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자신감 - 현실을 왜곡하는 아찔한 습관
토마스 차모로-프레무지크 지음, 이현정 옮김 / 더퀘스트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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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다양한 종류에 책을 읽으려 나름의 노력을 하고는 있으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있으니 인문학과 자기계발에 관한 이야기다. 인문학은 아직 읽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것에서 나름대로의 핑계를 되고 있지만 자기계발서의 경우에는 하루에도 수십 권의 성공한 이들의 이야기가 출간되고 있으나 왠지 모르게 그들의 성공 이야기는 오롯이 그들의 것이며 나에게는 도무지 다가갈 수 없는 것으로만 느껴졌다. 또한 읽고 난다고 해도 그 순간은 무한한 감격과 이대로만 한다면 나 역시 그와 같은 성공의 가도를 달릴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며 꼭 이대로 해보리라, 라는 결심을 해보기는 하지만 그러한 결심도 작심삼일을 넘어 아스라히 사그라 드는 거품이 되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는 것이 비일비재하기에 자기계발서를 읽고 나서도 허망하니 사라지는 빈 손을 바라보는 일이 하나 둘 쌓이게 되면서 어느 새 나는 자기계발서를 멀리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에게 이 <위험한 자신감>은 조금 특별한 책이라 할 수 있다. 그저 뻔한 그런 자기계발에 대한 이야기라기 보다는 익히 들어왔던 그간의 이야기를 넘어 이전의 것들을 선회하는 것이기에 새롭기도 하거니와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이기에 무언가 카타르시스가 느껴졌다.이전부터 전해지는 것들이 옳고 그른 것이라는 진리를 뛰어 넘어 그 당위성이 인정받기 위해서 그 안의 과정이 있을터인데 우리의 앞에 있는 결과만은 보고서 늘 그것이 옳은 것이라 조정 받아온 숙주를 탈피한 느낌이랄까. 후련하면서도 따끔한 촌철살인이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좋았던 이유는 바로 그 명쾌함이었다. 어디선가 마주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이야기들을 이 안에서 마주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감만으로는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전기 작가와 자기 계발 전문가들의 말과는 달리 버락 오바마가 미국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고 리처드 브랜슨이 버진사를 400개의 자회사를 거느린 회사로 키운 것은 그들의 자신감 덕분이 아니다. 또 마돈나가 3억 장의 음반을 갈아치운 가수가 된 것도, 마이클 조던과 무하마드 알리, 로저 페더러가 스포츠의 역사를 새로 쓴 것도 자신감의 소산이 아니다. 오히려 거꾸로다. 이들의 자신감은 뛰어난 실력의 결과다. 그리고 그 실력은 특별한 재능과 혹독한 노력이 낳은 결실다. 그러니까 이들의 자신감은 근거없는 자신감과는 완전히 다르다. – 본문 P21

아무것도 가지지 않은 청춘이지만 할 수 있다는 그 생각과 결심만으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조언을 수 많은 곳에서 듣곤 한다. 하다 보면 길이 열릴 것이다, 무엇이든 10년만 하면 될 것이다, 그러니 무조건 가라, 라는 등의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나에게 필요한 추진력은 자신감이라는 그 하나인데 그것이 부족해서 나의 현재는 변화되지 않고 요지부동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저자가 말하는 것은 우리가 보고 있는 성공한 이들의 자신감과 그들의 역량은 그들이 성공한 이후에 들어나는 빛이기에 현재 그들에게 보이는 그 빛에 현혹되는 것이 아닌 그들과 같이 성공의 가도에 들어서기 위한 과정 속의 내공을 쌓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자신감만 가지고서 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냉정하지만 그가 말하는 것이 파란 꿈에 젖어 있는 우리에게 필요한 절실한 현실인 셈이다.

자의식 정서는 자신의 평가가 아닌 다른 사람의 눈에 비춰진 평가로 인해 생기기 때문이다.따라서 자신을 정확하기 알기 위해서는 남의 시선은 무시하라는 자기계발 전문가의 말이나 자신감 블로그 글과는 정반대로 자신에 대한 타인의 생각에 관심을 가져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유도, 성공도 손에 넣지 못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극히 주관적인, 그릇된 시각으로 자신을 보게 돼 인간관계를 망치게 될 것이다. –본문 P105

어찌되었건 사회 속에 포함되어 있기에 타인과의 관계 속에 엉키고 설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그들의 눈에 나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혹은 타인들과 나를 비교하며 사는 것이 아닌 오롯이 나의 삶의 살아가면 된다는 것이 주로 들어왔던 이야기들이다. 타인과 나는 다르기에 그들이 가고 있는 길에 있어서 그들의 눈에 맞춰서 내가 달라져야 하는 필요는 없다는 생각으로 지내왔던 나에게 그는 평판과 명성 등 사회 속의 나의 위치는 오롯이 타인의 시각에 의해 정해지기에 과연 타인으로서 자유가 우리에게 이로운가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한다.

