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미스터리 걸작선 세계추리베스트 18
0. 헨리 외 지음, 정태원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3월
평점 :
절판


국일출판사에서 나온 단편집입니다. 이 단편집은 '암호풀이'라는 다소 특이한 주제로 묶여있는 단편집입니다. 추리소설계의 대부이신 정태원씨께서 번역 및 해설을 담당하셨구요.

오늘날의 암호는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 컴퓨터의 영역이 되어, 일반적인 추리소설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스파이 소설에서 간혹 찾아볼 수 있습니다.(요즘은 무협소설에서 많이 나오는 편입니다.) 그러다 보니 암호풀이를 주제로 한 단편이 적고, 독자들의 관심도 적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암호를 만드는 수단이 정교해졌을 뿐, 기본 원리는 여전히 같다는 것을 느끼게 합니다.

잘 알려진 <춤추는 인형>나 <문자 조합 자물쇠>에서부터 작가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 단편들까지 다양한 단편들이 수록되어있고, 이는 정태원님의 방대한 지식을 짐작하게 합니다. 그리고 맛깔난 해석도 좋구요. (국일출판사의 책들은 대부분 정태원씨의 해설로 기본 20점은 먹어준다고 봐야겠죠.) 또한 이 단편집에서 처음 보는 작가와 캐릭터들도 신선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그렇지만, 단편간의 편차가 좀 있습니다. 암호풀이라는 것은 일정 부분 독자가 암호를 풀 수 있는 힌트를 남겨야 더욱 재미가 있다고 보는데, 일부 단편은 작가의 과도한 암호만들기로 인해서 오히려 독자가 참여할 여지를 원천봉쇄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어떤 단편들은 암호만들기에 집중하다보니 단편 자체의 재미가 떨어지는 경향도 있구요. 특히, 오 헨리의 단편은 정말 이해하기 힘듭니다. 그리고, 거의 최초의 암호 미스터리인 에드가 엘런 포우의 <황금벌레>가 왜 빠졌을까요? 전공 때문인지 몰라도, <황금벌레>는 반드시 들어가야할암호 미스테리의 걸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선집에는 없네요. 좀 아쉽습니다.

그래도, <~상 수상작>, <~선 걸작선>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는 점에서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아직도 싸게 파는지는 모르겠는데, 국일출판사 책들은 교보에서 반값에 팔고 있으니 구입하시는데 큰 부담이 없으실 겁니다. ^^

1. 문자조합 자물쇠(오스틴 프리맨) : C.S.I.나 스카페타의 원조, 손다이크 박사의 대단히 유명한 단편입니다. 이 단편집에서 처음으로 읽어봤는데, 아주 잘 쓰여진 작품입니다. 암호의 핵심인 문자조합 자물쇠를 풀어가는 과정은 대단히 정교하며, 어떤 상황에서도 이성의 힘을 신봉하는 손다이크 박사라는 캐릭터도 매력적이면서 개성적입니다.

2. 대암호(멜빌 데이비슨 포스트) : 엉클 애브너로 유명한 포스트의 단편입니다. 이 단편집의 백미입니다. 반다인이 격찬한 작품이라고 해서 기대를 했는데,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와 일기만으로 이 정도의 트릭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솜씨입니다. 특히 결말부의 충격은 상당합니다. 얄밉게 편집되어 있기도 하구요. 심리 암호라고 해야하나요? 아무튼 강추입니다.

3. 토머스 수도원장의 보물(몬태규 로드 제임스) : <다빈치 코드>나 <장미의 이름>류의 단편입니다. 암호풀이와 괴기소설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는 괜찮은 단편입니다. 그렇지만, 이 단편 역시 과도한 지식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고 결말이 대략 싱겁습니다.

4. 춤추는 인형(아서 코난 도일) : 셜록 홈즈의 걸작 단편 중에 하나이자 수록된 단편 중에서도 걸작에 속합니다. 너무 알려진 것이 약점이라면 약점이죠. 짧은 전공지식으로 비추어 봐도 셜록 홈즈가 암호를 풀기 위해 접근하는 방식은 상당히 타당성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아마 안 읽어보신 분들이 보면, 상당히 재미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이 단편에는 결정적인 흠이 하나 있습니다. 춤추는 인형 기호 중에 두 개가 동일합니다. 삽화가의 실수인 듯 합니다.

5. 미카엘의 열쇠(엘사 베이커) : 고전기 유명한 탐정 중에 하나인 덱스터 드레이크가 등장하는 단편입니다. 노공주의 보물을 찾기 위한 주인공의 활약이 펼쳐집니다. 개인적으로는 무난하게 읽었습니다. <구석의 노인>처럼 고전의 향수가 느껴지는 단편입니다.

6. 캘러웨이의 암호(오 헨리) : 가장 실망한 작품입니다. <흑거미 클럽>의 <양키 두들>처럼, 신문사에 대한 지식이 없으면 암호를 풀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다른 오 헨리의 단편처럼 극적인 반전도 없습니다. 이것보다는 <황금벌레>가 나아보입니다.

7. 특이한 암호의 비밀(F.A.M. 웹스터) : 이 단편은 제목 그대로 특이한 암호가 등장합니다. 전공과 연관이 있음에도 풀지 못하겠더군요.

8. 공갈단의 암호책(하비 오히긴즈) : 암호소설이기보다는 모험소설에 가깝습니다. 주인공 꼬마의 대활약에 비해 암호풀이는 약한 편입니다. 하지만 은근히 유쾌합니다.

9. 히야신스 아저씨(알프레드 노이즈) : 이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는 작품입니다. 암호책이 있어야 암호를 풀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파이의 심경변화를 긴장감 있게 다루었다는 점에서는 마음에 듭니다.

금요일 추가) 정태원님의 해설을 보니 <황금벌레>를 뺀 이유는 <마리 로제의 수수께끼>에 포함이 되어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말씀을 듣고 보니 굳이 <황금벌레>를 넣지 않고, 다른 새로운 단편들을 소개한 것이 더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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