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폴리탄 Cosmopolitan 2015.7
코스모폴리탄 편집부 엮음 / 허스트중앙(Hearst-Joongang)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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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단, 부록. 요즘 컬러링 북에 관심이 많아서 고민없이 구매. 스킨푸드 광고이긴 하지만 이런 광고라면 언제나 환영이다. 내가 하고 있는 [파리 시크릿] 컬러링 북과 비슷하긴 하다. 소품적인 요소가 많다. 아무래도 제품을 광고해야하니까 제품 그림을 사이사이 끼워넣어야 해서 그렇긴 하겠다. 암튼 매우 만족. 열심히 색칠 중이다. 중간에 엽서를 만들 수 있는 것도 특색.


글고 베네핏 파운데이션은 아직 안 써봤지만 써보려고 구매. 홈쇼핑에서 거의 매일같이 파는 에어쿠션도 코리안 뷰티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라고 하는 비비크림 21호, 17호.. 모두 나에게 맞지 않는다.


피부가 남들보다 많이 밝은 편인 나는 얼마전에 큰 맘 먹고 백화점 화장품 매장에서 파운데이션 테스트를 받고 너무 맘에 들어서 파운데이션만큼은 비싸고 좋은 것으로 사기로 결심했다. 항상 내가 쇼핑을 하면 참견을 하는 엄마도 파운데이션 색을 보고 잘했다며 칭찬해주었다. 가격은 저렴이의 거의 다섯배 격인 요 프랑스 글로벌 브랜드의 파운데이션은 쓸수록 맘에 든다.


정말 예전에 비해 우리나라 화장품의 질이 상당히 많이 좋아진 것은 말 그대로, 피부로 느끼고는 있지만, 이런 파운데이션 색의 다양성은 무척 아쉬운 부분이다. 할랄 푸드니 뭐니 세계적인 시장 진출을 희망한다면 다양한 피부색에 맞는 파운데이션 색을 연구해줬으면 좋겠다.


2. 코스모폴리탄 하면 섹스 칼럼이었는데... 아쉽다. 것도 여름인데. 하지만 코스모폴리탄의 캐치프라이즈다운 칼럼이라 나름 만족스럽다. 몸매다 뭐다 남자가 어떤 생각할지 이것저것 신경쓰지 말고 본인의 의사대로 하라는.. 뭐 코스모다웠던 칼럼이긴 했는데.... 내가 점점 자극을 추구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여름에는 핑크핑크한 이야기로 가득 채웠던 코스모 어디갔어?


아이돌 화보보다는 칼럼, 기사로 보답해줘요! ㅠㅠ


(왁싱에 대한 실용적인 기사는 흥미진진하게 보았다. 궁금증이 좌르륵 풀렸으요.)


3. 곽정은 에디터. 나도 참 좋아한다. 똑부러지는 거야 말할 것도 없고 자기 관리도 열심히 하는 편이라 자극도 되고. 곽정은 기자가 나오는 프로그램을 은근 챙겨본다. 예전에 SNS에 "예쁜 공주" 사건(?)에 글을 쓴 것으로 여러 포털 사이트에서 갑논을박이 펼쳐지면서 역시 생각 다른 사람이 많다는 걸 느끼고 충격을 받기도 했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자기계발의 일환으로 운전면허를 따러 가고 있는데 픽업해주시는 아저씨가 달려오는 나를태워주면서 내 나이를 물었다. (사실 여기서 1차 빡침) 대충 20대 중반이라고 하자, 아저씨는 "요즘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아가씨들을 보면 꼭 귀여운 강아지같네."


트위터 내용의 택시 아저씨처럼 그 아저씨도 별 생각없이 말했을테지만 기분이 계속 안 좋았다. 아가씨... 귀여운... 강아지라니.. 것도 여자 운전자를 '김여사'로 칭하는 이 나라에서 기어이 운전을 해보겠다고 운전학원에 가는데 그런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기분이 더 좋지 않았다. 물론 그 기사 아저씨가 나름 칭찬의 의미로 했다는 것은 알겠지만.. 기분이 나쁘게 들리는 것은 왜 였을까? 당시엔 내가 예민한 건가? 라고 스스로를 약간 비난하기도 했는데 진심 반성해야겠다.


