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강 소설
한강 지음, 차미혜 사진 / 난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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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소설이라고 집어들었는데 에세이 느낌이다.
흰 것하고 생각하는데 흰명주실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아이가 돌이되면 흰쌀과 흰명주실과 연필 그리고 돈을 돌상에 올려두고 돌잡이를 한다. 우리 아이들은 모두 연필을 잡았는데 내심 흰명주실을 잡았으면 했던 것 같다. 오래 오래 건강하게 살라고.

머리칼 속에 흰머리가 어느새 많아졌다. 미용실가서 염색을 해야겠다고 생각한지가 꽤 되었는데 여때 못 갔으니 욕실 거울 앞에서 머리칼 들춰보며 이젠 셀 수도 없게 많이 났다고 한숨을 쉬긴 했지만 그렇다고 나쁘거나 싫지만은 않다.
머리칼이 모두 희어져 백발이 되는 모습을 생각하며 엄마를 떠올렸다. 주름진 얼굴과 흰머리칼 아무래도 세자매중 엄마를 가장 많이 닮은 나는 늙어서도 엄마를 닮겠지 하고 생각하는데 그것 참 괜찮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십여 년의 고단한 결혼 생활에도 가정을 지켜준 엄마 덕분에 자식들 모두 모이면 시끌벅적 떠들썩하고 사람 사는 집 같다고 다른 친척분들의 부러움을 산다.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건 온전히 엄마의 희생 때문이었고 그래서 흰머리가 유난히 일찍부터 시작되고 많았던 것 같기도 하다.

백발성성한 노인이 되어 가는 모습을 일일이 기억할 순 없겠지만 백발은 아름다운 머리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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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게 읽기에 딱 좋은 짧은 소설, 콩트이다.
나른한 오후 다정한 친구와 마주 앉아 커피 한 잔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느낌의 글들이다.

방황하던 20대의 나의 모습 같기도 하고, 기억도 잘 나지 않던 그 어느 날의 그 누군가의 모습들일 수도 있다.
그래서 소설을 읽는가 보다. 남들도 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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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하는 여자
김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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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몰입하며 소설을 읽었다. 소설을 읽지 못하는 시간이 안타까울만큼, 얼른 할 일을 하고 책을 집어 들고 싶어서 안달을 떨었다.

<바느질 하는 여자> 요새는 도통 찾아보기 힘든 여자의 모습이 아닐까! 모든 것이 흔해서 낡지 않은 옷가지들이 재활용품으로 수북히 쌓인다. 미싱으로 들들 박아 대량 생산된 옷가지들이 좌판으로 널려 있다. 심지어 90% 할인 매장에서 유행과 동떨어진 옷들이 널브러져 있다.
양말에 구멍이 나면 어김없이 기어 신던 몇십년 전이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구멍난 양말, 목이 늘어진 양말들도 쉽게 버리지 못했던 적이 있었나 싶게 옷장은 가득 채워져 있다.

내 어린시절의 기억 속에도 실타래에 감긴 실들, 내 두 손에 올려져 있던 실타래, 풀 먹이고 마름질하고 다듬이질 하던 엄마의 모습이 간혹 떠오른다. 한참 어릴때는 대부분 집에서 옷을 지어 입었었다. 엄마도 옷을 꽤나 잘 지었다고 들었는데 워낙 집안 대소사가 많아 옷 만드는 일은 따로 옷 잘 짓는 집에서 해다 입었다고 들었었다. 돌아가신 할머니도 옷 욕심이 엄청나게 많으셔서 옷장으로 철마다 해놓은 옷들, 한참 묵혀둔 모시 등등 별별 것들이 자개장에서 쏟아져 나왔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그것들 정리하는데만도 고생을 많이 한 엄마는 요새 본인 옷가지들을 틈틈이 정리하신다.

