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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대학 - 대한민국 청춘, 무엇을 할 것인가?
이인 지음 / 동녘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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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바쁘고, 혈기 왕성하며, 생각이 많은 청춘. 우리는 그 청춘에 무엇을 하고 사는가? 한국에 사는 청춘들은 그 시간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그 시간을 '자신'답게 살지 못하고 떠나보내고는 후회하는 일이 많다. 생각을 키우고, 미래를 제대로 사는 힘을 얻는 게 청춘일진데 너무 쉽게, 보이지 않는 강요에 밀려 수동적으로 사는 게 우리들의 청춘의 모습 아닐까. 

한 청춘이, 자신과 같은 청춘을 위해서 이 책을 발간했다. 청춘들에게 조언을 해 줄 사람들을 찾고, 그 사람들을 인터뷰하며 많은 쟁점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 것이다. 이미 많은 책들과 글, 강의를 통해 알려진 분들을 찾아다니며, 그는 자신이 가야할 길에 대한 의문을 풀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질문은 가끔 원초적이기도 하다. 

이 책은 청춘에 대한 물음을 갖는 이들에게, 혹은 방황한 이들에게 필요해 보인다.  
김선우, 고미숙, 강신주, 박남희, 이택광, 조정환, 김시천, 고병권, 김미화, 홍세화, 구본형, 우석훈, 한완상, 고은광순, 임지현, 한홍구, 서동은을 만나 우리들의 시간에 대한 답을 구하려고 노력한다. 그가 발품을 팔아가며 인터뷰한 이 분들은 자신이 말한대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또한, 제대로 살기 위해 공부한 대로 살기 위해, 그리고 주체적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무엇을 해야할 지 잘 알고 있으며,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서 그 무엇을 쌓아가고 있는 분들이다.  

   
 

 지각은 외적인 것이고 사유는 내적인 것이지만 이 둘은 맞물리며 이뤄지죠. 생각은 자기 삶의 표현이에요. 몸이 불편하고 자기 삶이 힘들면, 그걸 표현할 수밖에 없어요. 무겁게 생각하는 사람은 표정에서 무거운 삶이 드러나요. 이건 비유가 아니고 정말로 그래요. 그래서 사람의 말보다는 표정을 많이 보고 있어요. 때론 표정이 말보다 더 많은 걸 말해주니까요. - 189p 고병권

 
   

 우리의 청춘들은 자신의 삶을 어떻게 표현하고 살까? 취업에 갇혀, 돈에 갇혀 점점 무거운 삶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자신을 잃어버린 채 그 뻘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청춘의 명랑함은 그들의 특권이다. 특권을 누리지 못하면, 결국 지나간 후에 땅을 치고 후회하며 살게 된다. 가장 명랑하게, 주체적이고 능동적인 인생을 살아야 할 청춘. 우리는 그때를 잘 살고 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하는 이들의 말이다.  

이들은 사회에 문제를 제기한다. 바꿔나가려고 노력한다.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공부를 한다. 이러한 과정들은 모두 주체적인 생각에서 나온 것이며, 사회에 대한 성찰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각과 사유가 맞물려, 자신의 올곧은 생각을 끝까지 밀어붙이며 젊음이들을 독려한다. 생각한대로 살고, 말한대로 살기 때문에 그것이 어렵지만, 그 속에서 얻고 알게 되는 많은 것들이 있기 때문에 그들은 청춘들에게 할 말이 많다.  

   
  존재하는 것 자체가 곧 공부니까요. 지금까지 사람들은 번뇌를 앓는 영역은 종교인들에게 맡겨놓고 몸이 아프면 의사에게 달려갔죠. 내 몸의 주인은 의사, 내 영혼의 주인은 목사님이나 스님이라고 보는 게 현대인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근데 내 몸과 영혼의 주인은 바로 나예요. 나 자신에 대한 공부를 해야 하지요. 공부는 지식을 위한 도구가 아니라 내 존재의 해방과 자유를 위한 길이에요. 여기는 외부가 없어요. 어디까지는 내가 하고 나머지는 스님과 목사님 몫이 아니에요. - 52p 고미숙  
   

 공부 좋아하는 고미숙 선생님은, 나 자신에 대한 공부를 하라고 말한다. 공부는 끝과 시작을 함께 한다. 공부는 죽을 때까지 이루어내야 할 숙제. 공부로 자신을 다스리고, 세상을 보는 눈을 키우고, 살아갈 힘을 배우라고 말이다. 공부하지 않으니, 세상이 살아가는대로 살 수밖에 없고, 남이 살아가는 길을 쫓아갈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말이다.  

