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생각 - 나는 야구에서 인생을 배운다
박광수 글.그림 / 미호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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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이란 책엔가... 격물치지란 말이 나온다.

난 이 말을 참 오래 궁리했는데

'사물을 오래 궁리하여 앎에 이른다'는 뜻으로 나름 받아들이고 있다.

 

세상의 이치 중 하나가,

무언가에 오래 몰두하여 미립이 나면,

그 행위를 통하여 세상 만물의 이치에 통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글자를 통하지 않아도 세워지는 불립문자의 진리요, 언어도단의 단계일 것이다.

 

야구는 재미있다.

강한 팀이 질 수도 있고,

한 번의 실수나, 한 번의 홈런으로 판세가 뒤바뀌기도 하니 말이다.

 

 

첫 페이지,

 

거의 모든 구기 종목의 운동은 감독과 선수가 다른 옷을 입는 반면

야구는 선수와 감독이 같은 유니폼을 입는다.

그만큼 팀워크가 중요한 운동이라는 반증.

 

멋진 말이다.

복장 하나로도 '팀워크'를 이끌어낼 수 있는 생각.

(다만, 요기서 '반증'이 쓰인 자리에 '방증'이 쓰여야 옳다.

반증, 은 반대되는 증거, 그래서 어떤 주장을 무너뜨리는 증거~란 뜻이고,

방증, 은 주변으로 증명하는 법이니...)

 

분해하라.

패배를 분해하지 않으면 다시 그들에게 승리할 수 없다.

 

난 이 말이 참 멋있었다.

그런데, 그 다음페이지를 넘기니 이런 말이 나왔다.

 

자신이 못 친 공에 분해하고,

자신이 못 잡은 공에 분해하고,

승리하지 못한 것에 분해하라.

 

난 먼젓번의 말이 '分解'라는 건줄 알았다.

패배한 원인을 속속들이 분해해서, 다시 말하면 분석해서 다음에 승리할 기틀로 삼으란 말인줄...

근데, 그냥 분하게 여기고 '절치부심'하여 이기란 뜻인 모양이다.

암튼, 잠시 멋지다고 여겼는데, 지금봐도 멋지다. ㅋ~

 

야구는 비오면 못 한다.

글러브가 젖고, 공이 젖어서 무거워진단다.

그런데, 이들은 프로가 아니라 일욜날 하는 취미자들 아닌가.

 

비가 문제인가요, 우리의 마음이 문제지.

 

난 그 경기를 통해 세상의 룰과 통념이라는 것은 대체로 지키는 것이 맞지만,

때론 그것을 뛰어 넘는 그 무엇도 중요하다는 것을 몸으로 느꼈다.

그것을 뛰어 넘게 하는 것은 지치지 않는 열정이다.

 

그래. 인생은 몸의 문제이다.

오래오래 해서 익숙해지면,

몸이 오감을 종합하여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경지에 이르게 된다.

그때 그를 프로라고 부르는 것일게다.

 

프로야구 선수 이숭용을 엉망인 운동장에서 같이 뛰게 했나부다.

 

이숭용 : 그날 땅이 너무 불규칙해서 다칠까봐 못했어. 우린 몸이 재산이잖아.

박광수 : 야, 우린 맨날 그런 곳에서 해.

이숭용 : 나 그날 많은 걸 배웠어. 프로인 우리에겐 없는 열정과 재미.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야구를 하며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고 반성했어.

 

재능있는 자가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하고,

노력하는 자가 즐기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

 

세상의 원리, 원칙이란 것들은

어쩌면 말뿐인 것들이다.

그 원리, 원칙이란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몸이 느끼고 나면,

삶의 기쁨과 즐거움은 정해진 루트를 통해서만 오지 않음을 배우게 될 것이다.

 

공부든 야구든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때 가장 큰 성취를 보인다.

아이에게 공부를 열심히, 혹은 남보다 나은 사람이 되기보다는,

그저 늘 행복한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무엇에 골몰하여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행복하다.

몰두한 그 사람은 그 자체로 행복하기 때문이다.

 

세상의 어떤 운동이든

처음부터 잘한다는 건 없다.

오랜시간 반복적인 훈련을 하고, 머리로 이해하고,

몸이 기억하게 만들어야 비로소

누군가로부터 잘한다는 소리를 조금 듣게 된다.

 

격물치지에 이른 박광수의 이 책은,

15,000원의 가치가 있을지를 단언하긴 힘들지만,

격물을 통하여 나름의 <지>에 이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 된다.

 

무엇이든,

몸이 기억하게 되는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내가 플루트를 사서 삑삑거린 지 2개월이 됐다.

이제 낮은 음은 부드럽게 잘 나오고,

중음 미파솔라~도 잘 틀리지 않는 레벨에 도달했다.

근데, 선생님이 바라보면,

취구에 입술이 삐뚤게 닿는다고 잔소리하고,

음을 낼때마다 몸이 흔들린다고 잔소리하고,

그런 틈틈이 복식호흡을 하는지 내 배를~ 헐, 볼록한 내 배를~~~ 처녀 선생이 손으로 막 민다~ ㅋ~

음표를 보지 않고도 틀리지 않게 불 수 있게 되려면,

몸이 기억하게 만들 때까지

훈련이, 연습이 필요한 것이다.

 

그렇게 되면,

플루트를 부는 그 운지법, 호흡법, 자세와 기분 등으로도

나름의 세상 읽는 법을 터득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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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미 2015-01-13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루트 연주, 실력향상 기대가 됩니다.

글샘 2015-01-14 11:20   좋아요 0 | URL
ㅋㅋ 이게 작년에 쓴 글이라... 그때보단 조금 나아졌죠. 반갑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