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우울 - 최영미의 유럽 일기
최영미 지음 / 창비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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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우울 - 최영미
★★★☆☆

서른, 축제는 끝났다를 읽지 않은 상태에서, 최영미라는 작가의 배경지식을 하나도 안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시대의 우울을 만났다. 그림에 관해 워낙 문외한인지라, 얼마 되지 않는 미술에 대한 얄팍한 호기심으로 책을 들었다. 아는 그림 나오면 반가워하고, 모르는 그림 나오면 신기해서 그림의 이야기속으로 빠져드는 단순한..(-_-;;)

브뤼겔 이카루스의 추락


간단히 책 소개를 하면, 최영미 작가가 유럽의 미술관 들을 돌아다니면서 그림에 대한 이야기와 여행에 대한 간략한 여정들을 담은 '미술 기행문' 정도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여행을 다녀온 시기가 1995년 경이고, 초판이 나온게 1997년이니까 대략 10년 정도의 시간의 차이가 생기는 셈이다. 그래서 그런지 현재의 표기와는 조금 낯설은 외래어 표기법이 종종 발견된다. 때깔 좋은 종이질에, 올컬러로 된 사진과 그림들은 그림에 대한 이야기들을 충분히 즐겁게 만들어준다.

읽는 내내 사실 왜 시대의 우울일까 하는 생각을 달고 있었다. 그림에서 품어져 나오는 분위기와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일생 혹은 그 화가가 살았던 사회상이 'Blue'로 그려졌기 때문일까. 작가의 청년의 시기인 70~80년대에 그가 담아낼 수 없었던 '삶'에 대한 어떤 미련 때문일까. 혁혁한 공을 세우고도 이제는 묻혀 지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처럼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을 오랜동안 가슴에 품고 살아왔기 때문일까.

차라리 서양화 재미있게 읽기라던가, 유럽 미술관 기행문 정도의 부제를 달았더라면 오히려 그런 마음들이 덜 했을텐데, 그녀가 보낸 70~80년대의 삶들이 자꾸만 그림을 설명하는 중간 중간에 에스프레소 커피가 떠오르면서 어떤 이유에 대한 변명처럼 들리는 이유는 무얼까.

그녀의 그림 이야기 보다 당시에는 조금 이른 색다른 사고방식들과 깨어있는 여성으로 인정 받거나 혹은 지탄 받았을 상황들이 어른거리면서도, 지금의 그런 사고를 가진 여성들이 상당히 많아졌고, 때로는 그런 시각들을 싸잡아서 ~녀로 매도하기도 하는 상황들이 함께 자주 오버랩되었다. 그녀가 마지막에 언급한 들라크루아의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도 하필 마지막에 등장한다. 쓸데없는 내 의식일테지만 말이다.

그래도 좋은 그림과 그림에 담긴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그녀의 목소리는 대체로 높고 낮음이 잘 구분이 가도록 읽는 내내 조절해 준다. 사실 그녀의 '이야기' 보다는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 선뜻 집어든 책이므로, 그 몫은 만족스러운 것을. 시대의 우울에 담겨진 좋아하는 그림들을 몇 선 꼽아본다.

와또 시테르 섬의 순례


 

콜비츠 독일의 아이들은 굶주린다


 

꾸르베 바다


 

"귀스타프 꾸르베는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혁명적인 화가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유럽미술의 오랜 전통을 깨고 종교와 신화를 주제로한 그림은 단 한 점도 그리지 않았던 화가. 그는 고대의 신들을 모두 추방한 자리에 당대의 평범한 일상을 들어앉히고, 거의 사진에 가까운 정직함으로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화폭에 담았다. '나에게 신을 보여달라. 그러면 신을 그리겠다'는 그의 말은 후일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명제가 되었다.

  수백년간 지속되어온 미술세계의 고정관념을 타파하는 쎈세이셔널한 전시회와 언행으로 유명했던 그에 대해선 수많은 일화가 전해진다. 그의 높은 콧대를 비꼬던 어느 정부 고관에게 꾸르베는 이렇게 응수했다고 한다. '이제사 그걸 알았습니까? 참으로 놀랍군요. 각하. 나는 프랑스에서 가장 거만한 사람입니다.'

