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 6 - 2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6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필응 같은 큰 인물부터 석이처럼 작은 인물까지 모두 각자의 출발점을 자각하고 운명과 진지하게 교섭하며 삶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중. 서희가 제 비즈니스에 온몸 바칠 파트너로 택한 길상. 원치는 않으나 애기씨에게 결국 한 번 더 져주는 길상. 서희, 일단 이번 전투에선 이기나 전쟁에선 질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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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6 - 2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6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언제 내렸는지 들창 밖에 비가 내리고 있다. 빗발이 고와서 거의 빗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안개에 싸인 강물과 강물에서 번져나간 것만 같은 모래밭과 거의 평볌으로 펼쳐진 숲, 그리고 뗏목들, 머지않아 겨울이 오고 강물이 얼어버리면 뗏목은 볼 수 없을 것이다. 열띤 송잔환 은성을 바람 소리처럼 이제는 무심하게 들으며, 술잔을 손에 들고 창밖을 바라보는 길상의 가슴에 돌연 뜨거운 것이 치민다. 불덩이 같은 슬픔이, 생명의 근원에서 오는 눈물 같은 것이, 무엇 때문에 슬픈가. - P19

심장을 쪼갤 수만 있다면 그 가냘픈 작은 벌레에게도 주고, 공작새 같고 연꽃 같은 서희애기씨에게도 주고, 이 만주땅 벌판에 누더기같이 찾아온 내 겨레에게도 주고, 그리고 마지막에는 운명신...에게 피 흐르는 내 심장의 일부를 주고 싶다....... - P19

"뭐니뭐니 혀도 배고픈 정 아는 그게 사람으로서는 제일로 가는 정인디, 혀서 나도 니 아부지를 믿고 정이 들어서 따라가는 거 아니겄어? 부모 자석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주린 배 채우는 거로 시작된다 그거여. 저기 보더라고. 저기 물새도 모이 찾아서 지 새끼 먼저 먹이는 거, 어디 사람뿐이간디?" - P33

‘살갗의 구멍 하나하나를 곧추세우고 있었구나. 수풀 속에 웅크린 맹수 터럭같이 말이다. 마치 흡반...처럼 주변의 안팎을 모조리 흡수한다. 저놈의 살갗은 어떤 자리 어떤 군중 속에서도 적과 동지를 가려낼 것이다. 시종 눈을 내리깔고 있구나. 저놈의 귀는 무엇을 듣고 있는고? 필경 멀리 가까이서 들려오는 소리로부터 위험과 안전을 가려내고 있겠지.‘ - P61

‘분명 이자는 지도자다운 꼴은 아닌데...... 어둠과 침묵 속에 묻힌 인물, 그러나 혼자서도 무슨 일을 해치울 것 같다. 기적을 이룰 것 같다.‘ - P62

"신발이란."
담뱃대를 빨고,
"발에 맞아야 하고,"
담뱃대를 빨고,
"사람의 짝도 푼수에 맞아야 하는 법인데,"
담뱃대를 빨고, - P77

사실 당초부터 서희에게는 경쟁의식 같은 건 없었다. 얼굴이 어떻고 조건이 어떻고 따위는, 그런 것을 길상이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아슴푸레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길상은 무엇을 원했으며 어떤 결과를 만들려는가. ... 설령 사랑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니 사랑하고 있지 않아. 그건 설움 때문이야. ... 그것을 다 마다하고 볼품없고 가난에 찌든 아이까지 딸린 과부와의 관계를 숨기지 않고 떠벌리고 다녔다는 것은, 그것이 길상의 슬픔이라는 것을 서희는 비로소 느낀다. - P119

"그 문의원께서 언젠가 말씀하시었소. 가난한 백성들은 영신환 한 알이라도 소중하게 정성 들여서 먹고, 그 한 알의 영신환 몇 배의 정을 느끼지마는 배부른 사람들은 천하 명약도 정으로 받지는 아니한다고요. 초봄 들판에서 나물을 캐는 고사리 같은 손은 정에다 정을 돌려줄 줄 알지만 시공창에 흰밥 쏟아 버리는 아낙은 허기 든 사람에게 식은 죽 한 그릇 베풀 줄 모른다구요." - P207