특히나 흥미로웠던 부분은 바로 내게도 사랑이 오다라는 부분이었는데 누군가의 사랑을 원하는 이들이 실제 자신의 매력이나 자신의 상태는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자기가 어떠한 모습인지 모른 채 자신의 형상이 이러하겠거니, 라는 생각으로 이성에게 어필하는 모습은 타인에게도 어리숙한 모습으로만 비춰질 뿐이다. 유머 감각이 뛰어나다고 생각한 이가 실제 이성에게는 재미없고 지루한 사람이라는 평가가 계속되고 있기에 꽤나 괜찮은 우리가 왜 혼자인지에 대해서 점검이 필요한 때라는 것을 전해주고 있다.

내 스스로의 자신감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이기 때문에 왜곡된 나로서 바라보고 내가 아닌 다른 이로 바라보는 것은 내가 아닌 다른 자아를 품고 사는 것과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 속의 이야기는 마주하면 할수록 뜨끔하니 나를 찔러온다. 그러나 나는 기꺼이 그 아픔을 감수하고 실제의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이 시간을 건너와야 한다 생각한다. 진짜 나를 찾아 나를 다독이기 위해서, 이 정도의 아픔 정도는 감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독서 기간 : 2014.12.20~12.22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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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세 번째 - 온정 가득한 사람들이 그려낸 감동 에세이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3
송정림 지음 / 나무생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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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것만으로도 소스라치게 놀라 움츠러들게 만드는 요즘어찌하여 들려오는 소식들도 이토록 아프고 씁쓸한 것들의 연속인지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빗장을 철저하게 닫게 만드는 것들 뿐이다그렇게 너와 내가 아니라 오롯이 나만 생각하는 시간들이 늘어나 그것이 익숙해져갈 즈음무심코 한 발 내딛은 보도 블럭 위의 작은 틈새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녹색의 잎을 마주한 것 처럼과연 이런 곳에서도 하나의 생명이 살아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이 무색하게 싱그러이 살아있는 꿋꿋한 생명력을 마주하며 걸어 잠궜던 빗장을 스르륵 풀어내려가듯이 송정림 작가의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라는 이 이야기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세상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존재하고 있으며 알게 모르게 우리는 그 온기 속에 서로를 덥여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게 되는 인물들은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어느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주인공이라는 비중은 아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중심에 서서 서로를 향해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래아직 세상엔 이렇게 따스한 사람들이 많아라며 내가 서 있는 곳의 회색조를 걷어내고서는 햇살이 드리우는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날도 종량제 봉투를 사러 왔기에 물었습니다.
 "
왜 다른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담아오세요짐도 있고 가방도 많이 무거울텐데요
."
 
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
동네 사람들이 거리에 내놓은 폐지 모아서 내가 살고 있잖아조금이라고 공을 갚아야지." -본문 

 폐지를 모아 하루하루를 지내고 계시는 할머니는 그 동네의 쓰레기도 함께 치우고 계셨다당신이 수 많은 이들이 내놓은 폐지를 모아 지내고 계시기에 이름 모를 그들을 위해서 자신을 따스하게 해준 이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과연 나는 그러한 생각조차 해본적이 있던가하며 고개를 숙이게 된다바쁘다는 핑계로아직도 힘들다고 핑계로 나만을 보며 내달려 왔던 시간들을 보며 진정 나는 그러한 시간이며 기회가 없었던 것인지그저 나를 위해서만 왔구나라며 반성을 하게 된다.

 그날은 무척 추은 겨울이었습니다어머니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 분이 조문을 왔습니다.그 친구분은 장례식장에서 오렌지 주스와 커피를 내오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몇 시간 후그 친구분이 들통 가득 생각차를 뜨끈하게 끓여왔습니다추운 날 차가운 음료 대신 따끈한 생강차를 대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지으로 부랴부랴 달려가서 정성껏 끓여온 것이었습니다큰 들통에 들어 있는 무거운 생각차를 어떻게 들고 왔을지 생각하며 자식들은 고마워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본문 

 

  말없이 드리운 따스한 생강차 한잔에는 그 어떠한 말보다도 뜨끈한 정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고인을 생각하며그들의 앞에 있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가져다주셨을 그분의 마음을 읽다보면 어느새 뭉클해진다.