  그의 이러한 오만방자함은 자신의 양심을 속이지 않고 그림을 그려 밥을 먹기 원했던 화가의 지나친(?) 성실함에 비롯된 것이리라"

최영미, <시대의 우울> 중에서

+ 그림에 대한 더 많은 '이야기'를 읽고 싶은 분들께 - 조이한, 진중권의 천천히 그림읽기를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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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짐 콜린스 지음, 이무열 옮김 / 김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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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기업을 넘어...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 - 콜린스
★★★★★

이 책은 기업 경영에 관한 책이다. 그리고 조직 리더에 대한 내용이기도 하다. 흑자를 내고 있는 그저 그런 좋은 기업이 아니라, 위대한 기업으로 오랫동안 남을 수 있는 여러가지의 지침을 제시해 주고 있다.

특히, 마음에 남는 부분은 목적지를 먼저 정하고 버스에 사람을 태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는 것이 아니라, 버스에 올라타야만 되는 '적합한' 사람들을 먼저 태우고 그 다음에 버스를 움직인다는 내용이다. 흔히들 거대하고 멋진 vision을 세워 그에 맞는 인재를 등용하여 조직을 움직이는 개념으로 인지하고 있지만, 저자는 과감한 개념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한 번쯤 작은 회사에서 경영 또는 전략실에 근무해 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쉽게 공감이 갈만한 내용이라고 여겨진다.

그리고, 저자가 도입한 '플라이휠'의 개념 또한 이 책의 전반적인 큰 축을 이루고 있다. 단계5의 리더십을 지닌 사람. 사람을 먼저 버스에 태우고,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고슴도치 컨셉을 유지하며 규율의 문화를 갖고, 기술이 핵심 역량이 아니라 위대한 회사로 발돋움 할 수 있는 가속페달로써의 기술을 인지.

5년여를 고심한 위대한 회사를 만드는, 위대한 회사로 가는 지침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고 있는 좋은 경영지침서라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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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진화론 - 세상을 바꿀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
우메다 모치오 지음, 이우광 옮김 / 재인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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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 진화론 - 세상을 바꿀 엄청난 변화가 시작됐다 : 우메다 모치오
★★★★☆

웹2.0에 대한 관심은 이제 폭발적이다. Google을 필두로, YouTube, Myspace.com, Writely, Wikipedia 뿐만 아니라, 윙버스, 싸이월드, 네이버에서 며칠 전에는 한 국회의원이 웹2.0 기반의 홈페이지를 만들었다고 뉴스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웹2.0 도대체 뭐길래 이렇게 난리가 나고 있는걸까?

인터넷 업계에서 일하고 있는 본인도 올해 초가 되어서야 웹2.0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혼자서 각양 각색의 방법들을 동원해서 그 실체를 파악하려고 무던히 애를 썼다. 직종이 직종이다보니 현재에는 웹2.0과 관련된 많은 부분들을 실생활에서, 업무를 하는데 있어서 어떤 마인드나 개념 그리고, 사람들의 특히 블로거들의 이야기를 많이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럼에도 '웹2.0은 무엇이다'라고 명쾌하게 답을 내려주기에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조금 다른 방법으로 웹2.0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고 싶으신 분들을 위해서 이 책은 훌륭한 가이드를 제공해 주고 있다.

먼저 간략하게 이 책이 지니는 가치를 몇개의 항목으로 요약을 하면,

1. 구글(Google)이 가지고 있는 웹-세계관에 대한 쉬운 이해
2. 마이크로소프트구글성장과정과 마인드의 차이
  이를 통한, 컴퓨터(이쪽세계)와 웹(저쪽세계)의 미래상
3. 롱테일을 기본 개념으로 하는 새로운 시장경제 체제의 모습
4. 1인미디어(블로그)의 힘
5. 웹2.0의 기술적, 경제적, 기획적인 마인드의 접근

특히, 마이크로소프트를 필두로 하는 이쪽세계(로컬 컴퓨팅, 나홀로 컴퓨터)와 구글을 필두로 하는 저쪽세계(네트워킹, 웹)에 대한 가치 분류와 차이점과 웹2.0에서 빠질 수 없는 경제적 관점의 롱테일에 대한 설명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이해가 갈 수 있도록 설명해 주고 있다. 또한, 김중태님의 시맨틱웹:웹2.0 시대의 기회와 함께 읽으면 막막한 웹2.0이라는 트랜드가 조금은 쉽게 눈에 들어오리라 생각된다.

