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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는 당신이 달다 - 어느 여행자의 기억
변종모 글.사진 / 허밍버드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변종모는 내게 특별하다.
그가 나에게 특별한 것은 하나의 기억 때문이다.
내가 그의 책을 선물해 주었던 사건 하나 때문.
그 책을 받았던 친구에게도 변종모가 특별했으면 좋겠다.
무엇이든 하나의 매개는 둘을 연결한다.
그렇게 연결되어 세상은 참으로 끝도 없이 많은 고리들을 양산한다.
며칠 전, 술자리에서 좌장격인 분이 지인의 개업집으로 2차를 낸다고 가자고 해서 북적거리는 호프집엘 갔더랬다.
거기서 날 알아보고 떨어진 자리에서 일부러 인사하러 온 후배가 있었는데,
세상은 그렇게 그렇게 이어지고 인연이 닿다 보면, 세상은 참 다사로울 것 같기도 하다.
당신은 그리운 것이 있다면 어디든 떠날 수 있겠군요...
그렇지만, 사람들은 떠난다.
그 떠남은 꼭 지향점이 있어서 떠나는 것만은 아니다.
변종모의 책들이 만나는 지점들을 보면,
그의 떠남은... 그리움을 향한 정처없는 발걸음같기도 하다.
그의 떠남은 그리움을 향해 가는 것이면서도, 늘 마음 한켠에서 밀어닥치는 사태에 낯설어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차가운 커피가 옆구리 어딘가에서 출렁인다.
나는 또 새로운 곳으로 잠시 그곳을 살러 간다.
영원한 내 집은 그 어디에도 없으므로.(237)
그가 만나는 사람들의 삶의 표정은 낯설고 또 익숙하다.
새로운 곳 역시, 다 사람사는 곳이다.
여행은, 그 새로운 곳을 잠시 살러 가는 일.
영원한 내 집은 어디에도 없음을 절감하러 가는 일.
상관없는 사람과 길 위에서 보낸 시간들은 늘 허전했다.
길 위에서 만나고 헤어지기를 늘 반복하면서도 절대로 면역되지 않는다.
우리들은 그 면역되지 않는 마음을 다스리려 길 위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사람들인지 모른다.(35)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상관 없는 사람들이다.
그렇게 또 상관이 생기고, 그러다가 이별하는 것이 삶이다.
그 마음의 아스라한 떨림은 면역되지 않는다.
그것이 삶이고, 삶이 여행에 비유되는 한 가지 이유이기도 하다.
어느 곳에 가나 읽는 사람들을 만난다.
그들은 읽음으로써,
어떤 사태인가를 들여다보려고 한다.
들여다 봄은 보이는 것들과의 거리를 좁히려는 작업일는지도 모르겠는데,
읽음은 들여다봄에 성공할법 하지 않은 작업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그 작업의 골똘함은
이렇게 아름답다.
이 책의 첫 장의 제목은 <그대를 생각하면 든든해지는 마음>이다.
그대는 여전히 거기에 계시는가?
처음 그대를 만난 후 지금까지 나는 그대의 따뜻한 마음 한 그릇으로 아직도 든든함을 잃지 않았다.
그대의 마음 어느 한 조각이 오래오래 내 속에서 싹을 틔우고 그대의 정성으로 인해 무성히 내 안에서 자라남을 느낀다.
그대여!
우리가 어딘가에서 잠시 그렇게 나눈 따뜻한 한 그릇의 식사가 다시 그립다.
그대는 많은 것을 나에게 주었음에도 문득 나는 그들에 허기진다.(15)
세상은 여행길에 비유된다.
거기서 그대를 만난다.
그렇게 마음 든든하게 우린 또 길을 떠난다.
그런 것이 책을 읽는 이유다.
책을 통해 사람을 만나게 되는 아름다운 이유.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