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평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리영희 평전 - 시대를 밝힌 '사상의 은사'
김삼웅 지음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글은 곧 사람'이라는 말처럼, 그의 글은 그의 삶이었으며 인생이었다. 말하는대로 쓰는대로 살아가는 이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그야말로, 자신이 쓴 글대로, 자신이 뱉은 말대로 살다 떠난 이다. 그의 죽음이 더 애통한 것은, 이 포악한 시대에 용기내어 총대를 맬 지식인이 많지 않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리라. 그 안타까움과 통한은 길이 남아 있다.

진실은 신비롭고 달아나기 쉬운 것이어서
늘 새로이 쟁취해야 하는 것입니다.
자유는 위험하고 우리를 열광시키기도 하지만
그만큼 체득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 알베르 까뮈

나는 그가 한창 활동하던 시대에, 태어나지도 않았다. 그가 살았던 시대가 어떤 것인지는 잘 모르지만, 그의 글과 그의 행동이 있었기에 나는 지금 이 시대에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그때의 그 상황, 그가 겪은 일들과 지난 시대의 일들은 이 책에 잘 정리되어 있다. 
평전이라 하면, 질겁하기 마련이다. 누군가의 생애를 알아가는 일은 그렇게 쉽지만은 않으니 말이다. 시대에 일어난 일과 한 사람의 인생을 읽어내기란 녹록하지 않은 일이지만, 이 책은 어렵지도 힘겹지도 않다. 평전이기는 하나, 지루한 연혁을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읽기 쉬운 시론이나 칼럼을 읽어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 역사적 흐름이나 시대적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고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이해되기 쉽게 풀이되어 있다. 어쩌면, 하나의 전래동화나 구전동화를 읽는다는 느낌으로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피끓는 그의 글 토막 토막을 만날 수 있다. 그것은 역사적 상황에 맞서는 그의 행동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인간적 가치를 존중하고 우상을 타파하기 위해 몸부림친 언론인이자 행동가. 지금의 시대를 한탄하고 걱정하며 스러져간 그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차근차근 그의 삶이 시작되는 부분으로 들어간다. 일제시대를 경험했고, 일찍 홀로 타향살이를 하며 어린 나이에 고된 노동도 경험했던 그는 유복한 집에서 태어났으나, 성장은 유복하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고생을 하며, 공부를 했고 그 와중에 민족해방을 경험했고 해양대학생이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여 교사가 되었지만 전쟁이 터지며 군에 입대하게 된다. 통역 장교로 입대, 그는 군대의 비리와 모순에 치를 떨고 7년 후 군 생활을 끝내고도 군에 대한 불신은 버리지 못한다. 제대를 한 후, 합동통신의 입사 그는 이때부터 세상을 뒤흔드는 언론인이 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사상의 은사'로 남게 되었다.

이승만의 폭정과 박정희의 독재, 이어진 전두환 정권까지. 지난한 역사를 통과해 고초를 겪으면서도 펜은 꺾지 않았던 그. 세상에 대한민국의 상황을 알리고, 대한민국에 세상의 이야기를 전했다. '진리에 복무'한다는 굳은 신념과 날카로운 시선으로 많은 이들의 생각과 행동을 깨웠다. 4.19혁명에 나섰고, 5.16쿠테타를 철저하게 비판했다. 박정희와 미국과의 거래를 폭로, 베트남 전쟁의 진실과 참상을 알리기 위해한 노력, 억울한 누명과 강제해직의 수난. 인간이라면 버티지 못할 것 같은 비인간적인 대우와 음해. 그 모든 것을 견뎌내고 자신의 신념을 지켰던 노력. 그의 인생은 역사 드라마이다.

참지식인은 비판을 생명으로 한다. '비판批判'은 "시是와 비非를 반半으로 쪼개어 보여준다"는 뜻이다. 지식인은 자기가 살고 있는 곳에서 진리를 밝히고, 진리를 억압하는 권력구조를 비판해야 한다고 믿었다. 지식인이 가진 힘이란 이성적인 사고와 진리에 대한 믿음과 용기뿐이라고 생각했다. 비판할 줄 모르는 지식인은 영혼 없는 고깃덩어리와 같다. - 389p

진실을 파헤치고 양심을 속이는 일을 끊임없이 비판하며 살던 그. 지칠 줄 모르고, 멈출 줄 몰랐던 그의 열정과 신념이 경이롭기 그지없다. 세상이 바뀌어 가는 것을 보며, 기뻐하는 길목마다 새로운 상황이 펼쳐졌고, 놓치지 않고 날카로운 펜을 휘둘렀다. 온전한 자유와 온전한 진실만을 위해 행동했던 그는 60에 가까워서야 자유를 얻는다. 억압과 감시와 부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왔던 그에게 자유의 날개가 생긴 것이다.

결혼 40년 만에 온수 나오는 집에 살게 되고, 아내와 함께 유럽여행을 떠날 수 있게 된 그. 살아온 삶이 고단함의 연속이었기에 소소한 행복조차도 느낄 수 없었다. 용기를 내야할 때 용기를 내고, 쓴소리를 해야할 때 거침없이 입을 여는 그가 있었기에 역사는 조금씩 바뀐 것이 아닌가한다. 그 시대의 젊은이들이 성찰을 하고 사유를 하며 문제의식을 깨닫고 행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의 용기 덕분이었다. 역사가 변하는 길목마다 그가 굳건히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짊어진 것들이 너무도 많았던 것인지, 죽음으로 가는 문턱에 육신의 고통이 찾아왔다. 그러한 고통 속에서도 정부에 행태를 비판하는 말은 서슴지 않았고, 거꾸로 가는 시대에 한탄을 쏟아놓던 그. 진정한 스승은 '가르치는 이'가 아니라 '행동하게 하는 이'라는 말을 증명하듯 그는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정신적 스승으로 남아있다.

큰 별이 졌다. 또 다른 해가 떠오르도록 하는 것은 우리 몫일 터이다.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지켜내지 않으면, 지킬 수 없는 게 많다. 포악스러운 짐승들은 언제라도 자유와 신념을 빼앗기 위해 덤벼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가파른 시대를 통과했다. 그가 싸운 순간, 순간을 우리는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그런 그가 있었기에 우린 자유다운 자유를 누리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우상은 그 자유를 빼앗겠다고 덤비고 있다. 나약한 두려움으로 눈감아 버린다면, 그의 죽음이 더 슬퍼질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