 각박하다세상이 말세다라는 이야기들이 너무도 쉽게 들려오고 있는 요즘점점 얼어만 가는 우리 세상에도 아직은 온기가 있다는 것을 수 많은 이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보면서 아직 내가 세상을 바라보았던 것보다는 따뜻한 곳이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디선가부터 전해지는 따스함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 내가 누군가에게 따스함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추운 겨울날의 훈훈한 이야기들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결 부드러워진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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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리본』 / 박서진저

 

 

 

독서 기간 : 201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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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영혼이 향기로웠던 날들, 돌아갈 수 없는 시간으로 안내하는 마법
필립 클로델 지음, 심하은 옮김 / 샘터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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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을 읽으며 , 이 문장들이 나에게서 나온 것들이라면.’ 라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도무지 나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문장이겠지만, 이 글을 읽으며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는가, 라는 생각과 이러한 표현을 나타낼 수 있는 그들에 대한 존경심과 외경심은 물론 언젠가는 내가 이러한 문장들을 만들어 낼 수 있길 바라는 마음으로 신나게 읽어 내려가곤 하는데 이러한 책을 만났을 경우에는 이른바 물 만난 물고기처럼 즐겁게 페이지를 넘기게 되니 이 <향기>는그 어느 때보다도 집중해서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마주한 필립 클로델은 이전에 그의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지만 서도 이 한 권의 책을 통해서 그에게 제대로 매료됐기에 그의 책들을 하나 둘 장바구니에 담으며 뿌듯해하고 있다. 냄새와 기억에 대한 삶의 순간 순간을 기록해내는 그의 이야기는 그저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것만으로 빠져들게 되며 하나의 이야기를 쫓아 그의 기억 속으로 함께 들어서게 된다.

 전기 면도기가 손가락 사이에서 팽팽히 당겨진 피부를 따라 미끄러진다. 같은 곳을 여러 번 지나가 반들반들해진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긴다.
 
놓치지 않고 계속 바라보는 내 눈길을 따라 아버지는 점점 더 젊어진다. 
 
지난 밤, 아버지를 늙게 만들어 나에게서 빼앗아 가려던 수염, 잠자는 동안 아버지의 얼굴에 내려앉았던 수염, 흰색과 회색과 잿빛이 뒤섞인 그 수염이 사라져간다. –본문

어릴 적 아버지가 면도하는 모습을 보며 따라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무심코 면도기를 들었다 어김없이 얼굴에 생채기를 남기고서는 그 범죄의 현장을 무마시키기 위해 꽤나 오랜 시간 휴지를 돌돌 말아 지혈을 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나에게 아버지의 면도는 넘을 수 없는 선을 넘기는 대가를 톡톡히 알려주고 있었고 그 이후에는 면도하는 아버지를 본다 한 들 그저 무심히 바라보며 넘기곤 했는데 그 순간을 저자는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수염이 사라지며 점점 더 젊어지는 아버지를 보며 그는 어떠한 생각들을 떠올렸을까. 면도기가 아버지의 얼굴을 지나갈 때마다 내가 보고 있던 아버지는 몇 년 전의 모습으로 돌아가는 듯한 그 마법의 순간을 보며 그는 경이로움을 느꼈을 것만 같다.

식은 양배추는 가장 잔인한 암살자와 같다. 항상 무언가를 남긴다. 범죄의 흔적을, 움직이지 않는 연기를. 증거를 인멸할 생각을 못하는 서툰 살인자다.
 
또한 그 누구라도 사랑하지도 방문하지도 않는 노인들의 냄새다.
 
죄수의 냄새. 양로원과 유치장을 떠나지 않는 냄새.
 
양배추는 거대한 유페의 공간을 받아들여 길고 짧은 형벌과 삶의 종말을 홀로 알고 있는 듯 하다.
 
