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 속으로 - 성장 신화는 끝났다
홍성국 지음 / 이콘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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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경기 침체의 여파가 상당히 지속되고 있다. 대기업들은 수출로 벌어들인 돈을 현금으로만 보유하고 있어 설비투자는 사상최저를 밑돌고 있다. 부동산 투기로 몰린 자금은 실물경제에 투자되지 않고 300조원의 부동자금으로 남아있다. 투기를 방지하면서 경기를 부양할 방법이 마땅히 없는 상황에서『디플레이션 속으로』는 한층 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전세계적으로 디플레이션(Deflation)이 진행되고 있고, 마땅한 해결책이 없다고 주장을 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의 발생근거로 과학 기술의 발달, 이데올로기 시대의 마감, 세계화(Globalization), 자원의 고갈과 환경문제,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을 들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생산물 과잉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반도체•자동차•컴퓨터 등의 생산속도는 현저히 증가됨에 비해 새로운 수요를 찾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과잉생산물을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선진국들은 ‘세계화’를 앞세워 개도국의 시장개방을 압박하고 있다. 또한, 새롭게 성장하는 시장으로서 냉전시대의 공산권 국가와 저개발국의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의 중국의 예에서도 보듯이 신흥공업국과 기술선진국간의 기술격차가 급속히 줄어들면서 수요창출이 아니라 공급과잉의 한 원인으로 되고 있다. 생산물 과잉은 공급단가를 낮추어야 하지만 석유등을 비롯한 자원고갈과 새로운 자원소비국의 등장으로 물가인상이 수반되어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는 가속화 될 전망이다. 생산인구의 감소와 국가의 구성원의 고령화에 따른 소비 부진도 한몫을 하리라는 전망이다.

디플레이션에 대해 마르크스는 “전쟁을 통해 생산력을 파괴하거나, 새로운 시장을 정복하거나, 기존의 시장을 철저히 착취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몇 년의 전쟁을 통해 기술개발과 생산성 향상을 한 미국은 실업률이 줄지 않고 있다. 생산력이 고도화 됨에 따라 기계 시설이 인력을 상당부분 대체하였고, 고급기술 중심의 산업만이 성장되었기 때문이다. 실업 문제 외에도 미국은 엄청난 재정적자를 안고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를 겪지 않는 것은 기축동화로서 달러화의 위력 때문이다. 만약, 유러화가 새로운 기축통화로서 성장하여 달러화의 위력을 감소시키거나 중국•한국•일본•EU등의 달러보유국들이 미국의 국채투자를 동시에 회수하기 시작한다면 미국에서 출발된 대공황이 올 수도 있다.

왠지 으쓱한 이런 내용들이 19세기 후반 마르크스가 쓴『자본론』의 내용과 유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저자는 자생적 사회주의가 발생할 수 있지만 가서는 안될 길로 못박고 있다. 하지만, 디플레이션을 피할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한다. 다만, 구성원들이 자본주의의 끝없는 이기심에서 벗어나 국가나 개인들의 협력적 관계를 제안하고 있다. 좀 이해하기 힘든 결론이다. 명쾌한 결론을 얻을려면 19세기 말과 20세기 초반의 뛰어난 경제학 천재가 있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저자가 고려하지 않고 있는 요소들 중에는 IT외에도 나노기술 과 BT(Biology Techlogy)가 새로운 자본주의 한계를 극복해줄지, 생산물 과잉을 전쟁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해소하게 될지. 선진국이 후발 공업국가의 기술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강구할지, 새로운 에너지 자원이 개발될지 등 아직 많은 변수들이 남아있다. 이 책의 완결성에는 의구심이 있지만, 현재의 경제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많은 도움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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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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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965년과 1995년의 세계 100대 기업을 조사해 보면, 30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10~20%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업의 흥망성쇠야 애초부터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오랜 기간동안 생존하면서 성장하는 기업들의 내명에는 그럴만한 성공요소를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이 책은 기업의 총합만한 규모를 가진 국가경영의 노하우를 배워 기업의 성공요소를 찾아보기에 좋은 텍스트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세 가지 리더십의 키워드를 추출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즉생死卽生의 리더십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광해군이 과거시험장에서 책문策問을 냈다.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입니다.” 36살의 젊은 선비 임숙영이 직격탄을 날렸다. 광해군의 진노로 임숙영은 삭과削科의 위기에 처한다.

