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럿이 함께 - 다섯 지식인이 말하는 소통과 공존의 해법
신영복 외 지음, 프레시안 엮음 / 프레시안북 / 2007년 5월
평점 :
품절


세상엔 참 많은 인간이 산다.
그 인간은 모두 같은 권리를 가지고 살지 않는다.
한국 영토의 52%에 대한 권리를 가진 사람은 불과 1%에 불과하다. 여기서 젠장, 이다.

그래서 그 젠장할 세상을 바꾸는 것은 '여럿'의 힘이고, '함께'의 순리다.
그런데 살다 보면, 별로 이론적 토대가 없고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으면서도 의견이 수렴되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상당히 의견이 비슷하고 지향점이 같아 보이면서도 중구난방으로 의견이 진동하거나 발산하는 경우도 있다.

도식적으로 생각하면, 외부적 억압이란 시대적 환경이 열악하면 열악할 수록 그 억압을 뚫으려는 작은 힘들을 '좁은 곳'에 집중해야 힘이 커지기 때문에 '수렴'의 모습을 보일 수 있고, 억압의 환경이 느슨해질수록 작은 힘들은 분산되어 자기 목소리를 내게 되어 '발산 내지 진동'의 결과를 낳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이 책에선 신영복이란 상징적 지식인부터 김종철, 최장집, 박원순, 백낙청 들이 한국의 현재와 미래를 전망한다.

책을 읽으면서 갑갑한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어제 남쪽의 대통령이 최초로 걸어서 군사 분계선의 노란 선을 넘어갔다.
오늘부터 정상 회담이 열리기는 하지만, 이제 대선을 두달 여 남긴 상황에서 그 대통령의 힘이 어느 정도일는지... 기대하는 바가 크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몇 분의 어르신들이 통일 논의를 하는 글을 읽자니 해법은 없고, 가슴이 답답했다.

말이 사물에 앞서던 시대가 있었다. 그 시대의 사람들은 모두 환상에 빠져 살았다.
양반이라는 말에 인간 존재는 껌뻑 죽어야 했다. 선생님이란 말도 꽤나 매력있는 말이었다.
사물의 존재 가치에 비해서 말이 갖는 프리미엄이 컸던 시대다.

이제 가치가 전도되어 사물이 말에 앞서는 시대가 되었다.
특히나 이 땅처럼 당신이 사는 곳이 당신이 누구인지를 말해주는 세상,
사람 살기 좋은 나라가 아니라 기업 하기 좋은 나라를 부르짖는 세상이...
명품 에르메스를 헤르메스라고 읽는다고 인간을 비웃는 세상이...

생태학에서 다양성이 사라지면 생태계 전체의 안전성이 깨진다는 김종철 선생의 이야기는 사뭇 두렵게 들린다. 사물 일변도의 세상에서 다양성이란 없다. 명품은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으니깐.

전우익 선생님도, 권정생 선생님도 모두 조용히 하늘나라로 가셨는데,
펀드를 사 모으고, 재테크의 기술을 늘려 나가며, 미래형 지식인을 준비하라는 공병호의 '돈 연구소'만이 사람들의 황황한 마음을 수렴하고 있는 듯한 세상이 두렵다.

인권 변호사에서 사회 운동가로 활동하시는 박원순 선생의 이야기는 새롭다.
이런 세상에서도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은 너무 좌절할 것 없다는 이야기다.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 공공 영역은 빈틈이 너무 많습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다 보면 나중엔 분명히 자기가 먹고사는 길이 됩니다. 저는 우리가 이 거대한 블루 오션을 내버려두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미 FTA가 가지고 올 무서운 세상이 못 가진 이들에겐 명약관화한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집중해서 막아낼 수도 없는 국가. 그리고 도저히 그걸 기대할 수 없는 '국회'를 가진 가엾은 나라.

백낙청 선생의 통일 논의는 공허하기만 하고...

프레시안의 의지적 기획으로 만들어진 첫 번째 책인데, 왜 이렇게 읽기가 힘든지 모르겠다.
날씨 탓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