곽정은 기자의 트위터가 기사화되고 사람들이 단 댓글을 보고 있자니 부아가 치밀었다. 아니, 어찌 그게 자랑이라고 생각할 수가 있지? 다분히 폭력적인 세상에 살고 있는 것을 다시, 새삼스레 느꼈다. 뭐 예쁘다고만 하면 기분이 좋든 말든 무조건 참아야 되는 건가. 요즘 원체 여성 혐오의 목소리가 커서 남자들이 그런 소리를 하는 것도 무진장 열받긴 했는데 여자들도 '참 피곤하게 산다'느니 칭찬인 줄 모르냐느니.. 혀를 차는 소리를 하는 사람도 많아서 어깨에 힘이 빠지기도 했다. 물론 외모에 대한 칭찬을 기분좋게 듣는 여자들을 계몽시키겠다느니 하는 의도는 아니지만, 배려없는 잘못된 칭찬에 남성의 시각을 가지고 같은 여자임에도 혼을 내는 듯한 댓글은 정말 나를 슬프게 만들었다. 


곽정은 기자 얘기를 하다가 괜히 이런 얘기까지 하게 됐는데, 가끔 능력있는 여자를 같은 여자도 보기 싫어해서 끌어 내릴려는 경우를 좀 봐서다. 나도 질투라는 감정은 당연히 있는 사람이지만.. 좀 곱게 봐줬으면 좋겠다. 사회생활을 몇 년 안 해봤지만 남들이 자꾸 써주는 경우는, 돈주는(!) 남들이 바보도 아니고, 대체로 능력이 있는 거니깐 인정을 좀 해주면 좋겠다. 아니면 그냥 신경을 끄고 덜 피곤하게 살든지!


암튼 곽정은 기자를 응원한다. 치우치지 않고 생각하게 만드는 칼럼은 실망할 때가 거의 없다. 앞으로도 소신있고 솔직한 글을 계속 써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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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07-10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채색을 예쁘게 하셔서 광고인줄 알았어요^^

뽈쥐의 독서일기 2015-07-10 08:44   좋아요 1 | URL
아침부터 과찬의 말씀을..*^^* 예쁘게 봐주셔서 고맙습니당ㅎㅎ
 
프라하의 소녀시대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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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를 마음의 고향으로 두고 있는 사람의 인생은 어떨까. 아니면 파리를. 아니면 뉴욕을. 


파리나 뉴욕은 워낙 화려한 동네라 동경이 일기는 하면서도 왠지 아픈 역사가 있는 프라하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사람에게는 어떤 풍경을 가지고 있을지 더더욱 궁금해진다.


서울을 동경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원체 좋아하는 작가나 작품의 배경이 프라하인 경우가 많아서 체코라는 나라에 대해서는 어떤 애잔한 마음이 있다. 어느 나라 못지 않은 슬픈 역사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요네하라 마리를 알게 된 건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큰 기쁨이다. 생소한 러시아(와 동부 유럽) 문화, 발랄한 문체, 해박한 지식, 유머 감각까지 빠지는 게 없다. 뭘 읽어도 재미를 보장하니 한 권 한 권 아껴서 읽고 있다.  


[프라하의 소녀시대]는 프라하에서 소비에트 학교를 다니면서 만난 세 친구를 (엄청나게 노력해서) 재회한 후의 기록이다. 리차를 만났을 때는 따스함을, 아냐를 만났을 때는 왠지 모를 분노를, 야스나를 만났을 때는 눈물이 나왔다. 근현대 동유럽의 격동기 속에 휘말린 개인의 인생은 다양하다. 특히 아냐와 야스나의 부모와 그들의 인생은 너무나도 달라서 화가 났다.


아직 전쟁중인 나라에 살아서 그런지 공산주의라는 게 막연히 무섭기도 하고 사실 뭔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런 논쟁 자체가 낡고 낡은 느낌이라는 것도 있고. 잘 모르니 할 말은 없지만 러시아나 중국, 동유럽은 아직도 나한테는 왠지 사납거나 팍팍한 사람이 사는 나라다. 기후탓도 있을 테지만.


그래도 러시아에 대한 생각이 많이 중화된 것이 요네하라 마리의 글을 읽은 게 크다. 특히 기억에 남는 일화는 예술적인 재능이 있는 사람을 시기 질투하지 않고 오히려 축하하고 기뻐한다는 것. 외모를 가지고 놀리지 않는다는 것. 생각보다 아주 친근하다는 것. 하긴 술 좋아하는 사람들 치고 사람 안 좋아하는 사람은 없지.


