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직장인 부동산에 빠져라 - 멘토에게 배우는 부동산 재테크
김승호 지음 / 맛있는책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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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부동산의 A부터 Z까지 대해서 친절하고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는 책. 추천사의 말 그대로 부동산에 대한 책은 많지만 초보자를 위한 쉬운 책으로 손에 꼽을 정도다. 우선 초보자라는 타겟에 정확하게 촛점을 맞춘 저자의 세심한 기획력과 단련된 필력에 감탄했다. 부동산 전문기자로써 현장에서 직간접적으로 체득한 체험을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요즘 유행하는 것처럼 고수와 무일푼이라는 두 명의 인물을 등장시켜 우화를 통해 이해를 높히고 있다는 점도 높이 사고 싶다. 줏어들은 몇몇 지식 밖에 없었던 나 역시 차근차근 따라가면서 많은 것들을 배우고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점에서 대단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이 책의 제목대로 20대 직장인이 부동산에 빠진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20대 중반, 남자의 경우 20대 후반~30대 초반에 첫 직장을 가지게 되는데, 최근의 집값으로는 부동산은 커녕 동산도 가지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지금의 20대용 제태크 서적이 나온 부동산 성공사례들은 참여정부 출범이래 집값이 '전국적'으로 폭등하기 전의 사례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가능했지만, 지금은 종잣돈을 모은다고 해도 금융상품으로 눈을 돌리기 쉽다. (전혀 없지는 않고, 이 책에도 설명된 기획 부동산이 가능하긴 하다. 혹은 서울 근교의 주택을 구입하던가. 그러나 모두 환금성이 떨어지고, 수익률도 낮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도 20대라는 제목이 무색하게 30대 중반의 대리가 주인공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의 제목대로 20대 직장인은 부동산에 빠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돈이 모였을 때 지식도 같이 모이지 않기 때문이다. 냉소적으로 생각한다면 돈을 모으는 것 보다 집값이 더 빨리 오르는데 무슨 집이냐 할 수도 있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우리나라에서 집을 산다는 건 벼랑에 매달려서 나무뿌리 하나 매달린 채로 살아나겠다고 버둥거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지식쌓기를 포기하는 것은 그나마 손에 쥐고 있는 지푸라기마져 놓겠다는 생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비유일지 모르겠지만, 당장 로또 1등에 당첨되서 10여억원 정도를 수령했을 때 그 돈을 불리거나 유지할 수 있는 지식이 없다면 소비수준만 높아져서 결국에는 파산할 가능성이 높은 것처럼. 20대를 위해서가 아니라 30대에 부동산을 구입해서 행복한 삶을 누리기 위해20대에 부동산에 빠져들 필요가 있다. 제태크에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부동산에 대해서 관심은 많이 있지만 잘 모른다고 생각한다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이미 일정 수준의 지식을 가지고 있다면, 이 책의 챕터별로 설명하고 있는 부분'만' 다루고 있는 고급서적을 읽으시기를 권한다.

참고로 이 책은 최근 부동산이슈 중에 핵심인 청약가점제 이전에 나온 책이라 원론적인 설명에 그치고 있다. 그 부분은 신문기사를 통해서 보충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도표 등 개념을 설명하는 부분에 보이는 몇몇 오타는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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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국 북경 부동산 업자가 본 '20대 직장인 부동산에 빠져라' 감상문
    from 남기범(Alex Nam,南基范) :: 중국 생활,,, 그리고 중국 부동산 2009-07-06 16:45 
    20대 직장인 부동산에 빠져라 - 김승호 지음/맛있는책 안녕하십니까? 중국 북경 대신부동산컨설팅 유한공사(http://www.95hows.com, http://www.alexnam.com)의 남 기범입니다. 10여년 넘게 IT 사업을 하다가, 부동산 업자가 된지 이제 4년여가 되어 가는 군요.. 부동산 관련해서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지라, 틈틈히 부동산 관련 서적들을 보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 부동산과 제가 수 없이 보고 있는 한국 부동산 서적에서..
 
 
 
은행원 니시키 씨의 행방
이케이도 준 지음, 민경욱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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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약간 씁쓸한 기분으로 읽었다. 재취업 과정에서 제일 먼저 미역국을 선사한 곳이 SC제일은행이었기에, 작품의 무대로 등장한 도쿄제일은행이라는 이름때문에 내가 떨어졌다는 것을 옆구리 쿡쿡 찔리듯이 느껴야 했고, 한편으로는 잔혹한 인간군상을 간접체험하면서 떨어진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어처구니없는 위안감도 느껴야 했다. 그야말로 뒤죽박죽이었다.

