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이 땅의 서정과 풍경
이용한 지음, 심병우 외 사진 / 웅진지식하우스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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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 년 전, 김준호・손심심 부부의 프로그램을 보다가 ‘그렇지, 그렇지...’하고 마음 깊은 곳에서 동감했던 적이 있다. ‘우리 문화를 우습게 보지 말라’는 것이 그들의 이야기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김준호의 구수한 입담에 얹힌 우리 문화 이야기는 그리 낯선 것이 아니었다.


작년에 고등학교 2학년 아이들을 데리고 용인 한국민속촌에 간 적이 있다. 초가집 곳곳에 걸린 농기구들을 보면서 아이들은 너무나도 아는 것이 없었다. 아예 관심조차 갖지 않고, ‘이런 곳을 왜 구경 왔지?’하는 아이들도 상당수였다. 그나마 나은 애들은 “저게 뭐예요?”하고 묻곤 했는데, 사실 문제점은 나도 모르는 것이 상당히 많았다는 것이고, 더 큰 문제는 아이들이 모든 것을 물어왔다는 데 있다.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게 아닌가 싶었다. 댓돌이나 다듬이 방망이를 모르는 것은 그렇다고 쳐도, 화로, 아궁이, 부뚜막 같은 기본적인 단어들도 생소해하는 아이들에게서 역시 치즈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었다.


<폭소 클럽>이란 개그 프로에, ‘서기 2222년 지구는 우리 비만인들이 지배하게 됩니다...’하는 ‘마른 인간들에 대한 엑스 파일’이란 코너가 있다. ‘그 시대 사람들은 점심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 한창 성장기 아이들에게 점심시간이란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이었을까요?’ 같은, 현재에는 당연한 것들이, 미래에는 너무나도 낯선 것일 수 있다는 신선한 발상이라 할 수 있다. 마치 <강철 군화>에서 ‘인류 평화애 시대 이전, 평화롭지 못하던 예전에는 ‘도둑’이란 것이 있었다.’고 표현했듯이 말이다.


이 책에서 사라져 가고 있는 새쫓는 파대 치기, 종자 보존용 뒤웅박, 염전용 수차 무자위, 해녀들의 숨비 소리, 안방의 난방 겸 등불인 고콜, 씨앗불 보관처 화티 처럼 낯선 것들은 제쳐 놓고라도, 우리가 알고 있는 짚신, 검정고무신, 메주, 부뚜막, 초가, 앵두, 가마솥 같은 것들도 아이들에게 사진을 보여 주고, 박물관에서나 만나게 될 날이 벌써 이렇게 가까이 도래한 것인가 싶으니 새삼 아쉬움과 서운함이 진하게 배어난다.


수업 시간에 도롱이, 코뚜레, 쟁기, 서낭당, 인두, 맷돌, 디딜방아 같은 용어들도 낯설어 하는 아이들에게서 농촌과 농업이란 신석기시대 이후로 전해지던 문화는 석탄과 석유로 인한 산업혁명에 떠밀려 글로벌 지구가 하나 되는 문화 시대로 이행되면서, 컴퓨터로 통일되고 패스트 푸드로 획일화된 문화랄 것도 없는 문화로 다양성을 잃고 있어 아쉽기 짝이 없었는데, 이 책을 만나고 나니 반가운 마음에 그림을 찾는 눈이 글을 이기고 먼저 달려 나간다.


자료 사진이 좀 작은 것이 흠이라면 흠일까, 나처럼 시골서 제법 살아보고, 친가와 외가가 시골이어서 초가집 등잔불 어둔 뒤에서 까무룩 잠든 기억이라도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보겠지만, 교육용으로 쓸 수 있도록 좀 큰 도판으로 찍어내더라도, 학교 도서관에서는 귀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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