러시아에 대한 재밌는 얘기는 [미식견문록]이나 [팬티 인문학]에서도 잔뜩 확인할 수가 있다.


3장으로 나눠진 책은 각자 색깔이 있다. 그리스 출신의 리차는 그리스의 하늘색인 파랑. 깍쟁이에 거짓말쟁이 아냐에게는 빨간색. 베오그라드 출신으로 하얀 도시에 자부심이 있는 똑부러지는 야스나.


이 중 가장 가볍고 따뜻하게 읽을 수 있는 일화는 리차 정도다. 리차는 발랑까져서 남자를 볼 때는 이를 보라고 당당히 충고하는 귀여운 소녀였는데 오빠가 결혼을 잘못해서 집을 풍비박산을 내도, 자폐증 아이를 낳았어도 꿋꿋이 삶을 개척하는 강한 여자로 살고 있어 코가 뜨끈해졌다. 남편도 이가 아주 튼튼하고 바르다.


책 서두에서 러시아 속담에 '거저 받은 말, 이빨은 보지 마라' 라는 게 있다는데 남의 선조에 지혜에 감탄을 했다. 현대에도 유효해서.. 삐뚤삐뚤한 내 건강 상태에 속이 상하기도 했다. (요즘도 가지런한 이가 부와 건강의 상징이지..) 역시 유목민족의 지혜는 동물보는데서 참 뛰어나다. 


세 일화의 구성은 학창 시절에 기억했던 세 친구의 모습과 우여곡절 끝에 찾아가서 재회하는 장면이 있는데 남자를 줄 세워놓고 고르는 배우가 되고 싶었던 리차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는 것 처럼 야나와 야스나도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살아간다. 나름 반전도 있어서 줄거리는 여기서 끝. 학창 시절 이야기는 아무래도 어린 시절의 필터가 있어서 더 아름답고 재미있다.


마지막 야스나의 이야기는 너무 슬퍼서 구글로 확인해보기도 했다. 정말 전쟁이란 건 쉽게 할 수 있는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을 위해서 싸워준 이들에게는 항상 감사해야 한다고 새삼스레 생각했다.


페이스 북으로 진짜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불현듯 떠서 뜻하지 않게 괴로움을 받기도 하는 이 시대에 1995년, 전쟁이 일어나는 곳 바로 옆에서 친구를 수소문해서 만나는 이야기는 예전에 유명인들의 인생에 큰 영향을 준 사람을 재회하게 해주던 [TV는 사랑의 싣고] 보다도 더 애절한 느낌이 들었다. 


요네하라 마리를 좋아하긴 하지만 뭔가 질투같은 감정이 있었다. 왜냐하면 내가 질투날만한 조건을 다 갖고 있었기 때문에. 1. 소신대로 사는 뭔가 자랑할 만한 가족, 2.내가 예전부터 동경하던 이국(특히 코 높은 애들 사는데) 문화 안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것, 3. 다른 나라 말 완전 잘 하는 것. 


그런데 학창시절에 생각보다 아주 힘든 일을 많이 겪은 것 같아 질투했던 걸 반성했다. 같은 공산주의라도 정책이 다르면 배척하고 더 미워하기도 하고, 그게 아이들한테도 영향이 가는 것이.. 그런 극심한 고독을 자기 의지와는 다르게 느껴야 되는 상황에 놓인 것이 안쓰러웠다. 


일본도 우리와 교육정책이 비슷해서 오지선다, ox를 고르는 시험 때문에 고생을 해서 한국 교육을 당연히 안 좋아하는데 적어도 저런 고통을 안 느껴봤던 나름 안정적인 학교 생활을 했던 것은 다행인 것 같다.



원제는 책에서 두번째 챕터인 <거짓말쟁이 아냐의 새빨간 진실>이지만 한국판은 [프라하의 소녀시대]가 되었다. 작가의 의도가 있겠지만 세 명다 평등한 느낌이 들어 '소녀시대'가 더 좋다. 프라하는 구매력을 상승하게 하기도 했고. 



그냥 밀란 쿤데라 얘기가 있어서 밑줄긋기. (단언컨대 이것말고 진짜 재밌는 부분이 많다.)