이 작품은 요즘 각광받는다는 일상의 미스테리 계열이라고 들었다. 그리고 미쓰비시 은행에서 근무했던 작가의 경험을 살려 도쿄제일은행(윽;;;)이라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은행원들의 일상을 담담해서 오히려 차갑게 느껴지는 필치로 그렸다. 제목을 반으로 나누자면 후자는 '은행원'이고 전자는 '행방'인 셈이다. 그 연결고리가 되는 것이 '니시키 씨'인 셈이고...

엉뚱한 예시였지만, 작품도 제목처럼 츨러간다. 초반의 단편들은 격무에 시달리는 은행원의 삶에 집중한다. <88만원 세대>, <샌드위치 코리아>라는 말이 화두가 되는 무한경쟁의 시대에서, 안정의 대명사였던 은행도 예외는 되지 못한다. 학벌이 낮은 사람은 학벌 때문에, 실적이 나쁜 사람은 실적 때문에, 적성이 맞지 않는 사람은 담당업무 때문에, 노예만도 못한-노예는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나쁜 주인이 아니라면 최소한 보호를 했다.-은행원의 삶.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현실감이 그득그득 넘친다. '실적달성'이라는 표현 속에 숨겨진 은행원들의 눈물과 애환을 읽으면서 내년부터 나도 이렇겠거니 하면서 숙연해졌다. 포스코나 현대중공업 같은 거대한 장치산업의 일원이 되거나 연구직이 아닌 한 대부분의 경우 결국 '영업'과 '실적'이라는 문제로 흘러가게 되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니까. 구구절절한 사연 속에 드러난 현실감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감히 단언할 수 있다. 자신의 경험을 녹여낼 수 있다는 것. 잘만하면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느꼈다.

하지만 <나의 미스테리한 일상>처럼, 미스테리적인 요소가 뛰어나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다. <나의 미스테리한 일상>은 각 단편들간의 멋진 트릭들과 행간 사이의 '숨겨진' 이야기들이 맞물리면서 흥미진진했고, 맨 마지막의 거대한 결말 앞에서는 존경스러운 마음까지 들었는데, 사건 발생-니시키 씨의 실종-결말로 이어지는 과정이 밍숭맹숭하다. 트릭, 단서 모든 것이 그저 그런 수준이다. 기대했던 만큼의 수준에 못 미친 것이 아니라 그냥 별로였다. 게다가 이 작품은 은행원들의 일상 쪽에 무게가 실려있기에 상대적으로 더 묻히는 느낌도 들고. 시놉시스를 대략 훑어보고 미스테리적인 요소가 강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 소설은 은행원들의 애환을 더 생생하게 그리기 위해서 소설은행원들의 애환을 그린 소설 미스테리적인 요소를 일부 차용했다고 생각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결말 부분의 메세지를 보면 특히 그런 느낌이 든다. 말하고 싶은 것은 알겠고, 결과물도 좋은데 이왕 내가 좋아하는 부분도 차용할 바에는 좀 더 섬세하게 만들어줬으면 하는 아쉬움이랄까...니시키 씨가 실종되기 전의 전반부의 단편이 더 생생하고 재미있었다고 하면 작가에게 실례일려나...   

은행원들의 애환을 다루는 묘사만으로 아주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지나치게 전문적이지도 않으면서도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미스테리가 약하다고 트집을 잡아서 좀 억지스럽다는 생각도 들지만, 중간에 삽입된 니시키 씨의 실종 사건이 더 세련됐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추신) 국내 처음으로 소개된 작가이기 때문에 함부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이 작품만 보면 뛰어난 작가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재의 특이성 때문에 작가로써 그 이상을 재연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가능성을 기대해 본다. 소개를 보니 금융 미스테리에 천착한다고 하니 한 소재에 일가견을 이룬 딕 프랜시스나 에드 멕베인 같은 작가였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해본다. 팬들에게는 정말 죄송하지만 <4일간의 기적>과 <눈의 야화>의 아사쿠라 다쿠야처럼 경험을 풀어낸 것 외에는 없는 작가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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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9-23 18: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상복의 랑데뷰님, 인사는 처음이지요?
리뷰 잘 읽었습니다.^^ 오늘까진 추석연휴라도 좀 느긋하네요^^
연휴 편안히 보내시길.. (즐찾하고 갑니다~)

비로그인 2007-09-26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엔 추리물들이 넘쳐나지만, 추리물들에도 장르가 있지만, 좀 색깔들이 약한 것들도 마구 포함되는 거 같아요.