목숨이 위태로울지 알면서도, 올바름을 지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당시에 임숙영과 같은 이들이 없었다면, 임진왜란 등으로 크게 쇄약해진 조선이 그 후로도 300년을 더 지속할 수 있었을까? 사즉생을 개인의 인성으로 본다면 좁은 시각일 것이다. 시대와 시스템의 토대가 있었음을 임숙영 외에도 많은 선비들이 내놓은 대책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만약, CEO인 임금이 시대적인 위기의식을 공감하지 못하고, 발칙한 발언과 행동을 포용할 체계가 없었다면 임숙영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인재 활용의 리더십

많은 대책의 내용들에서는 사람을 모든 일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간곡히 간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왕은 인재를 알아 볼 수 있는 눈을 지녀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ꡔ책문ꡕ의 선비들이 공통으로 간언하는 것은 인재 스스로가 등용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라는 것이다. 즉, 인재들이 국가와 백성을 위해 죽도록 일하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덕과 지혜를 고루 갖춘 왕의 몫일뿐이다.


수평적 리더십

‘책문’이라는 과거제도를 통해 젊은 엘리트들에게 국가경영의 대책을 구하는 것은 수평적 리더십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GE의 잭 웰치를 비롯한 많은 성공한 경영인들이 경직된 기존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수렴 창구와 조직 전체의 통합을 도모할 유력한 수단의 하나로 수평적 리더십을 활용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조선의 리더십을 현재적 의미로 해석해 본다면 이러한 모습들이 아닐까. 사원 선발과정에서 회사와 관련된 주제를 놓고 대책을 내놓게 하여 신선한 아이디어와 인재선발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또한, 해고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옳다는 믿음으로 발언하고 실행하는 직원과 부서를 장려하고 기업의 경영층이 그것을 인용할 수 있는 언로를 충분히 보장하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명령 전달 및 보고체계를 흔들 일은 아니지만, 지위와 역할을 따지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기회를 만들어 본다면 위기의 시대를 돌파할 중요한 무기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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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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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지만, 초보 아빠 딱지를 아직 못 벗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직 아이와 서투른 대화조차도 못하는 것으로 봐도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동화책이나 청소년 소설이 그런 나에게 도움을 많이 준다. ~! 나도 어렸을 때는 이랬었지!하고 무릎을 치기도 하고, 애들하고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많지 않은 청소년 소설 중에『유진과 유진』은 함께 읽고 대화하기 좋은 책이다.

 

『유진과 유진』은 동명이인인 두 아이가 같은 유치원에 다니다가 유치원 원장한테 당한 성추행을 소재로 하고 있다. 두 유진은 같은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겪었지만, 다른 가정환경에서 8년 여를 떨어져 있다가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으로 다시 만난다. 큰 유진작은 유진으로 구별되는 두 아이의 내면에는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과 니 잘못이 아니야!라는 위로를 통해 아프지만 나름대로 치유되고 있는 모습과 때밀이 수건으로 아이의 몸을 강하게 문지르고 잊어버려야 돼!라며 아이와 자신의 기억 속에서 더러운 무언가를 지워내려는 엄마를 통해 기억상실과 잠재된 공포의 모습으로 담겨있다.

 

큰 유진과의 만남으로 작은 유진의 기억의 실타래는 풀려가며, 성추행의 고통보다 더 큰 소외감 속에서 담배와 춤을 통해 주어진 삶의 질서로부터 일탈을 시도하게 한다. 한편 좋아하는 남자친구의 엄마가 던지는 그런 애라는 편견과 절교 선언은, 가정의 울타리 밖에서 오는 또 다른 가해가 되어 큰 유진의 상처를 헤집고 덧나게 하는 고통을 가져온다. 성격과 학교 성적 등의 차이를 가진 두 유진은 사회 속에서 고립되어 있는 그들만의 고통의 공통분모를 통해 화해하고 친밀한 유대가 형성된다. 아이들의 동반가출과 그로 인해 문제의 본질을 인식한 부모들의 반성을 통해 부모와 아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화해를 모색한다.

 

작가는 성폭행과 성추행 사건에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분해하여 두 아이와 그들의 부모, 주위 환경의 문제로 전환하여 소설을 풀어내고 있다. 동명이인을 주인공으로 한 구성이 말해주듯이, 작가는 동일한 경험과 동일한 시대를 살아가는 두 아이에게 주변이 어떻게 반응하고 풀어가느냐에 따라, 그 상처의 깊이와 고통의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하기에 이 책은 엄마를 비롯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읽고 대화하기에 좋은 징검다리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해피 엔딩이 예정된 결말과 어디선가 봤음직한 인물 설정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작가 이금이만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탄탄한 구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장은 책에서 손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작가의 따뜻한 감성은, 부모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고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것을 자각된 작가의 언어를 통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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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2004-09-0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지 접근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룬 소설인 것 같네요 꼭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감자를 먹으며 낮은산 어린이 7
이오덕 지음, 신가영 그림 / 낮은산 / 200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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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이오덕 선생님의 '감자를 먹으며'를 읽다 보면 감자에 대한 감상이 절로 떠오릅니다.

