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지음, 이소담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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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르's Review

 

 

책상 정리를 하거나 창고를 정리하다 보면 잊고 있었던 물건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곤 한다. 이전에는 꼭 품고 있었던 것이거나 중요한 것이라 잘 보관해야지, 하며 넣어둔 것들이 오랜 시간이 흘러서는 있는 지로 모른 채 먼지와 함께 세월 속에 묵혀지는 것인데 그런 것들을 마주하게 되면 어느 새 이전의 시간 속으로 훌쩍 뛰어 넘어 아련한 시간들이 떠오르게 된다. 남들이 보기에는 그저 하나의 물건이겠지만 나에게는 추억이 더해져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그 물건들을 버리기엔 왠지 아깝고 그렇다고 계속 가지고 있기에는 다시 사용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쌓아두기에는 난감한, 그런 것들 모아두는 <보관가게>를 앞에 두고서는 과연 이 안에는 얼마나 많은 사연들이 담겨 있을지 설렘이 밀려든다.

전당포와 결정적인 차이점은 돈을 받고 보관해준다는 점이에요. 보관하는 행위 자체를 순수하게 일로 삼은 거지요.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어요. 보관품을 읽어가 볼 수 없고 손님의 얼굴 역시 보지 못하니까요. 손님 입장에서는 사생활이 보장되니까 안심하고 물건을 맡길 수 있지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트러블이 없었습니다. 조마조마했던 적은 있어도 사달이 난 적은 없어요. –본문

 하루 100. 현재 환율로 보자면 1000원 안 되는 비용으로 무엇이든 보관할 수 있는 가게의 주인은 앞에 보이지 않는 기리시마이다. 그가 태어날 때부터 눈이 보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어느 날 갑자기 빛을 볼 수 없게 된 그를 두고 그의 어머니는 떠나버렸고 그렇게 그는 홀로 남아 의도하지 않았지만 어느 새 보관가게의 주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무엇이든 이유도 묻지 않고 하루 100엔으로 물건을 보관해주기에 각자 사연을 안고 이 가게로 들어오게 된다. 무엇보다도 기리시마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 그 자신의 목소리를 빌어서가 아닌 가게의 포렴과 그의 손에서 태어난 것이라고 믿는 고양이에 의해서 전해지고 있는데 그의 따스한 성품은 포렴과 고양이를 넘어 사람들의 마음마저도 편안하게 물들이고 있기에 그를 찾아오는 가게의 사람들의 사연 역시 따스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가게의 이름도 제대로 없는 이 곳을 알고 오는 이들을 보노라면 이전부터 알고 있었거나, 누군가를 대신해서 가게를 방문하게 되면서 알게 되었거나, 호기심에 들어왔다가 그 가게를 알게 된 이들도 있고 그야말로 다양한 이들이 이 가게를 찾아오게 된다. 그리고 매 장마다 흘러가는 이야기는 그 하나의 이야기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하나의 실타래를 따라서 모두 연결되어 있는데 그들의 사연을 연결해서 찾아보는 재미도 이 소설의 관전 포인트가 아닐 수 없다.

 아버지가 사주신 물빛 자전거를 매일 맡기러 오던 소년은 가키누마 나미가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 합의서를 이 가게에 맡겼던 것처럼 그녀의 이혼 서류를 가지고 왔을 때, 이제는 이 보관가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닌 그녀 스스로의 삶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고 기리시마가 이 가게를 운영하도록 해준 사건의 주인공인 동생이 등장하게 되며 아이자와와의 이야기도 매듭을 짓게 된다.

어라, 큰일이다.
주인의 심장이 두근두근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비누 아가씨에겐 들리지 않겠지만, 고양이인 나는 못 속이지
.
 
두근두근, 두근두근
.
 
이건….. 분명 사랑이다
.
 
싫어라. 주인이 처음으로 여성을 의식한 순간에 입회하고 말았어. 냄새와 목소리만으로 사랑에 빠지다니. 고양이랑 뭐가 달라. 내겐 엄마의 첫사랑인 셈이니 겸연쩍기도 하고 낯간지럽기도 하고, 기분이 복잡하다. 게다가 걱정이다. 주인이 상처받지 않으면 좋겠는데. –본문

무엇보다도 쥐 할아버지의 오르골과 함께 비누 아가씨의 등장은 기리시마의 평범한 일상에 온기를 더해주는 에피소드인데 마지막 기리시마가 횡단보도에 서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노라면 나 역시도 그 장면 속의 주인공이 된 것 마냥 눈가에 눈물이 서리게 된다. 고양이의 바람대로 주인이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더해져 마지막 페이지의 이야기가 꿈이 아닌 실제의 것 이길 바라며 책을 덮으며 다양한 이야기들의 실타래를 조용히 묶어 본다.