"친해진 체코의 극작가 D씨는 "저렇게 진보를 거부하는 숙명론은 소름이 돋을 만큼 불쾌해"하로 토로했다. 덧붙여 "그래서 도프토예프스키도 싫어"라고도 말했다. 동방정교를 문화적 근본으로 삼은 러시아에게 국토를 유린당해 이 감정은 더 증폭된 것이리라. D씨뿐 아니라, 밀란 쿤데라를 비롯한 중부 유럽을 대표하는 지식인들의 창작 자세에는 이러한 감정이 곳곳에 얼굴을 내밀고 있다.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겨우 잠이 들었다." p. 222


중부 유럽(동유럽.. 동유럽 사람들은 '중부 유럽'이란 말을 쓰는 걸 좋아한다고.) 작가들의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참고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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結婚しなくていいですか。(文庫) - ―す-ちゃんの明日
益田 ミリ / 幻冬舍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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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결혼 안 해도 괜찮을까요?]. 그 밑에 작게 -수짱의 내일-  이라는 부제가 붙어있습니다.. 이번 시리즈의 주인공은 수짱과 사와코짱. [수짱]에서 결혼한 마이짱은 벌써 임신을 해서 잠시 나올 뿐 입니다. 아기가 생기면 자신의 인생이 없어지는 것은 아닐까 하는 조금 철학적인 질문을 하지만... 마스다 미리의 작품이 그렇듯, 이 작가의 전공(?)은 미혼 여성입니다.


수짱은 어느날 갑자기 불안해져 옵니다. 이대로 나이를 먹으면 어떻게 살지. 결혼도 안 하고 아기도 안 낳고.. 이대로 나이가 들면.. 흔하디 흔한 고민이지만 절대 가볍지는 않죠. 그래서 수짱은 유언장을 써 보기로 합니다. 유언 쓰는 법에 대한 책도 사보고요. (별 희안한 책이 다 있네요.) 이런 고민은 결국 자기 자신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게 됩니다. 네, 수짱은 요가를 시작합니다.

요가학원에서 만난 사와코짱. 사와코짱은 수짱이 대학시절에 아르바이트 하던 곳의 직원이었습니다. 갑자기 조우하게 된 두 사람은 급속도로 친해집니다. 사와코짱은 39세 싱글. 집에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할머니와 엄마와 같이 살고 있고 회사에는 자기 나이와 비슷한 여자는 생리통은 출산을 하면 나을 거라는 은근히 성희롱(?)하는 아들 하나를 둔 직원 한 명만 있는 상황입니다. 연애를 쉰 지도 어언 13년. 지금은 연애가 하고 싶은 심정입니다. 아니, 남자가 그리운 것에 가깝습니다. 이대로 나이를 먹으면서 섹스를 하지 못하면 '아깝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런 솔직하면서도 직구를 날리는 대사가 짱!)

사와코 짱은 문제의 직원에게서 남자를 소개 받게 됩니다. 꾸민듯 꾸미지 않은 듯한 옷을 입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며칠을 고민한 끝에 나간 소개팅은 의외로 남자가 괜찮습니다. 13년 만에 관계도 하게 되고요. 그리고 결혼 얘기까지 하게 됩니다. 여기서 유명한 대사.... "부모님이 손자만은 꼭 보고 싶다고 하셔서.. 병원에서 애를 낳을 수 있는 진단서 같은 거 끊어 줄 수 있어?" 사와코 짱은 당황하지 않고, "너는?"이라고 하자 "나도 그런 것이 필요해?" 라고 말하는 큰 하자 있는 이 남자.... 결국 사와코 짱은 이 관계를 그만두기로 결심합니다.

다시 싱글로 돌아온 (돌싱이 아니고) 사와코. 그리고 수짱. 미래는 여전히 불안하지만.. 그녀들은 계속 살아갑니다.


30대를 이제 겨우 몇 년 정도 앞두고 있는 이 시점에 벌써 은근한 결혼압박을 받고 있다. 집안 분위기 자체가 결혼을 늦게 하는 분위기여서 생각도 안하고 있었고 지금 밥벌이도 비리비리 하는 지경이라 연애도 망테크를 타고 있는 실정인데 남의 속도 모르고 결혼 얘기를 꺼내는 엄마가 밉기만 한 요즘이다. 한 살이라도 더 어리고 예쁠 때(?) 과제를 해버리고 싶은 마음을 이해못하는 것도 아니겠지만 지금 좋은 직장을 잡고 있어도 정신적 미성숙 때문에 성공적인 결혼 생활은 불가능할 것 같은 느낌이다. 

