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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책을 읽어 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언숙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1년 9월
평점 :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 : 다치바나 식 독서론, 독서술, 서재론
★★★★☆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어디엔가,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글을 쓰는게 두려워질 때가 있다. 깊이의 문제일 수도 있고, 표현력의 문제일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도 신경쓰이는 건, '재미'다. 글을 쓰고 있는 작가도, 글을 읽고 있는 독자도 분명 '재미'라는 도구를 통해서 공감대를 쌓아야 하기에 분명 좋은 주제를 고르고, 그 주제를 잘 표현해 줄 수 있어야 하는 부담감이 제일 크다.
다치바나 다카시는 3년 전, 학교 도서관에서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다. 그가 택했던 학교론에 대한 강한 주장만이 오래도록 인상에 남아서였는지 그를 독설가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청춘표류는 인터뷰를 통한 전기형식의 글이었기에 또 다른 느낌을 받았지만, 이번 독서론을 통해서 그의 외골수적인 삶의 기운을 느껴보게 되었다.
일단, 다치바나 다카시는 결코 정상적인 사람은 아니다. 그의 초년기 행적은 대략 이렇다.
다치바나 다카시
1940년 나가사키 현 출생. 1964년 도쿄대학 불문과 졸업.
<문예춘추>에 입사하였다가 다시 도쿄대학 철학과에 재입학, 재학중 평론 활동.
1974년 '다나카 가쿠에이 연구-그 금맥과 인맥'은 수상의 범법 행위를 파헤쳐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안겨 주었다.
- 책 날개
평범한 도쿄대학 문과대생이 졸업 후에 일본의 어떤 주요한 사건에 대한 문제제기를 통해서 그의 필력이 점차 알려지기 시작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왠걸. 그의 주요 저서들의 주제들은 문과졸업생이 어설프게 쓸 수 있는 그런류의 주제들이 아니었다.
주요 저서
우주로부터의 귀환, 뇌사, 일본공산당연구, 정신과 물질, 원숭이학의 현재, 거악vs언론, 임사체험, 뇌를 단련한다, 인체 재생, 21세기 지의 도전 등 40여권 저술
- 책 날개
물론, 피상적인 인터뷰를 위한 책을 읽고 리뷰정도의 글을 쓴다면야 충분히 관련 서적들을 읽고서 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저는 지금까지 현재 서점에서 판매 중인 책까지 합쳐 40여권 이상을 저술하였습니다. 책으로 나와 있는 것 외에 잡지에 발표한 논문은 아마 그 두 배 이상 될 것입니다.' 즉, 이미 그 많은 양의 책을 쓰기 위해서 훨씬 더 많은 양의 관련 자료들을 읽었고, 많은 양의 책을 읽었다는 이야기이다. 실제로 그가 최신 정보를 가지고 있는(대부분 과학자들을 많이 인터뷰를 하는 듯) 연구자들을 인터뷰하기 위해서, 기초 지식을 쌓기 위해 5권에서 10권의 관련 서적들을 읽는다고 한다. 물론 과학에 관한 분야에서만이 아니다. 사회주의, 철학, 문화, 문학 등 실로 방대한 영역을 이리저리 쉽고 다양하게 넘나들며 글을 쓰고, 강연을 하면서 살아가고 있는 기운찬 어르신이다. 혀를 내두르지 않을 수가 없다.
그 기운찬 어르신네는 이 책에서 대부분 책과 관련된 그의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사실, '이런 책을 읽어왔다'라고 해서 고전 문학들을 소개하고, 교육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을까 했었는데, 막상 책 소개는 별로 없다. 그리고, 그가 언급한 도서들은 대부분 일본 문학 또는 일본 정서를 모르고서는 읽을 수가 없는 책들이 대부분이다. (별점이 하나 빠진 가장 큰 이유) 학창시절 외에는 문학작품을 거의 읽지 않는다는 그가 중3 때까지 읽었던 책들의 목록을 보면 좀 짜증난다. 특히 희곡들을 포함한 고전 문학들, 노벨문학상 작품들, '헉' 소리 나온다. (뎅쟝. 난 멀 읽은겨...-_-;;) 훑어본 정도의 책도 있었을테지만, 여튼 그의 독서량은 끝내준다.
그런 그가 추천하는 책 읽는 방법을 잠깐 소개한다. 책 뒷 표지에 나와있는데.
편집자가 요약하듯이 옮겨 놓은 내용이겠지만, 여튼 독서왕의 독서론은 이렇다.
知의 거인 다치바나의 실전에 필요한 14가지 독서법
1. 책을 사는데 돈을 아끼지 말라
2. 같은 테마의 책을 여러 권 찾아 읽어라
3. 책 선택에 대한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
4.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는 책은 무리해서 읽지 말라
5. 읽다가 그만둔 책이라도 일단 끝까지 넘겨 보라
6. 속독법을 몸에 익혀라
7. 책을 읽는 도중에 메모하지 말라
8. 가이드북에 현혹되지 말라
9. 주석을 빠뜨리지 말고 읽어라
10. 책을 읽을 때는 끊임없이 의심하라
11. 새로운 정보는 꼼꼼히 체크하라
12. 의문이 생기면 원본 자료로 확인하라
13. 난해한 번역서는 오역을 의심하라
14. 대학에서 얻은 지식은 대단한 것이 아니다
- 여하튼 젊을 때 많이 읽어라
역시 그냥 읽고 넘어갈 수 있는 내용이지만, 책을 고르는데부터 있어서 굉장히 공을 들이고,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또 어떤 목적과 부합되는 내용의 책을, 단락을 읽어내려가는 그의 책에 대한 사랑은 단순히 책이라는 명사가 아니라 책 속에 숨겨진 '知'를 탐하는 모습으로 표현되고 있다.
또한, 그의 지적인 향기 뿐만 아니라, 그의 서재 역시 탐나는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전작주의자의 꿈이라는 책을 쓴 작가 조희봉씨의 자신의 서재를 설명하고 보여주던 부분처럼, 그 보다는 조금은 덜 사람냄새가 나지만 일러스토로 그려 놓은 지하 1층부터 3층까지의 그의 서재는 쩝쩝 입맛을 다실 수 밖에 없다. 책을 읽고, 인터뷰를 하고, 책을 쓰는 그의 직업적인 성향이겠지만, 부러운건 부러운게다.
조금 다른 이야기이지만, 사실 많은 일들을,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다 잘할 수는 없다. 나 역시 삶의 모토가 제너럴리스트임에도 꽤나 자주 스페셜리스트들의 스페셜한 부분을 동경하지 않을 수 없다. 오히려 그들만의 좁지만 깊은 세계들이 속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정말 깊이 얇팍하고, 그냥 무작정 넓기만 한 내 '우주'는 늘상 '돌봐주어야 할' 일들 천지다. 알면 알 수록 더 깊어져야 하고, 이 깊이는 끝이 없는데, 시간은 늘 없고. 비단 책이나 앎에 대한 부분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이치 역시 그런 부분들로 인해서 고달퍼지는게 아닌가 생각도 한다.
어쨌든, 다치바나 다카시가 준 교훈.
그래도 제너럴리스트로 살아가기. 더 많이 읽고, 배우고, 느끼고, 감동하며 삶을 여행하기.
+ 다치바나 다카시의 저서 리뷰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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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냐.. 이건 너무 멀어 '청춘표류'
- 책을 읽는다는 것, 여행을 떠나는 것. '나는 이런 책을 읽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