파괴된 삶, 감시받는 삶, 질식할 것 같은 삶, 망가진 삶, 부서진 삶, 그리고 죽어가는 사람들까지도. 본문

양배추에 관한 이야기는 이 책을 덮고 나서도 계속해서 잔상이 남아있는 부분이었는데 샐러드를 만들어 먹거나, 찜 요리에 사용하는 것이 전부인 양배추에 대해 이토록 깊이 생각해본 적이 있었던가, 라는 생각에 상념에 빠져본다. 양배추가 낯설어서 그런 것이라고 해도 매일 마주하는 김치의 주재료인 배추를 보면서도 나는 그 어떠한 생각을 떠올린 적도 없기에 무언가 곤궁의 신분을 대변하는 이 양배추에 대해 애증 어린 시선을 조아리는 그의 고백은 생경하지만 그 생경함이 점차 반색이 되어 나타나게 된다.

현재 양배추가 그의 곁에 없으면서도 곁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흔적을 남기는 양배추의 향은 그로 하여금 학창시절 교실 내에서 자신에게만 풍기는 그 향이 가끔은 주변의 시선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는 다시 양배추를 찾고 있었으며 이것은 시간이 흐른 지금도 변하지 않은 익숙함으로 남아 있다.

 매 순간마다 마주하는 이야기는 향기에 대한 기반을 떠나서 그의 순간에 스친 짧은 시간들이 거대한 기록으로 남겨져 현재의 나에게 전해지고 있다. 나에게는 그저 찰나의 기억에도 머무르지 않을 것들이 그에게는 이 모든 기록으로 남았다는 것에서 부러움과 동시에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앞으로도 그의 이 기록들이 계속되길 바라보며 다른 책들로 이 즐거움을 이어나가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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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비처네 / 목성균저


 

 

독서 기간 : 2014.11.24~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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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현의 발견 -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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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있는 것들 중에서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해 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만으로 나는 그의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졌다. 늘 거닐던 길에서 무심코 고개를 들어보면 발견하는 낯선 간판들을 보며 분명 어제도 저기 있었을 테지만 오늘에서야 처음 발견했을 때의 그 생경함과 오묘한 감정들이 그를 통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읽는 내내 새로운 것도 새로운 것이지만 그보다도 따스함이 나를 더 매료시켰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제대로 보아야만 보이는 이야기들이 페이지를 펼치는 어디서나 나를 반기고 있다.

 아이들이 소와 새와 물고기와 게를 껴안고 노는 그림들 말이다. 그 그림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저절로 무장해제되곤 했지. 그림으로 보던 천진난만의 해방구가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감동할 수밖에. 아이들이 내게 손짓을 보내왔다. 나무 위로 한번 올라와보는 거였다. 그렇지만 나는 나무에 오를 시기를 놓쳐버린 다 큰 어른일 뿐이었다. –본문

얼마나 많은 것들 앞에서 지금은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눈 앞의 있는 기회들을 보내어 버렸던가. 어찌 보면 지금이 그것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늘 지금은 안돼, 라며 핑계를 대고 있었는데 나무 위로 올라가기에 너무 커버린 어른이 되어버려 눈 앞에서 그를 바라만 보고 있던 그와 같이, 나 역시도 지난 날의 내 모습이 오버랩 되어 서글프게 느껴진다.

표준이 언제나 표준화되지 못한 것들을 객체화시킨다는 게 문제다. 표준어 시행 규칙도 그렇다. 서울 사람들을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도 누룽지’, 여기에 물을 붓고 끓여도 누룽지라 한다. 전라도에서는 눌은밥을 깜밥’, 물에 끓인 걸 누룽지로 구별해서 부른다. 방언으로 치부하는 언어가 더욱 세밀하고 풍부하다는 것은 표준어의 빈약성을 드러내는 일이 된다. –본문

  눈에 띄지는 않으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 라 이야기는 그의 마음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저 한 번 보고서는 흘러 보냈던 것이 대부분인 것들을 그의 펜 아래서는 또 다른 생명을 안고서 그려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왜 나는 이러한 것들을 바라보지 못했나, 라는 아쉬움과 그래서 그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그의 발견을 시작으로 그가 남긴 시들도 하나씩 찾아봐야겠다. 그의 관찰력이 함축되어 있는 또 다른 세상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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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이력 / 김상규저

 

 

독서 기간 : 2014.11.11~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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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 그릴스, 뜨거운 삶의 법칙
베어 그릴스 지음, 김미나 옮김 / 이지북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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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젠가 동생이 틀어놓은 케이블 TV 프로그램에서 한 남자를 본적이 있다. 그야말로 허허벌판인 대자연 속에서 나무를 뒤져 애벌레를 찾아서 양식으로 먹고 물이 없는 곳에서 진흙을 통해 물을 얻고 건널 수 없을 것만 같은 계곡을 제 몸하나 의지해서 나아가며 생존을 하고 있는 그를 보면서 과연 이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었다. 도무지 살아나갈 수 없는 곳에서 태연하게 손을 놀리고 있는 그를 보노라면 사막 한가운데 떨어져도 살아남겠다, 싶은 그는 바로 베어 그릴스로 이미 생존전문가로 널리 이름을 알리고 있는 사람이었다.