최근 망한 연애는 이거 맞는건가.. 싶게 질질 끌다 저쪽에서 감사하게도 정리해 주어서 끝이났다. 끝나고서 자괴감이 들었던 것은 1. 헤어지고도 아무렇지 않았던 것. 열정,의미 없는 연애를 한 것. 2. 아니다 싶었는 데도 내 쪽에서 결단을 못 내렸던 것. 이다. 아마 지금 나이에 연애라도 해야 되지 않나라는 강박감과 주위에 나는 문제없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질질 끈 관계는 스스로 미세한 스크래치를 남기고 소멸되었다. 기준이 하나 생겼는데 차라리 구질구질해도 불타오르는 연애를 다시 해볼 것, 이었다. 아니면 내가 망설임없이 바로 끝내기로. 여기 사와코 짱처럼.

싱글인 나를 궁상맞게 여기지 말자,는 다짐을 했다.



사족. 조선일보 Why?에 실린 마스다 미리. 우리나라에서도 독자층이 꽤 두꺼운 편이라는데 30대 미혼 여성이 가장 많이 보는 편이란다. 거의 80%랬나.. (숫자에 약해서 못 외웠다..ㅠㅠ) 나는 몇 살 더 성숙한 편인지 마스다 미리의 단순한 그림과 글이 좋다. 단순하면서 정곡을 찌르는 글. 지금도 이렇게 공감인데 30대가 되면 책을 잡고 질질 우려나 걱정된다.  



あたし、このままゆっくり老いていくのかな
老いていくのは仕方ないけど、ただ、セックスはしたい
あたしのこのカラダを もっと謳歌しておきたい
せめて、それくらいは後悔したくないって思う(p.27)

나, 이대로 슬슬 늙어가는 걸까.
늙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섹스는 하고 싶다.
이 몸을 좀 더 예쁨 받게 하고 싶다.
적어도 그 정도는 후회하고 싶지 않다.

将来何になりたいか
子供の頃はよく聞かれたけど、
大人になってしまえばもう、聞かれない(p.37)

미래에 뭐가 되고 싶니?
어릴 때는 자주 듣는 질문이지만
어른이 되고 나면 묻는 사람이 없다

アイロンをかけている自分を
誰かに見てほしいと思った(p.45)

다림질을 하고 있는 나의 모습을
누가 봐줬으면 좋겠다.

でも、慣れたりしない
慣れることは許すこと
こういう鈍感な言葉に 傷つくことができる
あたしでいたい(p.57)

그치만 익숙해지지가 않는다
익숙해진다는 건 허용한다는 것
이런 무심한 말에 상처를 받는 나로 남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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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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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잣대가 있다. 질투에서 비롯된 잣대일 수도 있지만. 그건 글에 영어든 뭐든 이국언어를 섞어쓰면 아무리 잘 쓰여진 글이라도 글쓴이의 자질을 의심하는 것이다. 특히 잘 쓴 글일수록 더더욱 혹독하게 비난한다. 이것은 분명 질투에서 비롯된 감정은 맞다. 인정!


한 때 인터넷 커뮤니티를 달궜던 일명 '보그체'. 나도 안 좋아한다. 본능적인 거부감이랄까. 두세줄 읽고 있자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른다. 왜? 그냥 다 영어로 쓰지? 왜 조사는 한국어로 쓰는 거냐?! 나도 은근 사대주의가 있는 사람인데 볼 때마다 반성하게 된다. 하지만 잡지 [보그 vogue]는 허세만 덜 아니꼽게 보면 인터뷰든 기사내용이든 의외로 충실하다는 것도 발견할 수 있다. 


굳이 가만히 있는 보그 잡지까지 언급하는 이유는.. 이 책에서 그런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어 번역가다 보니 보통 사람보다 영어에 친숙할 수는 있겠지만 굳이 영어를 쓰는 것을 보면 괜히 눈쌀이 찌푸려진다. '나의 페이보릿 식당' 같은... 다른 알라디너가 지적한 화려한 수사는 가끔 좋은 표현도 있어서 볼 만한데 섞어 쓰는 영어 형용사는 정말.. 참기 힘들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디자이너 앙 선생님의 성대모사를 끊임없이 하던 개그맨들처럼 괜히 비꼬고 싶은 나쁜 마음이 들었다. "엄.. 엘레강스 하고.. 엄.." (죄송합니다. 실제로 앙드레 김 쌤을 그분의 인격 때문에 참 존경합니다.)