다만, 조금 아쉬운 부분이라면, 그림이 전혀 없고(-_-;;), 웹2.0에 대해서 처음 접하는 사람들을 위해 직접적인 관련 웹사이트 정보들이 부족하고, 애국심의 발로인지 일본 젊은 이들이 실리콘밸리에 와야한다는 그런 내용들이 살짝 읽기가 싫어졌으나, 전체 책의 가치를 떨어뜨릴 만큼은 아니기에 별 하나가 살짝 빠졌다. ^0^

사실, 책으로 나온 정보는 굉장히 새로운 정보가 될 수는 없다. 특히 IT와 관련된 정보들은 오히려 수 많은 블로거들과 메타 블로그 사이트들을 통해서 하루에도 수십번씩 포스팅되어, 어찌보면 그들에게는 이제 너무나도 당연한 일상으로 여겨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웹2.0과 차세대웹이라는 최초 우리나라에서 서둘러서 살짝 잘못 끼워진 단추를 매꾸는데, 그리고, 이제 막 웹2.0이라는 시대에서 손담그고, 발 담그려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책은 분명 좋은 가이드를 제공해 줄 것이다.


+ 웹2.0 관련 사이트 및 블로그
- Web2.0 Conference 2006 : http://www.web2con.com/
- 김중태 문화원 : http://www.dal.co.kr/blog/
- 태우’s log - web 2.0 and beyond : http://twlog.net/wp/
- Channy's Weblog - 웹과 일상에 관한 이야기들 : http://channy.creation.net/blo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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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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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어디엔가,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글을 쓰는게 두려워질 때가 있다. 깊이의 문제일 수도 있고, 표현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신경쓰이는 건, '재미'다. 글을 쓰고 있는 작가도,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분명 '재미'라는 도구를 통해서 공감대를 쌓아야 하기에 분명 좋은 주제를 고르고, 그 주제를 잘 표현해 줄 수 있어야 하는 부담감이 제일 크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3년 전, 학교 도서관에서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가 택했던 학교론에 대한 강한 주장만이 오래도록 인상에 남아서였는지 그를 독설가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청춘표류는 인터뷰를 통한 전기형식의 글이었기에 또 다른 느낌을 받았지만, 이번 독서론을 통해서 그의 외골수적인 삶의 기운을 느껴보게 되었다.

일단, 다치바나 다카시는 결코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의 초년기 행적은 대략 이렇다.

다치바나 다카시
1940년 나가사키 현 출생. 1964년 도쿄대학 불문과 졸업.
<문예춘추>에 입사하였다가 다시 도쿄대학 철학과에 재입학, 재학중 평론 활동.
1974년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그 금맥과 인맥'은 수상의 범법 행위를 파헤쳐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 책 날개


평범한 도쿄대학 문과대생이 졸업 후에 일본의 어떤 주요한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서 그의 필력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왠걸. 그의 주요 저서들의 주제들은 문과졸업생이 어설프게 쓸 수 있는 그런류의 주제들이 아니었다.

주요 저서
우주로부터의 귀환, 뇌사, 일본공산당연구, 정신과 물질, 원숭이학의 현재, 거악vs언론, 임사체험, 뇌를 단련한다, 인체 재생, 21세기 지의 도전 등 40여권 저술
- 책 날개