상복의랑데뷰 2007-10-01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혜경 / 인사가 늦었습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하구요, 별볼일은 없는 블로그지만 앞으로도 종종 들려주세요. 저도 즐찾했습니다. ^^

새초롬너구리 / 사람마다 판단기준은 다르겠지만, 전 추리소설 같지는 않고 기업소설 같은 느낌이 들더라구요 ^^;
 
흑소소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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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쉴새없이 나오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호시 신이치/츠츠이 야스타카 풍의 단편집. 정확히 말하면 호시 신이치보다는 길고 츠츠이 야스타카보다는 덜 독설스럽다.(사실 쓰면서 보니 호시 신이치보다는 츠츠이 야스타카의 단편집과 유사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흑소/독소/괴소 이렇게 3편의 단편집이 나왔다.(썩소도 나올법한데...이건 단편집이 아니라 사진첩인가?) 

요즘 취업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아서 두껍고 안 읽히는 책은 멀리하다 보니 졸작이라도 읽히는 힘이 최강인 히가시노 게이고만 찾게 된다.(이 직전에 <은행원 니시키씨의 행방>을 읽어서 더 머리가 아팠는지도...)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즐거운 독서를 할 수 있었다. 일종의 팬서비스라고 생각하면 편할 듯 하다. 자신의 작품을 패러디한 것도 있고, 동화를 약간 비튼 것도 있고, 앞에서 언급한 츠츠이 야스타카를 연상케 하는 섹스코메디, 문단을 비꼬는 연작 단편, 감동적인 소재를 다룬 호러 등 여러 소재를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다. 그러나 책을 덮고 생각해 보니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는 단편에는 그렇게 장기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읽힐만 하면 끝나고 읽힐만 하면 끝나서 좀 감질맛이 낫다. 그래서 연작 단편이 재일 재미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심각한 사회현상을 심각하지 않게 다루면서 독자를 심각하게 만드는 히가시노 게이고 특유의 <임계가족>이 괜찮았다. 요즘 기대치가 완전 밑바닥이라서 그런지 술술 읽히는 것 만으로도 그닥 흠을 잡지 않고 싶은 느낌이긴 한데, 그래도 몇몇 작품은 그런 기대치를 밑도는 수준이라서 살짝 아쉽긴 했다. 그러나 단편집의 편차가 고를 수만은 없으니...

히가시노 게이고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팬서비스 차원에서 킬킬대면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싫어하는 분들이 봐도 그렇게까지 책 잡힐 단편집은 아닌 것 같다. 그리고 이 책의 연작 단편집이라고 할 수 있는 상을 둘러싼 편집자-작가 이야기가 재미있으신 분들은 꼭! 츠츠이 야스타카의 <소설 일본문단>을 읽어보기를 권해드린다. 내가 읽어본 최고의 블랙 코메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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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7-09-18 2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방.과.후.(찌릿)

보석 2007-09-19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임계가족>과 출판계 이야기 괜찮았는데. 츠츠이 야스타카 체크 체크.

상복의랑데뷰 2007-09-19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초롬너구리 / 도서관에서 아직 연락이 오고 있지 않습니다...

보석 / 꼭 읽어보세요. 이 책이 재미있으시면 다다노 교수의 반란도 읽어보시구요 ^^;
 
기요사키와 트럼프의 부자 - 백만장자와 억만장자가 말하는 부의 공식
로버트 기요사키 외 지음, 김재영 외 옮김 / 리더스북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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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기요사키. 아마 우리나라에 가장 영향을 미친 책을 나열한다면 기요사키의 <부자 아빠> 시리즈는 꼭 꼽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너무도 당연한 재테크에 대한 관심을 촉발한 책, 출판 시장의 지형도를 재테크/자기계발로 변화시킨 책, 황금가지라는 출판사를 한번에 각인시킨 책 등, 이 시리즈가 가지는 가치는 영어표현 그대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사'적인 의미를 무시하고 책 자체만 놓고 보자면, 기요사키의 충고에 대해서는 신뢰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귤이 강남에 가면 탱자가 되듯이 미국에서의 방식으로 한국에서 성공하라는 무리인데다가, 가난한 직장이었던 시절에도 정말 건방진 생각이지만, 기요사키의 방식은 상식 수준에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들이 많았다. 특히 부자아빠와의 경험담이 아닌 구체적인 조언 부분으로 들어갈수록 고개를 갸우뚱하는 일이 많았다. 오히려 이를 비판한 이진의 <부자아빠의 진실게임>을 읽고 얻은 것이 컸으니까.