 기리시마의 보관가게가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왠지 마음이 따스해지는 느낌이다. 그는 누구의 추억이라도 고스란히 간직해 줄 것만 같다. 그 모든 기억을 버리는 것이 아닌 조용히 보관해주는 이 곳에 나는 어떠한 기억을 가지고 가야 할 지 이 고민이 한 동안은 즐거운 고민으로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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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과 수프, 고양이와 함게 하기 좋은 날 / 무레 요코저

 

 

 

독서 기간 : 2015.06.17~06.1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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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박범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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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지금 내가 가지지 못한 무언가에 대한 갈망, 그 채워지지 않는 빈 자리에 대해서 계속해서 채우려는 마음을 말한다는 욕망이라는 단어가 이 소설을 읽는 내내 떠올랐다. 중년이라는 나이 안에 있는 두 남녀의 처절한 갈망 어린 몸짓과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과연 사랑이란 것이 무엇인지, 인간의 욕망이란 이성을 넘어 감성의 세계에서 아니 일반적인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식이라는 선을 넘어서게 만드는 무엇인가, 라는 생각에 가만히 멈춰있게 된다. 그들에게 있어서 그 찬란했던 불나방과 같은 시간은 오롯이 행복으로 남을까.

 전화는 거기서 끊켰다.
 
나는 책상 한쪽에 놓여 있는 대형 지구의를 끌어당겼다. 러시아를 한 번 다녀온 적이 있지만 이르쿠츠크엔 가본 적이 없었다. 이르쿠츠크는 시베리아 동남쪽에 위치해 있었다. 바이칼 호 근처였다. 초승달 보양의 바이칼 호에 대해 내가 구체적으로 아는 것은 수심이 세계에서 제일 깊은 호수라는 것뿐이었다. 지구의에서 찾아본 이르쿠츠크는 바이칼 호 남쪽 끝과 거의 맞닿아 있었다. –본문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곳에서 무언가 새로운 것들을 우리 앞에 던져준다.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의 소식이 전화를 통해서 전해지기도 하고 이 전에는 생각도 해보지 못했던 한 누군가를 만나 세상 모든 것을 다 버릴 수 있을 정도로 빠져들어 모든 시간을 잠식해 버릴 정도로 무섭게 흡입해버리기도 한다. 이미 인생의 반을 달려온 김진영을 보며 나는 그 정도면 세상의 모든 것들에 달관은 아니더라도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아니 무언가 태연하게 지나갈 수 있지 않을까, 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가 보여주는 세상은 그 누구보다도 찬란하게, 그 곳이 죽음을 향해 가는 마지막 여정이라 해도 두려워하지 않는 불나방처럼 오늘만을 사는 이와 같이 그 안에 살고 있는 그는, 도무지 감당할 수 없을 그 길을 터벅터벅 걸어가고 있으며 그 길이 마치 이 세상의 마지막 소풍을 가는 길처럼 가볍지만 묵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미 두 아이의 아버지이자 한 가정의 가장인 그는 회계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중책을 맡고 있다. 모든 것이 평온하다 못해 너무도 익숙한 일상 앞에 그의 눈에 들어온, 그보다도 이미 나이가 많은 천예린을 보며 김진영은 그가 가진 모든 것들을 던져버리게 된다. 자유로운 영혼을 지닌 천예린과 묵직하기만 할 것 같은 김진영의 만남은 처연할 정도로 치열하게 서로를 탐닉하게 된다.

