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에코 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7
마이클 코넬리 지음, 이종인 옮김 / 시공사 / 199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월남전 참전 용사, LA의 고독한 늑대 해리 보슈. 베트남 전 전우의 시체를 발견하고, 죽음을 파헤치기 위해 상부의 압박과 싸워가며 수사를 진행해 가는데...두 번의 반전은 읽는 이를 씁쓸하게 만든다.

블랙 아이스와 블랙 에코 밖에 안 읽어봤지만, 해리 보슈 시리즈는 참 내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1. 트릭 자체에 집중하지 않는다. : 둘 다 웬만한 추리소설 열독자라면 알 수 있을 법한 트릭을 사용하고 있다.
2. 주인공이 고독한 늑대이다. : 개인적으로 세상에 단독자처럼 서 있는 주인공을 좋아한다.
3. 주인공의 어두운 내면과 추악한 현실을 오고가는 마이클 코넬리의 멋진 필력. : 왜 '회장님'인지 알 것 같다.

데뷔작이다 보니 블랙 아이스보다 약간 거칠기도 하고, 애정묘사는 좀 서투른 감이 있지만, 해리 보슈의 황량한 내면과 거친 베트남전의 묘사. 허를 찌르는 사건의 전개는 마음에 든다. 앞으로도 계속 읽을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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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0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해리 보슈 좋아하는데 달랑 두권이라니 너무 아쉬워요...

상복의랑데뷰 2005-08-08 13: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식이 있지 않을까요? ^^;

panda78 2005-08-08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랙 다알리아하고는 시리즈가 아닌 거죠? ^^;
블랙 아이스랑 블랙 에코라.. 헌책방에서 찾아봐야겠습니다.

상복의랑데뷰 2005-08-08 1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옙, 다릅니다. ^^ 블랙 아이스랑 블랙 에코는 헌책방에도 많고, 의외로 책 대여점 물건 취급하는 곳에 많이 있습니다. 시공사에서 나와서 그런지 대여점에 많이 풀렸었나봐요 ^^;
 
리틀 시스터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5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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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행은 전혀 외롭지 않았다. 그 길 위에서는 절대로 그럴 일이 없었다. 불필요한 장비를 모두 벗겨낸 포드 자동차를 탄 폭주족들이 16분의 1인치 틈을 두고 앞 차의 팬더에 바짝 붙기는 했지만 용케들 피해가며 교통의 흐름 속을 들락날락하면서 질주하고 있었다. 먼지를 뒤집어 쓴 쿠페나 세단을 탄 피곤한 남자들은 움질하며 핸들을 쥔 손에 더 세게 힘을 주고 집과 저녁식사, 스포츠란을 읽는 저녁, 쾅쾅 울려대는 라디오, 징징 울어대는 버릇없는 아들, 주절대는 멍청한 아내를 위해 북쪽이나 서쪽으로 고생하며 나아가고 있었다. 나는 계속 차를 몰아 야한 네온사인들과 그 뒤에 숨어 있는 위장 영업소들, 알록달록한 빛 아래서는 궁전처럼 보이는 허름한 햄버거 가게, 강인하고 날카로운 눈빛의 웨이트리스들이 서커스에서처럼 즐겁게 돌아다니는 원형 드라이브인 식당, 환한 카운터, 두꺼비도 독살할 수 있을 것 같은 땀과 기름으로 범벅이 된 부엌을 지나쳐갔다. 거대한 더블 트럭들이 월밍튼이나 센페드로에서부터 세풀베다를 넘어 덜거덕거리며 지나가 리지루트 쪽으로 건너가더니, 신호등 앞에서 동물원의 사자가 으르렁대는 듯한 낮은 소리를 내며 시동을 건 채로 멈춰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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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테크노마트에서 10시간 시달리고 난 후에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떠오른 구절. <리틀 시스터>에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내가 느낀 서울의 강변 북로는 이미 챈들러가 느낀 선샛 대로의 손아귀에 있었다. 챈들러는 씹으면 씹을수록 맛있는 오징어 같다. 가끔은 쓰기도 하지만...<리틀 시스터>는 짜증나고, 지치고, 누구에게 대들고 싶을 때 읽으면 후련하다. <안녕 내사랑>이나 <기나긴 이별>에 못지 않은 과소평가받는 작품이라는 생각도... -135~13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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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날 구입해서 읽은 비밀의 백화점입니다. 추리소설 독자로써 이러한 기획이, 그것도 별책부록으로 나왔다는 점에 대해서 한겨례 21과 구둘래 기자님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아쉬운 점도 분명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98%의 고마움을 바탕으로 드리는 이야기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__)