물론, 피상적인 인터뷰를 위한 책을 읽고 리뷰정도의 글을 쓴다면야 충분히 관련 서적들을 읽고서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저는 지금까지 현재 서점에서 판매 중인 책까지 합쳐 40여권 이상을 저술하였습니다. 책으로 나와 있는 것 외에 잡지에 발표한 논문은 아마 그 두 배 이상 될 것입니다.' 즉, 이미 그 많은 양의 책을 쓰기 위해서 훨씬 더 많은 양의 관련 자료들을 읽었고, 많은 양의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그가 최신 정보를 가지고 있는(대부분 과학자들을 많이 인터뷰를 하는 듯) 연구자들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기초 지식을 쌓기 위해 5권에서 10권의 관련 서적들을 읽는다고 한다. 물론 과학에 관한 분야에서만이 아니다. 사회주의, 철학, 문화, 문학 등 실로 방대한 영역을 이리저리 쉽고 다양하게 넘나들며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기운찬 어르신이다.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기운찬 어르신네는 이 책에서 대부분 책과 관련된 그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실, '이런 책을 읽어왔다'라고 해서 고전 문학들을 소개하고, 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 했었는데, 막상 책 소개는 별로 없다. 그리고, 그가 언급한 도서들은 대부분 일본 문학 또는 일본 정서를 모르고서는 읽을 수가 없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별점이 하나 빠진 가장 큰 이유) 학창시절 외에는 문학작품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그가 중3 때까지 읽었던 책들의 목록을 보면 좀 짜증난다. 특히 희곡들을 포함한 고전 문학들, 노벨문학상 작품들, '헉' 소리 나온다. (뎅쟝. 난 멀 읽은겨...-_-;;) 훑어본 정도의 책도 있었을테지만, 여튼 그의 독서량은 끝내준다.

그런 그가 추천하는 책 읽는 방법을 잠깐 소개한다. 책 뒷 표지에 나와있는데.
편집자가 요약하듯이 옮겨 놓은 내용이겠지만, 여튼 독서왕의 독서론은 이렇다.

知의 거인 다치바나의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

1. 책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말라
2. 같은 테마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어라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5. 읽다가 그만둔 책이라도 일단 끝까지 넘겨 보라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8. 가이드북에 현혹되지 말라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11. 새로운 정보는 꼼꼼히 체크하라
12. 의문이 생기면 원본 자료로 확인하라
13. 난해한 번역서는 오역을 의심하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 여하튼 젊을 때 많이 읽어라


역시 그냥 읽고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책을 고르는데부터 있어서 굉장히 공을 들이고,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또 어떤 목적과 부합되는 내용의 책을, 단락을 읽어내려가는 그의 책에 대한 사랑은 단순히 책이라는 명사가 아니라 책 속에 숨겨진 '知'를 탐하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그의 지적인 향기 뿐만 아니라, 그의 서재 역시 탐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전작주의자의 꿈이라는 책을 쓴 작가 조희봉씨의 자신의 서재를 설명하고 보여주던 부분처럼, 그 보다는 조금은 덜 사람냄새가 나지만 일러스토로 그려 놓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의 그의 서재는 쩝쩝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다. 책을 읽고, 인터뷰를 하고, 책을 쓰는 그의 직업적인 성향이겠지만, 부러운건 부러운게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사실 많은 일들을,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 잘할 수는 없다. 나 역시 삶의 모토가 제너럴리스트임에도 꽤나 자주 스페셜리스트들의 스페셜한 부분을 동경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그들만의 좁지만 깊은 세계들이 속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정말 깊이 얇팍하고, 그냥 무작정 넓기만 한 내 '우주'는 늘상 '돌봐주어야 할' 일들 천지다. 알면 알 수록 더 깊어져야 하고, 이 깊이는 끝이 없는데, 시간은 늘 없고. 비단 책이나 앎에 대한 부분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이치 역시 그런 부분들로 인해서 고달퍼지는게 아닌가 생각도 한다.

어쨌든, 다치바나 다카시가 준 교훈.
그래도 제너럴리스트로 살아가기. 더 많이 읽고, 배우고, 느끼고, 감동하며 삶을 여행하기.

+ 다치바나 다카시의 저서 리뷰 보기
- 내가 대학생인가?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 아냐.. 이건 너무 멀어 '청춘표류'
- 책을 읽는다는 것, 여행을 떠나는 것.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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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경제학 - 30대를 위한 생존 경제학 강의
유병률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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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 경제학 : 30대를 위한 생존 경제학 강의 - 유병률
★★★★☆

일단, 절대 나는 경제적인 사람이 아니라는 부분을 전제로 글을 쓰기 시작해야할 것 같다. 살아온 방식도, 현재도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지극히 경제적인 인간으로 살아가기에는 조금 글른(-_-;;) 스타일이다. 사회적인 관계속에서 보면, 따져야 할 것들과 따질 필요 없는 것들, 그리고 따져서는 안되는 것들을 죄다 안따지고 산다. 그게 속 편하니까.

