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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 버트런드 러셀의 실천적 삶, 시대의 기록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박병철 해설 / 비아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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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러셀 그를 제대로 알기에 다소 아쉬운 듯한 <나는 무엇을 보았는가>에는 그의 실천적 행동이 가득 담겨 있었다. 진정한 지식인은 말 뿐만 아니라, 말한대로 행동을 보여준다는 것. 대단한 행동가이며 열정적인 실천가였던 그는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말했다. 정치, 심리, 종교, 교육. 성과 결혼, 윤리. 다양한 논제를 말하고 있지만, 결국 하나로 귀결되는 것. 인류에 대한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인간의,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활동. 그의 한 마디 한 마디에는 뼈가 숨겨져 있고, 그의 재치를 이해하려면 짧은 글도 생각해 보아야 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어느 정신병원을 가더라도 권력욕 때문에 세계를 왜곡되게 바라보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 자기가 잉글랜드 은행 총재라는 사람도 있고, 왕이라는 사람도 있고, 신이라는 사람도 있다. 이와 유사한 망상이 학식 있는 사람의 모호한 언어로 표현되면 철학교수가 출현하고, 감수성 풍부한 사람의 감동적인 언어로 표현되면 독재자가 출현한다.      - 권력 : 새로운 사회 분석  

인생에 맞서기 위해서 어떤 신념이나 신앙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겁이 많은 사람이다. 이런 태도는 다른 영역에서는 경멸받지만 종교의 영역에서는 훌륭한 태도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나는 그 어떤 영역이라고 해도 비겁한 태도를 칭찬하고 싶지 않다.  - 버트런드 러셀이 자신의 마음을 말하다 

설득과 강합은 전혀 무관하다는 말은 옳지 않다. 설득에는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 가운데 대다수는 사실상 강압의 일종이다. 누구나 수긍하는 설득 방식 역시 강압인 경우가 많다. 어른들은 자식들에게 "지구는 둥글다"고 말한다.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고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네가 어른이 되면 그 증거를 검토해서 너 나름의 결론을 내릴 수 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증거를 검토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하기 전까지 우리의 주장은 아이들의 정신을 봉쇄하기 때문에 '평평한 지구 협회'가 제아무리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펼쳐도 아이들의 정신은 동요하지 않는다. "코를 후비면 안 돼" "완두콩을 먹을 때 나이프를 쓰면 안 돼" 따위 우리가 대단히 중요하게 여기는 도덕적 훈계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완두콩을 먹을 때 나이프를 써야 하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받은 설득의 최면 효과 때문에 나는 그 이유를 따져보는 능력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 권력 : 새로운 사회 분석 

 그의 이런 짧지만 강력한 글들을 읽고 있다 보면, 세상에 보편적 생각이라고 정립된 잣대들이 얼마나 위험하고 얼토당토 않은 생각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보통',  '일반적인', '보편적'으로 정립된 생각들과 점점 악화되는 '권력', '욕망', '교육'에 관한 이야기들. 모든 현상과 생각들은, 한 번쯤 생각하고 해체해보고, 재정립하는 훈련이 절실하다는 생각을 한 것도 러셀의 글들을 읽읽으면서이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하나의 관점으로만 생각하지 않으며, 하나의 틀에 갇히지 않고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실천과 행동의 힘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종교라는 민간한 쟁점에 대한 거침없는 발언, 권력에 대한 조롱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깊은 사고에서 일어난 발언이었다. 그의 많은 '말', '말', '말'을 읽으면서 아쉽게 느껴졌던 것은 과연 그를 알고 있는 사람 이외에 다른 이가 이 책을 접한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였다. 물론 그의 행적이나 식견과 통찰은 유익한 것이나, 그를 알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많지 않나 싶다. 여섯개의 주제로 나뉘었으나 조각조각난 글들은 집중력을 떨어트렸고, 그의 행적의 사전 지식이 없다면 누군가가 퍼붓는 독설 쯤으로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집자의 여는 말, 닫는 말에서 힌트를 얻을 수는 있었지만, 그를 이해할 수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움이 남았다. 

'인도주의' 그것을 중심에 두고, 실천적 행동가로 활동했던 러셀. 그의 불타오르는 열정은 누구도 막아낼 수 없었고, 신념에 굴복하지 않았다. 평화와 인권을 위해 뛰었고, 사상가, 철학자, 수학자, 교육 혁신가로 이름을 날렸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하나로 귀결 되었고, 그의 생각이 많은 이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행동을 보여주는 말, 말을 보여주는 행동. 그래서 그가 아름다운 것이리라. 책에 대한 아쉬움은 뒤로 접고, 그가 이루어내고 싸워낸 것들에 대한 의미를 천천히 곱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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