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c2
데이비드 보더니스 지음, 김민희 옮김 / 생각의나무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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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같은 문학생도들에게 수학과 과학은 참 따라가기 힘든 분야 중에 하나이다. 애초에 문과를 선택했던 이유도 수학을 못해서였고, 물리, 화학시간에 배웠던 수많은 법칙과 화학수식 등은 이미 잊어버린지 오래되었다. 하지만, 과연 시간여행은 가능한 것인가, 우주란 무엇인가, 블랙홀이란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가, 외계에도 생명체가 살고 있을까.. 등등의 미스터리와 같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주제들은 생각보다 과학 분야에 많이 치중되어있는 것 같다.

인터넷 서점에서 산지 거의 일년이 되어가도록 진도를 못나가고 그저 서문과 몇 페이지 정도만 읽어버리고 말았던 <E=mc²>. 어떤 힘에 이끌려 다시 이 책을 잡았는지는 사실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난 꽤나 멋드러진(?) 혼자만의 여행을 하고 있는 중이었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에 새롭고, 색다른 힘을 불어넣고 싶은 마음속 어딘가에 자리잡은 유치한 욕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나는 거의 단숨에 이 책을 읽어 내려갔고, 책을 덮는 순간, 달콤한 향기를 맡은 나비처럼 과학적 지식에 대한 목마름으로, 많은 사람들이 익히 알고 있는, 어쩌면 그저 궁금한 상태로 놓아 두었을 많은 그러한 지식들에 대해서 갈증을 느끼기 시작했다.

‘에너지는 질량과 속도의 제곱근의 곱과 같다’ 정말 난제(難題)이다. 만약 내가 정말 이 이론이 무엇인지 알고 싶어서 여러 전문 서적을 뒤졌다면 한 시간도 안되어서 포기하고 말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공식 전체를 설명해주는 자칫 따분할 수 있는 설명을 피하고, 오히려 각각의 인자들에 대한 ‘역사’를 설명해 주었다. 다시 말해서, 아인슈타인 한 사람의 공식을 설명해 주는 것이 아니라, E, M, C, ² 을 만들어낸 인물들이 조연이 되어서 각각의 인자들을 밝혀주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나오는 많은 과학적 상식들은 대부분 중고등학교 때에 정말 딱딱하게 배웠던 이론들을 너무나도 즐겁고, 흥미롭게 다루고 있으며, 과장된 표현일 수도 있으나, 현대 물리학, 나아가 양자역학까지 이르는 대수학의 역사를 설명해 주고 있다. E=mc²의 탄생, 유년, 성장기로 나뉘어 이 공식에 대한 역사, 적용 범위 및 관련 대상들에 관하여도 상세히 묘사해 주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공식의 인자에 대하여 뒤 샤틀레, 마리 퀴리, 리제 마이트너, 세실리아 페인, 하이젠베르크 등과 같은 여러 실존 과학자들의 살아있는 과학이야기도 전개된다.

과학은 경이로운 학문임에 틀림이 없다. 그리고 인간의 끝없는 호기심과 지적 호기심은 이제 아주 머나먼 우주까지 펼쳐지고 있다. 물론, 그 수 많은 이론들과 학설들이 정설로 인정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지나야 풀릴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책과 더불어 얼마전 스필버그가 제작한 TAKEN이라는 SF 시리즈에서처럼, 어쩌면 우리의 다음 세대, 또 그 다음 세대에서 명쾌한 해답을 줄런지도 모른다. 비록 내 세대에 알 수는 없지만, 짧지 않은 우리의 생이 다할 때까지 늘 궁금해하고 그걸 풀려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인생에 대한, 우주에 대한 즐거운 해답이 나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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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하나의 사랑
에릭 시걸 지음, 정영목 옮김 / 김영사 / 199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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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을 함께 약속했던 사람이 어느 날엔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이 십 년이 지나 불치의 병을 안고 돌아온다면? 그리고, 불치의 병을 앓고 있는 그 사람의 주치의가 나라면?

매슈는 분자 생물학 박사이다. 마흔을 훌쩍 넘긴 그는 음악적 공감대를 오랜 동안 함께 유지해 온 아내 에비와 에비의 전 남편의 딸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그런데, 20년 전 아프리카 오지에서 의료봉사를 통해 알게 된 실비아가, 그렇게 사랑하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어왔던 실비아가 눈앞에 다시 나타난 것이었다. 실비아는 다국적 이탈리아 그룹 회장의 아내가 되어 버린 것을 수년 전에 알았지만, 그녀를 다시 만날 수는 없었다. 그녀는 내전에서 시달리던 아프리카에서 그를 죽음에서 구하면서 그녀의 사랑을 포기해야만 했었다.

