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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의 분노 전남대학교 호남학연구원 감성총서 8
최유준 외 14인 지음 / 전남대학교출판부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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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오랫동안 담론을 찾기 힘들었다. 어쩌면 제대로 된 담론이 없었다.

많은 지식인들은 스스로도 타인에게도 화두를 찾지 못했다.

쌓이고 노출된 분노, 그 마저도 제대로 붙잡지 못했다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에 잠깐 놀랐을 뿐, 분노의 근원적 해석에 대해 주저했다. 결론 없는 사고 틀 중심의 외국 석학에 의존하여 휘청거리듯 걸었다. 그들의 말은 포스트모더니즘의 포스트라는 어설픈 설정처럼 잠간의 신선함으로 다가왔다가 그냥 머물렀다.

 

이 책은 기획자의 승리이다. 화두 하나를 던져놓고 여러 명이 쓰는 글은 비슷한 글의 나열이나, 누구도 이해못할 자기 기준의 가르침에 머무르기 쉽지만 기획자는 꼼꼼히 주제의 중복성을 피했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서 분노를 만날 수 있게 했다. 또 각주도 없고, 전문지식의 필요도 적다. 현한적인 문구에 대한 천착도 보기 힘들다. 그래서 읽을 만하다. 누구나(!)

 

분노를 둘러 싼 씨줄과 날줄이 비록 조금은 성길지라도, 제대로 모양새를 갖추었다. 왜 우리는 분노할 수 밖에 없고, 우리의 분노는 어디에 있으며, 분노와 예술 분야는 어떻게 만나는 지를 읽다보면 80년대와 386운동권을 넘어,

 

지금, 여기의 분노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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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다 (반양장) - 노무현 자서전
노무현 지음, 유시민 정리,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엮음 / 돌베개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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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남은 자의 슬픔 -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누군가 죽였다. 한 명 두 명이 아니라 수도 없이 많은 인간들이 자기들 살자고 죽였다. 그래서 가신 길이 더 슬프다. 대명천지에 대통령이라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던 사람을 온갖 모욕과 정신적 고문을 통해 죽일 수 있는 세상. 14 대 0, 있는 증거도 무시한 기소유예 대 수사시작하자마자 유죄 확정, ‘경제로 가자’고 도배하던 보수언론은 온갖 범죄소설로 범인을 창조했다. ‘예우하겠다던’ 대통령 당선자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24시간 사생활도 없이 조롱거리로 올려놓았다. 비열한 인간들은 수단을 가리지 않았다. 그래도 자신만이라면 버텼을 지 모른다. 주변을 옥죘다. 가까운 사람일수록 더 혹독하게 먼지 한 톨이라도 있을 라 치면 윽박질렀다.

 

너무 많은 사람들에게 신세를 졌다.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 밖에 없다.

 

애초에 수십 년을 지배해온 철옹성인 그들에게 노무현은 연약한 계란이었다. 연약하지만 썩기를 거부한 계란. 자신 몸 하나 깨져도 언젠가는 저 ‘썩은 내 풀풀 나는 바위’를 깰 수 있다고 믿었다. 적당히 해서 잘 먹고 잘살 수도 있었지만 양심은 그를 잠들지 못하게 했다. 손만 내밀면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을 그는 ‘상식’ 을 지키기 위해 힘들게 일구었다. 지금 쉽게 가면 권력은 국민에게 되돌려줄 수 없기에. 1인자가 권력을 놓자 빌붙어 이익을 챙기던 집단들이 국민에게 돌려주지 않기 위해 권력을 독점했다. 말을 섞지 않아도 통했다. 언론-경제-정치 수구 집단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기업은 돈을 묶고, 언론은 매일 ‘반노무현’ 기사를 창작하고 각색하고, 정치권은 사사건건 딴지를 걸었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그의 가시밭길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고통이 되었다. 왠지 짜증도 나고 실망도 났다. 한것도 없이 참여정부에서 권력의 혜택을 받은 자들이 어깨에 힘을 주는 듯하여 미웠다. 그리고 할 만큼 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발 두발 빼고, 비판의 돌팔매질도 하였다. 그래서 노무현 대통령은 이렇게 말 한지 모른다.

 

너무 슬퍼하지 마라.

삶과 죽음이 모두 자연의 한 조각 아니겠는가?