그런데, 이 책은 첫장부터 심기를 살살 건드린다. 딱 그렇기 때문에.

들어가는 글
'이렇게 살다가는 아무것도 안 되지......'
해 놓은 것 없고, 이루어 놓은 것 없는데 어느덧 30대입니다...(중략)
서른 살이 되면서부터 가슴 한구석에서 담석처럼 자라나는 30대 증후군입니다. 지푸라기 같은 월급봉투에 의지해 이렇게 평생을 떠내려가야 할 것인지, 허허벌판에 혼자 서 있는 심정입니다. 어떤 우여곡절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자리를 잡은 40대 이상의 중년들이 부럽기만 합니다.

30대가 되면 20대에 그려왔던 꿈의 판도와 방향이 사람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다. 20대는 그저 꿈을 따라, 이상을 따라 가야만 했고, 내 생각이 늘 옳아야 했으며, 나를 따르지 않아도 혼자 터벅터벅 산길을 오르더라도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정말 막상 30대가 되서는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

더 이상 '학생'이 아니었고, 회사에서 더 이상 '막내'가 아니었고, 집에서 '엄마 만원만' 할 수도, 해서도 절대 안되는 나이. 더 이상 내 위에만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었고, 적자생존이라는 말을 그냥 무심코 흘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재태크와 펀드, 금리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가 없게 되었고, 매달 쏟아지듯 날아오는 고지서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물론 이미 결혼을 해서 혹 아이까지 낳아 기르고 있는 30대라면 이야기가 더 달라지겠지만, '스타일'만 찾아다니던 20대는 이제 막을 내렸다. (사실 내린지는 쫌 지났지..훔)

그런데, 문제는 긴장만 하고 있다는 것. 준비하고 있는 30대와 그렇지 않은 30대의 차이는 앞으로 저금리, 저성장의 대한민국에서 큰 코 다칠거라는 무서운 경고를 책에서 말해주고 있다.

살아 남을 30대와 도태될 30대, 품위 있게 늙어갈 30대와 돈도 힘도 없이 버틸 뿐인 30대.... 고통스럽게 준비하는 자만이 살아 남는 시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실, 올해 초 한큐에 사들였던 여러 권의 책 목록 중에 이 책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학이라는 나와 너무나 먼 거리의 활자 때문이었을까. 중간에 읽다가 한 번 낙오하고 먼지만 쌓아두고 있었는데, 다시 손에 집어들게 되었다.

책에는 다양한 개념들과 용어, 이야기, 브랜드, 경제 지표, 기업 비하인드 스토리, 경영/경제 전략, 기업 성장사, 기업 지배 구조, 고령화에 따른 투자 및 재태크 그리고 중국과 미국에 대한 이야기까지 사실 왜 지난 번에 읽다가 낙오했는지 이해가가지 않을 정도로 흥미롭고, 탄탄한 내용들을 담고 있다. 특히 실물경제에 대한 재미있는 입문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 주고 있다.

특히 얼마전 삼성 애버랜드의 전환사채 편법증여 사건으로 이학수 부회장이 소환될거라는 소식이 있었다. 그동안도 삼성이나 대기업 계열사들의 출자 구조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을까를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책을 통해서 오히려 그런 뉴스들이 더 와 닿게 되었다.

2004.12.31일 기준 삼성그룹 출자 흐름

2004.12.31일 기준 삼성그룹 출자 흐름


즉, 그림을 보면 2004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삼성에버랜드(이건희 회장 주식보유 3.72%, 이재용 상무 25.10%)는 삼성생명에 19.34%를 출자하였다.(이미 삼성생명에서 이건희 회장은 4.54%의 지분 보유) 그리고, 삼성생명은 각각 삼성증권과 삼성물산, 삼성전자에, 삼성카드는 삼성애버랜드와 삼성증권, 삼성화재에 출자하는 구조이다. 실질적으로 이건희 회장이 가지고 있는 직접 지분은 에버랜드, 삼성생명, 삼성물산, 삼성전자 정도인 것이다. (뎅쟝 엄청 복잡하네..-_-;;)
왜? 그리고 어떻게? 얼마나?가 궁금하시면 더 상세한 자료는 읽어보시길 권하며.