감자는 구황식물이라, 흉년 때에는 배고픈 우리 선조들에게 생명을 살려준 고마운 것이라는 얘기도 생각이 납니다. 어머님의 사랑도 볼 수 있어요. 밥솥에 묻어둔 감자 한 알을 아이 손에 쥐어주며 바라보는 어머님 얼굴의 미소를 보세요. 감자는 아이들의 만남입니다. 마땅한 간식거리 없는 옛 시골에서 감자를 모아 나눠먹는 시커매진 아이들의 얼굴의 밝은 웃음도 떠오릅니다.

아이들 교육에 관한 말씀이나 올바른 국어사용에 대한 꾸짖음을 몇 번 맛보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어린이들에게 동시를 주셨네요. 그런데, 왜 하필이면 감자일까요? 감자는 과거 어려운 시절의 가난한 삶의 흔적일 수도 있는데요.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어렸을 적 애기를 하면서 고생한 얘기를 하곤 합니다. 그 얘기들 중에서 단골메뉴의 하나로 나왔음직한 얘기라 아이들이 싫어하는 주제일 수도 있는데요.

선생님은 연세가 드셨어도 감자를 즐겨먹고, 감자를 먹는 산골로 들어가 아이들과 함께 하고 살아서는 감자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살고 싶었답니다. 하늘나라에서도 감자를 좋아하는 하느님 옆에서 감자를 먹고 싶다고 하시네요. 부족한 제가 보기에는 선생님에게 감자는 어린이의 순수한 마음, 서로를 아껴주는 마음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뒤에 붙인 얘기로 할아버지들의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고만 하셨지만, 사실은 언제나 아이들과 더불어 웃고 싶었던 할아버지 이오덕 선생님의 마음인 것 같아요. 생활환경이 바뀌었다지만, 과거에 살았던 할아버지 이오덕 선생님과 요즘의 아이들이 서로 웃으며 감자를 까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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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디 학교의 행복 찾기
여태전 지음 / 우리교육 / 200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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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현장에 있는 사람들이나, 학부모나 정책당국 모두 답답하기는 마찬가지 이다. 입시중심의 교육제도에 대한 문제점에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기업은 학력을 중심으로 인재를 뽑고, 학부모는 좋은 대학이 절대 명제처럼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내몰고, 아이들은 주변의 압박에 의해서 자살이나 탈선이라는 극단적 저항 외에는 이렇다 할 저항도 하지 못하고 그저 대학에 가고만 보자는 생각 외에는 할 수 없게 강요된다.

모두 어렵다고 할 때, 모두 할 수 없다고 포기할 때, 작지만 꾸준히 교육을 제대로 세우기 위한 발걸음을 내 딛고 있는 움직임으로 대안학교가 몇 년 전부터 뜻있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설립되어 운영되고 있다. 이 책 『간디학교의 행복찾기』는 진주 삼현여고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여태전 교사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대안학교로 꼽히는 간디학교를 찾아 그들의 삶과 교육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은 간디학교의 하루를 스케치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간디학교의 탄생 과정, 간디학교의 환경과 인적 구성, 교육철학, 교육목표, 교육과정, 교육활동 등을 깊숙이 들여다보고, 2년여에 걸쳐 벌어진 간디학교 사태와 간디학교 교사 공동체의 이상과 현실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지막 6장에서 간디학교 구성원인 학생과 교사들이 스스로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을 드러내 보인다.

대안학교라고 해서 무조건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일반 학교의 명목상 수업비보다 비싸고, 상대적으로 지식중심교육이 아니기에 대학입시에 불리하게 작용되지 않을까 우려할 수 도 있다. 그러기에 학부모들의 이해와 협조는 대안학교의 승패의 중요한 이유중의 하나이다. 좋은 교육은 좋은 선생, 학교와 더불어 좋은 학부모가 있어야 한다. 학부모이든 예비학부모이든 이 책은 대안학교와 관련한 여러 가지 내용들을 살펴볼 하나의 텍스트가 될 것이다.

원래 논문으로 쓰여진 글이라지만, 새롭게 재편집해서 교육과 관련된 사람들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이 보기에도 좋도록 편집이 잘 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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