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글쓰기 특강 -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
유시민 지음 / 생각의길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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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자기 감정을 토로하는 데 절묘한 수사법을 구사하는 사람이다.

비유를 쓰기도 하고,

전혀 다른 소재를 가져다가 빗대는 데 명수들이지만,

읽는 사람은 그 사람의 마음을 금세 파악한다.

'홍당무'의 작가 쥘 르나르가 쓴 '뱀'이라는 시, 전문은 '너무 길다' 였다.

그 시대가 나치 독재 시대라고도 하고, 인생은 너무 길다는 의미라고도 한다.

 

유시민은 남을 가르치려 들면 금세 티가 나는 듯 싶다.

그의 뜨거운 열정을 쏟아넣은 '거꾸로 읽는 세계사'를 나도 얼마나 불밝히며 읽었던가 생각해 보면,

이제 그나 나나 나이가 들어 노하우를 생각하게도 되지만,

그의 '글쓰기' 책이라니... 읽으면서 이건 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글들이 좋았던 점은,

그의 글이 가졌던 시의적절함과,

그의 글이 바라보는 방향의 신선함, 자유주의자로서의 자유로운 행보 같은 것과 연관있었나보다.

그의 '정치가로서의 글'은 어울리지 않는 서양 옷을 입고 갓을 쓴 격으로 겉도는 글도 많았고,

역시 '글쓰기'에 대한 이 책도 맘에 쏙 들지는 않는다.

내가 그를 좋아하는 것에 대비되게 비판적으로 읽게 되는 지점이다.

 

'알아야 면장' 이라는 말이 있다.

알아야 잘할 수 있는 게 어디 면장 뿐이겠는가.(134)

 

'면장'은 면사무소의 대빵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마치 쌍팔년도가 '1988년'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듯.(쌍팔년도는 단기 4288년 - 2333 = 19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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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장

 

옛말에 알아야 면장한다는 말이 있다. 이는 공자가 아들 리()에게 너는 주남(), 소남()의 시를 공부했느냐? 사람이 이것을 읽지 않으면 마치 담장을 마주 대하고 서 있는 것과 같아 더 나아가지 못한다는 말에서 유래됐다. 주남과 소남은 시경(詩經)의 편명으로 그 내용이 수신(修身)과 제가(齊家)에 대한 것이다. 즉 이를 공부하면 담장을 마주하고 있는 것 같은 답답함에서 벗어난다(면면장免面牆)”는 의미로 시간이 흐르면서 알아야 면장(面牆 또는 面墻)한다는 말로 불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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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글쓰기가 전적으로 어불성설인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책으로 낼 만큼 그의 글이 전범인 것도 아니지 않는가.

 

못난 글은 다 비슷하지만, 훌륭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르다.(168)

 

스스로 인용했듯, 안나카레니나의 첫구절을 비튼 것이다.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이유가 다 다르다.

톨스토이의 말은 불행하다고 생각하기는 쉽지만, 행복하려면 모든 조건에서 구멍이 없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좋은 글은 다 비슷비슷하지만, 못난 글은 저마다 이유가 다 다르다'처럼 인용했어야 하지 않았을까?

어떤 한 가지만 부족해도 못난 글이 되기 쉬우니 말이다.

작가가 썼듯, 우리말을 너무 모르고 써도 그러하고,

부족한 사고를 드러내는 글도 그러하고 말이다.

 

무엇보다

그가 '논술'에 대해서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아이들의 논술은 예전처럼 장문을 쓰는 것이 아니다.

글을 읽고 요약하기부터, 비교하며 자기 생각 쓰기 등 채점하기 쉬운 것들 위주다.

 

그리고 논리적인 글을 중시한다는 예로 든 것이 '공무원 연금법'에 관련된 글이라니...

별로 논리적이지 않아 보인다.

 

그 시점의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 여당뿐 아니라

국민의 압도적 다수가 공무원 연금법 개정을 개악이 아닌 개선, 개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30)

 

다수가 그러하다고 논증하는 오류가 있다.

숫자가 많다고 논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더군다나, 자신도 '어떤 여론조사'를 인용한 것인지 명쾌하게 밝히지 않았다.

 

공무원 연금의 문제는 당연히 고쳤어야 할 것인데,

수십 년 동안 차근차근 개선하지 못한 책임이 오롯이 국가에 있고,

국민의 수명이 급격히 늘어난 데 비해 제때 대응하지 못한 책임 역시 국가에 있다.

차근차근 장기적으로 개선하지 않으면 당연히 '개악'이다.

 

공부라는 전투를 뚫고 서울대에 입성하여 학생운동을 했던 그가,

그의 딸까지 외고를 나와 서울대에서 단과대 학생회장을 한 줄 다 아는데,

스스로 '평범한 사람'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그건 겸손이 아니다. 특히 이런 책을 쓰는 입장에서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하조직에서도 '글 쓰는' 일을 할 정도로 문장을 조직하는 솜씨가 있었던 사람인 것은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나는 요약을 잘 하는 것 하나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다른 사람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는다.

<거꾸로 읽는 세계사>은 단지 많이 팔렸을 뿐이다.

훌륭한 책은 아니다.

문장을 잘 쓴 책도 아니었다.(64)

 

겸손할 것이 따로 있고, 자신을 내세울 것도 따로 있어야 한다.

그가 잘하는 것은 '이런 책을 읽어왔다' 같은 것인 듯 싶다.

 

책을 고르는 기준은

1. 인간, 사회, 문화, 역사, 생명, 자연, 우주를 이해하는 데 꼭 필요한 개념과 지식을 담은 책

2. 정확하고 바른 문장을 구사한 책.

3. 지적 긴장과 흥미를 일으키는 책.이란다.

 

이런 것도 좋고, 그가 감옥에서 읽었다던 '토지'와 '코스모스'도 참 좋다.

 

그가 글쓰기 선생님으로 '이오덕'을 칭찬하는 것도 반반이다.

이오덕 선생님의 글은 국어 교사나, 초등 교사를 위한 것이지, 일반인을 위한 것은 아닐 정도로 전문적이다.

결코 쉽지도 않고, 그 후예라는 이름으로 한자어를 아예 안 쓰려는 사람들도 되려 이상한 사람들이다.

 

 

결국 이 책은 작가가 의도한

'논리적 글쓰기'를 잘 하게 되는 길을 얼마나 잘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일는지 의문이다.

자신의 글쓰기 역정을 쓰고 싶었다면 그것까지를 투정할 수는 없지만,

하긴, 뭐 '특강'이라는 이름을 붙였으니 어떤 말이든 할 수 있겠지만,

뒤표지에서 '어떻게 원하는 대로 글을 쓸 수 있을까'를 드러내기엔 아무래도 그의 논리가 체계적이지 못한 듯 싶다.

 

190. 주격조사 '은,는,이,가'... '은'과'는'은 주격조사가 아니라 '보조사'이다. 편집자가 바로잡았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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