세월이 지나서 생각해 보니, 기요사키에 대한 난감함은 어떤 재테크 책을 읽어도 느끼는 부분이었다. 물론 실천가로써의 기요사키는 지금도 신뢰하지 않지만, 적어도 사상가로써의 기요사키는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 그리고 절반정도는 믿지는 셈 치고 그의 생각대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한 내 자신에게도 문제가 있었던 것이고. 지금보더도 더 어리석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어떤 가치관이던 그것을 실천하는 개인의 상황이나 성격에 따라 다르게 구현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기요사키의 방식을 따를 게 아니라 기요사키의 통찰력을 이해하고 나에게 맞게 재구성하고 실천했어야 하는데, 천둥벌거숭이처럼 잘난척을 했던게 아닌가 하는 후회가 든다.

그리고 도널드 트럼프. 솔직히 가쉽거리 란에만 오르내리던 부동산 투기꾼인 줄 알았다. 게다가 늘 회자되는 파산위기에 대한 기사와 이혼과 재혼에 대한 기사만 읽은 나로써는 그저 그런 사람인 줄 알았는데, 백수초기에 도서관에서 뒹굴던 그의 책을 읽고는 생각이 바뀌었다. 가장 위대한 자수성가인 중에 한 명이라는 생각이다. 물론 특유의 거만함이나 자아도취적인 면이 있긴 하지만 사업가적 기질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나로써는 이런 자신만만하고 야심만만한 사람의 이야기가 호연지기를 기르는데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고 사업을 할 용기가 생겼거나 노력을 했다는 것은 없지만-이러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는게 아닐까.-, 최소한 리더쉽이나 통찰력에서 배운 점은 많았다. <어프랜티스>는 보지 못했지만, 의도한 것이던 치밀한 계산의 결과던 간에 자신의 경험을 노련하게 노출하는 모습만으로도 책 속에서 충분히 배울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이들이 뭉쳐서 만든 책 역시 이 두 사람의 장단점이 고루 섞였다. 어떤 면에서는 고개를 끄덕이고 어떤 면에서는 쓴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예를 들어 뮤추얼 펀드를 회피하고 부동산에 투자해라 등의 구체적인 방안은 개개인의 판단에 맡길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기요사키의 경우, 교육업에 종사하다 보니 자신에 관여한 상품에 대해서 지나치게 노출하고 있다.(물론 그걸 찾아보는 실천의 행위를 하는 사람에게는 더 많은 배움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내용들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것도 같다. 모든 사람이 기요사키+도널드 방식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그러나 구체성을 제거하고 나면, 담론차원에서의 원칙과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 그리고 자기계발과정만으로도 이 책은 반짝반짝 빛난다. 어떻게 보면, 두 사람이 쓴 모든 책의 엑기스가 이 책에 담겨 있다.   

책의 내용은 생략하고, 한 가지만 이야기하자면, 두 사람의 통찰력은 정말 냉정하다. 국가가 개인을 돌볼 수 없다라는 말. 누구나 알지만, '설마 그렇게 되겠어?'하면서 막연히 회피하는 문제서부터 이 책은 시작한다. 그들은 생존을 위해 부자가 되라고 권한다. 이제 '잘난 사람'이 부자가 아니라 '못난 놈'이 가난한 사람이 되는 무서운 세상이 되었다. 내 주위의 직간접적 체험을 통해 심리적으로 쪼그라든 상당히 공감했다.(더 늦기전에 정신 차려야 하는데...) 뒤로 갈수록 몰입의 강도도 거세질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렇게 똑똑하고 부유한 사람들도 정글터에 던져진 무언가처럼 부의 축적을 '생존의 논리'로만 접근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전세계의 탐욕과 무능은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나? 정글에서 살아남으라고 서바이벌 기술을 가르칠 것이 아니라 정글을 바꿀 것을 호소할 수는 없는 것인가?(그런 아버지를 둔 기요사키는 특히 냉소적이다.) 하다못해 탐욕의 화신인 '해지펀드의 제왕'  조지 소로스도 시스템의 헛점을 이용해서 천문학적인 돈을 벌지만, 칼 포퍼의 충실한 제자답게 개인적 기부를 통해 정글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데 말이다. 사실 자본주의의 파이가 급속도로 늘어나지 않는한 많은 사람이 부유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막무가내로 부자가 되라고 권유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까하는 의문이 책을 읽는 내내 들었다. 