아프리카 지원 사무국에서 매슈와 실비아와의 첫 만남에서,
‘나는 숨을 멈추었다. 그녀는 말 없는 시(詩)였다. 그녀의 모든 것이 더 없이 아름다웠다. 그녀의 얼굴은 메두사와 정 반대였지만, 한 가지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다. 눈이 마주치면 그 자리에서 굳어 버린다는 점.’
첫 눈에 실비아에 대한 사랑에 빠져버린 매슈는 그녀와 혹독한 오지 생활을 견뎌내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랑은 언제나 그렇듯이 크나 큰 열정속에 아픔을 동반하고 뒤돌아서기 마련이다. 20여년이 지나 다시 만난 두 사람의 거리는 불과 1미터도 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서로를 사랑한다고 비록 입으로는 반대의 말이 튀어나오고, 머리로는 사랑하는 다른 사람이 있다고 냉정해져야한다고, 과거의 잔영이라고 믿고 있지만, 여전히 그들의 깊은 추억의 보석상자는 단음의 가슴 아리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친구가 살고 있다는 다른 곳으로 와버렸다. 간간히 내리는 가랑비가 때마침 책을 다 읽고 덮어버린 내게 잊지 말아달라며 내 어깨를 두드리는 것 같았다. 하지만, 이런 소설은 이내 잊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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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 지적 망국론 + 현대 교양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정환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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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大學은 어떤 존재이며, 무엇을 일깨워주는 도구인가라는 생각을 스쳐 지나면서 대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 보았을 것이다. 이미 한국사회에서 대학은 더 이상 고급 엘리트, 지식인을 지칭하는 말이 되고 있지 않은지 오래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 역시 90% 이상의 중학생이 고등학교로 진학을 하고 있고, 그 가운데 50% 이상이 대학교로 자신의 진로를 맹목적으로 선택하고 있다. 물론 그 가운데 상당 수 역시 자신의 꿈과 비젼을 확장시키기 위한 하나의 단계로 인식하고 그 목표를 추구해 나가는 사람들도 많겠으나, 대부분은 사람들은 오직 취업으로 가는 최후의 관문으로 여기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대학의 학생들을 키워내는 본질적인 이유는 무엇인가’에 대하여 다치바나는 ‘교양인’을 키워내기 위한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의 장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의 명문대로 알려져 있는 됴쿄대학에서는 고등학교 때부터 이과, 문과로 분절되어 각기 최소한의 연결 고리 없이 독자적인 분야로만 인식되어 지적인 바보를 양산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사회가 요구하는 일반적인(general) 지식을 갖춘 인재를 양산해 내는 것이 아니라, 특별하지 않은 스페셜리스트들 만을 뽑아내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결국 그들은 마찬가지로 일본의 수뇌부에 머물면서 일본의 지적 망국론의 우두머리가 되어간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정도면 결론은 충분하다. 대학은 총체적 지식체계를 갖춘 교양인으로써의 대학생을 배출해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너무나 깜짝 놀랐다. 근래 우리나라에서도 간간히 일어나고 있는 학력저하에 대한 문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었다. 해를 거듭할수록 변하는 입시제도. 그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대학은 취업의 발판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놀고, 흥청거리며 교양과는 너무도 동떨어진 생활을 하고 있다. 물론 나 역시 이 중에 속하는 대학생일 뿐이다. 하지만, 과거 선배들, 소위 어른들 세대의 대학은 낭만과 철학이 있고, 예술이 함께 했던 전설로만 기억하고 있는 동시대를 살고 있는 이 십대 일 뿐이다. 그래서 흔히들 우리와 그 이후 새대들의 코드를 ‘가벼움’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TV와 비디오, 컴퓨터, 그리고 휴대폰으로 묶어 놓는 가벼운 세대라는 것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견해이긴 하지만, 결코 부정할 수 없는 교양 부족의 세대라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학교 내에 치중되는 강의들은 사실 실학의 개념으로의 학문들이 인기를 차지하는 강의가 대부분이다. 영문학도인 내가 속한 학과에도 세익스피어나 18세기 영시, 희곡 등 영문학도라면 당연히 접해 보고 또 당연히 인지하고 있어야 할 부분임에도 학생들은 거의 지양하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 번역, 통역, 작문, TOEIC 등과 같은 실제 어딘가에서 ‘써먹을 수 있는’ 학문적인 성향 보다는 기술로 인정 받을 수 있는 강의가 인기를 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부분들도 당연히 중요하고 또 간과해서는 안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문제는 저자가 제기한 바와 같이 교양에 대한 부분이라는 것이다. 문과를 지망하였기 때문에 수학, 과학과는 담을 쌓고 있는 나부터 한심스럽게 느껴짐은 당연한 이치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좋은 책과 좋은 사람의 공통점은 자신에게 자극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100년도 안되는 길지 않은 삶을 지적 허영이 아닌 평생을 지적 호기심으로 살아갈 수 있게 도와준, 그것도 아직 대학생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는 내게 좋은 길잡이가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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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NOT? - 불온한 자유주의자 유시민의 세상 읽기
유시민 지음 / 개마고원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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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최대 경제 환란이었다던 IMF. 나는 당시 열심히 ‘짬밥’을 먹으며 오로지 전역의 그날만을 기다라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그 2년이 조금 넘는 ‘끌려간’ 기간 동안 난 세상을 너무도 모르고 살았다고 보인다. 물론 그건 현재에도 마찬가지이지만 적어도 지금은 이해는 잘 못하더라도 신문은 꾸역꾸역 보고는 있으니까.

