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공부 - 장정일의 인문학 부활 프로젝트
장정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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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장정일의 '공부'를 읽는내내 작가의 다양한 관심분야에 어지러움을 느끼며 정말 '공부'를 하고 살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끔 한다.

장정일은 기존의 교육제도를 거부한 채 스스로 진학을 안한 채 많은 독서와 글쓰기로 지금의 자신을 만들어낸 분이니 그의 독서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장정일의 심화된 독서일기라 할 수 있으며 여러 분야의 책을 읽고는 자신만의 독특한 관점으로 글을 풀어내고 있다.

모두 23개의 화두로 엮여 있으며, 평범한 대중들이 비판없이 받아들인 사실에 대해 그만의 가지는 독서력과 비판의식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정리해나가고 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관심분야의 관련된 책들을 모조리 읽어내며 자신의 생각을 심도있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갈래독서의 본 모습이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다독을 통해서  기존 교육제도 시스템에서 만들어진(교육되어진)시각이 아닌 자신만의 시각으로 같은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에 대해 새롭게 볼 수 있으며 비판할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포함해 평범한 대중들은 언론과 대중매체가 만들어낸 사실(?)에 대해, 책에서 알려주는 인물에 대해서 더이상 의심을 해보거나 비판할 생각을 거의 못하고 맹목적인 믿음은 아니어도 어느정도는 믿고 그 상황을 받아들이게 되는 우를 범하게 만든다.

예를 들어 일제시대 문학가인 '이광수'를 떠올리면 근대문학의 개척자로 알고 있다가 어느 순간에 친일파의 대표적인 문학을 했던 추락된 이미지를 갖게 된 인물로 떠오른다.

이렇게 한 쪽면 만을 부각시켜 무조건 찬양을 또는 매도를 할 것이 아니라 그가 살았던 시기와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어쩌면 우리가 무조건적으로 열광했던 사실들과 무조건 거부의사를 보였던 사실들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비판적인 사고를 가지고 본다면 그 이면의 진실된 모습까지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23개의 화두를 일일히 풀어내며 나의 '공부' 독서감상문을 쓸 수 도 있겠지만 한가지만 말하고 싶다.

장정일의 '공부'를 통해서 가장 많이 느낀 것은 다양한 분야의 독서가 필요하다는 사실과 건전한 비판적 사고를 길러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것만으로도 이 책은 읽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

모처럼 '공부'아닌 공부를 열심히 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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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의 함정 동서 미스터리 북스 119
세바스티앙 자프리조 지음, 지정숙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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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지금부터 내가 이야기하는 것은 실로 교묘하게 위장된 살인사건입니다.

나는 그 사건의 탐정입니다.

또 증인입니다.

그리고 피해자입니다.

게다가 범인이기도 합니다.

나는 그 네 사람 모두입니다.

도대체 나는 누구일까요?>

- 신데렐라의 함정 중 -

 

'신데렐라의 함정'은 프랑스 미스터리의 고전 작품이며, 신데렐라의 함정과 살인급행 침대열차 두편이 실려있다.

특히 '신데렐라의 함정'은 여자 주인공이 1인 4역을 연기하는 교묘한 살인사건이기에 더욱 흥미롭다.

억만장자의 상속녀인 미와 가정부의 딸인 도는 어린시절을 양어머니 보호아래 함께 자라며  친자매처럼 자라게 되고, 둘다 아름다운 아가씨들로 성장하게 된다.

계층인 달랐던 미와 도는 어린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것뿐이지 별다른 공통점을 갖고 있지 않게 되고 미는 점점 더 상류층의 매력적인 골치덩이로 변하게 되고, 도는 은행에서 평범한 업무를 보면서 하루하루를 지루하게 보내게 된다.

도는 어린 시절 양어머니의 공장에서 생일 때마다 선물로 받았던 손으로 짠 무도화를 받아서인지 자신을 신데렐라로 착각하고 있으며 신분상승하고자하는 열망을 마음 속에 키우게 된다.

미모가 뛰어났던 도는 자신이 위치한 평범한 삶에 지루함과 미에 대한 동경심으로 알수 없는 열망을 가득갖고 있던 차에 우연히 은행에 들른 미를 보자 반가움에 달려가게 되고 그날부터 도의 인생은 미로 속에 갇히게 된다.

 

나는 붕대가 칭칭 감긴 채 하얀 병실에서 깨어났어요.

나는 내가 누구인지를 모르겠어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지 기억을 전혀 할수가 없어요.

나는 누구인가요?

미인가요? 아님 도인가요?

나는 누구죠?

 

그녀는 누구일까? 를 주인공과 함께 과거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흥미롭다.

 

<살인급행 침대열차>

마르세유 발 침대열차안에서 한 여자의 시체가 발견되면서 시작된다.

같은 침대차를 이용했던 5명의 사람들의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베테랑 경찰 그라지와 신참 경찰인 가베르가 수사를 시작하게 된다.