성공 혹은 부자가 된다는 것은 결과론적인 이야기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준비하고 노력하지 않는 사람에게 성공이나 부가 돌아오지 않는 것도 자명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지만, 이들은 자신들의 성공을 바탕으로 보다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최소한 자신들의 원칙에 충실한 삶을 살고 있다. 이들과 성향, 가치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무시하는 것은 자신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나도 그렇게 생각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추신) 이 책 못지 않게 통찰력이라는 관점에서 권하고 싶은 책은 부자아빠 시리즈를 비판한 이진의 <부자아빠의 진실게임>이다. 기요사키를 비판한 통찰력은 부자아빠에 대한 맹신을 벗어나는데 도움이 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겨있는 '한국형 부자'의 시초인 세이노의 통찰력을 배울 필요가 있다.(사실 배울 것이 아니라 실천해야하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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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지 2007-06-15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주의 마이리뷰 축하드려요^^

상복의랑데뷰 2007-06-18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 이매지님 오랫만입니다. 감사합니다. ^^; 부끄럽네요. ㅎㅎ

비로그인 2007-06-18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한국의 부자 시리즈를 봐도 부동산하고 세법의 틈새에서의 성공은 빠질 수가 없지요. 이들이 돈벌고 나서 세법이나 금융정책이 업데이트되어서 이들이 쓴 책을 읽고 따라하려면 이미 늦었잖아요, 된장. 그래서 어쩌다 돈번거 아니냐고 칠려고 해도 위기를 극복, 관리하는 면에선 정말 '난' 인물들이죠.

상복의랑데뷰 2007-06-20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답변이 늦었습니다. 너구리님 말씀에 몇백%동감합니다. 저도 돈 많이 벌고 싶어요 ㅠㅠ
 
다산선생 지식경영법 - 전방위적 지식인 정약용의 치학治學 전략
정민 지음 / 김영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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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돌아가는 우리나라의 현실과는 다르게, 요즘의 역사저술을 보는 것은 점점 즐거워진다. 역사학에 관심있는 일반인들을 위한 저작들의 양과 질이 향상되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1920~30년대의 모던 뽀이와 걸의 시대건, 영정조의 문예부흥 시기건 가리지 않고 좋은 저작들이 나온다는 점에서 좋다.

위의 예시에서 엿보이듯이 내가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시기는 세 시기이다. 첫째는 흔히 구한말이라 불리는, 우리나라의 가장 큰 이데올로기인 사회진화론이 수입된 시기의 엘리트들의 움직임.-아마도 박노자 교수와 허동현 선생의 영향이 크다.-그리고 모던 뽀이와 걸이 나았던, 그러나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았던 1920~30년대-내가 좋아하는 하드보일드/필름 느와르의 시기-, 마지막으로는 영정조의 문예부흥 시기이다. 영정조는 아무래도 '실학(자)'라는 형태가 모호한 학문에 대한 막연한 호기심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한국사를 배우면서-전공자는 아니다.-늘 느꼈던 의문은 의외로 '왜'에 대한 서술이 적다는 점이었다.

예를 들어 이 책이 다루고 있는 다산 선생의 경우에 위대한 분이라고 하니 그런가보다는 했지만, 사실 왜 위대한지는 잘 몰랐다. 사실 고등학교 때 배운 지식에 대해서 '왜'라고 고민한 지식이 얼마나 있겠느냐만. 주로 언급되는 것이 <목민심서>를 위시한 <여유당전서>인데, <여유당전서>의 방대함 때문에 다산이 훌륭하다면  지금 가장 위대한 만화가는 다산과 같은 방식으로 '남들이 한 권을 낼 때 한 질을 내는' 김성모 화백이어야 할 것이고,  가장 위대한 소설가는 쉼없이 두 개 이상의 신문에서 '남성 소설'을 개척하는 이원호여야 할 것이다.(참고로 이원호 선생의 팬이다.) 말도 안되는 비유지만, 하곻 싶은 이야기는 호기심을 설명해줄 만한 서적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원전을 읽을 실력도 없었고 호기심은 호기심으로 남았다.(완역본도 90년대 중반에 나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지금까지의 역사학계에서 연구를 등한시했을 리는 없지만, 적어도 그 결과를 대중과 공유하려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나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을 쓰신 정민 교수나 안대회 교수의 시도는 시도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의구심이 상당부분 해소되는 것을 느꼈다. 다산이라는 거인의 입체적인 모습을 알 수는 없었지만, '치학'이라는 주제만으로도 충분히 거인이라는 것을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 다산'만'의 독창적인 치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방법도 있고, 어떤 책-그것이 인간관계론이던, 자기계발론이던, 무엇이던 간에-에서 본 내용을 다산의 말투로 옮긴 듯한 평이한 부분들도 있다. 그러나 나는 그 '평이함' 때문에 다산이 진정 위대한 분이었다고 느낀다.

