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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문화비평이다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4
이택광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철학, 사회, 정치, 인물, 문화를 아우르며, 다양한 시각으로 다양한 견해를 읽을 수 있었던 <이것이 문화비평이다>. 슬쩍, 시끄러운 이슈나 지나쳐버리고 말았던 현상들을 되짚어 보며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듯 해서 보람있다. 잠시 잊었을지도 모르고,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으면서도 고개를 돌려버렸을지 모르는 사건과 문화적 현상들. 깊게 생각하지 않고서는 제대로 보지 않았을 이야기들이 응집되어 있는 책이었다.  

어떤 사건이나 현상을 두고, 우리의 심리상태나 의식을 읽어낸다는 것은 흥미로우면서도 가치있는 일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뼛속까지 파고드는 '의식화'된 무엇은 우리 삶을 깊숙하게 파고들었으니 말이다. 왜 우리는 '김수한 추기경'이 돌아가셨을 때 그렇게 슬퍼하고 아파했는가? 왜 정부는 욕을 먹으면서도 '미디어법' 통과를 강행했는가? 왜 우리는 '월드컵'에 열광하는가? 우리가 연예인을 정치인보다 도덕적으로 투명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막장 드라마'는 우리에게 무엇을 말해주는가?  

일상생활에서 수다의 주제가 되고, 뒷담화의 가쉽이 되는 하나의 이야기들은 '비평'이라는 것과 합쳐져 또 다른 시각을 도출해내고 있다. 우리의 '억압', '욕망', '뒤틀림', '변화', '행동 양상' 등 하나의 사건과 주제가 내포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그 사건과 주제들을 한 번 더 되씹고, 생각해 볼 시간과 기회를 준다.  

거짓과 불편함, 창피함, 진실의 회피를 감추기 위해 거대한 껍데기를 뒤집어 쓴 사회.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사회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숨기고 있는 '키워드'로 작용한다. 지리멸렬한 외모 지상주의, 범죄자의 신상털기, 뒷 이야기 이슈화, 헐벗겨지는 연예인, 자살로 몰고 가는 사회의 비정함. 다 알면서도 외면하고 싶은 불편한 진실들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알면서도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는 대중들. 어쩌면, 그 모든 것을 선동하는 것도 모자라 방관하고 있는 모습들. 그의 글에서 그런 반성을 할 수 있었다.  

가벼운 주제를 무겁게 끌어내고, 무거운 주제를 가볍지만 진지하게 끌어나가면서 밀고당기기를 하듯 '문화비평'의 새로운 맛을 보게된 시간이기도 했다. 그의 글들은 눈을 좇아가면서 바삐 읽을 수 없기 때문에 조금씩 숨고르기를 해야 했지만 쉽지 않았기에 뜸을 들이듯 깨닫게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엄연한 범죄자를 예쁜 얼굴 때문에 미화하는 일은 외모지상주의로 인한 병리 현상이라는 것. 비판이 편한 건 언제나 그 비판의 도마 위에 비판자 자신은 높여 있지 않기 때문이다. 비판자가 그 비판의 대상에서 빠진, 반성 없는 비판이야 말로 또 다른 병리 현상이다. - 83p <몸창-얼짱 신드롬은 무엇인가> 

부자 신드롬을 통해 우리는 노동으로부터 자유롭기를 갈망하는 대중의 욕망을 읽어낼 수 있다. 비단 부자라는 직설적 상징이 아니더라도 한국에서 이런 대중적 갈구를 발견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다. ...(중략)... 미국형 신경제의 몰락과 신흥 계급의 몰락은 '모두 부자가 될 수 있다'라는 자본주의의 행복 담론을 무의미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 모두 부자가 되는 사회보다는 가난하지만 모두 행복한 사회가 분명 더 실현 가능한 일임에도 부자의 판타지는 오늘도 리얼리티에 대한 우리의 인식을 완전히 소거시키기 위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 147p <부자 신드롬> 

오늘날 불륜 드라마는 현실의 가부장제를 넘어가려는 중간계급의 (여성) 판타지다. 이때 중간계급의 (여성) 팥나지라는 건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이런 드라마가 차마 드러낼 수 없는 무엇을 감추기 위해 발명된 스크린이라는 것이다. 그 차마 드러낼 수 없는 것을 감추려는  상황이 불륜의 징조를 유발한다. 그 차마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란 '사랑의 부재'를 증언하는 자본주의의 물질주의다. - 75p <불륜 드라마, 우리 시대의 리얼리즘> 

여자 연예인들의 자살은 한국의 문화산업구조에서 일개 노동자의 처지로 전락해가고 있는 연예인들의 운명을 드러내는 징후다. 이들의 자살은 겉으로 화려하게 보이는 연예계가 사실은 냉혹한 자본의 논리가 가장 노골적으로, 가장 직접적으로 관철되는 지점이라는 것을 증언한다. 한국 자본주의의 회전 속도가 빠르면 빠를수록, 연예계라는 기계 장치도 더 빨리 돌아갈 수밖에 없다.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논리는 바로 속도다. 속도가 빠른 이가 모든 것을 먹는다. 이런 속도의 논리가 남성의 것이라면, 이런 남성의 욕망 구조에 복무하는 것이 여자 연예인들의 이미지다. 이 욕망 구조에 적응하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뻔하다. - 276p <여자 연예인의 자살>  

물질주의와 자본에 이끌리면서, 수많은 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이를 회피하고자 하는 마음도 있지만, 갖고 싶다는 욕망과 가지려하는 욕망이 더 강한 게 사실이다. 우리는 물질을 욕망하며, 하나만 원하는 외곬수가 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잠시 생각해본다. 세상은 변화했다. 하지만, 그 변화가 조금씩 우리를 옭죄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다양한 현상들이 하나로 귀착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결국, 자본과 물질주의를 원하는 인간의 욕망이 이러한 현상을 부추기고 있으며, 심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알면서도 외면한다. 그렇기 때문에 비평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사유하지 않고, 받아들이기만 하는 것이야 말로 비극으로 치닫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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