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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스키와 푸코, 인간의 본성을 말하다
아브람 노엄 촘스키.미셸 푸코 지음, 이종인 옮김 / 시대의창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1971년 인간의 본성에 대한 토론을 벌인 촘스키와 푸코. 솔직히 말하자면, 알아들을 말보다 못 알아들을 말이 더 많아, 야금야금 새겨 읽어야 했는데, 그것도 시간을 갖고 천천히 다시 되새기는 게 필요하다. 두 거장의 토론은, 역시나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서로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으나, 서로의 의견에 존중했고 모자란 부분은 세밀한 이야기로 채웠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이야기는 간단해 보이지만, 권력, 정의, 정치 등을 아우른다.

본능적 지식, 제한된 정보로부터 고도로 복잡하고 조직된 지식을 이끌어내게 하는 도식 체계야말로 인간성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의 하나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기본 구성요소라고 말씀드리는 것은, 언어가 의사소통에서 차지하는 역할 때문이기도 하지만 나아가 사상의 표현이나 사람들 사이의 상호 작용에도 이 구성요소가 작용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인간 지능이 발휘되는 다른 분야, 인간의 인지와 행동 분야 등에서도 역시 같은 얘기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이 도식 체계의 덩어리, 생래적인 조직 원리의 덩어리, 이것이 우리의 사회적, 지적, 개인적 행동을 인도한다고 보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인간 본성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 28p, 촘스키 

지식의 역사를 볼 때, 인간성이라는 개념은 주로 인식론적 지표 구실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특정 유형의 담론이 신학, 생물학, 역사학 등 어떤 관계를 맺는지 혹은 갈등 관계를 맺는지 보여주는 지표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인간성을 과학적 개념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31p, 푸코 

인간성이라는 담론에 대한 이 둘의 대립보다, 내가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정치'에 관한 담론이었다. 물론, 정치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을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그것은 정의와 권력의 문제로도 귀결되는데, 푸코는 프롤레티아 혹인 진보 집단의 투쟁은 결국 정의가 아니라 권력을 잡으려는 행위라고 말한다. 하지만, 촘스키의 입장은 다르다. 결국, 정의를 이루어내기 위한 싸움인 것이지, 권력 자체를 위해 정치에 뛰어든 것은 아니라고 말이다. 이 문제는, 우리의 사회와 연결이 되었다. 결국 정의를 위한 투쟁은 권력의 획득, 권력을 가로채기 위한 싸움이라는 푸코의 말은 우리 사회에서 대중이 가진 불신과 중첩되는 모습을 보였다. 정의의 실현이라고 말하지만, 결국에는 권력을 잡으려는 싸움이 되어버린 수많은 정치적 사건과 인물들. 촘스키의 말에 동의하면서도, 현실은 푸코의 말과 많이 맞닿아 있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푸코의 말에 동의하게 되면 결국, 정의의 개념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 자체를 부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의문도 들었다. 정의를 위한 정치적인 활동들이 결국, 권력을 갖기 위한 싸움이라면, 정의는 존재하지 않게 되고 정의란 이름으로 포장된 권력만 남는 것은 아닌지.  

계급으로 나뉘지도 않고 상하로 위계가 고정되지도 않은 사람들이 효과적으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을 민주주의라고 볼 때,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로부터 아주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우리는 계급 독재 체제, 계급 권력 체제 아래 살고 있습니다. 그 체제는 폭력으로써 자신의 의지를 강요합니다. 그리고 그 폭력의 도구는 제도와 헌법에 따른 것입니다. 사정이 이렇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아니라는 데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 64p, 푸코 

계급적 권력 행사가 존재한다면 민주주의가 아니다 라는 푸코의 말을 생각해 본다.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권력과 싸워야 하지만, 정의를 실현하기 위한 집단들이 권력을 잡게 되면, 그 안에서 계급이 나뉘고 상하의 위계가 생기게 되면 결국 민주주의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런 형태로 얻은 정의도 민주주의가 되었다고 말할 수 없는 것. 여러가지 요소와 상황들을 촘스키와 푸코의 생각을 섞어 다시 되짚어 보자니 정치, 권력, 민주주의, 정의 이 모든 것들이 명쾌하지 않다.  

제가 제대로 이해했다면 푸코의 입장은 이러했습니다. 우리가 현재 상상할 수 있는 것은 현대 세계의 부르주아 사회가 만들어낸 것뿐이다. 정의와 '인간 본질의 실현' 같은 개념은 우리 문명이 만들어낸 것이고, 우리의 계급 제도에서 나온 것이다. 
그리하여 정의라는 개념은 권력을 잡은 계급 혹은 권력을 잡으려는 계급이 내놓는 구실에 불과하다는 거지요. 개혁가나 혁명가의 과제는 권력을 잡으려는 것이지 더 정의로운 사회를 이룩하려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추상적 정의는 제기할 수도 없고 설령 제기한다 하더라도 지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제기될 수는 없다는 거예요. - 177p, 촘스키 

정의를 이루기 위한 정치, 정치 안에서 생기는 권력, 권력은 또 다른 정의를 이루고 싶어 하게 하고, 결국 정의를 이루어내기 위해 다시 정치를 하게 된다. 이 모든 것의 순환. 각자의 편에 서서 생각하는 '정의'는 무엇일까? 은폐되는 사건, 조작되어 생긴 억울함, 누군가의 죽음, 세계 평화를 담보로 저지르는 전쟁 등 많은 거짓들 안에서 '진실'은 정의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정의'는 필요하다. 진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본성에 대한 촘스키와 푸코의 대화는 여러가지 생각으로 다가왔다. 각자 다른 입장과 다른 생각에서, 현실과 중첩되는 현상과 사실들이 보였고. 이것은 정말 논의되어야 할 무언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나지 않고, 깨지지 않은 이 이야기는 정치, 권력, 정의 등의 논의들인 인간의 본성이라는 큰 담론에 묶인다. 인간의 본성은 여러개의 가지들로 뻗어나가며, 결국은 무엇이 옳다 그르다를 떠나 제대로 세워야 하는 가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 그들의 대화를 따라가고, 덧붙여진 생각들을 보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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