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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미슐레의 자연사 1
쥘 미슐레 지음, 정진국 옮김 / 새물결 / 2010년 10월
평점 :
품절


'바다'라고 중얼거려 본다. 겨울이 되면, 미치도록 바다가 그립다. 바다는 바라만 보고 있어도 편안하다. 영혼의 안식처인 것처럼 바다의 색과, 바다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속삭임은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여름 바다보다 겨울 바다가 더 좋은 것은 영혼을 고요하게 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없는 모래사장, 혹은 바위 위에 서서 바라보는 바다는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그 심연에 많은 것을 품고 있으면서도 겉으로 아무렇지 않은 듯, 짐짓 모른척 고개를 돌리는 바다 앞에서. 한없이 작아지는 나를 본다.  

바다와 이웃한 땅이 주는 그릇된 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 바다의 거대하고 단순한 현상에서 비롯되는, 종종 자비에 불과한, 분명한 열의에서 비롯되는 무서운 환상에서 벗어나야 한다. 바다의 참다운 지성을 보아야 한다. - 34p 

쥘 미슐레는 바다와 함께했다. 그리고, 기록을 남겼다. 바다 곳곳에 삶을 말이다. 그가 본 바다의 모습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바다와 다르지 않다. 하지만, 그처럼 세세하고, 정밀하고, 아름답게 묘사할 수 있을까? 바다와 살며 말이다. 그가 예찬하는 바다의 모습은, 내가 알고 있었던 바다의 모습을 부끄럽게 한다. 그만큼 그는, 사랑하는 이를 탐구하고, 바라보고, 갈구하듯 천천히 조심스럽게 바다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바다라는 큰 세계의 일은 현실적이다. 바로 사랑하고 번식하는 일이다. 사랑은 그 밤을 풍요롭게 채운다. 사랑은 깊은 곳으로 잠수하고, 가장 작은 생물에게서 더욱 넘친다. 그러나 어떤 것이 정말 원소일까? 눈에 보이지도 않는 이것을 붙잡아 보면, 여전히 사랑하면서 또 다른 개체로 분리된다. 생명의 가장 낮은 단계에서, 어떤 유기적 기관도 없는 그런 것에서, 이미 모든 생식 형태가 완전하다.  
이것이 바다다. 바다는 지구의 거대한 암컷이다. 지칠 줄 모르는 욕망으로, 영원한 수태로 새끼를 낳는다. 절대로 끝이란 없다. - 103p
 

바다의 생명력을 본다. 고요한 파도, 혹은 거친 파도 아래에 숨겨진 생명력. 그것은 무궁무진하다. 하찮은 인간이 알 수도, 다 알지도 못할 그 생명력. '지구의 거대한 암컷'이라는 그의 말. 또 다른 바다를 본다. 마음의 평화를 주었던 바다와는 달리, 풍요롭고, 엄마의 품 같은 바다 말이다. 온갖 물고기들이 죽고, 태어나며, 먹고 살아가는 그 바다는 생명력이 가득하고 활기가 넘칠 것 같다. 끝이 없는 바다. 죽지 않을 바다. 아, 바다의 다른 모습이다.

삶에서 벗어나 죽어가거나 죽은 것들이 갑자기 한 세상을 만든다. 길 잃은 동물 세 마리로, 나는 수백만 마리를 얻었다. 그토록 어리고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들이었다. 참으로 격렬하고 흡인력 있는 몸짓으로, 진정 처절하게 살아남으려고! - 118p 

그는 바다 안의 생명들도 관찰하기 시작했다. 해파리, 섬게, 조개, 물고기, 고래 등. 그가 보는 바닷속 생물의 모습은 사랑스러운 친구들을 묘사하듯 아름답다. 그는 바다를 사랑하는 것은 물론, 바다가 품은 생명들에게도 한없는 애정을 보낸다.  

광산에서 일하는 아동들이 찬아오는 사람에게 바라는 것은 먹을거리나 돈이 아니다. "빛을 보는 것"이다. 전복도 이런 어린이나 마찬가지다. 매일 눈이 멀기는 했어도 빛이 다시 드는 것을 느끼고, 그 빛을 향해 악착같이 몸을 열고, 받아들이고, 알몸으로 그것을 응시한다. 빛이 사라지면, 자기 몸속에서 그것을 간직해두고서 애틋한 생각에 쓰다듬는다. 빛을 기다리고 갈망한다. 조개들은 이런 희망과 욕망으로 자기네 작은 영혼을 다독인다. 햇살이 다시 돌아와 비출 때, 조개들도 우리처럼 흐뭇하게 깨어나지 않을까? 우리보다 더욱 다채롭고 복잡한 삶을 즐기면서. - 175p 

그들의 삶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보다가, 문득 자신이 사는 것처럼. 빨려들어가는 흡입력. 읽는 사람에게도 느껴진다. 내가 전복이 된 것처럼, 먹는 것이 아닌, 사는 '전복'을 느낀다. 바다가 품은 생명력의 '삶'을 존중하는 듯.  

그리고 돌연, 어느새 바다를 통한 역사에 대해 이야기한다. 바다의 모습을 벗어나, 바다가 준 인간들의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것이다. 그것은 바다를 일터로 삶는 것을 떠나, 바다를 따라 신대륙을 찾은 이야기, 바다 탐사를 떠났던 사람들의 이야기. 그가 펼쳐내는 바다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다. 해변에서 여유를 즐기는 인간의 모습까지도 말이다. 

바다 안에서, 바다 밖에서, 바다 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 역사와 문화, 생태와 삶까지. 그가 말하는 바다를 따라가다 보면 바다의 매력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다. 바다 위를 걷는 듯, 바다 속을 사는 듯. 쥘 미슐레 덕분에, 편안한 바다를 넘어 새로운 바다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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