시작은 '내 생애 넘버 원'이라는 주제로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글은 당.연.히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을 소개해 주신 임필성 감독님-<남극일기> 씹어서 죄송합니다. (__)-과 평소에도 좋아하는 평론가 김영진님의 글입니다. 특히 김영진님의 글을 보면서, 이 분의 취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닐 수도 있지만, Film2.0에서 본 스티브 맥퀸에 대한 김영진의 러프컷을 읽고, 이분이 '전문가주의'를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 '흥분'을 소개하는 글에서도 그런 느낌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또, <백야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었던 김봉석 님의 글도 좋았구요.

또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 단권으로 출간된다는 기쁜 소식도 접할 수 있어서 좋았구요. 김현진씨의 '시드니 셀던의 언니 3종 세트'는 독특한 글이었고 공감도 많이 갔지만, 제가 시드니 셀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깊게 다가오지는 않더라구요.

다음은 출판사 추천작들이 올라와 있는데, 영림카디널에서 <부활하는 남자>들 대신에 <와일드 소울>을 소개했다는 것이 약간 의외였습니다. 소개글로써 무난합니다.

세번째는 만화였는데, 대박은 김진태씨의 만화였습니다. 역시 김진태님은 녹슬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의 반전이란! 그리고 유명소설들을 인용한 한태연씨의 만화도 좋았구요.

네번째는 마니아 설문조사였는데, 여기에 제 이름도 참여자로만 살포시 올라가 있습니다.(함량 미달로 탈락을..) 사실 스크린 6월호에서 본 몇 분이 겹치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추리 소설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살필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였습니다.

다섯번째는 '다음은 아는 만큼 놀란다.' 라는 추리소설에 대한 다양한 가이드입니다. 전체적인 아쉬움이기도 한데, 글의 퀄리티는 좋습니다. 그러나, 글들이 조금 두서없이 묶인데다가, 지면의 제약 덕분에 깊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일반독자들이 보기에는 친절하고 충실한 가이드입니다. 후자에 무게를 두고 기획된 만큼, 의도에는 충실했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아쉬움을 말하자면, 이다혜님의 'TV 수사물'은 지나치게 CSI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저같이 CSI문외한에게는 좋은 가이드였지만, 한편으로는 몽크나 고전 수사물에 대한 소개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지면의 제약때문에 힘들었겠지만요. 그리고 '홈스와 제국주의'라는 글은 구성상 '뜬금없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꼭 해야겠습니다. 정석화 님이 쓰신 '추리소설 작가로 사는 것'이라는 글은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솔직한 제 심정은 '왜 독자에게 푸념을 하는가'였습니다.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추리소설독자들이 한국추리소설에 대해서 불신과 편견에 가득차 있고, 한국에서 추리소설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힘드니까요. 하지만 누가 독자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독자 자신이? 아니면 출판사가? 가장 큰 책임은 작가들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큰 노력도 작가들에게 있습니다. 이 점을 분명 모르시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눈에 띌 만한 개선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독자들에게 '추리소설 작가로 사는 것이 어렵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런 논리라면 작은 시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양질의 추리소설을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들은 자선사업합니까? 아니, 시장을 핑계로 엉터리로 책을 내놓던가요? 이러한 문제에 비하면 분권이나 선정적인 책값 등의 문제는 대수롭지 않아 보입니다.(사실은 중요하죠 ㅠ_ㅠ)

