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과 유진 푸른도서관 9
이금이 지음 / 푸른책들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두 아이의 아빠지만, 초보 아빠 딱지를 아직 못 벗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직 아이와 서투른 대화조차도 못하는 것으로 봐도 그렇다. 언제부터인가 동화책이나 청소년 소설이 그런 나에게 도움을 많이 준다. ~! 나도 어렸을 때는 이랬었지!하고 무릎을 치기도 하고, 애들하고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많지 않은 청소년 소설 중에『유진과 유진』은 함께 읽고 대화하기 좋은 책이다.

 

『유진과 유진』은 동명이인인 두 아이가 같은 유치원에 다니다가 유치원 원장한테 당한 성추행을 소재로 하고 있다. 두 유진은 같은 시기에 비슷한 경험을 겪었지만, 다른 가정환경에서 8년 여를 떨어져 있다가 중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으로 다시 만난다. 큰 유진작은 유진으로 구별되는 두 아이의 내면에는 부모님의 지극한 사랑과 니 잘못이 아니야!라는 위로를 통해 아프지만 나름대로 치유되고 있는 모습과 때밀이 수건으로 아이의 몸을 강하게 문지르고 잊어버려야 돼!라며 아이와 자신의 기억 속에서 더러운 무언가를 지워내려는 엄마를 통해 기억상실과 잠재된 공포의 모습으로 담겨있다.

 

큰 유진과의 만남으로 작은 유진의 기억의 실타래는 풀려가며, 성추행의 고통보다 더 큰 소외감 속에서 담배와 춤을 통해 주어진 삶의 질서로부터 일탈을 시도하게 한다. 한편 좋아하는 남자친구의 엄마가 던지는 그런 애라는 편견과 절교 선언은, 가정의 울타리 밖에서 오는 또 다른 가해가 되어 큰 유진의 상처를 헤집고 덧나게 하는 고통을 가져온다. 성격과 학교 성적 등의 차이를 가진 두 유진은 사회 속에서 고립되어 있는 그들만의 고통의 공통분모를 통해 화해하고 친밀한 유대가 형성된다. 아이들의 동반가출과 그로 인해 문제의 본질을 인식한 부모들의 반성을 통해 부모와 아이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화해를 모색한다.

 

작가는 성폭행과 성추행 사건에 있어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구도를 분해하여 두 아이와 그들의 부모, 주위 환경의 문제로 전환하여 소설을 풀어내고 있다. 동명이인을 주인공으로 한 구성이 말해주듯이, 작가는 동일한 경험과 동일한 시대를 살아가는 두 아이에게 주변이 어떻게 반응하고 풀어가느냐에 따라, 그 상처의 깊이와 고통의 시간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하기에 이 책은 엄마를 비롯한 부모가 아이와 함께 읽고 대화하기에 좋은 징검다리의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

 

해피 엔딩이 예정된 결말과 어디선가 봤음직한 인물 설정의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작가 이금이만의 섬세한 심리묘사와 탄탄한 구성,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장은 책에서 손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두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작가의 따뜻한 감성은, 부모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고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는 것을 자각된 작가의 언어를 통해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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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리타 2004-09-0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쉽지 접근할 수 있는 주제를 다룬 소설인 것 같네요 꼭 읽어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