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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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소설이라면 믿고 본다. <7년의 밤>을 읽었을때 그녀의 소설에 완전 반했었다. 섬뜩하고 무서웠지만 읽는내내 흠뻑 빠져 들어 읽었었다. 이후 <28>을 읽었을때에도 그녀의 소설이 좋았다. 소름끼치도록 무서웠지만 읽는내내 이야기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 열심히 읽었었다.

기다려왔던 건 아니지만 (요새는 뭔가를 특별히 기다리지 않는 것 같다) 오랜만의 출간 소식에 우선 장바구니에 담아 주문을 했다. 그러고는 한참을 펼쳐보지 않았다. 바로 읽을 것도 아닌 책을 주문해놓고 한참을 그 자리에 놓아두고는 읽을 시간을 만들어야했다.

<종의 기원>을 단숨에 읽지 못했다. 책을 읽는 속도도 느려졌고 중간중간 중단하게 만드는 요인들이 몇가지 있었지만 무엇보다 책의 내용이 가장 두려웠던 것 같다. 설마하고 생각했던 것들이 모두 들어 맞는 것이 무서웠다고 해야할지, 긴장감이 떨어졌다고 해야할지 어쨌든 전작들보다 더 좋지는 않았다.
살인에 관한 것은 특히 존속살인은 할말을 잃게 만든다. 부모가 어린 자녀를 죽이고, 자식이 부모를 죽이는 이 사회를 생각하는 것만도 끔찍하다. 최근 여러건의 살인관련 기사들을 보면 존속살인이 많았다. 그런 기사를 보는 것만도 괴로운데 이 소설은 정말 한 인간이 어떻게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가를 상세하게 보여준다. 그게 사실 너무 무서웠다.
어머니의 이해할 수 없는 감시와 관리가 이해되는 지점도 있었지만 `설마 그것도 네가`라고 생각하는 부문이 계속 예측되니 반전이나 흥미의 긴장감은 조금 떨어진 듯 하다.
그런데 난 왜 이렇게 잘 반하는지 모르겠다. 소설 속 유진을 머리 속으로 그리며 훤칠하니 멋지겠단 생각이 들었다. 수영선수였다니 더 멋졌겠다. 남들과 쉽게 섞이지 않으니 더 멋있어 보였을 수도 있겠다. 이런 생뚱맞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도덕적양심이 부재된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규칙도 규범도 내 기준에 합당하지 않은 것들은 쉽게 지켜지지 않는다. 아이들은 오로지 공부에 매달리고 어른들은 오로지 돈을 쫓으며 살다보니 사람의 도리는 이야기하기가 어려운 시절이 아닌가 생각한다.
아이를 관리 감독 통제하는 헬리콥터맘이 요새는 대세라는데 스스로 설 수 있는 아이를 자꾸 붙잡아두는 행위가 아이를 망친다는 생각이 자꾸만 든다.
과연 유진을 옭아맸던 엄마와 이모의 행동은 정당한가를 묻고 싶다. 아이에게 그 어떠한 설명도 없이 약을 복용하게 하고 그 부작용을 고스란히 견뎌내라는 것 또한 폭력이었다고 본다. 유진을 괴물로 만든 것은 누구란 말인가? 타고난 본성만으로 얘기할 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아버지를 죽일 것이라는 신탁을 받고 버려진 오이디푸스는 결국 신탁대로 아버지를 죽였다. 과연 그가 아버지인줄 알았다면 아버지를 죽였을까? 문제의 본질을 덮어 두어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드러내 놓아야 한다. 그것이 상처가 된다해도 상처는 치유하면 되는 것이 아닌가 말이다. 두려움에 감춘 것들은 그 어느 것도 해결의 실마리를 얻을 수 없다.
소설을 읽으며 답답했다. 소통하지않는 어머니와 아들, 당사자는 모르는 당사자의 상황, 통제할 수 없는 다 큰 아들을 통제하려 드는 어머니, 어머니는 당연히 모를거야라고 생각하며 저지른 아들의 행동 등 이건 소설 속 이야기만이 아니라 현실에서 충분히 일어날만한 이야기라는 생각만으로도 갑갑했던 것 같다.