이번에 나온 계간 미스테리를 예로 들어볼까요. 세 편의 단편은 모두 추리단편으로써 수준미달입니다. 특히 어떤 단편은 평범한 독자인 제가 봐도'내가 써도 이것보다 잘쓰겠다.'라는 분노를 일으킬 정도로 최소한의 문학적인 기본기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단편이었습니다. 억지로 명맥차원에서 미달작을 게재하느니, 차라리 수준작이 나올 때까지 단편을 게재하지 않는 단호함이 요구되는 때라고 봅니다. 물론 내부에는 다 피치못할 사정이 있겠지만, 지금은 독자와 작가 사이에 더 살벌한 긴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만, 정석화님에게는 아무런 악감정이 없습니다. 오히려 계간 미스테리도 다시 내시고, 한국 추리소설의 부흥을 위해서 여러모로 노력하시는 고마운 분이시죠. 하지만, 이 글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지막으로 각 출판사에서 출간된 추리소설 목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것도 보다가 실망을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절판된 책들도 아무 표시 없이 올려놓았더군요. 이 별책부록의 목적이 history가 아닌 guide인 만큼, 비밀의 백화점을 읽고 책을 구입할 독자들을 위해서 시중에서의 구매가능 여부를 밝혀놓는 것은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봅니다.

이 별책부록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어떤 독자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합니다. 현재의 저는 추리소설을 하나도 모르는 일반 독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추리소설에 대한 식견이나 지식이 풍부한 고급독자도 못됩니다. 중간에 위치한 어정쩡한 독자인 셈이지요. 그래서 비밀의 백화점은 복잡하게 읽힙니다. 특히 설문조사를 보면서, 어느정도 완성된 개성을 지니신 분들을 보면 부럽더라구요.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아직 이렇게 읽을 책들이 많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약간 절망스럽기도 하고 이율배반적인 심정이 됩니다. 다음에 이러한 별책부록이 나왔을 때는 더 좋은 모습으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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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0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별책 부록은 어디서 구하나요? 한갸레21을 사야만 하는 건가요? 에고 저도 설문에 응했는데요 ㅠ.ㅠ

상복의랑데뷰 2005-08-0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갸레21을 사면 못구하고 한겨례21을 사야 구할 수 있습니다. ^^; 물만두님 못 받으셨나요? 만약에 못구하시면 제가 하나 더 가지고 있으니 보내드릴께요.

물만두 2005-08-02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타 ㅠ.ㅠ 제가 구해보죠^^ 못 구하면 연락드릴께요^^

panda78 2005-08-0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내일 가도 살 수 있을까요? 그러면 좋겠다.... 랑데뷰님 글 읽고 나니 정말 궁금해요.

상복의랑데뷰 2005-08-0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간지라 어려울 수도. 만약에 못구하시면 제가 하나 더 가지고 있으니 ^^;

panda78 2005-08-0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럼 못 구하면 죄송하지만 꼭 좀 부탁드릴게요. ^^;;;

상복의랑데뷰 2005-08-0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집에 가서 찾아보겠습니다 ^^
 
두 동강이 난 남과 여 - 현대 일본추리 대표걸작선
노리즈키 린타로 외 10명 지음, 일본 추리작가 협회 엮음, 한국 추리작가 협회 옮김 / 봉성기획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우연하게 구입한 일본의 현대 추리작가들의 단편선집입니다. 한국 및 일본 추리작가 협회에서 양국 교류차원에서 추진한 작품집인 것 같습니다. 앞에는 유명한 추리작가이신 이상우 선생의 서평도 있습니다. 일본미스터리 소설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전무하기 때문에 부담없이 읽을 수가 있었습니다. 읽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작가들의 명성은 화려한 것 같습니다. 전 <아내의 여자친구>를 쓴 고이케 마리코와 나즈키 시즈코의 이름만 보고 구입했습니다. 물론 명성이 중요한 것은 아니겠지만, 현대일본의 추리소설계에서 명망높은 작가들이 참여한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작가들의 명성에 비해 단편들의 수준이 미치지 못한다는 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소수의 괜찮은 작품이 눈에 띄기는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실망스럽습니다. 우선 여기 수록된 작품들은 대부분 트릭이 눈에 보입니다. 그리고 제가 중요하게 보는 인물들의 감정묘사나 결말에서의 힘이 약합니다. 설사 트릭을 알더라도 결말에서 묵직한 맛을 준다면 어느 정도 괜찮은 평가를 내릴 수 있을 법도 한데, 안타깝게도 그런 작품이 별로 없습니다. 비록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작가들의 명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게 되니 상대적으로 더욱 아쉽구요. 일본 단편소설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에도가와 란포 상 수상집>이나 <일본 서스펜스 걸작선>의 수록작들이 한 수 위라는 것이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처음부터 좋지 않은 이야기만 늘어놔서 수록작에 대해 평을 하기가 약간 부담스럽네요. 이 책에 수록된 단편에 대해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두 동강이 난 남과 여(노리츠키 린타로)
치정관계가 얽힌 기괴한 분위기의 밀실살인을 다루고 있는 작품입니다. 트릭을 얼마나 빨리 알아채느냐가 이 단편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저는 몰랐지만, 대부분의 추리독자분들은 아실만한 트릭입니다. 노리츠기 린타로는 관시리즈로 유명한 아야츠지 유키히토 등과 함께 신본격물의 대표적인 작가라고 합니다.(두 사람은 같은 추리소설 연구회 출신입니다.) 이 작가는 엘러리 퀸처럼 소설가와 주인공 탐정 이름이 같은 작품들을 내고 있으며-이 작품은 아닙니다.-<눈밀실>과 <밀폐교실>이 높은 평가를 받는다고 합니다.

