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문, 시대의 물음에 답하라 - 조선 과거시험의 마지막 관문
김태완 엮음 / 소나무 / 2004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965년과 1995년의 세계 100대 기업을 조사해 보면, 30년 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기업은 10~20%에 불과하다고 한다. 기업의 흥망성쇠야 애초부터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오랜 기간동안 생존하면서 성장하는 기업들의 내명에는 그럴만한 성공요소를 가지고 있게 마련이다. 이 책은 기업의 총합만한 규모를 가진 국가경영의 노하우를 배워 기업의 성공요소를 찾아보기에 좋은 텍스트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을 통해 세 가지 리더십의 키워드를 추출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즉생死卽生의 리더십

“지금 가장 시급한 나랏일은 무엇인가?” 광해군이 과거시험장에서 책문策問을 냈다. “나라의 병은 왕 바로 당신입니다.” 36살의 젊은 선비 임숙영이 직격탄을 날렸다. 광해군의 진노로 임숙영은 삭과削科의 위기에 처한다.

목숨이 위태로울지 알면서도, 올바름을 지향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당시에 임숙영과 같은 이들이 없었다면, 임진왜란 등으로 크게 쇄약해진 조선이 그 후로도 300년을 더 지속할 수 있었을까? 사즉생을 개인의 인성으로 본다면 좁은 시각일 것이다. 시대와 시스템의 토대가 있었음을 임숙영 외에도 많은 선비들이 내놓은 대책들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만약, CEO인 임금이 시대적인 위기의식을 공감하지 못하고, 발칙한 발언과 행동을 포용할 체계가 없었다면 임숙영은 살아남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인재 활용의 리더십

많은 대책의 내용들에서는 사람을 모든 일의 중심에 놓아야 한다고 간곡히 간언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왕은 인재를 알아 볼 수 있는 눈을 지녀야 한다고 지적한다.

더 나아가, ꡔ책문ꡕ의 선비들이 공통으로 간언하는 것은 인재 스스로가 등용되고 싶은 분위기를 만들라는 것이다. 즉, 인재들이 국가와 백성을 위해 죽도록 일하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하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덕과 지혜를 고루 갖춘 왕의 몫일뿐이다.


수평적 리더십

‘책문’이라는 과거제도를 통해 젊은 엘리트들에게 국가경영의 대책을 구하는 것은 수평적 리더십의 좋은 본보기라 할 수 있다. GE의 잭 웰치를 비롯한 많은 성공한 경영인들이 경직된 기존 체계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의견수렴 창구와 조직 전체의 통합을 도모할 유력한 수단의 하나로 수평적 리더십을 활용했던 것과 일맥상통한다.


조선의 리더십을 현재적 의미로 해석해 본다면 이러한 모습들이 아닐까. 사원 선발과정에서 회사와 관련된 주제를 놓고 대책을 내놓게 하여 신선한 아이디어와 인재선발의 기준으로 활용한다. 또한, 해고의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옳다는 믿음으로 발언하고 실행하는 직원과 부서를 장려하고 기업의 경영층이 그것을 인용할 수 있는 언로를 충분히 보장하하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명령 전달 및 보고체계를 흔들 일은 아니지만, 지위와 역할을 따지지 않고 자유롭게 토론할 수 기회를 만들어 본다면 위기의 시대를 돌파할 중요한 무기를 갖게 되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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