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의 몸값 2 오늘의 일본문학 9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권에서는 시점도, 시간 운용도 긴박하게 잘 이끌어간 반면,

2권에 오면서 급격히 긴장감이 떨어진다.

 

1권의 사건을 2권에서는 해설하는 느낌이어서,

이미 알고 있는 사건의 트릭을 설명해주는 부분을 읽는 일은 싱겁다.

그렇지만 사랑스런 반항아 구니오(國男- 오ㅡ 나라의 남자라는 이름이라니...)의 안위를 걱정하며

그가 어떻게든 해피엔드를 맞기를 바라는 독자는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다.

 

별로 앞뒤가 안맞더라도, 구니오가 돈을 벌어서

탁발승이 되어 아오모리까지 걸어가는 모습으로 끝을 맺는 것도 나름 멋질 텐데... 하는 아쉬움.

 

나는 국가따위 어떻게 되건 관심 없습니다.

예전에 민중을 전쟁터로 몰아넣은 지배층은

이제는 사람들을 경제의 노예로 몰아넣으려 하고 있어요.

일본의 올림픽 개최는 그런 의미에서도 근대사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겁니다.(64)

 

도쿄만 느닷없이 근대도시로 얼렁뚱땅 꾸며놓고

도대체 무엇을 세계에 보여주고 싶다는 것인가.(17)

 

그래도 시골은 가난해요.

부는 도쿄에만 집중되어 있죠.

이익을 중앙으로 빨아들이기 위한 체제가 착착 완성되고 있는 거예요.(336)

 

이런 비판적인 시선은 신선하다.

서울 올림픽 역시 그런 것이었다.

그렇지만, 서울 올림픽 개최 덕분에 1987이라는 열린 공간이 가능했던 것이다.

아니었다면, 다시 계엄의 어둠을 겪었을는지도...

마치, 올림픽이 끝나자, 전국 교장단회의에서 아이들 교복을 일제히 입히기 시작했던 것처럼...

 

도쿄대에 들어갈 만큼

머리 좋은 아이니까

제발 세상 좀 바꿔줘.

우리 같은 일용직 인부가 희생물이 되는 일은 없어야 할 거 아니냐.(363)

 

전쟁을 반성할 줄 모르는 일본의 정치가들에게 기대할 것은 없다.

그렇지만, 공산주의 이론 투쟁의 전선에서 투쟁한 경험 뿐,

현실적으로 얻은 것은 없는 일본의 정치에 대고 외치는 외침은 슬프지만 공허하다.

 

그래서, 나라국, 사내남을 쓰는 구니오란 사내는

자신의 영달을 위해 도쿄대 경제학과를 이용하지 못한다.

 

마음 속이 온통 스르르 무너져 형태를 이루지 못하는 마른 모래 같다.(137)

 

필로폰을 맞으면서 섬세해지는 감각을 느끼는 구니오,

그럴수록 현실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는 상태를

마른 모래가

스르르 무너져 형태를 이루지 못하는 것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슬프다.

 

한국으로 원정 경기를 간 일본인 복서 같은 심정(302)

남을 열정적으로 도와주는 건 조선민족의 특징일까.(322)

 

일본과 조선의 관계에 대해서도

피상적이지만 관심을 보이는 오쿠다의 관점도 흥미롭다.

 

 

*** 번역을 해야하는 말...

 

히에라르키라는 말을 번역하지 않고 여러 차례 쓰고 있다.

hierarchy는 위계, 계급 등으로 해설할 수 있는데... 해설없이 히에라르키라 쓰는 것은 좀 어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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