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실로 올라오세요, 창문을 통해
마이라 산토스 페브레스 외 14인 지음, 클라우디아 마시아스 엮음, 우석균 외 6인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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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 문학이나 프랑스, 일본, 중국 문학 등은 나름 익숙하게 다가오지만, 라틴아메리카 문학은 접해보기도 어렵고, 그들의 정서를 이해하기도 어렵다. 15개의 단편을 읽으면서, 얼마나 숨이 찼던지.

<아우렐리아를 위한 묘약>, <트로이로, 엘레나여>, <미국의 숙녀들>, <짧은 작별>, <코끼리에 관한 우화>, <스케이트 타는 남자의 침묵> 등은 인상에 남는 단편이었다.

<짧은 작별>이나 <트로이로, 엘레나여>는 인간 안에 잠재되어 있는 이기적인 욕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짧은 작별>에서 느껴지는 광기와 폭력, 생존의 욕구는 잔인하다 싶지만, 인간 본성에 숨겨져 있는 이기심을 잔혹하게 드러내고 있지 않았나 싶다. <아우렐리아를 위한 묘약>과 <코끼리에 관한 우화>는 신비스럽고 매혹적이었다. <아우렐리아를 위한 묘약>은 소설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묘한 분위기를 풍겼다. <향수>에서의 '후각'과 <아우렐리아를 위한 묘약>의 '촉각'은 주술처럼 신비로웠다. 단편에서 보여주는 집착과 전문성이 변형되어 나타나는 기이한 행동은, 인간의 전형적인 행태가 아닌가 싶다.

나는 라틴아메리카 단편선을 읽으면서, 인간의 본성에 집중하여 읽었다. 그것은 그들의 문화에 대해 아는 지식이 부족했고, 그때문에 이해력이 다소 떨어지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설의 다른 형태와 전개방식을 발견했고, 캐릭터를 풀어내는 또 다른 방법을 찾아냈다. 그것은 눈이 보이는 사람이 손으로 더듬더듬 점자를 읽어나가듯 서투르게 이해하면서도 얻은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지식이 부족하여 이해되지 않는 단편들도 있었고, 희미하게 이해하는 단편들도 있었다. 글이란 것은, 참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기에 완벽하게 이해하려는 욕망은 참으로 헛된 것같다.

'침실로 올라오세요, 창문을 통해'라는 단편집을 읽으면서 내가 얻은 성과는, '낯선 것들에 다가가기'가 아니었을까 한다. 낯선 것들을 익숙하게 만드는데는 나의 노력이 필요하겠다.

2009년 첫 해를 여는 책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이었다. 올해는 나에게 그런 해가 되지 않을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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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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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날것같은 삶을 그대로 토해내는 명랑 고백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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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 감춰진 것들과 좌파의 상상력
최세진 지음 / 메이데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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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I can't dance, I don't want to be part of your revolution!

- Emma Goldman

 

혁명은 변화의 시도라고 생각한다.
변화하고자 하는 몸부림.
육체적인 과격함과 정신적 투쟁.
소리없는 투쟁이라 하여도 변화의 시작은 소리없이 이루어 진다.


<내가 춤출 수 없다면 혁명이 아니다>
에서는 자신들이 투쟁할 수 있는 방법으로 혁명을 시도해 나갔던 좌파들이 나온다.
사실 생소한 이야기도 있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다.
존레논, 첨바왐바, 피카소, 체 게바라, 쇼스타코비치, 조지오웰, 미야자키 하야오... 등등
게임, SF, 핵커, 인터넷...
문화현상과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작은 움직임을 경험했다.
그것이 작은 움직임이라 했을 지라도 혁명의 몸짓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변화의 시도는 아름답다.
올바른 변화는 혁명이 된다.
현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크고 작은 수많은 혁명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러한 혁명들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우리의 상상력을 동원해 우리가 해 나갈 수 있는 모든 것을 동원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 대처하는 국민들의 모습도
자신이 춤추고자 시도하는 변화와 혁명의 물결이 아닐까?
광고주를 압박하고, 특정당을 해킹하고, 칭찬받을 사람은 칭찬하고..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것은 또 다른 혁명이 될 것이다.


