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코끝을 스치는 것만으로도 소스라치게 놀라 움츠러들게 만드는 요즘, 어찌하여 들려오는 소식들도 이토록 아프고 씁쓸한 것들의 연속인지 얼어붙은 마음을 녹여주는 것이 아니라 더욱더 빗장을 철저하게 닫게 만드는 것들 뿐이다. 그렇게 너와 내가 아니라 오롯이 나만 생각하는 시간들이 늘어나 그것이 익숙해져갈 즈음, 무심코 한 발 내딛은 보도 블럭 위의 작은 틈새 사이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 녹색의 잎을 마주한 것 처럼, 과연 이런 곳에서도 하나의 생명이 살아갈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이 무색하게 싱그러이 살아있는 꿋꿋한 생명력을 마주하며 걸어 잠궜던 빗장을 스르륵 풀어내려가듯이 송정림 작가의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라는 이 이야기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세상에는 사람들의 온기가 존재하고 있으며 알게 모르게 우리는 그 온기 속에 서로를 덥여주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매 페이지마다 등장하게 되는 인물들은 우리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어느 소설이나 드라마처럼 주인공이라는 비중은 아니지만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중심에 서서 서로를 향해 있는 이들의 모습을 보노라면 그래, 아직 세상엔 이렇게 따스한 사람들이 많아, 라며 내가 서 있는 곳의 회색조를 걷어내고서는 햇살이 드리우는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것이다. 그날도 종량제 봉투를 사러 왔기에 물었습니다. "왜 다른 사람들이 버린 쓰레기를 담아오세요? 짐도 있고 가방도 많이 무거울텐데요." 할머니가 대답했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거리에 내놓은 폐지 모아서 내가 살고 있잖아. 조금이라고 공을 갚아야지." -본문 폐지를 모아 하루하루를 지내고 계시는 할머니는 그 동네의 쓰레기도 함께 치우고 계셨다. 당신이 수 많은 이들이 내놓은 폐지를 모아 지내고 계시기에 이름 모를 그들을 위해서 자신을 따스하게 해준 이들에게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과연 나는 그러한 생각조차 해본적이 있던가, 하며 고개를 숙이게 된다. 바쁘다는 핑계로, 아직도 힘들다고 핑계로 나만을 보며 내달려 왔던 시간들을 보며 진정 나는 그러한 시간이며 기회가 없었던 것인지. 그저 나를 위해서만 왔구나, 라며 반성을 하게 된다. 그날은 무척 추은 겨울이었습니다. 어머니와 친하게 지내던 친구 분이 조문을 왔습니다.그 친구분은 장례식장에서 오렌지 주스와 커피를 내오는 것을 보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몇 시간 후, 그 친구분이 들통 가득 생각차를 뜨끈하게 끓여왔습니다. 추운 날 차가운 음료 대신 따끈한 생강차를 대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지으로 부랴부랴 달려가서 정성껏 끓여온 것이었습니다. 큰 들통에 들어 있는 무거운 생각차를 어떻게 들고 왔을지 생각하며 자식들은 고마워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본문 말없이 드리운 따스한 생강차 한잔에는 그 어떠한 말보다도 뜨끈한 정이 담겨 있었을 것이다. 고인을 생각하며, 그들의 앞에 있는 자식들을 바라보며 어머니의 마음으로 가져다주셨을 그분의 마음을 읽다보면 어느새 뭉클해진다. 각박하다, 세상이 말세다, 라는 이야기들이 너무도 쉽게 들려오고 있는 요즘, 점점 얼어만 가는 우리 세상에도 아직은 온기가 있다는 것을 수 많은 이들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보면서 아직 내가 세상을 바라보았던 것보다는 따뜻한 곳이구나, 라는 것을 느끼게 된다. 어디선가부터 전해지는 따스함을 받고 싶다는 생각을 넘어 내가 누군가에게 따스함을 전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해준, 추운 겨울날의 훈훈한 이야기들 덕분에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한결 부드러워진 기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