예측가능한 이야기의 전개가 다소 긴장감을 떨어뜨렸지만 디테일한 묘사나 인물의 섬세한 심리는 단연 최고였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있을법한 이야기이라 소름끼치도록 무섭지만 읽는동안 무서움이나 두려움보다는 현실이 서글프게 생각되었다. 슬픈 현실이다. 그게 무섭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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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6-06-23 00: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번 정유정 작가의신작은 좋다는 분도, 아쉽다는 분도 계셔서 더 궁금하네요.^^
잘 읽었습니다. 꿈꾸는섬님 좋은하루되세요.^^

꿈꾸는섬 2016-06-23 22:53   좋아요 1 | URL
나쁘진 않지만 전작에 비해 아쉬움이 크다는 거였어요.
기대가 너무 컸나봐요.

2016-06-23 02: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23 22: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퍼남매맘 2016-06-23 08: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번 작품은 좀 아쉬웠어요 . 개인적으로 ˝7년의 밤˝이 가장 흥미롭고 긴장감 넘쳤어요 .

꿈꾸는섬 2016-06-23 22:56   좋아요 0 | URL
ㅎㅎ7년의 밤은 정말 최고였어요. 종의 기원을 읽으며 아마도 그 이상을 기대했던 게 아니었나 싶어요. 정소설가님은 정말 대단한 작가임에는 틀림없어요.^^

단발머리 2016-07-07 09: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흠...... 정유정이 이렇게 좋군요. 전 아직 한 권도 못 읽었어요. 무서워서요...
진심입니다. 그래서 제가 스티븐 킹도 못 읽고 그래요.
근데 진짜 <종의 기원>은 읽어야겠어요. 꿈섬인 페이퍼 중에 소통하지 않는 어머니와 아들 부분이 궁금해서요~~~ ㅎㅎㅎ
좋은 리뷰, 감사해요~~~

꿈꾸는섬 2016-07-07 22:28   좋아요 0 | URL
무서운 이야기를 잘 못 읽으신다면 굳이 안 읽어도 되지 않을까요? 저도 무서운 이야기는 싫지만 정유정 작가님 소설은 읽게 되더라구요.^^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던 책들 중 고르고 골라 주문을 했다.
받고나니 행복하다.
나의 장바구니에는 여전히 많은 행복들이 담겨 있다.

아들과 저녁 산책삼아 동네 한 바퀴 돌고 줄넘기를 천개하고 들어 왔다.
요새 아들은 스카이맵 재미에 빠져 화성, 목성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
아들의 얕지만 끊임없이 이어지는 과학 이야기가 재미있다.
함께 걷다가 아들이 이런 얘길 했다. 교복 입은 남자 형들은 수학문제 풀이나 과학에 대해 얘기하는데 교복 입은 여자 누나들은 연애인 아이돌, 먹는 얘기를 많이 하는 것 같단다. 실제 지나갈때 들은 얘기라는데 여튼 남녀에 대한 편견이나 고정관념이 빚어낸 얘기는 아닐거고 하필 아들 옆을 지나던 특정한 아이들의 경우일 거라고 나도 모르게 둘러댔다.

알라딘 굿즈는 정말 아이디어가 좋다.
데미안 매트 받고 좋아서 펼쳐 보면서 아들 좋아하는 허클베리 핀으로 주문할 걸 그랬나 하다가 또 사야하나라는 유혹에 잠시 흔들렸다.
예쁜 피크닉 매트..사용연령보고 웃었다.

내일도 바쁠 예정이다. 그만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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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6-17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주문하고 책이랑 굿즈 기다릴때 진심 행복하죠~*^^*
꿈섬님 택배상자에 읽은 책이 눈에 띄니 또 엄청 반갑네요~~~ 저도 얼른 <장바구니> 검사 들어가야겠어요 ㅎㅎㅎ

꿈꾸는섬 2016-06-17 12:39   좋아요 0 | URL
행복 공감~^^
우리 동네 도서관에는 없고 책은 궁금하고 그래서 구매했어요. 단발머리님의 좋다고 하는 책이니 기대돼요.^^

