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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임광명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8월
평점 :
종교는 무엇인가? 믿음, 신념, 인생, 힘...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 종교는 삶의 일부분이다. 그렇다면, 종교로 인해 세워진 건축물들은 무엇일까? 세계의 유명한 건축물들은 종교 때문에 세워진 것들이 많다. 그 웅장함과 거대함 앞에서는 기가 질릴 지경이다. 내가 믿는 종교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그 건축물은 역사가 되고 신화가 된다.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는 우리나라에 있는 종교 건축물에 대한 탐방기다. 솔직히, 우리나라에 이런 건축물들이 있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야 알게 되었다. 특히, 교회나 성당의 건축물에는 관심을 갖지도 않게 될 뿐더러, 그 수만 생각해도 질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건축물들은 의미도 있고, 건축적인 가치도 있다.
가보지는 못했어도, 상상이 되는 곳. 작가의 따뜻한 문체는 건축물 안의 포근함까지 감싸쥔다. 종교를 떠나, 그 건축물 안에 담겨있는 정신이 찾아가는 이를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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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포성당은 포근하다. 하늘을 찌를 듯한 첨탑, 온갖 현란한 문양과 장식 등으로 사람을 한없이 위축시키는 서구의 성당에서는 느끼지 못하는 포근함이다. 그 포근함의 근원은 먼저 부드러운 곡선이다. - 65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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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건축물이 사람처럼, 온기를 느끼게 한다. 그 곳에 들어서는 이들은 누구나 그렇게 느끼겠지라고 생각될 정도의 묘사. 가보진 않았지만, 그곳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공간을 체험하며, 그 느낌을 오롯이 전하는 작가는 편협한 종교인의 눈이 아닌, 건축물을 찾는 순수한 한 사람으로서의 묘사를 담는다. 그것은 종교 건축물에 거부감을 사라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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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고르고 계곡을 따라 다시 걷다 보면 비로소 절집으로 향하는 분위기가 느껴진다. 길을 따라 나무숲이 울창한데, 거기에 묻어 있는 가을색이 완연하다. 송광사 역대 고승들의 부도와 비를 모아 놓은 비름을 지나면, 마침내 일주문을 보게 된다. 짧으면서도 육중한 일주문을 넘어서면, 마침내 송광사 최고 경치라는 우화각을 마주하게 된다. - 146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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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천히 다가가는 작가. 건축물 뿐만 아니라, 주변의 경치와 사물까지 읽는다. 마주하기 전의 그 설렘을 담아내고 있다. 빨리 끓어오르지는 않지만, 천천히 그리고 은밀히 그곳을 탐험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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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종감리교회는 올해 95년의 역사를 가진 유서 깊은 교회지만, 지금의 교회 건물은 1997년에 연면적 912m² 규모로 완공된 새것이다.
건축가 백문기 씨의 작품인데, 설계 당시 백 씨는 교회의 모든 건물을 땅 아래에 두고 지상은 공지(空地)로 둘 생각이었단다. 온전히 땅 속에 있는 교회, 한없이 낮아진 교회를 의도했던 것인데, 그 설계안을 본 교회 신자들이 "너무 교회 같지 않은 지나친 발상"이라며 반대해, 외벽은 겉으로 내면서도 교회의 실속은 지하에 두는 것으로 절충한 결과 지금의 모습이 됐다. 여하튼 만종감리교회는 교회당 건축에 대한 기존의 개념을 깨뜨린, 전혀 새로운 시도를 보인 것이다. -19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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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건축물을 찬찬히 둘러보는데에만 그치지 않는다. 목사를 찾아가고, 건축을 한 이의 사정을 파헤친다. 그 뒷이야기를 듣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종교 건축물이라고 왜 사연이 없겠는가. 우리는 그냥 볼 뿐, 그것이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치지만 그 안에 숨겨진 사연들은 차고 넘칠 터. 그는 그 궁금함까지 담아내려고 노력한다.
이 책을 읽으며 다시 한 번 깨닫는다. 편협한 편견은 제대로 보는데 도움이 되지 않으며, 깊숙한 곳을 파헤치면 재미없어 보이는 사물들도 재밌어진다는 사실. 종교 건축물을 종교의 의미로만 보지 말고, 시대의 가치로 건축물 자체의 의미로 보면 다른 것이 보인다는 것 말이다. 그가 소개한 건축물 하나 하나는 그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의 마음, 믿음으로 채워지는 곳이기에 그 숭고함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으로, 믿음으로 채워진 곳. 종교건축물 앞에서는 편견의 신발도 벗고, 배타적인 마음도 벗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