2. 살인 신혼여행(히가시노 게이고)
히로스에 료코로 유명한 영화 <비밀>의 원작자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입니다. 이 분 역시 상당히 유명한 베스트셀러작가라고 합니다. 최근에 노블하우스에서 <게임의 이름은 유괴>가 출판되었고, <백야행>도 출간되어 있습니다. 이 단편은 한 남자가 신혼여행지에서 자신의 아내를 살인자로 의심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아이디어에 비해서 작가의 구성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특히 결말부가 밋밋합니다. 조금 더 인물들의 감정묘사를 섬세하게 했더라면 더 좋은 작품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3. 피바다의 웨딩드레스(노나미 아사)
이 작품은 독특합니다. 각 장마다 시점이 바뀌면서 전개됩니다. 1장에서는 가출한 두 남녀가 등장하고, 2장에서는 난데없이 결혼을 앞두고 있는 꽃가게 주인이 등장합니다. 과연 이들 사이에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이 작품 역시 <두 동강이 난 남과 여>처럼 트릭을 얼마나 알아채느냐가 재미를 좌우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처음에 알아채는 바람에 결말의 놀라움이 덜하긴 했지만, 꼼꼼하게 잘 쓰여진 단편입니다.

4. 아메리카 마약 스쿨(바바 노부히로)
일본 작가가 쓴 미국을 배경으로 한 단편입니다. 미국의 한 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미국 양아치 vs 일본 유학생의 대결을 그린 작품입니다. 제목에도 나와있듯이 등장인물은 마약에도 쩔어있습니다. 미국판 <난지도대혈투>라고 보시면 될 듯 합니다. 주인공의 독백형식이고, 대결구도로 소설이 전개되기 때문에 몰입도가 강해야 하지만, 내용에 비해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5. 결혼식 손님(고이케 마리코)
<아내의 여자친구>의 작가 고이케 마리코의 작품입니다. 과거가 있는 남자가 결혼식에서 발견한 노파를 보고 점차 이성을 잃게 된다는 내용입니다. <아내의 여자친구>에서 본 그녀의 단편들과 비슷한 구조로 흘러갑니다. 결말도 나름대로 여운이 있구요. 기본은 하는 작품입니다. 다만 다른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고이케 마리코는 여성의 심리묘사에 비해 남성의 심리묘사가 떨어지는 편이기 때문에, 주인공의 행동에 감정적인 설득력이 떨어지는 것 같고, <아내의 여자친구>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예측가능한 결말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 단편입니다.

6. 한마디에 대한 벌(나츠키 시즈코)
'W의 비극'으로 유명한 나츠기 시즈코의 작품입니다.(부끄럽게도 아직 못 읽어봤습니다.) 이 작가의 평은 대단히 좋은데, 이 작품 역시 뛰어납니다. 제일 맘에 든 작품입니다. 사소한 오해로 인해서 사이가 벌어지는 두 친구의 이야기인데, 두 친구의 심리와 머리싸움에 대한 묘사가 압권입니다. 구성도 탄탄하구요. 이러한 사소한 오해는 일상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라는 생각을 하면 더욱 오싹해집니다.

