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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집권플랜 - 오연호가 묻고 조국이 답하다
조국.오연호 지음 / 오마이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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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보수를 넘고 변화를 꿈꾸다
보수의 이념이 아니라 "연속성과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전통적인 제도와 관습을 소중히 여기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라면, 맹자는 정말 멋진 보수주의자였다고 할 수 있다. 흔히들 보수가 물질적 이익과 세속적 출세를 탐낸다고 하지만 진짜 보수주의자는 이익이 아니라 가치를 탐한다. 진짜 보수주의자는 다른 누군가와 싸우는 전선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내면에 정체성의 닻을 내린다. 진짜 보수주의자는 타인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을 성찰한다. 진정한 보수주의자는 누가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도 실의에 빠지지 않으며 깊은 어둠 속에서도 스스로 빛난다. <청춘의 독서> - 131p 

많은 보수주의자들이 이렇다면, 얼마나 살만 할까? 이념의 대립은 발전을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보수와 진보라는 단어의 개념을 생각하기도 전에 부끄러운 마음이 앞선다. 내가 보고 있는 소위 '보수주의자'들은 '보수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고집이 세고, 자기 이익만 생각하며, 탐욕스럽고, 막무가내다. 자기 생각이 옳다고 우기며, 누군가의 말은 듣지 않는다. 그게 보수라고 생각하고, 자랑스럽게 보수주의자라고 말하는 그들. 난 어릴 때부터 '보수주의자'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치를 탐하는 보수주의자가 많아진다면, 세상은 또 어떻게 달라질까? 

지난한 역사를 돌아볼 때, 우리에게 '진보'는 필요했다고 생각한다. '진보'는 많은 행동과 생각을 담고 있었기에. 더이상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 더이상 이런 역사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 '진보'는 변화를 말한다. 386세대들은 변화를 이끌어낸 최대의 공로자다. 그들의 치열한 싸움이 없었다면, 우리가 '민주화'를 이루어낼 수 있었을까? 자유롭고, 다양성이 인정되는 사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었을까? 그들이 있었기에 변화는 시작될 수 있었다. 

변화는 급격하게 시작되어, 급격하게 이루어지는 줄 알았다. 386세대인 한 선배는 '전두환'을 끌어내렸을 때, 민주적이고, 제대로된 나라를 세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태우'가 당선되면서 큰 상실감에 휩싸였다고 한다. 변화가 시작되는 줄 알았지만, 노력했던 만큼 쉽게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없었던 것이다. 

김대중, 노무현. 그렇게 10년. 우리는 뭐든 변할 거라는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권력과 힘과 모든 것을 뒤로 하고, 국민이 만들어낸 그들에게 많은 기대의 무게가 실렸다. 하지만, 역시나 생각만큼 많은 변화를 이루어내지 못했다. 우리의 성급한 마음이 그들을 못살게 굴었던 것은 아닐까? 우리의 마음만큼 그들도 조바심이 났고, 오랫동안 정권을 틀어주고 있었던 소위 '보수주의자'들이 뿌려놓은 씨앗은 꽤 깊숙하게 퍼져있어 만만치 않았다.  

지인은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며, 미쳐 돌아다녔던 날들. 그리고 그의 승리. 시간이 지날수록 아파오는 마음. '변심한 애인'을 바라보듯 자포자기했던 나날들. 그리고 이명박의 집권,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 그 일련의 과정들 속에서 상처를 겪고 배신감이 들었고, 될대로 대라지 라는 마음도 있었다고. 하지만, '진보집권플랜'을 함께 읽은 후,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되겠다고 말했다. 무관심이 배신의 복수라고 생각했는데, 더 큰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이제는 정말 움직여야 겠다고,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며 즐거웠던 순간의 마음을 다시 끄집어내야겠다고 말한다.  

시행착오 속에서 찾은 진보의 가치
'진보'의 가치란 무엇인가? 내 생각을 말하자면, 모두가 행복하게 사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특정한 사람들만 계속 잘사는 사회가 아니라, 빈곤에서 허덕이던 이도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사회말이다. 모든 것은 학벌, 지연, 혈연이면 된다는 그런 사회 말고, 공정하게 능력대로, 그 능력을 키우는데 '돈'보다는 '실력'과 '재능'을 믿어야 하는 그런 사회 말이다.  

계급적으로 보면 진보는 강자나 부자의 편이 아니라 약자나 빈자의 편입니다. 특권을 가진 엘리트의 편이 아니라 보통 사람의 편입니다. 아시다시피 법학은 정의를 추구하는 학문입니다. 저는 서민과 보통 사람이 자존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 수 있는 사회가 정의로운 사회라고 봅니다. 진보의 길이 곧 정의를 구현하는 길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에 저는 어디에 가서든 공개적으로 진보를 자처하고 있습니다. 27p - 프롤로그, 조국  

그의 이런 생각을 지지한다.   

오연호         움직이지 않는 대중을 욕하지 말라는 말이 무겁게 다가옵니다. 그들마저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제대로 된 가치와 대안을 진보, 개혁 진영이 제시해야 한다는 말씀이군요.