미안해하지 마라.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

 

하지만 남은 자들에게는 더 혹독한 현실이 기다린다. 살갑게 다가와 희망과 미래를 나눌 친구이자 동지 같은 소중한 사람이 사라졌다. 갑자기 노무현이라는 중심이 사라지자 저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행동한다. 겉으로는 눈물을 흘리며 속으로는 웃고, 더러운 손들이 손에 손잡고 하루도 내놓지 않을 ‘그들만의 제국’ 철옹성을 쌓으려한다. 상식과 원칙, 그리고 사람 사는 세상에 대한 꿈은 입 밖에 내기도 힘들어졌다.

 

자신이 겪은 고통을 누가 더 당할까봐 ‘누구도 원망하지 마라. 운명이다’는 말을 남겼지만, 우리는 잘 안다. 그는 항상 패배자였고, 패배자였기에 승리자였다는 것을. 사후 자서전 <운명이다>는 패배를 운명으로 받아들인 진정한 승자의 이야기다. 약자의 편에서면, 원칙에 서면, 사람 사는 세상을 살려면 항상 패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노무현은 없지만 패배를 하며 오뚜기처럼 잃어서는 제2, 제3의 노무현이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그의 글을, 그의 영상을, 그의 책을 보고 또 보고, 울며 본다. 우리 자신의 고통이기 때문에.

 

작은 비석하나만 세우라 했지만, 그가 사랑했던 평범하고 고통받는 사람들 가슴에 크게 남아있을 것이다.

 

화장해라.

그리고 집 가까운 곳에 아주 작은 비석 하나만 남겨라.

오래된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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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구하자! - 왜 당장 시작하지 않는 거야? 청소년을 위한 세상읽기 프로젝트 Why Not? 2
마르틴 라퐁 지음, 모니크 프뤼당-미노 그림, 이충훈 옮김 / 개마고원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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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후의 나무가 베어지고, 최후의 강물이 오염되고, 최후의 물고기가 죽으면, 그때 인간은 돈을 먹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p.109 

 

생태나 환경을 이야기 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일부분만 보게 되는 일이다. 작은 실천도 중요하지만 크게 보면 하루 하루 변화는 시시각각 지구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점이다.

 

어머니 지구가 몸살을 앓으며 우리 주변의 환경이 바뀌고, 북극에서는 큰 빙하가 깨져나가도 일상의 삶은 변화가 없다. 조금씩 조금씩 바뀌어 가기 때문에 잘 느끼기 힘들다.

 

생태 환경교육이 중요한 이유가 그렇다. 지금까지 생태 환경에서 빠지지 않는 책들은 중학교 학생들을 위해서는 아직은 어려운면이 많다. 침묵의 봄, 가이아는 두께 때문에 조금 부담이 되고 하나의 관점을 중심으로 쓰기 때문에 일단 전체를 본 후에 읽으면 좋을 것이다. 생활속의 환경 관련 책도 초등학생들 읽기에는 적합하지만 중학생들에게는 너무 쉬운 면이 있다.

 

중학생들을 위한 생태 환경책이 드물다. 사례를 쉽게 하고 내용은 철학, 정치를 함께 어우어져 있는 책이 필요하다. 철학적으로 인간 중심의 세계관을 벗어나 원래부터 지구와 식물, 생태계가 원래 부터 지구의 주인이고 지구의 일부였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생태는 개인의 실천뿐만 아니라 연대가 필요하다. 또, 이러한 모든 것들이 사실은 그물처럼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이러한 점이 이 책이 다른 책들보다 돋보이는 점이다.

 

 

프랑스책이라 프랑스의 국내 사례가 들어있는 것이 아쉽지만, 중학생을 위한 생태, 환경 입문서로 추천할 만한 책이다.

 

또 중학생들을 위한 책으로는 <나무를 심은 사람> <어머니 지구를 살리는 녹색세대> <최열 아저씨의 지구 온난화 이야기> <청소년을 위한 환경교과서>도 함께 읽어볼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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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의 책
김이경 지음 / 뿌리와이파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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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책에 관한 책에 손이 가게 마련이다.  

 읽다가 미처 알지 못했던 소중한 한 권의 책이라도 발견하면 뛸뜻이 기뻐하고, 소개된 책을 지름을 못해 열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또, 어떤 때는 작가의 유명세에 비해서 그냥 서평에 불과한 것에 속은 것에 실망하고 얼마동안은 비슷한 류의 책을 거들떠 보기 않기도 한다.  

