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먼 길을 돌아온 문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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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교자
/ 김은국 지음 / 도정일 옮김 / 문학동네


  한국전쟁, 평양에 열네 명의 목사가 있었다. 열두 명은 죽었고, 두 명은 살았다. 김은국 <순교자>는 죽음의 이면을 추적함으로써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한국전쟁과 기독교라는 묵직한 소재에 신앙과 양심과 실존의 문제를 얹었다. 여기까지만 읽고 <광장>의 아련한 추억이 떠오르며 머리가 지끈거리는 당신. (사실, 교과서 밖에서 만나면 광장도 무척 야릇하고 흥미진진한 소설이다. 졸업 후 읽어보시라…) 그렇지만 이 소설은 소설적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살아남은 목사들이 배신자인지, 혹은 다른 반전이 있는 것인지, 세련된 추리소설적 기법이 이야기를 힘있게 끌어간다. 이렇듯 서사는 단단하고 메시지는 가치롭다.

 

     청소년이라면 김은국이란 이름을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루함과 다급함으로 시험 전 아득바득 이를 갈며 외우는 문학사 연보에도 이 작가의 이름은 포함될 가치가 있다. 김은국은 고은, 조정래보다 앞서 한국계 최초로 노벨 문학상 후보로 선정된 작가이다. <순교자>는 출간 당시 미국에서 20주 연속 베스트셀러였고, 세계 10개국에서 번역, 출간되었다. (놀랍게도 1964년의 일이다!) 매년 노벨 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필립 로스 역시 이 작품에 극찬을 보냈다. 스스로의 어둠을 헤쳐 나오기 위해 까뮈를 탐독했다고 김은국은 말했다. <순교자>는 까뮈 못잖은 소설의 힘이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은 예민하고 명민한 청소년에게 잘 어울린다. 소설 속에서 삶의 지침을 찾고 싶은 사람에겐 특히 더.




-소설MD 김효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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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 2013-01-10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김은국의 이름을 몰랐어요. 감사히 담습니다.^^

외국소설/예술MD 2013-01-10 16:06   좋아요 0 | URL
좋은 소설입니다. 마음에 드시길 바래요. ^^
 

유식한 멍청이가 되지 않는 법.
어떻게 하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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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오류
/  토머스 키다 지음 / 박윤정 옮김 / 열음사


  이 책에 따르면 사람들은 잘 속는다. 여기저기에 속는다. 그런데 그 중에 사람을 가장 잘 속이는 사람은 누구일까? 바로 그 자신이다. 어떻게 사람이 자기자신에게 거짓말을, 혹은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집어넣을 수 있을까?

  토머스 키다는 말한다. 우리는 믿고 싶은 것을 믿는다. 그것이 옳은지, 오류가 없는지보다는 우리가 원하는 이야기를 믿는 것이다. 왜 그런고 하니, 인류가 내내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이다. 내가 틀리기보다는 세상이 틀렸다고 믿어야 살기가 더 편하기 때문이다. 주어진 정보량을 축약하는 과정에서 오류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고, 그 과정에 자신이 원하는 세계에 대한 희망이 곁들여진다. 그렇다. 희망이, 우리가 원하는 세계에의 꿈이 우리를 오류의 구렁텅이로 밀어넣는다. 우리가 알 수 있는 진실이 50%라고 치면, 나머지 50%는 우리 자신이 만든 매트릭스 안에서 사는 셈이다. 그 매트릭스가 인류에 끼친 영향은 가짜 만병통치약에서 인종 대학살까지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범위를 자랑한다.

   '내가 만든 매트릭스'가 생겨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내 자신이 그런 세계에서 살고 싶어서다. 초능력과 유령과 UFO처럼 신비와 로망이 있는 세계, 그러면서도 우연과 확률보다는 명확한 룰이 지배하는 질서 넘치는 세계. 그야말로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가 동시에 공존하는 곳 같다. 물론 거짓말이고 환상이다. '나'는 증명할 수 없는 미신(맹목적인 신앙뿐만 아니라 수많은 틀린 믿음들을 말한다)들로 포위당한 채, 인간의 논리를 집어삼키는 우연의 손바닥 위에 있다.

  자, 그럼 어떡해야 할까? 토머스 키다는 회의주의자가 되자고 말한다. 회의주의자는 비관론자와 다르다. 증거를 검토하고 믿을 수 있는 것인지 논리적으로 확인한 다음에 '그래도 이게 가능성이 가장 높음' 도장을 찍어주는 자가 회의주의자다. 가만히 놔두면 멋대로 세상을 파악해버리는 자신의 인간성 대신에 엄정하고 객관적인 잣대를 믿는 것이다. 그들은 자기자신이 썩 믿을 수 없는 존재라는 걸 인정하는 사람들이며, 그러면서도 세상을 더 알고 싶다는 욕구를 포기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말하자면 <생각의 오류>는 교양과학/논리학 버전의 '시지프의 신화'인 셈이다. 인간은 영원히 최후의 진실에 도달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록 진실에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접근하기를 원하고, 실제로 느린 걸음으로 걷는 중이다. 오류 투성이의 인간은 이렇게 걷는 순간에 비로소 그 의지로 빛난다.