이런 거슬리는 부분을 배제하고 책을 읽으면 저자가 얼마나 충실하게 여행했고 그때그때 느낀 감정을 얼마나 충실하게 썼는지 감탄하게 된다. 그리고 알라디너들의 꿈일 것 같은 독서여행까지. 책을 읽으면서 후회의 눈물까지 흘릴 뻔 했다. 나는 왜 프라하를 코스에 넣지 않았던가! 


색감까지 예쁜 잘찍은 사진과 독특한 편집은 책을 보는 재미를 보태준다. 굴라쉬든 브런치든 여기, 서울이 아닌 어딘가에서 먹고 싶어졌다.



아무도 안 궁금한 내 이야기 > 작년에 벼르고 벼르다 첨으로 유럽이란 곳을 여행했다. 서유럽을 중심으로 4개국 여행했을 뿐이지만 스스로 넘 뿌듯하여 갔다가 돌아오면 인생이 거의 180도로 변할 줄 착각했었다. 1. 독립적인 성숙한 여인이 되거나 2. 일생일대의 사랑을 만나거나 3. 감성 촉촉한 에세이 한 권쯤은 거뜬히 쓸 수 있겠지? 라는 턱없는 기대로 시작되었던 여행은 현실이 개떡같을 때마다 지상천국으로 둔갑하는 향수의 땅으로 만들어 놓는 걸로 마무리되고 있다.(엉엉)


여행에세이를 보면 괜히 베베꼬이는 마음은 역시 질투 때문이었다. 에세이 한 권을 쓰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니까. BGM : 너는 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야~♪♬


에세이의 미덕은 가볍지만 진한 공감이 아닐까. 밑줄 긋기 해본다.




여행이 아니라면, 삶은 언제나 나에게 부당한 업신여김을 당해왔다. 익숙함이 낳은 무례함이란 사생아, 권태, 생계형 짜증, 줄줄이 매달린 의무들. 만만한 마누라에게 온갖 성질을 다 부리는 못난 마초처럼 굴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그 지긋지긋하던 삶이 나를 도발한다. 더 이상 지루하지 않은 척하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나는 졸린 고양이처럼 솔직해진다. (p. 39-40)

사실 짦은 여행 후에 어느 나라 혹은 그 나라 사람들에 대하여 섣부른 진단을 내리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태도는, 책이나 영화에서 만난 허구의 인물과 실제 사람들의 특성을 동일시하고 일반화하는 것일 테다. 우리가 시장이나 버스에서 부딪치는 현지 사람들은 픽션의 주인공보다 훨씬 추상적이고 모호하며 비일관적이다. 그들은 데생이 끝난 후의 4B연필처럼 뭉툭하고 투박하다. 그들에게선 아우라 대신 매캐한 생활의 냄새가 풍길 뿐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어딘가를 여행하기 전에 그곳을 배경으로 한 책이나 영화로 예행연습하는 걸 좋아한다. 나에게는 그것이 사랑에 빠지기 위한 구실이다. 사랑은 우연을 필연으로 만드는 덧없는 몸부림이 아니던가. 그 덧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세상에서 가장 순수할 수 있는 유일한 감정이다. 흐라발이나 카프카가 아니었다면 이만큼 프라하를 좋아하지 못했을 것이다. (p. 50)

그런데 먹는 것에 대한 집착은 곧 삶에 대한 애착이 아닐까? 생각해보면 산다는 것이 허기를 채우는 것과 다를 게 뭐냐 싶다. 여행을 하는 것도, 글을 쓰는 것도, 관계를 맺는 것도 결국은 서로 다른 종류의 허기를 채우는 일이 아니겠는가. 세계 각지의 공항에는 섭식장애자들이 우글거린다. 그들, 아니 우리들은 아무리 잘 먹어도 해결되지 않는 어떤 충동을 품고 있다. 때로는 그 뜨거운 충동 때문에 가슴이 터질 지경이다. 지구가 점점 더워지는 것은 이산화탄소가 아니라 그런 충동들 때문인지도 모른다. (p. 60)

그러고 보면 번역의 최대 적은 센티멘털리즘과 거대담론 강박증일지도 모르겠다. 있는 그대로의 뜻이 너무 소박해 보이면 왠지 거기에 묵직한 뭔가를 덧입혀줘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거다. 대체 가구가 숲보다 꿀릴 것이 뭬라고! 아무리 번역가 인생이 신산하기로서니 텍스트는 춥지 않다. 아무도 무거운 외투를 원치 않는데, 번역가 혼자 지레 설레발을 칠 때가 많다. (p. 116)

