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 정현종 문학 에디션 1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정현종 옮김 / 문학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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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긴건 좀 불독처럼 생겼으나 ㅋ

그 이름만으로도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아름답다.

윤동주 '별헤는 밤'에서 만나 더 그런 게다.

 

나무 한 그루 저기 솟아올랐다. 오 순수한 상승!

오 오르페우스가 노래한다! 오 귓속에 높은 나무!(68)

 

이런 소네트를 읽으면서 마음의 상승을 경험한다.

정현종의 육필 원고를 곁들인 쪽지글들도 아름답다.

시를 읽으면서 어느 부분에 집중하지 못했다가도,

정현종의 글을 통해 다시 그 부분을 읽게 되면,

새로운 발견을 하게 된다.

마치 화원에 있는 화분들을 일별할 때면 눈에 띄지 않던 것들도

집에 하나 가져다 두면 매일 친숙해 지는 것처럼.

 

참된 노래는 다른 숨결이다, 무를 둘러싸는,

신 속의 돌풍, 한 바람.(84)

 

노래와 숨결과 돌풍.

좋은 시는 인간의 정신을 고양시키기도 한다.

릴케에게 시는 노래는, 그대로 세계였다.

 

노래만이 온 땅을

드높이고 치유한다(114)

 

오르페우스의 노래가 그러했듯,

 

그의 묘비명도 아름답다.

그리하여 그의 무덤가엔 늘 장미가 핀다 한다.

 

장미여, 오 순수한 모순이여.

수많은 눈꺼풀 아래

누구의 잠도 아닌 즐거움이여.

 

장미 꽃잎을 수많은 눈꺼풀처럼 본 것도 재미있고,

그리하여 잠이 든 세계가

향기롭고 즐거울 것이라는 모순의 묘비명.

 

그가 죽은 것이 내 나이였다.

시공을 초월하여 한 영혼의 울림을 듣는 일은 고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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