여튼 내가 살고 있는 세상에 대해 이토록 무지했다는 것을 철저하게 깨닫게 해 준 책이다. 특히 정치, 경제, 그리고 우리나라의 역사와 소사(小史)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책을 간신히 다 넘기고 – 솔직히 한 20페이지는 훑어보기만 했다. 분명 한글이었음에도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에 내 자신에 한심해하며.. – 덮는 그 순간까지도 여전히 모르는 것들 투성이었다. 누군가가 인생은 그 물음표에 해당하는 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 물음표들을 끝없이 만들어가며 찾으려고 애를 쓰는 과정이라고 했던가. 아예 생소한 주제부터, 단어는 들어봤으나 그 속뜻은 전혀 모르는 또한, 알고 있는 지식이 너무 부족해서 도저히 평은 할 수 없고, 후에 다시 한번 봐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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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충만 법정 스님 전집 4
법정(法頂) 지음 / 샘터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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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 무척 많은 사람들이 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개강한지 이제 이틀이 지났는데, 벌써 무슨 과제를 받은건지 아니면 하나같이 고시를 준비하고 있는건지 모두 책을 쌓아놓고 무언가를 열심이다. 가까운 후배, 동기들도 토익에 공무원고시에 자격증에 눈에 불을 켜고 시작부터 난리다. 정말 난리다. 바로 그들이 나의 조바심을 부추기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내가 읽은 책 한 권으로 이런 조바심들을 날려버렸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어쨌든 내게 이 책은 감히 ‘깨달음’을 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내게 독서욕을 불러일으켰다면, 법정 스님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들일지도 모르나 삶에 대한 진지한 질문들과 해답을 조용히 일깨워주었다. 종교에 대한 금언, 잠언서들이 하나같이 좋은 말씀을 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막연한 미래나 후세를 동경하고 깨우치려는 것들이 아닌, 우리의 실 생활에서 매일매일 곱씹어도 하나도 질릴 것 같지 않은 말들이 담겨있다. 비록 내가 불교 신자는 아닐지라도, 쉽지 않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이 아닌 지혜를 배우고, 삶을 든든히 여길 수 있는 말들. 법정 스님 역시 말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그 틀에 너무 얽매이지 말라고 하셨지만, 좋은 말들은 몇 년, 몇 백 년이 지나도 읽혀지고 암송되어 남는 것 아닌가. 사회와 단절되지 않고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을 참된 자기 성찰을 할 수 있도록, 그래서 굳이 내세가 아니더라도 속세에서 황금같고 아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말이다.

자연의 아름다움과 인간과의 아름다운 관계. 나아가 본연의 ‘내가’ 지녀야 할 마음가짐들. 너무나도 빠르고 급박한 우리네 삶에 촉촉한 단비와 같은 여유로움을 책을 읽는 내내 느끼면서 도서관에서 열심히 자신의 몫을 해내려는 끊임없는 미래의 내 경쟁자들을 보면서 오히려 ‘교양’이라는 내 만족으로 읽고 있는 이 한 권의 책 때문에 내가 더 든든하게 느껴지는 것은 역시 허황된 자만은 아니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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