내가 느끼는 '평이함'의 근원은 다산이 언급한 부분들을 다른 누군가, 정확히 말해 서양의 누군가가 이야기한 것들을 18~9세기의 다산도 언급했기 때문이다. 모든 좋은 것 멋진 것이 반드시 서양사회의 전유물은 아니지 않는가? 사회진화론의 피해자이면서도 사회진화론의 모범생인 우리나라의 현실을 비추어볼 때 민족적 자존심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도 이런 통찰력을 지닌 분들이 계셨다는 것이 흥미롭고 계속 연구되어야 할 주제라고 본다.  

사회진화론에 입각한 근대화 혹은 문영화가 절대 명제가 되어버린 우리 사회에서 지식인의 제1목표는 외국학문의 수입과 전달이었으며, 내부에 대한 성찰은 압도적인 서구문명의 위력에 눌려 늘 뒷전이었다.(국문학 강의에도 영어를 쓸 것을 권유하는 나라가 우리나라 말고 또 있을까?) 평균적으로 학문의 발달정도가 우리보다 뛰어난 것도 인정할 수 있고, 내 자신이 민족주의자도 아니고 민족주의에 대해서 그다지 호감이 가는 것은 아니지만,  '신토불이'의 폐혜를 걱정하기에는 우리 것에 대한 고찰이 지나치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이러한 책들이 계속해서 등장한다면 나의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런 작품이 계속해서 나와서 대중과 소통하고, 대중의 치학에 작은 보탬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치학과는 별개로 다산 선생의 작업스타일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이 책대로라면, 다산은 한 개인이자, 동시에 다산학파의 총칭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밑에서 자발적으로 생활의 고달픔을 감내하면서 스승의 작업을 도운 제자들은 어떻게 봐야할까? 어떻게 생각하면 쪽번역과 제본소 만화의 행위도 이러한 도제행위에 들어갈 것이다.(물론 현대의 도제행위는 자발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다산의 경우도 자발적일 것이라는 심증만 있을 뿐 물증은 없다.) 이것을 어떻게 봐야할까? 설사 다산이 총감독이라고 해서 모든 명예를 다산이 가져가야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생겼다. 치학을 가르치는 과정에서 자발적인 봉사를 이끌어 낸 것인지, (이런 표현은 정말 죄송하지만) 자발적인 존경심을 미끼로 노동착취를 한건지 알쏭달쏭했다. 윤리적인 문제인데, 판단하기가 참 난감했다. MS가 윈도우를 만들었다고 해서 참여한 모든 개발자의 이름을 표기하지는 않지만, 콘텐츠의 경우에는 최소한 '표기'는 해주지 않는가.  이런 난점과 더불어 전수자들의 모습도 보고 싶다. 스승에게 치학을 배운 제자들의 발전된 모습을 언젠가 정민교수가 연구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생겼다. 청출어람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분야에만 천작해서, 스승을 일부 뛰어넘는 제자가 있었을 것도 같은데 나같은 일반인이야 상상에만 그칠 뿐, 그 몫은 죄송하게도 학자의 몫이다. 

책에 대해서 덧붙이자면, 이 책은 다른 정민 선생의 책에 비해 읽기가 쉽다. 정민 선생은 논문스타일의 글쓰기가 기본바탕이다보니, 대중서가 아닌 논문집의 형태로 출간되는 느낌이다. 주제의 참신함과 깊이에도 불구하고 중복서술과 일관성에서 많은 부분 접근에 어려움이 있는데, 이 책은 그런 단점들이 사라진,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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