소설을 거의 읽어갈즘에 이 긴 소설이 끝이나는 게 아쉬웠다. 좀 더 금택과 화순의 이야기를 붙잡고 싶었다. 아니 이 소설 속에 나온 수많은 바느질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다. 책장을 덮는 게 정말 아쉬웠다.
책을 들고 보기에 손목이 뻐근할 정도로 두껍다. 하지만 이처럼 아름답고 흡입력있는 소설은 정말 처음인 듯 오랫만이었다.
바늘 하나에 이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꿰고 있을 줄이야, 감탄이 저절로 나왔다. 가볍게 읽을 수 없는 깊이가 전해지는 소설이다.

몇 년 전 김숨 작가의 소설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물‘이라는 소설이었다) 그때도 범상치않다고 생각은 했지만 <바느질 하는 여자>는 정말 최고이다. 소설 속에 쓰인 문장들을 읽는데 내 눈앞에 한복집거리가, 우물집 풍경이, 금택과 화순의 얼굴이, 그녀들이 다닌 학굣길이 그려졌다. 누비바느질을 하고 있는 수덕의 고요한 자태가, 마당에 널려 하늘거리는 염색천들이, 부령할매 수의점 앞에 걸어 둔 수의가,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듯 했다. 금택과 화순의 두려움과 욕망도 마치 내 것인양 읽혀졌다. 오후내내, 저녁을 먹는내내, 아이들도 남편도 내 눈앞에 있었지만 나는 온통 바느질 하는 여자를 생각했다.

한참 몰입하며 읽고 있는데 남편이 ˝숨은 쉬는 거야?˝하고 물으며 어깨를 툭 쳤다. 그제서야 내가 얼마나 집요하게 이 책을 읽고 있는지 깨달았다.
김숨 작가의 집요함에 홀려 다른 어떤 것도 떠올릴 수가 없었다. 이 책을 사서 봤어야 했던 게 아닐까 싶을정도로 빌려 읽은 게 미안했다. 이 소설을 쓰기까지 얼마나 많이 힘들었을까 싶었다.

그동안 내가 좋아했던 소설가들이 떠올랐는데 그들 중 진심으로 최고의 소설이고 최고의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 심지가 굳은 금택이, 내 마음대로 작가의 모습일 것 같다고 상상하면서 그런 사람이니까 이런 소설을 쓸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나도 이런 소설을 쓰고 싶다, 라고 생각하다가, 이런 소설은 정말 아무나 쓰는 게 아니지, 라고 생각을 고쳤다.

밑줄 박박 긋고 싶은 구절들이 너무 많아 특별한 문장 하나 둘 고르기가 쉽지 않다. 모든 문장이 정말 너무 좋다. 천천히 공을 들여 필사해 보고 싶은 책이다.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듯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고 싶다.

어머니가 누비대 위에서 누빌 선을 따라 바늘땀을 뜨는 광경은, 물수제비를 뜨는 광경과 흡사했다. 잔잔하게 흐르는 강물로 던진 돌이 수면 위를 담방담방 튀기어 가면서 파문이 일듯, 바늘이 옷감 위를 튀기어 가면서 바늘땀이 떠졌다.

어머니의 눈속눈금자는 단골들의 미묘하게 달라지는 치수를 그때그때 정확하게 짚어냈다. 반년에 한 번, 1년에 한 번꼴로 누비옷을 지어 입기 위해 우물집을 찾는 단골들은 살이 내려 있거나, 올라 있었다.

옷감용 천들은 재료가 같아도, 그것을 짜는 과정에서 다른 느낌의 천이 되었다. 한 명주여도 풀을 얼마나 먹이고, 다듬이질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윤기와 질감과 짜임의 촘촘한 정도가 달라지듯. 감나무 잎과 대나무 잎이 다른 것처럼 생판 다르기도 했고, 소나무 잎과 전나무 잎이 다른 것처럼 미미하게 다르기도 했다. 곰취와 참취가 같은 취이면서도 향이 다른 것처럼 달랐던 것이다.