누군가가 싸웠기에, 우린 이렇게 살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의 작은 행동이 미래의 후손에게 혁명이 될 수 있겠지.
칭찬하고 싶다. 우리의 행동을...
좌파들의 상상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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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그림 읽기
조이한.진중권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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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을 잘 그리지 못하는 나는,
그림이 동경의 대상이 되곤 한다.
그림은 마음을 즐겁게 하고, 눈을 정화시킨다.
고요하게도 말이다.


그림이 동경의 대상이 되는 이유 중 하나는, 보고 싶다고 해서 다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음악이나 영화야 보고싶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볼 수 있지만, 그림이라는 것은 내가 직접 구입을 하지 않으면, 마침 전시가 없다면 직접 보는 것이 힘들다.
책에서 보는 그림과 실제로 보는 그림은 차이가 많다.
작은 책에 큰 그림을 구겨 넣다 보면, 직접 볼 때 보였던 것도 책으로 볼 때는 잘 보이지 않는다.
세밀한 감동이 느껴지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림은, 그냥 감동이다.
평론가들은 그림에서 기표와 기의를 찾으며 함축적은 의미와 상징적인 의미를 찾아내려 눈에 쌍심지를 켜지만, 그림은 그냥 보고 느끼면 된다.
음악을 듣고 느끼는 것처럼 말이다.


<천천히 그림 읽기>에서는 그림을 읽는 다양한 방법들에 대해 말 해준다.
차근차근, 조곤조곤 알기 쉽고 선명하게 말이다.
하지만, 작자도 말한다. 그런 저런 이야기들은 다 주관적일 뿐이라고.
결국, 자신이 그 작품에서 무엇을 찾아내느냐가 더 중요한 것이 아니겠냐고.
맞다. 바로 그거다.
의도적으로 만든 작품이 있는 반면, 재미로 어떤 의미를 두지 않고 만든 작품도 있다.
그런 것들은 수많은 사람이 그 작품을 읽어내며 작자도 모르는 의미를 부여해 주곤 한다.
그 의미는 수만 수천가지로 나뉠 수 있으며, 절대적인 기준은 될 수 없다.


프로이트는 작가의 유년을 쫓아가며 무의식 속에 감추어진 표출을 작품에서 찾아내려 했지만,
사실 그런 것이 어떤 의미를 갖는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작품을 보는 사람들이 개개인이 공감할 만한 의미를 찾아내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대로 세상을 본다. 심지어 객관적임을 자랑하는 사진도 실은 사진사의 주관에 따라 얼마든지 다르게 찍을 수가 있다. 이렇게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고,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선택적 주의'라 부른다. 따라서 어떤 의미에서 절대적 객관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존재하는 것은 서로 다른 수많은 주관성들 뿐이다. 따라서 화가가 자기 세계관에 따라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니라."

135p 중에서

 

이 대목은 <천천히 그림 읽기>의 주제를 함축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림은 또 다른 언어로 많은 이야기들을 한다. 그 그림에 대한 이야기는 그림을 탐구하는 학자보다, 그림을 보고 있는 관람자 보다 그림을 그린 화가가 더 잘 알 것이다. 그림에 관해 잘 알고 있는 화가와 그 의미를 부여하는 관람자.
어떤 게 그 그림의 전부라고 말 할 수 있을까?

그림을 잘 느끼고자 하는데 수많은 지식보다는,
그림을 보는 사람의 마음 가짐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그렇게 위대하다고 말하는 피카소의 전시회에서 나는 알 수 없는 실망을 느꼈고,
르네 마그리트의 엉뚱한 그림에서 감동을 느꼈다.
김환기 작가의 아기 그림에서 진한 모성애를 느꼈고, 롭스의 악마적인 그림에서 외로움을 느꼈다.
더 자세히 파고들고 싶다면, 그건 보는 이의 몫일 것.

