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날 구입해서 읽은 비밀의 백화점입니다. 추리소설 독자로써 이러한 기획이, 그것도 별책부록으로 나왔다는 점에 대해서 한겨례 21과 구둘래 기자님께 큰 감사를 드립니다. 아쉬운 점도 분명이 있지만, 어디까지나 이는 98%의 고마움을 바탕으로 드리는 이야기라는 점을 미리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__)

시작은 '내 생애 넘버 원'이라는 주제로 자신이 좋아하는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았던 글은 당.연.히 아이리시의 '환상의 여인'을 소개해 주신 임필성 감독님-<남극일기> 씹어서 죄송합니다. (__)-과 평소에도 좋아하는 평론가 김영진님의 글입니다. 특히 김영진님의 글을 보면서, 이 분의 취향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아닐 수도 있지만, Film2.0에서 본 스티브 맥퀸에 대한 김영진의 러프컷을 읽고, 이분이 '전문가주의'를 선호한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 '흥분'을 소개하는 글에서도 그런 느낌에 확신이 생겼습니다. 또, <백야행>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볼 수 있었던 김봉석 님의 글도 좋았구요.

또 <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이 단권으로 출간된다는 기쁜 소식도 접할 수 있어서 좋았구요. 김현진씨의 '시드니 셀던의 언니 3종 세트'는 독특한 글이었고 공감도 많이 갔지만, 제가 시드니 셀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깊게 다가오지는 않더라구요.

다음은 출판사 추천작들이 올라와 있는데, 영림카디널에서 <부활하는 남자>들 대신에 <와일드 소울>을 소개했다는 것이 약간 의외였습니다. 소개글로써 무난합니다.

세번째는 만화였는데, 대박은 김진태씨의 만화였습니다. 역시 김진태님은 녹슬지 않았던 것이었습니다. 마지막의 반전이란! 그리고 유명소설들을 인용한 한태연씨의 만화도 좋았구요.

네번째는 마니아 설문조사였는데, 여기에 제 이름도 참여자로만 살포시 올라가 있습니다.(함량 미달로 탈락을..) 사실 스크린 6월호에서 본 몇 분이 겹치는 것이 아쉽긴 했지만, 추리 소설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살필 수 있는 재미있는 기회였습니다.

다섯번째는 '다음은 아는 만큼 놀란다.' 라는 추리소설에 대한 다양한 가이드입니다. 전체적인 아쉬움이기도 한데, 글의 퀄리티는 좋습니다. 그러나, 글들이 조금 두서없이 묶인데다가, 지면의 제약 덕분에 깊이가 부족하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일반독자들이 보기에는 친절하고 충실한 가이드입니다. 후자에 무게를 두고 기획된 만큼, 의도에는 충실했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아쉬움을 말하자면, 이다혜님의 'TV 수사물'은 지나치게 CSI에 치우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저같이 CSI문외한에게는 좋은 가이드였지만, 한편으로는 몽크나 고전 수사물에 대한 소개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지면의 제약때문에 힘들었겠지만요. 그리고 '홈스와 제국주의'라는 글은 구성상 '뜬금없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꼭 해야겠습니다. 정석화 님이 쓰신 '추리소설 작가로 사는 것'이라는 글은 상당히 실망스러웠습니다. 솔직한 제 심정은 '왜 독자에게 푸념을 하는가'였습니다. 심정적으로는 이해가 갑니다. 추리소설독자들이 한국추리소설에 대해서 불신과 편견에 가득차 있고, 한국에서 추리소설작가로 살아가는 것이 힘드니까요. 하지만 누가 독자들을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독자 자신이? 아니면 출판사가? 가장 큰 책임은 작가들 스스로에게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가장 큰 노력도 작가들에게 있습니다. 이 점을 분명 모르시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지만, 눈에 띌 만한 개선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독자들에게 '추리소설 작가로 사는 것이 어렵다.'라고 말씀하시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습니다. 이런 논리라면 작은 시장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양질의 추리소설을 출간하고 있는 출판사들은 자선사업합니까? 아니, 시장을 핑계로 엉터리로 책을 내놓던가요? 이러한 문제에 비하면 분권이나 선정적인 책값 등의 문제는 대수롭지 않아 보입니다.(사실은 중요하죠 ㅠ_ㅠ)

이번에 나온 계간 미스테리를 예로 들어볼까요. 세 편의 단편은 모두 추리단편으로써 수준미달입니다. 특히 어떤 단편은 평범한 독자인 제가 봐도'내가 써도 이것보다 잘쓰겠다.'라는 분노를 일으킬 정도로 최소한의 문학적인 기본기조차 갖추어지지 않은 단편이었습니다. 억지로 명맥차원에서 미달작을 게재하느니, 차라리 수준작이 나올 때까지 단편을 게재하지 않는 단호함이 요구되는 때라고 봅니다. 물론 내부에는 다 피치못할 사정이 있겠지만, 지금은 독자와 작가 사이에 더 살벌한 긴장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합니다.

노파심에 말씀드립니다만, 정석화님에게는 아무런 악감정이 없습니다. 오히려 계간 미스테리도 다시 내시고, 한국 추리소설의 부흥을 위해서 여러모로 노력하시는 고마운 분이시죠. 하지만, 이 글은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습니다.

마지막으로 각 출판사에서 출간된 추리소설 목록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것도 보다가 실망을 했습니다. 출판사에서 절판된 책들도 아무 표시 없이 올려놓았더군요. 이 별책부록의 목적이 history가 아닌 guide인 만큼, 비밀의 백화점을 읽고 책을 구입할 독자들을 위해서 시중에서의 구매가능 여부를 밝혀놓는 것은 독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봅니다.

이 별책부록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어떤 독자인가라는 질문을 하게 합니다. 현재의 저는 추리소설을 하나도 모르는 일반 독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추리소설에 대한 식견이나 지식이 풍부한 고급독자도 못됩니다. 중간에 위치한 어정쩡한 독자인 셈이지요. 그래서 비밀의 백화점은 복잡하게 읽힙니다. 특히 설문조사를 보면서, 어느정도 완성된 개성을 지니신 분들을 보면 부럽더라구요.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아직 이렇게 읽을 책들이 많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에 약간 절망스럽기도 하고 이율배반적인 심정이 됩니다. 다음에 이러한 별책부록이 나왔을 때는 더 좋은 모습으로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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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8-02 1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별책 부록은 어디서 구하나요? 한갸레21을 사야만 하는 건가요? 에고 저도 설문에 응했는데요 ㅠ.ㅠ

상복의랑데뷰 2005-08-02 1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갸레21을 사면 못구하고 한겨례21을 사야 구할 수 있습니다. ^^; 물만두님 못 받으셨나요? 만약에 못구하시면 제가 하나 더 가지고 있으니 보내드릴께요.

물만두 2005-08-02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오타 ㅠ.ㅠ 제가 구해보죠^^ 못 구하면 연락드릴께요^^

panda78 2005-08-03 1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옷- 내일 가도 살 수 있을까요? 그러면 좋겠다.... 랑데뷰님 글 읽고 나니 정말 궁금해요.

상복의랑데뷰 2005-08-0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간지라 어려울 수도. 만약에 못구하시면 제가 하나 더 가지고 있으니 ^^;

panda78 2005-08-03 1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럼 못 구하면 죄송하지만 꼭 좀 부탁드릴게요. ^^;;;

상복의랑데뷰 2005-08-03 1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단 집에 가서 찾아보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