   
  제가 1980년대 대학 다닐 때보다 지금이 진보했다? 엄청나게 퇴보했어요. 요즘엔 아무도 서로를 돌보지 않잖아요. 겉보기엔 화려하죠. 퇴보한 만큼 겉모습이라도 치장해야 하니까요. 요즘 젊은 친구들 중에는 지성인을 찾기가 힘들어요.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할 것 없이 젊은 친구들을 보면, 자기 삶을 긍정하는 것을 배우는 게 아니라 생존을 배워요. 걔네들에게 인문학 통찰을 요구하기에는 너무 많은 장애가 있어요. - 71p 강신주  
   

 뼈아픈 말이다. 생존에 몸부림 치는 청춘. 누구를 탓해야 할까? 아니 탓하는 게 의미가 없을까? 결국, 하나만 믿고 하나만 추구하며 살아온 세월은 시대를 퇴보하게 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화려하고, 자본으로 만들어낸 세상은 편리해졌지만 그것만 쫓는 청춘들은 더 큰 걸 잊고 사는 것은 아닐까. 청춘이 해야 할 진짜 공부는 놓치고 사는 게 아닌지 생각해보게 하는 말이다.  

바뀌길 기다리는 것은 청춘의 자세가 아니다.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청춘의 자세다. 정부를 비판하고, 시민의식을 갖고, 사회구조를 비판하며, 그 사이에서 반성하고, 공부해서 알아내는 것이 그들이 말하는 청춘의 모습이라고 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귀담아 듣고 있는가. 귀담아 듣지 못한 세상이 된 것을 언제까지만 탓하고 있을 것인가. 대학에 가고도 대학생답지 못하게 살아가는 청춘들은 과연 무엇을 찾고 있는가. 결국, 남들이 가는 길을 나도 똑같이 갈 수밖에 없다는 하찮은 변명은 이제 그만할 때가 되었다.  

   
  스피노자는 <에티카>에서 이런 말을 하죠.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너무 모른다고"요. 맞아요. 우리는 우리의 잠재성을 너무 몰라요. 그런데 이 잠재성을 시험해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어요. 많은 사람들이 자기가 뭘 할 수 있는지를 모르고 죽는 경우가 많다고 해요. 그러무르 공부를 해야죠. 살아 있다는 것이 공부고, 해보는 것이 공부예요. 하면 할수록 정말로 잘하게 되거든요. 긍정도 고도의 훈련으로 얻어진 산물 같아요. 한 번 긍정을 잘하면 다음 긍정이 더 쉬워지는 것 같고, 그 다음 긍정은 훨씬 더 쉬워져요. 신의 경지에 오르는 단계가 100까지 있다고 하면 1, 2, 3단계가 제일 어려운 것 같아요. 나머지 50단계는 하루아침에 오를지도 몰라요. - 197p 고병권  
   

이 한 마디로 청춘이 해야할 일들이 다 요약된다. 대기업에 취직하고 공무원이 되어 돈 많이 벌고, 안정된 삶을 산다는 비슷비슷한 꿈에서 벗어나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내가 원하는 것을 찾는 시간을 가져야 할 청춘. 나를 사랑하고, 꿈을 꾸는 삶을 살기 위해선, 공부하고, 찾고, 갈구하라는 그들. 입아픈 말들이 청춘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이 책을 읽으며, 눈을 뜨는 청춘이 있다면 그것으로도 족하다. 왜 그들은 하나같이 하나의 이야기에 몰두하고 있는지, 의문을 가져보길 바란다. 경험과 깨달음으로 전해지는 진실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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