  <생각의 오류>는 단순히 UFO, 귀신, 초능력 같은 미신을 타파하는 데 그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생각하는 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수정을 요청한다. 다행스럽게도 이 회의주의자 입문서는 쉽고 유머가 있으며, 일반적인 고교생 수준에서도 별 어려움 없이 읽어낼 수 있다.

  청소년들은 머리가 더 굳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읽어보기를 권한다. 이런 교육은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




-청소년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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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날 무슨 의미있는 책만 찾고..
그냥 재미있는 책은 추천 안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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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레르
/  나오미 노빅 지음 / 공보경 옮김 / 노블마인


  옛날옛적 나폴레옹이 위력을 떨치던 유럽. 사실은 지구에 용이 살고 있었다. 용들은 인간과 공생했는데, 몇몇 선택받은 인간들은 용들의 파트너가 되어 인류 최초의 공군 파일럿이 되었다. 상상이 되실런지. 그냥 설정만 보면 왠지 유치해 보인다. 대신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자. 대영제국의 함대 위로 최초의 왕립 공군 드래곤 편대가 초계비행을 펼치는 장면. 상대 공군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나폴레옹 시대의 대공(Anti-Aircraft)포. 종족마다 다른 특색을 가진 드래곤들의 서로 물고 물리는 상성을 바탕으로 펼쳐지는 대규모 공중전. "알프스요? 날아서 넘으면 되잖아요."

  보병 기병 포병으로 구성된 유럽 근대 전쟁에 '드래곤'이 첨가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전개가 펼쳐진다. 용에게 헌신하느라 사생활을 포기해야 하는 공군 비행사의 비애, 애국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고찰, 군대와 전쟁에 대한 딜레마 등 갖가지 생각할 꺼리도 여럿 들어가 있다. 특히 '우리를 지키기 위한 불가피한 폭력'이라는 측면에서는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독자들의 비판적인 시선을 필요로 한다. 여러모로 흥미로운 토론꺼리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생각할 꺼리 같은 건 잠시 잊자. 일단 이 책은 즐겁게 읽으면 된다. 중학생도 쉽게 읽을 수 있다. 이중 삼중의 암투와 모략 대신에 장쾌한 액션 활극이 펼쳐진다. 설정이나 문장의 완성도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판타지 소설이 늘어나는 요즘, 부모님이 자녀들에게 먼저 자신있게 권할 수 있는 시리즈다.

이거 우리 엄마(아빠)가 사줬는데 진짜 재밌던데!

이런 얘기 아직 들어보지 못한 부모님들은 특히 한번쯤 고려해 보시기 바란다.


*참고사항. 현재 5권까지 출간되었으며, 이야기는 종결되지 않았다.


-청소년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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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소설MD김효선 2010-08-09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반값 판매까지 진행중이라능...!

외국소설/예술MD 2010-08-09 11:47   좋아요 0 | URL
네 그렇습니다.

루체오페르 2010-08-11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게다가 반지의 제왕 감독에 의해 영화화까지 진행중이라능...!

외국소설/예술MD 2010-08-12 16:58   좋아요 0 | URL
지화자 좋을씨고
 

펜이 무기라면, 이 책이 '전쟁론'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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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증의 기술
/  앤서니 웨스턴 지음 / 이보경 옮김 / 필맥


  이 책의 원제는 'A Rulebook of Arguments'다. 룰북이라는 말은 대단한 자신감을 필요로 한다. 더할 것도 덜할 것도 없이 어떤 상황에서도 적용되는 중요한 규칙만을 수록하고 있다는 자랑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 자신감이 전혀 부끄럽지 않다. 어떤 주장을 합리적으로 전개하고, 상대의 주장에서 논리적 허점을 읽기 위한 가장 유용한 지식들로만 이루어져 있다. 그 단순명료한 구성과 말끔한 문장은 민무늬 조선 백자처럼 아름답기까지 하다. 명료함을 가르치는 책이 더없이 명료하다. 좋은 선생님의 풍모다.

  논리를 언어로 전개하는 능력은 단지 논술을 비롯한 각종 시험에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정보량이 증가함에 따라 날로 증가하는 거짓 주장이나 숨겨진 정보들을 구별하고, 때로 거기에 반박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보험이나 펀드 상품에 숨겨진 함정을 찾아내고, 신문기사를 무비판적으로 믿지 않게 되고, 근거 없는 소문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시선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다. 걱정해야 할 것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을 좀 더 구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블랙 스완>의 저자인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는 우리가 접하는 소식의 대부분은 정보가 아니라 소음이며, 소음에 신경쓰면 오류의 확률도 증가하고 스트레스까지 덤으로 받는다고 말했다. 논리력은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데 있어 필요한 최소한의, 그러나 가장 유용한 필터인 셈이다.

