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현의 발견 - 작고 나직한 기억되지 못하는 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안도현 지음 / 한겨레출판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아르's Review

 

 

 

 

 

 

시인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현재 있는 것들 중에서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들을 발견해 내는 사람이라는 이야기만으로 나는 그의 이야기가 사뭇 궁금해졌다. 늘 거닐던 길에서 무심코 고개를 들어보면 발견하는 낯선 간판들을 보며 분명 어제도 저기 있었을 테지만 오늘에서야 처음 발견했을 때의 그 생경함과 오묘한 감정들이 그를 통해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읽는 내내 새로운 것도 새로운 것이지만 그보다도 따스함이 나를 더 매료시켰다. 이미 알고 있는 것들이지만 제대로 보아야만 보이는 이야기들이 페이지를 펼치는 어디서나 나를 반기고 있다.

 아이들이 소와 새와 물고기와 게를 껴안고 노는 그림들 말이다. 그 그림들을 바라볼 때마다 나는 저절로 무장해제되곤 했지. 그림으로 보던 천진난만의 해방구가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감동할 수밖에. 아이들이 내게 손짓을 보내왔다. 나무 위로 한번 올라와보는 거였다. 그렇지만 나는 나무에 오를 시기를 놓쳐버린 다 큰 어른일 뿐이었다. –본문

얼마나 많은 것들 앞에서 지금은 너무 늦은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눈 앞의 있는 기회들을 보내어 버렸던가. 어찌 보면 지금이 그것을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늘 지금은 안돼, 라며 핑계를 대고 있었는데 나무 위로 올라가기에 너무 커버린 어른이 되어버려 눈 앞에서 그를 바라만 보고 있던 그와 같이, 나 역시도 지난 날의 내 모습이 오버랩 되어 서글프게 느껴진다.

표준이 언제나 표준화되지 못한 것들을 객체화시킨다는 게 문제다. 표준어 시행 규칙도 그렇다. 서울 사람들을 솥 바닥에 눌어붙은 밥도 누룽지’, 여기에 물을 붓고 끓여도 누룽지라 한다. 전라도에서는 눌은밥을 깜밥’, 물에 끓인 걸 누룽지로 구별해서 부른다. 방언으로 치부하는 언어가 더욱 세밀하고 풍부하다는 것은 표준어의 빈약성을 드러내는 일이 된다. –본문

  눈에 띄지는 않으나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아름답다, 라 이야기는 그의 마음이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저 한 번 보고서는 흘러 보냈던 것이 대부분인 것들을 그의 펜 아래서는 또 다른 생명을 안고서 그려지는 모습을 보노라면 왜 나는 이러한 것들을 바라보지 못했나, 라는 아쉬움과 그래서 그의 이야기에 점점 빠져들게 된다. 그의 발견을 시작으로 그가 남긴 시들도 하나씩 찾아봐야겠다. 그의 관찰력이 함축되어 있는 또 다른 세상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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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이력 / 김상규저

 

 

독서 기간 : 2014.11.11~11.1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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