7. 좋은 사람이지만(사노 요)
회사 상사가 소개시켜준 여자에게서 이상한 점을 발견한 평범한 회사원의 이야기입니다. 중반 이후로 드러나는 주인공의 비밀을 잘 보시면 트릭을 눈치챌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결말까지 끌고 가는 작가의 구성력과 필력이 좋습니다.

8. 이상한 인연(다카하시 카즈히코)
우연한 사고로 인해 친해진 두 주인공의 이야기입니다.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인데, 중반 이후에 지루해집니다. 결말은 중반 이후에 밝혀진 부분을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구요. 후반부를 압축적으로 묘사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9. 식인 상어(도모노 료)
식인 상어가 출몰한다는 이야기가 나돌면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기자의 이야기인데, 지나치게 안전하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시작부터 끝까지 뻔히 예상되는 구조로 흘러갑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단편집 중에서 제일 떨어지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10. 붉은 강(고스키 겐지)
자신의 아내를 죽인 범죄자를 변호했던 변호사와 한 집에서 살게 된 출감한 범죄자와의 관계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인물들의 심리묘사-특히 범죄자의 심리묘사에 주력하는 작품인데, 상당히 묵직한 맛이 있습니다. 왜 범죄자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밝혀지는 부분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었습니다.

11. 예절의 문제(야마다 마사키)
이 작품의 구성은 예전에 봤던 것이라 그다지 신선하지 않았습니다만, 아마 처음 접하게 되시는 분에게는 상당히 독특할 것 같습니다. 독자투고로만 이루어진 단편입니다. 구성의 독특함에 얼마나 동의하시느냐가 재미의 관건인 듯 합니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단편집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한마디에 대한 벌>이 제일 마음에 들었구요. <식인 상어>를 제외하면 무난하게 읽힙니다. 다만 구하기가 쉽지 않은 책인 것 같아 리뷰를 쓰는 것이 망설였습니다만, 아직 반디앤루니스에서는 구하실 수 있습니다. 부담없이 단편집을 읽으시려는 분이라면 보시는 것도 괜챃을 듯 합니다.

추신) 미디어 리뷰를 보면 상당히 좋게 써줬더군요. 네이버에서 찾아보니 경향신문동아일보의 리뷰가 있습니다. 동아일보 리뷰 중에 '이 책은 일본추리작가협회가 1990년대이후 발표된 미스터리 단편들 중에서 잘된 것을 골라 한국추리작가협회에 출판을 의뢰한 것. 그러므로 일본의 추리문학의 수준을 한눈에 보여주는 작품집.'이라는 표현은 부담스럽습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일본 추리문학도 약간은 정체기인 거겠죠. 그래봐야 우리나라만 하겠습니까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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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7-31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복이 좀 컸지만 그래도 몇몇이 좋아 괜찮았습니다...

상복의랑데뷰 2005-07-31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몇이 적다는 것이 좀 아쉬울 따름이죠 ^^
 
암호 미스터리 걸작선 세계추리베스트 18
0. 헨리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국일출판사에서 나온 단편집입니다. 이 단편집은 '암호풀이'라는 다소 특이한 주제로 묶여있는 단편집입니다. 추리소설계의 대부이신 정태원씨께서 번역 및 해설을 담당하셨구요.