조국            그렇습니다. 광장에 모인 사람들 말고 모이지 않은 사람들까지도 설득할 수 있는 가치, 대안, 세력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광장은 우리가 바로 주인임을 선언하는 자리입니다. 이렇게 주권자 의식이 강한 적극적, 능동적 시민은 광장에 나갑니다. 하지만 광장에 나오지 않는 사람도 공감할 수 있는 무언가를 진보, 개혁 진영이 내놓아야 합니다. - 33p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실패한 정권이라고 말해야할까? 나는, 말하고 싶다. 시행착오를 겪었던 정권이었다고. 인생에도 많은 시행착오가 있다. 열심히 해도 원하는대로 뜻대로 안 되는 시간 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우연처럼 행운처럼 원하던 것을 갖게 된다. 하늘은 원하는 것을 쉽게 내주지 않는다. 마찬가지 아닐까?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이룰 줄 알았다는 말은 변명이자 착각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그들의 정권에게 실수도 용납하지 않았고, 관용도 배풀려 하지 않았다. 보고 싶은 것만 보여줬으면 했고, 원하는 것만 들어줘야 했다. '진일보'하려는 조급증은 서로를 상처투성이로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진보, 개현 진영의 사람들은 예리한 비판에 능하죠. 그런데 비판을 너무 심하게 하면 비판을 받는 사람에겐 상처가 남습니다. 개인감정이 상하게 되면 상대방 말이 맞아도 같이하기 싫어지죠. 이런 일이 생겨서는 안 됩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되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살려주면서 합의점을 찾는 식으로 작업해야 합니다. - 40p, 조국

'진보'를 원하면서도 '진보'로 가는 길이 서툴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때, 우리는 서로 상처받는 말과 행동을 서슴없이 한다. 그렇게 같은 뜻을 가졌던 사람들끼리 등을 돌리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하며 분열된 것도 사실이다. 안타깝다. 하지만, 그것도 시행착오라고 생각하며 힘을 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조국 교수의 말을 듣고 있으면 말이다. 하지 못한 것을, 이루지 못한 걸을 잊으려 하지 말고, 다시 해보자고 서로 응원하며 함께 하는 것. '진보'를 원하는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 아닐까 싶다.   

 

다시, 다시, 꿈을 품으며
열정은 자기가 지키고자 하는 가치가 있을 때 생겨납니다. 지지자들은 자기들이 지켜야 할 가치가 어떤 정치인 속에 있다고 판단하면, 그가 수난을 당할 때 마치 자신이 고통받는 듯한 느낌을 받으며, 따라서 열정적으로 그를 지지하고 보호하려 합니다. 그래서 정치인은 대중과 같이 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가 노무현을, 노무현으로 상징되는 가치를 지켜야 한다.' 이런 대중의 심정이 2002년 대선판에서 형성됐던 열정의 기반이죠. - 48p, 조국 

절망 앞에서는 다른 희망이 열린다. 절망 앞에 주저 앉는 이는 희망을 볼 수 없다. 우리는 시간이 있고, 의지가 있다. 싸울 준비가 되어있고, 언제든 일어설 수 있다. 기적이라고 불렸던, 역사의 순간들이 있지 않았던가? 그 기적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들이 아니었다. 우리가 원했고, 원했고, 또 원했던 순간이었다.  

'꿈'을 꾸는 데만 그치다면 무능한 것이겠죠. 그러니 그 '꿈'을 다른 사람과 같이 꾸면서 현실화해내야죠. 진보, 개혁 진영이 다시 집권한다면 집권 초기에 무엇을 해치울 것이지, 어떠한 '제도적 말뚝'을 박을 것인지 아주 구체적인 계획을 준비해야 합니다. - 110p, 조국 

대학생들은 꿈을 잃고, 자본에 쫓기며 돈을 따라 다니고 있다. 나라 곳곳은 삽질의 연속이며, 건설 회사의 배를 불리고 있다. 부자들의 세금은 깎아주고, 서민들의 세금은 오르고 있다. 물가는 치솟고, 집 값은 물론, 모든 게 돈으로 환산되느라 바쁜데 사람 값은 똥값이 되어가는 사회가 되고 있다. 많은 서민들이 울며불며 소리쳐도 정부는, 국가는, 자칭 보수주의자라고 하는 여당은 귀를 막고 들어주지 않는다. 최소한의 생존권도 지켜지지 않고, 생존을 위해 많은 사람이 불구덩이로 뛰어들고 있다. 국민은 봉이며, 노예이며, 시다바리로 생각하는 정부에게 힘을 모아 저항해야 하는 건 우리다. 넋놓고, 어떻게든 되겠지. 누가 그 자리에 앉는다고 뭐가 달라지겠어 라고 자포자기 한다면, 결국 나아지는 것은 없이 악화될 것이다. 자살율만 치솟고, 출산율은 낮아지고, 아버지들의 외로움은 깊어지는 사회를 가만두어야 할까?  

아주 소중한 시기죠. 정권 빼앗긴 것을 억울하게 생각하고, 정치적 민주주의의 후퇴에 분개하면서 "저 나쁜 놈들!"이라고 울분을 토하는 데 그쳐서는 의미가 없어요. 사회, 경제적 민주화에 대한 비전과 계획이 없는 상태에서는 다시 권력을 잡다러도 5년 뒤에 다시 망할 수 있어요. 이런 일이 벌어지면 "쟤들은 도저히 권력 못 맡길 놈"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도 있어요.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고대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루키우스 세네카가 한 말이 있죠. "행운이란 준비가 기회를 만날 때 일어나는 것이다." - 312p, 조국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진보집권플랜에 동참하고 싶은 마음을 들게 한다. 이미 그는 '진보'가 나아가야 할 '플랜'에 대해 거침없이 말했다. 이제, 계획을 세웠으니, 실행을 옮겨보자! 그의 생각에 동참하고 싶은 이는, 이 책을 읽고 생각을 먼저 정립하자. 책장을 접는 순간, 무엇인가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불끈 솟아 오를 것이니! 가치를 여는 진보, 다시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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