그 순간 석이는 이 사람들 시키는 대로 하리라 작정했던 것이다. 석이는 민감하게 느꼈다. 두 사람이 다 평범치 않으며 그 말도 평범하게 지나쳐버릴 말이 아니라는 것을. 사람의 값어치를 안다고 생각한 것이다. 사람의 값어치를 안다면 옳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요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선 복종하는 것이 또 당연한 일로 석이는 판단한 것이다. 하물며 그들은 큰일을 경영하고 있었으며 그 큰일을 향한 길을 가는 것은 동시에 아비 원혼을 위로해주는 것, 석이는 뚜렷하게 자각한다. 뻐근하게 양어깨가 내리눌리는 짐의 무게를 느낀다. 그 짐을 지고 아무리 험난한 길이라도 앞으로 가리라 결의한다. - P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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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5 - 2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5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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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상의 성격과 운명이 압도적으로 펼쳐지는 책. 탱화 그리고 생명을 가여워했던 그 맘이 어리고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자라고 깊어져서 서희도 풍진 세상도 다 담게 되었다니! 그러나 이렇게 영혼의 노른자를 절에 맡겨둔, 소유가 안 되는 사람을 서희가 끌리긴 해도 참아낼 수 있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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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5 - 2부 1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5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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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그때 우리한테 동정을 한 사람들도, 나, 나는 고맙게 생각하지 않소. 피멍은 피멍대로 남아야지요. 쓸어준다고." - P102

"위인이 순직하고 입정이 나빠 탈이었지만 도량이 넓고, 무엇이든지 포용할 수 있는 인물이었지. 사욕이라곤 터럭만치도 없는, 목수로서 기량도 좋았고, 옛말에도 도편수는 정승감이라여 한다고들 했으니, 태어날 곳에 태어났더라면 아주 훌륭한 장수가 되었을 게야." - P107

그런 말을 하는 정목수 얼굴은 담담했고 어두운 그림자라곤 찾아볼 수 없다. 그의 말대로 대패질하듯 세상을 천천히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런 말을 들려준 후 정목수와 용이는 친숙해졌다. - P155

‘지금 애기씨는 내게 있어 한 마리의 꾀꼬리 새끼란 말일까? 나는 애기씨를 위해 누구의 목을 비틀고 있는 게지?‘ - P214

희망을 가진다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 얼마나 큰 약점인가. 절망에서의 탈출 뒤에 온 희열이란 또 얼마나 서글픈 찰나인가. - P354

나쁜 사람 좋은 사람 그런 얘기는 아니고요, 사람의 정이 있느냐 없느냐....... 아무리 남에게 좋게 보여도 정이 없는 자는 거짓말쟁입니다. 네, 거짓말쟁입니다. 가증한 거짓말쟁입니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그건 거짓말쟁입니다. 자신을 슬프게 생각해본 일도, 불쌍하다 생각해본 일도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일수록 슬픈 것처럼, 불쌍한 것처럼 읊조리지요. 남에게는 대자대비한 것처럼 몸짓이 아주 큽니다. 그것은 자기 자신한테 하는 거짓말입니다. - P400

나는 언젠가 어느 주막에서 눈물 한 방울을 쪼르르 흘리며 이 보란 듯 옷고름으로 찍어내는 늙은 영감쟁이를 본 일이 있소. 눈물은 아니 흘려도 슬픈 것이요 비 오듯 쏟아져도 슬픈 것인데 어거지로 흘린 한 방울의 눈물을 소중하게 옷고름으로 찍어내는 그 품을 보고 구역질을 느낀 일이 있었습니다. ... 네. 의락 아니란 말입니다. 상전에 대한, 나를 길러 준 데 대한 의리가 아니라 그 말입니다. 서희애기씨는 보물입니다. 연꽃이지요. 꾀꼬리 새낍니다. 윤보 목수는 웃어도 슬펐지요, 울어도 태평스러고요. 그 못생긴 곰보 얼굴이 얼마나 예뻤는지 생각나지 않습니까?" - P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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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지 4 - 1부 4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4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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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루할 틈이 없는 휘모리 전개! 나라의 주인이 바뀌는 일과 최씨네 주인이 바뀌는 일이 한번의 호흡으로 다 엮어지는 솜씨엔 감탄할 뿐. 월선네는 이제 희망이 보여서 다행. 서희의 간도행보다 더 충격인 것은 봉선의 선택. 어찌 살라고 그리 사라졌나. 나는 이제까지 저만한 결단을 내린 일이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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