오늘날의 암호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컴퓨터의 영역이 되어, 일반적인 추리소설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스파이 소설에서 간혹 찾아볼 수 있습니다.(요즘은 무협소설에서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암호풀이를 주제로 한 단편이 적고, 독자들의 관심도 적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암호를 만드는 수단이 정교해졌을 뿐, 기본 원리는 여전히 같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잘 알려진 <춤추는 인형>나 <문자 조합 자물쇠>에서부터 작가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 단편들까지 다양한 단편들이 수록되어있고, 이는 정태원님의 방대한 지식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리고 맛깔난 해석도 좋구요. (국일출판사의 책들은 대부분 정태원씨의 해설로 기본 20점은 먹어준다고 봐야겠죠.) 또한 이 단편집에서 처음 보는 작가와 캐릭터들도 신선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렇지만, 단편간의 편차가 좀 있습니다. 암호풀이라는 것은 일정 부분 독자가 암호를 풀 수 있는 힌트를 남겨야 더욱 재미가 있다고 보는데, 일부 단편은 작가의 과도한 암호만들기로 인해서 오히려 독자가 참여할 여지를 원천봉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단편들은 암호만들기에 집중하다보니 단편 자체의 재미가 떨어지는 경향도 있구요. 특히, 오 헨리의 단편은 정말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거의 최초의 암호 미스터리인 에드가 엘런 포우의 <황금벌레>가 왜 빠졌을까요? 전공 때문인지 몰라도, <황금벌레>는 반드시 들어가야할암호 미스테리의 걸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선집에는 없네요.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상 수상작>, <~선 걸작선>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아직도 싸게 파는지는 모르겠는데, 국일출판사 책들은 교보에서 반값에 팔고 있으니 구입하시는데 큰 부담이 없으실 겁니다. ^^

1. 문자조합 자물쇠(오스틴 프리맨) : C.S.I.나 스카페타의 원조, 손다이크 박사의 대단히 유명한 단편입니다. 이 단편집에서 처음으로 읽어봤는데, 아주 잘 쓰여진 작품입니다. 암호의 핵심인 문자조합 자물쇠를 풀어가는 과정은 대단히 정교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의 힘을 신봉하는 손다이크 박사라는 캐릭터도 매력적이면서 개성적입니다.

2. 대암호(멜빌 데이비슨 포스트) : 엉클 애브너로 유명한 포스트의 단편입니다. 이 단편집의 백미입니다. 반다인이 격찬한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와 일기만으로 이 정도의 트릭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솜씨입니다. 특히 결말부의 충격은 상당합니다. 얄밉게 편집되어 있기도 하구요. 심리 암호라고 해야하나요? 아무튼 강추입니다.

3. 토머스 수도원장의 보물(몬태규 로드 제임스) : <다빈치 코드>나 <장미의 이름>류의 단편입니다. 암호풀이와 괴기소설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괜찮은 단편입니다. 그렇지만, 이 단편 역시 과도한 지식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고 결말이 대략 싱겁습니다.

4. 춤추는 인형(아서 코난 도일) : 셜록 홈즈의 걸작 단편 중에 하나이자 수록된 단편 중에서도 걸작에 속합니다. 너무 알려진 것이 약점이라면 약점이죠. 짧은 전공지식으로 비추어 봐도 셜록 홈즈가 암호를 풀기 위해 접근하는 방식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아마 안 읽어보신 분들이 보면, 상당히 재미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이 단편에는 결정적인 흠이 하나 있습니다. 춤추는 인형 기호 중에 두 개가 동일합니다. 삽화가의 실수인 듯 합니다.

5. 미카엘의 열쇠(엘사 베이커) : 고전기 유명한 탐정 중에 하나인 덱스터 드레이크가 등장하는 단편입니다. 노공주의 보물을 찾기 위한 주인공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무난하게 읽었습니다. <구석의 노인>처럼 고전의 향수가 느껴지는 단편입니다.

6. 캘러웨이의 암호(오 헨리) : 가장 실망한 작품입니다. <흑거미 클럽>의 <양키 두들>처럼, 신문사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암호를 풀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오 헨리의 단편처럼 극적인 반전도 없습니다. 이것보다는 <황금벌레>가 나아보입니다.

7. 특이한 암호의 비밀(F.A.M. 웹스터) : 이 단편은 제목 그대로 특이한 암호가 등장합니다. 전공과 연관이 있음에도 풀지 못하겠더군요.

8. 공갈단의 암호책(하비 오히긴즈) : 암호소설이기보다는 모험소설에 가깝습니다. 주인공 꼬마의 대활약에 비해 암호풀이는 약한 편입니다. 하지만 은근히 유쾌합니다.

9. 히야신스 아저씨(알프레드 노이즈) : 이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입니다. 암호책이 있어야 암호를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파이의 심경변화를 긴장감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마음에 듭니다.

금요일 추가) 정태원님의 해설을 보니 <황금벌레>를 뺀 이유는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에 포함이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말씀을 듣고 보니 굳이 <황금벌레>를 넣지 않고, 다른 새로운 단편들을 소개한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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