해 김언 시인의 시집을 펼쳐본다. [소설을 쓰자]부터. 역시 좋다!

 

일단 우리 천천히 알아가요. 지금도 참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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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시경 2013-12-13 1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동안 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를 정기 구독했던 기억이 나네요...오랫동안 문예지를 읽어보지 않다가 이 글을 읽으니 저두 한번 읽어보고 싶어져요~ 날씨가 춥네요..따사로운 주말 보내세요^^

그렇게혜윰 2013-12-13 11:22   좋아요 0 | URL
사실 계간지가 책꽂이 한 차지 하잖아요? 그래서 정기구독 안하게 되었는데, 그리고 머리가 지끈지끈한 글들도 많았구요 ㅋㅋ 근데 [문예중앙]은 접근성 면에서 좋은 것 같아요. 문예계간지가 좀더 가까워진 느낌. 한 페이지도 버리지 않고 다 읽을 수 있을 자신감!! 도전해 보세요. 요즘 캠페인 기간이에요.
저, 마치 직원 같네요 ㅎㅎㅎㅎㅎ

단발머리 2013-12-13 1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게혜윰님은 문예지도 정기구독하시는군요. 아님, 다른 분들도...
아, 부지런하시다. 저는 게을러서, 정기구독하는 주간지 하나도 맨날 못 읽고 쌓아만 놓는데.

손글씨 예뻐요. 어느 노트에 쓰시는지 알고 싶어요. 노트 앞면도 보여주세요^^

그렇게혜윰 2013-12-13 11:27   좋아요 0 | URL
지금은 민음사 북클럽 노트 두껍고 하얀 것에 쓰구요 그 전에는 초등학교 줄공책에 썼어요 ㅎㅎㅎㅎ 한 권을 분실했다는 아픔이 ㅠㅠ

공책은 그리 안따지는 편이에요 ㅎㅎ 사은품 많이 이용합니다 ㅋㅋ

단발머리 2013-12-13 11:59   좋아요 0 | URL
저는 노트 활용은 안 하고, 소장만 하거든요.
그렇게혜윰님 따라해야겠어요.^^

나도 시를 쓸 거야!!! ㅋ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그렇게혜윰 2013-12-13 12:33   좋아요 0 | URL
전 시 뿐만 아니라 책에 나온 구절도 같이 적어요. 시만 적기엔 그 노트,,,,아시잖아요, 언제 다 쓸지 모른다는 거 ㅋㅋㅋㅋㅋ

숲노래 2013-12-13 1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든 이야기는 늘 '사회'를 말해요.
이를 느낄 수 있도록 아름답게 쓰면 문학이고,
이를 느낄 수 없도록 예쁘게만 쓰면 문학이라는 이름이 부끄럽달까...
그렇게 느껴요.

그렇게혜윰 2013-12-13 12:33   좋아요 0 | URL
문학 속에서도, 문학만으로도 충분히 느끼는 게 가능한 것 같아요. 다만 더디겠죠. 그 더딤을 즐기고 싶다는 생각 잠깐이나마 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