 <베어 그릴스 뜨거운 삶의 법칙>은 현재의 그가 있기까지의 그의 지난 날들에 대한 기록들을 들려주고 있었는데 책을 읽어 내려가면 갈수록 현재의 그가 어느 허공 속에서 갑자기 등장한 인물이 아니라 조금씩 조금씩 준비를 해왔던 이로, 그렇기에 지금의 그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도무지 사람이 살수 없을 것 같은 오지나 사막, 극지방 등에서도 살아남는 법을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그는 최고의 탐험가이자 생존 전문가라는 타이틀과는 동떨어진, 정치가의 자손이라고 한다. 지금은 그의 얼굴만 보아도 어디서든 살아 남을 수 있는 인물이라는 확신이 들지만, 그의 지난 날을 돌아보면 왜소한 체격에 소심함도 있었다고 하니, 현재의 그를 보노라면 도무지 상상되지 않는 모습이다. 그에 대해서 또 알게 된 점은 그저 경험으로 이 모든 것들을 헤쳐나가게 된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그는 명문대를 졸업한 인재라는 점이었다. 런던대를 졸업했던 그였기에 다른 이들이 꿈꾸는 로열 패밀리의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그의 가슴 속에 뛰고 있는 열정은 그를 책상 앞이 아닌 대지로 향하게 하였고 영국 공수특전단에 지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과연 나는 나의 삶 중에서 이토록 간절하게 무언가를 도전해 보고 그 안에서 희열을 느꼈던 적이 있었던가에 대해 반성해보게 된다.

인생은 신나는 모험이 숨어 있는 긴 여정이지 완벽한 성적을 받거나 최고의 팀을 만드는 것처럼 결코 하나의 목적지에 다다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본문

 남들이 말하는 탄탄대로 위에 그가 있었다. 그러니까 그는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지 않고서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었을 것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평이하게 학교를 졸업하고 회사원으로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SAS에 지원을 하는 것은 물론 그 안에서 사고로 인해서 몸을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누구나 이 사태에 도달하게 되었다면 지난 날 자신의 잘못된 선택에 대해서 불평을 늘어놓으며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자책만을 끊임없이 늘어놓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달랐다. 모두가 이제 더 이상은 불가능이라고 말하는 그 순간에도 계속해서 자신을 채근하며 에베레스트 산을 정복하고 말았다는 것이다. 정상인들도 쉽게 오르기 힘든 그 길을 그가 스스로 헤쳐나가 올랐다는 것은 그의 체력적인 면도 있겠지만 정신의 근간에서 나온 힘이 얼마나 어마어마한지에 대해 보여주는 반증이 아닐까.

우리는 그 어떤 산도 ‘정복’하지 않았다. 에베레스트가 우리에게 정상에 발을 들여놓도록 간신히 허락해준 것이며 목숨이 붙은 채로 빠져나갈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모든 이가 다 그렇게 운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에베레스트는 결코 정복된 적도 없고 정복당하지도 않을 것이다. 그것이 그 산을 특별하게 만드는 한 부분이다. –본문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라며 안주하고 있을 때 그는 다시금 움직이고 있었다. 절망만이 가득한 그 속에서도 살아야 한다는 의식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물론 주변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계속 나아가는 그를 보며 현재 그저 안주하고 있는 내 모습이 괜찮은가, 에 대해 돌아보게 된다.

 누구보다 치열하고, 정열적으로, 그 누구보다도 위대한 이야기들을 품고 있으면서도 그는 언제나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는 어제처럼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임하고 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모습을 그의 삶을 관통해 오는 내내 볼 수 있었는데 언제나 자신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을 찾아 가는 그를 보노라면 나 역시도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아 엉덩이가 들썩이게 된다. 그저 TV 프로그램 속의 주인공으로만 알고 있던 그를 알면 알수록 나의 삶에 대한 반성과 채찍을 하게 하는 그를 또 만나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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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그릴스의 서바이벌 스토리 / 베어 그릴스저


 

 

독서 기간 : 2014.11.08~11.1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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