 책에 대한 책의 하나라고 볼 수 있는 『순례자의 책』은 지금까지 봐왔던 책들과는 달라, 뭐라고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힘들다. 책에 대한 책이기도 하고, 책의 인문(역사)에 대한 책이기도 하고, 책에 대한 소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잘 알지 못했던 조선시대 패설(소설)에 대한 은밀한 문화를 살짝 들쳐 보여준다. <미쳐야미친다>에 나오는 간서치라 자칭한 이덕무의 이야기나, 백이전을 십만번 읽었다는 이의 이야기를 읽는 것과는 또 다른 우리 역사속의 책이야기를 몰래 흥미롭게 마주하는 기쁨을 준다. - <상동양화> 

소크라테스는 글로 남기는 것을 싫어해 책을 쓰지 못하고, 피타고라스는 글의 한계를 지적하며 머뭇거리고, 피카소는 자만으로 책을 못써 지옥에 잔류한 오래된 세대들이다. 자서전을 써야 다음 세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관문은 글자도 배우지 못하고 온 어린아이에게는 쉬운일.  

지옥을 도서관으로 상정한 것도 특이하지만, 유명인사들을 자서전을 쓸 줄도 모르는 부진아로 몰아붙이는 것도 재미있다.  작가의 불온한 상상력이 책에 수도 없이 언급되는 인사들에 던지는 풍자가 왠지 모르게 기쁜 것은 나만의 일일까? - <저승은 커다란 도서관> 

 <최초의 책>, <최고의 책>, <책의 적>을 찾아가는 과정은 오래된 고정관념을 깬다. 최초의 책이 형태라는 집착을 벗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 한계를 논할 수 없다는 점에서 여지 없이 무너진다면, 최고의 책은 최고라는 형용의 모순과 나름대로 이유들이 비등하여 선정의 의미 자체가 사라진다. 비교적 쉽게 찾으리라던 책의 전은 진시황, 히틀러, 신앙을 이유로 도서관을 파괴한 테오필로스, 이민족 문화를 말살한 카라지치에 대한 갑론을박을 넘어서며 독자들 자신이 책이라는 반전(? -반성)을 만나면 아이쿠 스럽다. - <책의 적을 찾아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처음에는 책을 이런 저런 이유로 읽었다해도 책읽기 그 자체가 좋아지는 것이 어쩔 수 없다. 황제의 명이 거두어졌을 때 조차도 세상의 책을 찾아가는 순례자의 발길이 계속되는 것처럼. 산을 왜 오르느냐는 질문에 산이 있기에 오른다는 이야기처럼 책이 있기에 읽는다는 것이 독자의 모습이 아닐까.    

 책의 순례를 조금은 지름길로 돌아 본 느낌이다. 책 읽기가 끝나는 것은 아닐터이지만, 종이밥을 제대로 먹어 배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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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다람쥐
앤 M. 마틴 지음, 하정희 옮김, 임승현 그림 / 아롬주니어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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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의 일생을 전체적으로 다룬 동화가 없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인생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동화로서 추천할 만하다.  

다람쥐는 허름한 창고에서 오빠인 뼈다귀와 함께 태아났다. 떠돌이 개였던 엄마가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허름한 창고를 찾아 안착했기 때문이다.

- 가정

다람쥐는 엄마의 젖을 먹고, 엄마가 물어다 주는 먹이를 먹으며 생존을 위해서 하나씩 배워간다. 다름쥐에게 농장은 가족이 있어 따뜻하지만, 여우와 고양이등 동물과 인간에 대한 두려움이 상존하는 공간이다. 그럼에도 그곳은 다람쥐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만났던 가정이다.

- 가족과의 이별

먹이를 찾아 떠난 엄마가 돌아오지 않은 이후, 오빠 뼈다귀와 함께 떠도는 다람쥐에게 세상은 춥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곳으로 다가온다. 어쩌다 키워보겠다고 데려가서는 야생개의 습성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내쫓고, 이쁘게 생기지 않았다고 오빠만 데려가고 남겨지며 다람쥐에게 인간은 그렇게 따뜻한 존재가 아니다.

- 새로운 친구의 만남

떠돌면서 만난 달은 몸집이 작지만 헤어질 수 없는 동반자가 된다. 우정으로 싹 트는 두 개의 모습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갈 때,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잔잔하게 전한다. 두 개와  늙은 떠돌이 개 집단의 싸움은 살아가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다.  


- 늙음, 그리고 늙어가는 할머니와의 만남

달을 교통사고 떠나보내고 이미 여기저기 만싱창이로 상처투성이인 다람쥐. 다람쥐가 새로운 안식처를 찾은 곳은 자기처럼 힘이 없어지고 늙어가는 한 할머니이다. 할머니와 개.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두 존재는 함께 일생을 마무리 해 가려한다. 


동화로서는 조금 아프지만, 아이들이 이별, 성장, 홀로서기, 친구, 늙어감, 공존 등 생각해 볼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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