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설계도, 게놈 - 23장에 담긴 인간의 자서전
매트 리들리 지음, 하영미.전성수.이동희 옮김 / 반니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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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역사서, 게놈을 이야기하다 - 생명 설계도, 게놈 _ 스토리매니악


벌써 꽤 지난 이야기인데, 인간 게놈의 해석이 모두 끝났다고 해서 전세계가 들썩 거린 일이 있었다. 인간이라는 생물의 비밀을 한꺼풀 들여다보는 이 과학적 성과는, 인류가 가진 질병과 유전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 것과 동시에, 유전자 조작이라는 윤리적 문제도 크게 대두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솔직히 비과학자의 입장에서 '그렇구나, 인간의 비밀이 하나 밝혀졌구나, 유전자의 세계가 열렸구나' 하는 정도지, 그 이상의 감흥은 없었다. 게놈 해석을 통해 불치병들이 고쳐지려나 하는 막연하 기대 정도?


그야말로 표피만 살짝 건드리는 식의 게놈에 대한 이야기는 이해할 길이 별로 없다. 게놈이라는 녀석이 어떤 역할을 하는 것인지, 그것이 왜 중요한지, 게놈 해석이 가지는 의미가 무엇인지 알기는 참 어려웠다. 게놈에 대한 글을 좀 보려해도 뭐 그리 어려운 용어가 많고 이해되지 않는 문장이 많은지, 한 두장만에 나가떨어지기 일쑤였다. 이는 나만 느끼는 문제는 아니였을 것이다. 좀 더 쉬운 게놈에 대한 이야기, 우리 인간이 지닌 유전자에 대한 이해하기 쉬운 텍스트가 절실했다.


<생명 설계도, 게놈>은 그런 면에서 우리의 궁금증을 쉽고도 상세하게 해소시켜주는 책이다. 게놈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책은, 23개의 염색체마다 하나의 특징적 유전자를 선택해, 이 유전자의 발견 및 그 유전자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쉬운 문장으로 전달해준다. 마치 박물관을 가이드의 안내로 돌아보는 느낌이랄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은 풀어 이야기해주고, 지루해질만한 부분은 과감히 뛰어 넘으며, 흥미가질만한 부분은 다양한 비유와 과학자들의 성과를 통해 위트있게 전해준다.


책이 전하는 바는 과연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유전자라고 하는 것들이 어떻게 진화하고, 이것이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생명체가 지닌 신비를 한꺼풀 벗겨내고 있다. 저자는 책에서 게놈을 '인류가 겪어온 중요한 사건을 기록한 자서전' 과 같다고 표현했다. 저자는 인류가 진화라는 과정을 통해 어떻게 지금의 유전자를 지니게 되었는지를 설명한다. 그 과정 속의 유전자가 지금의 인류를 만들었다는 것이다. 유전자 안에 담긴 수 많은 이야기들이 인류가 지내온 역사이자 지금의 인류를 만든 것이라 생각하면 일종의 경이감이 느껴진다. 알 수 없는 떨림이 조용히 일어나는 느낌이랄까?


과학의 신비, 인체의 신비라는 말을 많이 들어봤지만, 그다지 감흥은 없었다.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유전자가 해낸 일들을 볼 때 더 격한 감정을 느끼게 된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 작디 작은 유전자가 이 같은 엄청난 일을 하고, 그 작은 유전자를 통해 인간이라는 형체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은 정말 아득하기만 하다.


책에 담긴 이야기는 우리가 가진 유전자에 대한 이야기지만, 인간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아우르는 인류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쉽게 쓰인 문장으로 그 모든 이야기를 충분히 알아 들을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이 같이 재미난 역사책이 또 있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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