2016-06-17 1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7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16-06-17 13:3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꺅 내 사랑 유시민 선생님이로군요

꿈꾸는섬 2016-06-18 09:18   좋아요 1 | URL
ㅎㅎ유작가님 만남 기대돼요.ㅎㅎ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할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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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대화 방식과 다른 질문으로 접근해야한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처벌의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문제이다.
가해학생과 피해학생간의 문제를 가해자의 처벌로 해결한다면 보복이라는 2차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그래서 두 학생간의 관계 회복에 초점을 맞추어 해결해야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아이들은 아직 미성숙한 존재이고 학습이 완성되었다고 보기 어렵다. 어른들도 실수하기 마련이고 앞으로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는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모두가 똑같은 환경에 똑같은 부모 밑에 자라는 것이 아니니 아이들의 개성이 강하고 본의아니게 실수하는 일들이 생길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너그러운 이해의 시선이 필요한 것 같다.

얼마전 목에 가시처럼 걸려서 내 마음을 아프게 했던 아이에게 편지를 썼다. 내게 마음을 열었는데 나의 부주의로 마음을 쉽게 닫았던 아이, 그 아이에게 <그래도 괜찮아>라는 시집을 함께 보냈다.
아이들 모두가 똑같은 고민을 하지 않는다. 똑같지 않은 환경에 자신의 처지에 갇혀 꿈도 희망도 없는 삶을 살게 되는 아이들을 볼때면 가슴이 아프다.
시집과 편지를 보내며 내 마음 한 켠의 짐을 내려놓은 듯 한결 마음이 편안해졌다.
현실에 주저앉아 자신의 인생을 허비하지 않기를, 주어진 환경을 원망하기보다 자신을 키우는 일에 집중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아직 더 성장해야하는 아이들에게 무거운 짐이 될 수도 있는 가정환경을 뚫고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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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16 05: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6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필 오늘 비가 이렇게 쏟아지다니ㅜㅜ
오늘은 작은 아이 녹색 봉사 일이다.
우비 입고 우산 쓰고 도로 앞에 서 있을 생각에 정말 가기 싫다.
그래도 꾸준히 우리 학교 아이들을 위해 봉사해주신 실버녹색봉사단을 생각하면 오늘의 불편함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자기 최면을 계속 걸고 있다.
`30분 금방 지난다.`
`오늘 하루면 1학기 봉사는 끝난다. 야호!`
`덥지 않아서 좋을 거다`
`아이들이 안전한 우리 동네`


응보적 생활교육의 틀을 바꿔야 아이들도 바뀐다.
회복적 생활교육 책 읽으며 나부터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중이다.

이제 아이들 밥도 주고 하루를 시작해야겠다.

`나의 노력이 누군가를 안전하고 행복하게 할 수 있다.`
-마지막 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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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6-15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최면 없으면 녹색 서기 힘들죠~
저는 작은 아이네 반 엄마들이 많이 신청해서 올해는 하루로 끝났네요~
작년에 큰애 5일, 작은 애 3일...
좀 힘들었어요.
지금 비가 그쳤네요.
이제 마치시고 같은 반 엄마들이랑 수다의 시간 보내고 계신가요ㅎㅎ

꿈꾸는섬 2016-06-15 14:34   좋아요 0 | URL
ㅎㅎ다행히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어요.^^
수다는 아주 잠깐하고 서둘러 운동 갔어요. 몇달새 또 무게 늘었어요.ㅜㅜ

수이 2016-06-1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커피 마셔요! 언니❤️

꿈꾸는섬 2016-06-15 14:34   좋아요 0 | URL
보고 싶은 야나님! 그리운 야나문~♡

blanca 2016-06-15 1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녹색, 고생하셨네요. 저도 한번 더 해야 한답니다.

꿈꾸는섬 2016-06-15 14:36   좋아요 0 | URL
ㅎㅎ전 이번 학기 두 아이 녹색 끝났고 다음 학기에 몇번 남았어요. 오늘 다행히 비가 잦아들어서 할만했어요.^^
우리 아이들을 위해~^^

2016-06-15 21: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5 23: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5 2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5 23: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6 05: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6-16 06:5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