 
<천천히 그림 읽기>는 그 몫을 알고 싶게 해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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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 센스 - 당신의 크리에이티브 감각을 깨우는 역발상 비주얼 에세이
정철 지음 / 황금가지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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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선배의 블로그에 갔다가, 익숙한 이름을 발견했다.
몇년 전 카피라이터 과정을 밟으며, 5시간 강의를 들었던 정철 선생님.
그 분이 책을 내셨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학생들에게 이게 아니다, 별로다, 라는 부정적인 말씀을 하지 않으셨던 분으로 기억한다.
강의를 하시는 분들 중에는, 만만하게 생각할 직업이 아니니 애초에 안 될 것 같으면 다른 길 찾아가라고, 어떤 아이디어는 한심한 투로 말하는 선생님들도 계셨다.
사실, 그때 내겐 카피라이터란 직업은 생소하면서도 도전해보고 싶은 길이었던 반면,
갈등과 고민도 많았던 길이었다. 준비되지 않은 자가 남들보다 좀 늦게 준비를 시작하려니
헤매고 버벅되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탁정언 선생님의 추천으로 사보편집 회사에 입사하면서
미래의 도약을 꿈꾸며 한 발 물러나는 거라고 생각했었다.

두 아이의 엄마이며, 졸업 후 2년의 공백은 나에게 치명타가 되었고
면접을 보는 광고 회사마다 날 거부했다.
이력서를 보내면 한 번 보자는 회사는 많았지만, 한 번 보고서 마는 회사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철야와 야근이 밥먹듯인 광고회사에서 두 아이의 엄마를 선뜻 받아들일 수 없었나보다.
거의 최종까지 붙었던 두 회사의 결과를 기다리고 있을 즈음 탁선생님께서 전화를 하셨다.
"전진 씨 사보일을 하다가 잘나가는 카피라이터가 된 사람들도 많아요."라면서.
무언의 응원이셨다는 걸, 알았다.


비전이 있어 가고 싶었던 회사는 사장이 마음에 들어 했지만, 실무자는 반색했다.
실무자 또한 한 아이의 엄마였고 친정 엄마에게 아이를 맡겨 놓고 일을 함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아이 때문에 일을 잘 할 수 있겠냐며 재차 물었다.
아마 그녀가 느꼈던 어려움을 나 또한 느낄 것이라고 생각했기에 선뜻 좋다고 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도 씁쓸한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꽤 컸던 한 광고회사는 실무진들은 좋다는 반응을 보였지만,
가장 높으신 분은 아이가 있어 힘들어 보인다고 보이콧을 하셨다는 연락을 받았다.
황송하게도 이사님이 전화를 하셔서 미안하다고 몇 번을 말씀하셨다.
잘 본 면접에 조금 들뜬 마음으로 쇼핑을 하다가 절망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말고도 수도 없었던 면접이 있었다.

 
그리고, 난 그때 알았다.
자유롭고 생각이 트인 광고회사도 별 수 없구나.
사회의 편견은 어쩔 수 없구나.
내가 별로여서 였을 수도 있다. 실제로 보니 별로였을 수도.


장충동에 있었던 한 광고회사 팀장은,
슬림하지 못한 나의 몸매가 나태해 보인다며
광고회사에 들어올 생각이라면 다이어트를 먼저 하는 게 어떻겠냐는 말도 했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때 자리를 박차며 화를 내지 않았는지 내 자신에게 화가난다.
난 번번히 거절당하는 통에 많이 지쳐있었던 것 같다.

 
그랬다. 그때는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해도,
자꾸만 조건에서 밀린다는 생각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이제 생각하니 책 속의 정철 선생님의 말처럼 시간이 지우개인 것 같다.
시간이 지나니, 그때의 고통이 지금은 피식 웃을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되고
살아가는 힘을 주는 삶의 이야기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봤던 면접에서 내가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두 아이의 엄마라고 가정과 회사의 일을 다 소화하기 힘들거라는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보지 말아 주세요.
뒤집어 생각하면 아이들이 있기에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 많지 않습니까?
순수한 아이들과 함께하기에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 생각할 수도 있고,
주부의 마음에서 생각할 수도 있고, 시댁식구들과의 고충에서 관계에 관해 넓게 볼 수 있고
제게 다른 신입들과 비교할 수 없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떨어지긴 했지만, 그때 실무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즐거워 했었다.

 
무좀도 긍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신 정철 선생님은 센스 만점이다!
인생은 친구가 있는 것 만으로도 된 거다. 맞다.
긍정을 사랑하는 사람이 좋다.
그런 글을 읽는 게 좋다.
지독한 고정관념과 편견을 부추기는 글을 스트레스를 받는다.
활자의 고마움은 이럴 때 느끼는 거다. 그런 거다.
그리고 또 힘을 얻는 거다.
오늘 하루 난 또 힘을 얻었다.

힘을 주는 글, 센스 만점! 세븐 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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