한 땀만 더 뜨면 떠 넣으면 된다는 심정으로 매달려 봐.
한 땀이요?
한 땀만......떠도, 떠도 끝이 나지 않으니 딱 한 땀만 더 뜨면 된다는 심정으로 뜨는 수밖에 도리가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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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바느질 하는 여자>를 집어 들었다.
며칠전부터 글 참 잘 쓴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나 잘 쓸 줄이야. 이 책 정말 최고다!
자꾸 빠져드는데 애들 챙기다보니 책 읽을 시간이 자꾸 늦춰졌다.
이제야 한숨 돌리고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야겠는데 남편이 맥주를 사들고 왔다. 책 읽으며 마시는 맥주는 사실 환상이다. 그런데 자꾸 말을 건다. 난 듣는둥 마는둥 자꾸 책으로 눈길이 가고 실망한 남편은 혼자 음악 들으며 맥주를 마신다.
나도 이제 본격적으로 편안히 책 좀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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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1-18 09: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꿈꾸는섬님, 기분 좋은 하루되세요.^^

꿈꾸는섬 2018-01-18 11:29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해요.
서니데이님도 기분 좋은 하루되세요.^^

감은빛 2018-01-18 10: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읽으면서 마시는 맥주, 정말 좋죠?

담에 저도 이 책 읽으면서 한 잔 해야겠어요. ^^

꿈꾸는섬 2018-01-18 11:31   좋아요 0 | URL
네~책맥ㅎㅎ 책도 술술, 술도 술술~^^
정말 대단한 소설이에요. 김숨 작가님 완전 최고에요!!!

감은빛님 오랜만이죠~
새해에는 행복하고 기쁜 일 많으시길요. 복도 많이 받으시구요.^^
 

참고서 이벤트로 마리몬드 가계부를 준다니 바로 주문하게 되었다.
알라딘 텀블러도 몇개 되긴 하는데 월든 텀블러도 깔끔하니 이쁘다.
빅터연필세트와 바쁜친구들을 위한 연습장도 유용하게 쓸 듯 하다.

새학기 시작하기 전에 개념클릭으로 수학기초를 잡아주지 않으면 학기내내 헤맬 것 것 같아 둘째는 은근 걱정이다.

어제 저녁 중학수학 풀던 아들이 대충 머리로만 풀려다보니 자꾸 틀려서 연습장에 써가며 풀라고 했더니 귀찮아서 수학을 포기하고 싶단다. 그래서 우리집에선 수포자는 있을 수 없다고 하니 아들 하는 말이 수학을 못하면 장가를 못가나? 그런다. 물론 수학 못해도 장가는 간다. 사는 게 고달퍼서 그렇지! 했더니 샤워하고 나온 남편이 수학 못해도 장가 간 일인이 자기라더라.ㅜㅜ
그래서 아빠만큼만 하겠다는데 ㅋㅋ 남편이 중학생땐 90점 이상은 받았다하니 아들은 그게 뭘 못한거냐며 그냥 열심히 하겠단다.

사실 문제는 둘째아이가 수학에 영 흥미를 못 갖는다. 하면 잘 할텐데 열심히 하질 않는다. 아이돌 이름 외우고 노래가사 외우는거 보면 머리가 나쁘진 않은데 관심이 없는 거다. 매일 중얼중얼 우원재의 시차 랩을 외우는데 뭐라도 외우니 다행이다 싶다가도 일찌감치 포기할까 내심 걱정이다.

수학도 하다보면 재밌는데 애들은 아직 그 재미를 모르니 아쉽기만 하다.

알라딘굿즈를 받고나면 뿌듯하다. 가계부 쓰며 올 해도 아껴 써야겠다. 작년 한 해를 정리하며 느꼈던 게 남편이 정말 고생 많았다는 점, 벌어 온 돈들이 어디에 쓰였나 살펴보다가 찔끔찔끔 새어나간 돈들 생각에 바싹 더 신경 쓰게 되었다. 그러고보니 커피숍 가본지가 꽤 되었고, 책 사는 돈도 아끼게 되던데, 어쨌든 불필요한 지출을 조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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