새우는 껍질 벗기는 과정이 귀찮고 조개는 썩지 않는 쓰레기가 많이 나와서 번거롭지만, 녀석들은 비교저거 살생의 죄책감을 덜 느끼게 하는 얼굴을 하고 있다. 팔팔 끓는 물에 집어넣어도 갑옷을 입고 있으니 좀 덜 뜨거울 것 아니냐나는 말이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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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온한 경성은 명랑하라 - 식민지 조선을 파고든 근대적 감정의 탄생
소래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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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활기록부에는 항상 이런 말이 있었다. "매사에 밝고 명랑하며..." 웃는 얼굴밖에 별로 칭찬할 것이 없었던 아이에게 쓰일 수 있는 문구다. 나는 한편, 울보라는 별명이 있었던......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자유자재로 오가는 '명랑어둠소녀'였었다. 책을 보니 내가 명랑할 수 있는 이유는 자주 울어서 였구나. 나는 외롭고 슬프면 그 자리에서 엉엉 울어댔다. 


엄마 욕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감정포장을 교육받았다. "'여자는' 항상 웃고 다녀야 돼.. 웃어야 남들한테 예쁨 받고... 웃지 않는 얼굴에는 침을 뱉을 수 있으며....어쩌고 저쩌고......." 웃는 얼굴을 만병통치약처럼 생각했던 엄마는 나를 걸핏하면 울고 웃는 애로 만들었다. (하지만 언니는 안 그랬던 걸 보니 딱히 내가 피해자라고 주장하기는 좀 그렇다.)


구직을 하고 회사를 들어오면서 깨달았다. 학교나 대외활동 경험같이 내가 얻은 것보다 타고난 것이나 잘 포장된 것이 중요하단 사실을. 물론 '어마 무지막지하게' 대단한 일이라면 조금은 사정이 달랐겠지만. 몇 달간의 백수 시간에서 온 마음 고생으로 나는 다행이도 바짝 말라있었고 엄마의 맹목적인 '미소' 교육 덕에 면접에서 효과는 있었다. 결국 여자의 능력과 자기관리란 몸매관리, 피부관리, 상냥한 태도라는 것을 의미한다는 걸 재확인하고 사회의 쓴 맛에 입을 쩝쩝 했다.


1930년대 경성. 최초의 근대화된 도시로 한 때 뻑하면 드라마와 소설의 단골 배경으로 채택되었다. 나 역시 관심이 많아 이런 저런 책을 몇 권 뒤져봤다. 30년 대 신문광고로 본 세상만사(?), 여자의 몸이 부각되기 시작한 30년대의 몸 담론... 그리고 망할 놈의 '명랑'까지.


급격한 도시화 때문인지 경성 이후로 반백년이 훌쩍 넘은 지금의 서울은 실상 무척 위태롭다. 맞벌이에 아파트만 줄곧 살았던 나는 방송에서 말하는 '한국인의 정'이라는 것의 존재를 본 적도 피부로 느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 그런지 황폐한 도시생활에 이미 익숙해서 곳곳에서 들리는 안 좋은 뉴스에도 그럴 법하다.. 고 넘겨버린다. 오히려 도시 평화에 힘쓰는 이들이 아직도 있음에 놀라는, 매정하고 꼰대님들께 자주 회자되는 네가지 없는 젊은이다.


그래서 30년대 경성을 살아온 분들은 어떻게 젊은 시대를 나셨나 했더니.. 요즘이랑 다를 게 하나도 없다. 오히려 더 멜랑꼴리함에 빠지고 '룸펜'이라고 하는 고학력 실업자들의 사정은 더 심했다. 인생을 요령껏 살기에 몰두하며 돈을 버는 법과 이성을 꼬시는 법을 알고 싶어한다. 돈을 버는 방법도 비슷하다. 빈대짓, 짠돌이짓, 채권을 사라느니... 한탕을 노리라느니. 이런 남자를 만나고 저런 남자는 피하라느니. 지금 보면 황당해서 웃긴 것도 있고 더 정확한 것도 있는 거 같다.


그리고 갑자기 들어친 근대화로 백화점과 카페의 등장, 그 전과 다른 서비스를 맛 보면서 요즘과 같은 진상도 탄생하게 된다.


