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디아스포라 기행 - 추방당한 자의 시선
서경식 지음, 김혜신 옮김 / 돌베개 / 200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서경식이란 이름을 듣고, 추방당한 자의 시선이란 책 제목을 보고, 문득 서준식이 생각났더랬는데,
읽고 보니 정말 그의 동생이었다. 서준식, 서승 형제의 동생으로서 생각하는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는 추방당한 유태 민족의 삶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라고 한다.
지구 위에는 유태 민족만 추방당한 것이 아니고,
일본에 살 수밖에 없는 재일조선인들,
부모가 버리고 조국이 버려서 입양이란 가시밭길을 걸어간 아이들.
윤이상처럼 추잡한 조국을 스스로 버린 이들도 모두 디아스포라에 속한다.
대한민국이란 나라는,
국민방위군이란 이름으로 젊은이들을 버렸고,
보도연맹이란 이름으로 또 숱한 국민을 버렸다.
한국 전쟁(디아스포라의 시선으로 봐선 조선 전쟁)을 통해 버림받은 사람들 외에도,
독재 시절, 숱하게 조작된 간첩단 사건으로 많은 지식인들이 국가의 버림을 받았다.
독재자 박정희가 총맞고 난 뒤에도,
시대의 어둠을 넘지 못한 땅, 빛 고을에서 또 수천이 버림받은 나라.
알베로 까뮈의 <이방인>을 읽으면서, 난 그런 생각을 했다. 왜 동화되지 못하고 이방인이 되었지?
식민지에서 사는 버림받은 자들의 아픔을 난 몰랐던 거다.
디아스포라라는 다소 낯선 용어를 통해서, 내가 별 의식 없이 사용하는 <한국>이란 말이 얼마나 찐득거리는 소유의 개념인지를 깨닫게 한다.
망명객으로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처지의 시선은 그런 것이었다.
다소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으면서, 낯선 이들의 따가운 시선을 마주하지 못하는 눈길.
잘못한 것 없으면서 죄인같은 눈빛.
대학교 졸업할 때쯤, 내가 즐겨 불렀던 정호승 시인의 맹인 부부 가수가 떠오른다.
그 어쩔 수 없는 소외감과, 눈물과, 억눌린 울음이...
맹인 부부가수
『눈 내려 어두워서 길을 잃었네
갈 길은 멀고 길을 잃었네
눈사람도 없는 겨울밤 이 거리를
찾아오는 사람 없어 노래 부르니
눈 맞으며 세상 밖을 돌아가는 사람들뿐
등에 업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달래며
갈 길은 먼데 함박눈은 내리는데
사랑할 수 없는 것을 사랑하기 위하여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을 용서하기 위하여
눈사람을 기다리며 노랠 부르네
세상 모든 기다림의 노랠 부르네
눈 맞으며 어둠 속을 떨며 가는 사람들을
노래가 길이 되어 앞질러가고
돌아올 길 없는 눈길 앞질러가고
아름다움이 이 세상을 건질 때까지
절망에서 즐거움이 찾아올 때까지
함박눈은 내리는데 갈 길은 먼데
무관심을 사랑하는 노랠 부르며
눈사람을 기다리는 노랠 부르며
이 겨울 밤거리의 눈사람이 되었네
봄이 와도 녹지 않을 눈사람이 되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