서로 전혀 모르는 여섯명의 사람들이 함께 한 침대칸에서 무슨 일이 있었을까?

여기에 경찰 두명과 우연히 침대칸에 무임승차하게 된 젊은 청년이 엮이게 되면서 복잡하게 흘러간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고, 도대체 누구를 노리는 것이었을까?

를 알아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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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랜드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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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온다 리쿠의 '네버랜드'를 책의 내용이 시작되는 시점과 끝나는 시점이 우연히 비슷하게 맞아 떨어지게 읽게 된 책이라 애착이 가고 멋진 작가를 만나게 된 것 같아 행복하다.

지방 명문고 쇼라이칸의 겨울 기숙사에서 네명의 소년들이 겪게 되는 일주일간의 이야기가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서늘하게 다가온다.

누구나 한번쯤은 지나온 '청춘' 시절을 담백하리라만큼 네명의 소년들의 생각과 마음을 통해서 전해주고 있다.

겨울방학을 맞아 기숙사에서 생활하던 학생들이 집으로 다들 돌아가게 되고, 세명만이 기숙사에 남게 된다.

부모님이 외국에 계신 관계로 처음으로 기숙사에 남게 된 요시쿠니, 매년 방학때마다 기숙사에 남아있는 모범생이면서 어른스러운 미스히로, 자신감있으면서 무슨 일이든지 유쾌하게 행동하는 간지와 천문학자의 아들로 자유분방하면서 항상 어수선한 오사무가 합류가 되면서 그들의 고민과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게 된다.

밤마다 벌어지는 '진실게임'으로 인해 자신들의 마음 속에 깊게 자리한 고민과 갈등을 고백하게 되면서 그들은 더욱 더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발전해나가게 된다.

기숙사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일상에서부터 그들의 뱉어내야만했던 무서운 비밀들까지 한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아름답게 다가 온 소설이었다.

그 시절을 겪어왔기에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아, 읽으면서도 행복했던 7일간이었고 주인공 네명의 아이들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아마도 멋진 청년으로 자라게 되지 않을까하는 상상도 해본다,

새해가 시작되기 일주일전에 시작해서 새해를 맞이하는 장면에서 끝을 맺는다.

내일이면 새해가 시작된다.

그들과 끝까지 함께했던 기분이 들어 흐믓하게 책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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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1
이시다 이라 지음, 김성기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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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시다 이라의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에는 네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도쿄의 이케부쿠로 거리에서 일어나는 네편의 이야기 속에 방황하는 젊은 청춘들의 이야기가 아슬아슬하게 전개된다.

주인공인 마시마 마코토는 작년에 이케부쿠로에 있는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이케부쿠로 거리에서 과일가게를 하는 어머니를 도우며 지내는 백수이다.

그는 누구의 편도 아닌 객관적인 눈으로 이케부쿠로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을 해결하는 해결사로 알려지게 되면서 작고 큰 사건의 중심에 서게 된다.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에서 마코토와 어울려 다니는 멤버 중 한 소녀가 원조교제를 하다가 스트랭글러에게 목을 졸려 죽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본격적인 마코토의 탐정역할이 시작된다.

이케부쿠로 거리에는 10대 청소년들의 안식처같은 곳으로 G보이스의 우두머리인 다카시의 보호아래 자체적으로 거리의 질서를 유지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곳에서 원조교제를 하던 소녀의 흉흉한 사건은 거리를 온통 뒤숭숭하게 만들게 되고 거리의 아이들 모두가 마코토와 합심하여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익사이터블 보이'에서는 부유층 고교생들의 조직 보스의 딸을 강간살해하는 사건을 마코토가 맡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중학교 친구의 원숭이, 우등생이었지만 은둔형 외톨이가 되어버린 가즈노리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오아시스의 연인' 은 일본 청소년들사이에까지 깊이 파고든 마약상과 마약에 취한 청소년들을 다루고 있다. 안마시술소에서 일하는 마코토의 친구 지아키의 의뢰로 이란인 카시프와의 사랑이야기도 곁들여가며 거리의 삶을 보여준다.

'선샤인 거리의 내전'에서는 오해와 불신에 휩싸여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에는 G보이스와 레드 에인절스 두 파의 전쟁이 거리를 온통 폭력과 불신으로 뒤덮이게 만든다.

마코토는 거리에서 일어나는 전쟁의 거리를 더이상 참지 않게 생각하고 친구들과 함께 원인을 찾아 헤매이게 되고 그 사건의 밑바닥에는 야쿠자의 농간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친구들의 도움으로 멋지게 해결해나간다. 더불어 마코토의 첫사랑이야기도 폭풍처럼 일어나게 된다.

 

<당신의 삶의 의욕을 잃는다든지 학교나 회사가 못 견딜 만큼 싫어졌다면 한 번쯤 이케부쿠로로 와 보는 어떨까. 처음에는 용기가 약간 필요한지도 모르겠지만, 넥타이나 교복의 호크를 풀고 길가에 앉아보자. 그러면 틀림없이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가 보일 것이다.>

라고 권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칠고 희망이 없어보이는 거리이지만 그 거리에 있는 친구들은 끊임없이 거리에서 배우고 성장해나갈 것이다.