목차를 소개하면.

1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전략에 강하다
1. 기업전략의 핵심코드, 탄력성
2. 탄력성으로 트렌드를 읽다
3. 전략적 사고하기, 게임이론
4.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다
5. 선발자와 후발자, 타이밍의 전략

2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경영을 안다
1. 'Animal Spirit'의 신화
2. 대기업 출생의 비밀, 모럴 해저드
3. 대기업 생존의 비밀, 출자 사슬
4. 이건희 회장은 어떻게 삼성을 지배하나
5. 구본무 회장의 흔들리지 않는 지배력
6. 최태원 회장의 '포스트 재벌' 실험

3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돈의 길을 본다
1. 금리는 경제의 반쪽
2. 환율에 울고 웃는 이유
3. 고령화 시대의 생존 재테크

4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불황을 예측한다
1. 길거리 경제학이 진짜 경제학이다
2. '산업활동동향'은 실물경제를 읽는 더듬이
3. 주머니 속의 경기 신호등, 콜금리
4. 정부는 어떻게 돈주머니를 푸는가
5. 고성장 잔치는 끝났다

5장 경제학을 아는 30대는 고령화 시대가 두렵지 않다
1. 살아 남을 30대, 대책 없이 늙어갈 30대
2. 고령화의 경제학은 따로 있다
3. 고령화 시대의 돈 되는 트렌드
4. 평생전략은 서른 살부터 짜야 한다

6장 30대가 알아야 할 두 나라, 겁 없는 중국과 잘난 미국
1. 누가 중국을 달리는 자전거라 하는가
2. 중국, 알면 흥하고 모르면 망한다
3. 미국 경제가 세계 경제

특히 막연하게만 이야기해 왔던 고령화/저성장 시대에 대해 4장과 5장에서 어떻게 경제에 접근해야할지 구체적으로 현재의 상황과 향후의 미래 예측을 더해서 상당히 흥미로운 내용으로 이루어져있다. 실제로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길에 또는 주말에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 보면, 언젠가부터 부쩍이나 어르신들이 지하철에 많이 타고 계신다. 한칸에 젊은 사람들이 훨씬 적은 경우도 많이 봐왔다.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일 수도 있지만, 분명 여기저기 널려있는 지표들과 우려와 염려로 점치고 있는 국민연금, 저출산, 고령화 이런 단어들이 그리 먼 일은 아니라는 점이다. 아래 포스터가 한 20년 뒤를 그대로 미리 찍어놓은 사진이라고 하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사실 돈의 흐름을 읽는다는 표현을 많이들 쓰는데, 생각만큼 쉬운일이 아니다. 매일 매일 경제신문을 눈여겨 봐도, 9시 뉴스와 매일 쏟아지는 경제관련 정보를 귀로 듣는다 하더라도, 관심이 없으면 남의 나라 이야기다. 한번 사는데 뭘 그렇게 따지고, 집값 변동에, 금리 변동에, 몇 백원 이자에 호들갑이냐고, 있을 때 잘 쓰면 되지 않냐고 20대를 내내 살아오던 마인드가 책 한권으로 완전히 바뀌었다고 하기는 좀 무리가 있지만, 나와 비슷한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는 분들이 계시다면 아주 살짝, 꽤 쏠쏠한 자극이 되지 않을까 한다.

5장의 소주제처럼 '평생 전략은 서른 살부터 짜야 한다'는 말이 결코 늘 들어왔던 교과서적인 내용으로만 치부해 버리기에는 경제적인 부분에서도 인생이라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라도 꼭 담아두어야 할 문구이다. 지금부터라도 관심을 쏟고 알아보려고 애쓰면 경제와 돈이라는 흐름을 잘 잡아볼 수 있지 않을까. 아는 만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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