  대입 논술을 준비하는 청소년들은 꼭 읽어둘 책이다. 그러나 누가 읽더라도 삶에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논리에 대한 기초적인 학습(교양 논리책 두어 권 정도라도 좋다)을 한 뒤에 이 책을 접하셨으면 한다. 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책의 가능성을 완전히 끌어내기 위해서다. 간결하고 좋은 책이라는 말은 그 안에 숨겨놓은 보물이 많다는 뜻이다.




-청소년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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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rong 2010-08-06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어쩐지 직업상 읽어봐야 할 것 같다는ㅎ 저 연필 낯익네요ㅎㅎ

외국소설/예술MD 2010-08-06 17:24   좋아요 0 | URL
아 자주 쓰시던 연필인가요?; 이게 구판이고 개정판이 나왔는데, 표지가 이게 더 멋진 것 같습니다;
 

낱말 하나하나가 시의 씨앗 같은 우리말 단어장.
아이들과 더불어 우리말 쓰는 모든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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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우리말 풀이사전
/  박남일 지음 / 서해문집


  밤하늘, 북극성 근처에는 W자로 빛나는 별자리가 있다. 의자에 앉은 채 영원히 거꾸로 매달리는 벌을 받은 악녀 카시오페아다. 사실 카시오페아는 우리말로도 이름을 갖고 있는데, 그 유래가 그리스 신화에 비하면 퍽 간단하다. W 모양이 배의 닻을 닮았다 해서 닻별이라 한다. 말 참 간단하고 예쁘다. 소리내어 읽어보자. "닻별" 하면 담백하고 깔끔한 소리가 난다.

  순우리말이 좋은 이유 중 하나다. 입말과는 아무 관계없이 외국어 조합을 그대로 옮겨온 한자말과는 달리, 우리말은 사람들 사이에서 입말로 쓰여지면서 더 불리우기 좋게, 뜻을 전하기 좋게 다듬어진다. 그래서 소리내어 말할 때 기분이 좋아진다. 청량하거나, 우스꽝스럽거나, 보드랍고 도탑다. 말마다 성격이 담겨있는 셈이다.

  그런 낱말들이 1700개가 들어가 있는 책이다. 쓸모가 많다. 좀더 분명한 뜻을 가진 낱말을 찾을 때도 참고가 되고, 같은 뜻을 가진 좀더 고운 말을 찾을 때도 참고가 된다. 당연히 논술에도 도움이 된다. 암기 단어가 아니라 뜻말이고 소리말이라 우리말 씀씀이가 훨씬 든든해지기 때문이다. 심지어 화장실에 놓아두어도 짧은 시간에 이만큼 흐뭇함 느낄 책이 있을까. 낱말 한둘의 사연이 뭐 그리 희한하지도 않은데, 돋을볕 돋을볕 소리내어 읽어본다.

  청소년들도 서둘러 읽어보자. 빠를수록 좋다. 교과서 참고서에 시체처럼 얹혀진 온갖 시들보다는 간결하고 좋은 말밥 하나하나가 시정을 더욱 불러 일으킬 것이다. 시는 나비 같아서, 고운 말을 품은 사람들에게 알아서 찾아든다. 부디 이 책 읽어서 어휘도 늘리고, 말 쓰는 힘도 기르고, 고운 것도 더 많이 보고, 자연스레 시도 좋아하는 아이들 되었으면 좋겠다. 요 좋은 책을 사춘기 때 읽게 될 아이들이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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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da 2010-08-04 2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는 나비 같아서, 고운 말을 품은 사람들에게 알아서 찾아든다."
시정을 불러일으키는 고운 문장에 나비처럼 팔락거리는 추천 글이네요.ㅎ

외국소설/예술MD 2010-08-05 10:21   좋아요 0 | URL
정말 그런 것 같네요(웃음). 제게도 시가 찾아왔으면 좋겠습니다. ㅎㅎ

merong 2010-08-04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와 엠디님 멋지십니다ㅎㅎ

외국소설/예술MD 2010-08-05 10:22   좋아요 0 | URL
아닌게아니라 그렇게 되고 싶습니다만... 잠시 한숨 쉬었습니다;

치니 2010-08-05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나 MD님 땜에 못살겠네요. 맨날 맨날 보관함에 넣어서 터질 지경.

외국소설/예술MD 2010-08-05 13:49   좋아요 0 | URL
구입하시면 보관함이 줄어듭...으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