그들나름의 평화의 질서를 유지하면서 희망을 배우고 때로는 좌절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가게 될 것이다.

처음에 읽을 때에는 거리의 삭막함이 낯설게 느껴졌지만 마지막 작품을 다 읽었을 때에는 그 거리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의 벤치에 앉아 느긋하게 사람들 구경도 하면서 바람을 맞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시다 이라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하게 만드는 재미난 작품이었으며 주인공 마코토의 무심한 듯하면서도 주위의 친구들을 말없이 챙기는 인물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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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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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의 무료함을 온 몸으로 느끼던 공대리는 13호 캐비닛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자물쇠로잠겨진 번호를 0000부터 시작해서 7863번으로 맞추어질 때까지 시간과 공을 들여(단순히 무료함이 지겨워서)드디어 열게 된다.

어찌보면 13호 캐비닛을 연 순간부터 공대리의 운명은 남다르게 변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할일없이 회사에 나와 매달 월급을 타면서 느끼는 죄책감과 지루함이 더 이상 그를 가만놔두지 않을 것인지도 모르고...

아무튼 낡고 방치된 듯 놓여있던 13호 캐비닛에 들어 있는 온갖 기이한 이야기들은 그를 사로잡게 되고 캐비닛의 책임자인 권박사의 권유와 계략으로 캐비닛 속 파일들을 정리하고 상담을 받아주며 그들의 특별한 삶 속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캐비닛 속에 들어 있는 기이하고 상상밖의 이야기들은 미국의 미니시리즈 X 파일을 연상시키게 되고 화자는 멀더와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지만 영 그건 아닌 것 같다.

공대리는 멀더처럼 사건을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이 절대로 아닌 그냥 무료함을 달래려고 시작한 것이고 권박사의 반 협박에 자의반 타의반 캐비닛을 지키는 사람일 뿐이다.

특별히 잘난 것도 없고 빽도 없는 삼십대의 남자이며, 상식적인 일외에는 따로 생각해볼 가치를 느끼지 못하던 인간 공대리에게 캐비닛 속 심토머로 불리우는 새로운 변이 종들은 도대체 이해하기에도 너무나 벅찬 일들로 가득 차 있다.

예를 들어 사랑하는 여인이 인간에게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대신 고양이에게만은 애정을 느끼는 것을 안타까워해서 자신이 고양이 변신하기를 끔찍히도 원하는 거구의 남자, 키메라라고 구분되어지는 혓바닥에서 도마뱀이 자라는 여자, 왼쪽 손가락에서 은행나무가 자라나는 남자,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긴 잠을 자게 되는 토포러 등 셀 수 없이 많은 기이한 변종들의 이야기가 넘쳐난다.

그는 상식적인 인간답게 그 모든 이야기들을 믿지 않고 우스운 일로 치부해버리고 싶어하지만 그들의 애절한 상담이야기들을 듣게 되면서 점차 그들을 이해하는 마음이 생겨나기 시작하면서 이야기는 흘러간다.

 

제 12회 문학동네 소설상 수상작인 김언수의 장편소설을 처음 접하게 된것은 친구들의 권유도 있고 새로운 국내 문학에 대한 관심을 가져보라고 해서 읽게 된 책이었다.

국내소설에 편견아닌 편견을 오래 갖고 있다보니, 별로 접할 기회도 없고 나름의 이유를 들어가며 멀리했었기에 우리 나라 젊은 작가들의 변화된 모습을 잘 모르고 있었다고나 할까...

그런면에서 김언수의 '캐비닛'은 나에게 신선한 즐거움을 주었고,  작가의 재담이 느껴지는 작품이며 쉽게 읽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한번쯤은 소설이나 영화 속에서 등장하는 변이된 종을 보게 되면 상상되는 모든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그들이 평범한 인간들 틈에서 고통받는 이야기들을 보면서 새삼 평범한 인간들인 우리가 더 변이된 종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더 잔인하고 몰상식적이며 타인의 고통을 즐기는 듯한 모습들이 더 무섭게 느껴졌다.

회사사람들하고 잘 어울리지 못한다는 이유로 직장 상사에게 모욕을 당하고 그 고통을 먹는 것으로 풀어내고자 한없이 초밥을 먹고 토하는 송정은의 모습에서 별다른 의욕도 사명감도 없이 그저 이끌어지는 대로 살아왔던 공대리의 모습에서도 또 다른  심토머들임을 알수 있게 된다.

캐비닛을 이끌어가던 재담도 중반부부터는 애잔함이 함께하여 그냥 웃고 넘어갈 소설이 아님을 보여준다.

오랜만에 재미있고 동시에 씁쓸해지는 소설을 만나게 된 것 같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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