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제목은 The elegy of whiteness...라고 되어있고, 흰, 이라 붙어있지만,

그리고 '한강 소설'이라지만, 이건 소설보단 수필이다.

흰, 것들에 바치는 글이지만, 종이가 그래선지 달떡같은 쌀가루 빛의 흰빛이지만,

11,500원은 너무 비싸다.

 

인물이나 배경,

그 배경에서 그 인물이 움직이며 엮어내는 주제의식이라기보다는,

한국이란 배경이 사라진 공간에서

한국어가 빚어내는 추억의 이미지,

그러니 수필에 가깝다.

 

어둑한 방에 누워 추위를 느끼는 순간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니가.

죽지마, 죽지마라 제발.(36)

 

엉망으로 넘어졌다가 얼어서 곱은 손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던 사람이,

여태 인생을 낭비했다는 걸 깨달았을 때,

씨팔 그 끔찍하게 고독한 집구석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이게 뭔가, 대체 이게 뭔가 생각할 때

더럽게도 하얗게 내리는 눈.(55)

 

그의 글을 읽노라면,

글만 아니라 삶도 다소 관념적이 된다.

하긴, 관념 속에서 살아가지만,

어느 순간 차가운 바닥을 짚고서야

생각이란 게 드는 순간도 있는 게다.

 

이 책에서 가장 맘에 드는 단어들이

아무리 희게 빛나도 그늘이 서늘한...이었다.

소금의 챕터에 있었다.

작가가 추구하는 '화이트니스'는 순수나 순정, 밝은 흰 빛보다는,

조금 젖어있는, 그러나 물 속에서 결정으로 빛나는

그런 소감같이 짠 맛나는 서늘한 흰빛의 그늘... 그런 것이란 느낌이 좋았다.

 

옛애인을,

완전히 늙어서,

그때 꼭 한번 만나보고 싶은데,

젊음도 육체도 없이,

열망할 시간이 더 남지 않았을 때,

만남 다음으로는 단 하나,

몸을 잃음으로써 완전해질 결별만 남아있을 때.(91)

 

이런 소설이 있다.

'이탈리아 구두'란 소설이다.

죽음을 앞두고 찾아온 그녀 이야기다.

1장만으로 멋진 소설인데,

2장 가면서 ㅋㅋ가 된다.

아무래도 한강은 초식녀다.

글은 그렇다.

 

이따금 각설탕이 쌓여있는 접시를 보면,

귀한 무엇인가를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이 된다.

어떤 기억들은 시간으로 인해 훼손되지 않는다.(83)

 

아니, 시간으로 인해 기억이 더 강화되는 것들도 많다.

각설탕,처럼,

가진자들의 '각'과 마주친 어린 시절의 경험은,

오래오래 뇌리에 새겨질 것이므로...

 

무슨 상을 받았다고,

그 작가의 책들이 팔리는 건, 좀 싸구려 세상같다.

여튼, 기분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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