당시에는 엘레베이터 걸, 데파트 걸, 버스 걸, 가솔린 걸 같은 단순 서비스직 여성이 생겨났고 '걸'들을 고용한 이유인 감정노동자도 이 때 탄생하게 된다. '걸'에게 요구하는 건 이거였다. "(예쁜 얼굴로) 명랑하라." 


'걸'로서 돈을 벌 수 있는 이들이 한정됐던 까닭에 여성들의 외모는 출중해서 그만큼 껄떡껄떡하는 사람도 많았나 보다. 어떤 걸은 이렇게 토로했다. "사람이 진땀이 나도록 물건을 뒤져보고 그대로 휙 돌아서며, 좀 흘기면 애교 없다고 시비하시는 손님은 깊이 반성해주셨스면 좋겠습니다." p. 157 


서비스업에 있는 사람답게 당부도 어쩜 이렇게 예쁘게 하는지.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진상들의 만행이 눈 앞에 바로 그려진다는 게 슬픈 일이다. (왜 반백년이 지난 지금도 손님들의 재수탱이 '갑질'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것인가..)


일제시대 서울의 이름 경성. 경성에 대한 책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근대'시작의 시작으로 생겨난 도쿄와 아주 비슷한 이 도시의 존재는 '현대' 서울과 차이점이 거의 없다는 게 놀라웠다. 30년대에의 '걸'들은 전국적으로 고작 10-20%의 꽤 선택받은 여성들이자 야만적인 시대의 희생양이기도 했다. '걸'에게 강요되었던 '명랑'의 감정은 조선총독부의 '감정 정치'에서 온 것이다. 감정을 꾸며내서 다른 이들에게도 좋은 기운을 전염시켜야 한다는 요지인데... 식민지 시대가 언제 끝났는데 아직도 명랑을 요구하는 것인지.


요즘의 감정노동자도 그 때 보다 덜 힘들까. 그렇지 않다. 스튜어디스, 연예인, 점원 그리고 타이피스트 걸인 나...는 입사 직후처럼 명랑하지 않다고 욕을 들어먹으니까 말이다.(사장 할아버지.. 내 친구들 사이에서 이미 엄청 유명하다.) 그리하여 이 망할 놈의 '명랑'에 혹사당하지 않기 위해 곧 회사를 떠난다. 바이 짜이찌엔.


 

* 사족 1 : 스펙 만능 주의와 이 나라에서 잘 나가려면 필요한 능력은 아직도 비슷하다. 예를 들면 1.영어를 배울 것(미국가서 3~4년 있다오라) 2.기자와 교제를 하면서 정보를 얻을 것 3. 무슨 집회든지 발기인에 들 것 4. 남 앞에서는 반드시 사회와 민족을 논하라....


* 사족 2 : 옛날부터 남여 서로 물어뜯는 건 비슷했다. '남자 무용론'에 반박하는 '여자 무용론'까지. 그러면서 속으론 이성의 애정을 얻고 싶어서 비법을 공유하고 연애를 못하는 사람들을 마구 비웃는다. 경제적으로 풍족해져서 조금 변한 것도 있지만 30년대 소위 연애 좀 해봤다는 사람들이 공유하는 비법은 제법 수긍이 갈 만한 것도 있다.


담화는 상대자의 칭찬으로 일관할 것/ 남자는 우스운 이야기를 해서 여자를 웃게 하고, 여자는 서러운 이야기를 해서 남자를 쫄쫄 울게 할 것(뒤에는 모르겠다.)/ 어느 기회를 타서든지 자기의 특수 재질을 보여줄 일/ 피아노 계약을 즉석에 맺을 일(부를 과시한다.)/ 화장품을 사줄일 


1920년대에 동아일보에 '남편을 택하는 100가지 비결이라는 기사가 실렸다는데 48개 까지로 연재가 중단 되었다. 그럼에도 공감가는 것이 있었다.


3번. 여자같이 얌전한 남자와 결혼하지 마라. 그런 남자가 아내를 곱게 다룰 것이라 믿어서는 안 된다. 그런 남자는 늘 아내를 박박 긁고 괴롭힌다.


12번. 재산이 넉넉하더라도 직업이 없는 남자와 결혼하지 마라. 남자는 한가해지면 술, 담배, 여자만을 생각한다.


13번. 여자보다 못 배운 남자가 여자 말을 잘 들을 것이라 생각하고 결혼하지 마라. 그런 남자는 지식으로 여자를 못 누르면 주먹으로 누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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