 사랑이라는 이름을 넘어 그녀를 쫓기 위해 매 순간 현실이 아닌 다른 곳에 취해있는 그를 바라보면 이것이 진정한 사랑일까, 라는 상념에 빠져보기도 한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세상에 이런 형태의 사랑도 있는 것인가, 라는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도 전에 다채로운 곳에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천예린을 보노라면 눈 앞에 있지만 잡히지 않는 그 모습이 더욱 그를 미치게 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내겐 두 아이와 평생 나만 의지해 살아온 아내가 있습니다. 한 여자에 홀려 그들을 버리고 떠나왔지요. 머리핀을 무의식적으로 갈 때 의식하지 못했지만 분명히 나를 죽이고 싶어했다는 것을. 지금도 천예린보다 더 빨리 더 고통스럽게, 더 완벽하게 나 자신의 명줄을 끊고 싶어하는 내가 내 안에 있다는 것을 나는 깨달았습니다. -본문

 그들이 들어서는 안 될 그 선을 넘어섰을 때 아마 그들은 알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이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아니, 어쩌면 몰랐을 줄도 모른다. 그들이 서로를 마주보고 있는 것만으로 이 세상 모든 것을 얻은 듯한 기분이 들었을 테니 말이다. 지금을 넘어 그들에게 드리울 미래가 어찌되었건 그들은 지금 이 순간 서로를 향해 피어나고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했을 것이다. 세상이 그들에게 드리운 모든 짐을 던져 버린 채 그 둘만이 존재하는 세상에 피어나고 있었으니 말이다.

 이들에 대해서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옳고 그름을 넘어 그들만이 통용되는 이 세계에서 나는 그들에게 어떠한 말을 해야 하는 것일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무거운 현실이 드리우는 이 이야기를 보면서, 죽어가는 것을 알면서도 내달리는 그들의 열망에 대해 찬사를 보내야 하는 것일까, 아니면 미친 짓이라며 그들을 책망을 해야 할까. 아직은 쉽지 않은 이 이야기가 훗날 나에게 어떻게 다가오게 될지, 시간이 많이 흐른 후 다시 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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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지 / 조세핀 하트저

 

 

 

독서 기간 : 2015.06.11~06.14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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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돈나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7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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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아르's Review

 

 

 

 직장에 다니다 보면 느끼게 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직장의 일이 힘든 것보다도 사람 때문에 힘든 경우가 더 자주 발생하며 이 경우, 일보다도 훨씬 더 큰 스트레스로 압박이 가해진다는 사실이다. 일을 하기 위해 모인 공간인 회사 안에서 일을 넘어선 사람에 대한 강박은 이 안에서의 시간들을 웃음 가득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론 두려움으로 가득한, 그야말로 벗어나고 싶은 미로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제 겨우 5년이란 시간을 직장인이라는 신분으로 살아왔지만 그 짧은 5년이란 시간 속에서 수 많은 일들을 지나온 듯 하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회사 동료들과의 일들을 생각해보면 회사 안에서 누구와 함께 하고 있느냐, 이 문제가 가히 심도 있는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이 자칫 묵직할 수 밖에 없는 이 문제들에 대해서 오쿠다 히데오는 그의 지난 날의 이야기들처럼 가벼우면서도 유쾌하게 <마돈나>에 담아내고 있다. 
 
이 몽상은 좋아하게 된 여자의 퇴직이나 인사이동 혹은 그녀에게 애인이 생긴 순간 끝나고, 다시 원래의 평온한 나날로 돌아가게 된다. 죄 없는 놀이라면 놀이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은 아내를 배신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분명 하루히코는 연애에 서투른 인간이다. 지나치게 폼을 잡는다. 여자에 대해 순진한 환상을 품고 있다. 물론 사내 소문도 무섭다. 이 나이쯤 되면, 자신이 소심한 인간이란 것쯤은 자각하게 된다. –본문

 결혼 15년차에 들어선 오기노 하루히코 과장의 부서에 새로운 신입 사원이 등장하게 된다. 그 모든 것이 하루히코의 이상형인 구라타 도모미를 보면서 그는 또 다시 가슴이 설레게 되고 이전에도 몇 번 경험했던 이 현상이 어서 정리되기를 바라면서도 그 설렘에 하루를 시작하는 그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 오늘도 회사로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중년의 남자로 이미 아이도 있고 아내도 있는 그가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는 모습을 보며 20대의 나였더라면 하루히코를 마냥 비난하며 그러해서는 안 된다, 라고 칼같이 잘라서 말했을 것이다. 물론 현재의 나로서도 하루히코의 행태에 대해 올바르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상상의 나래마저 흉악한 것이라고 치부할 수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그의 조심스런 도발적 망상에 함께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마음이 가면 자연스레 행동의 변화도 오는 법. 이미 10여년 넘게 함께 살을 부비고 산 그의 아내 노리코는 남편의 변화를 직감하게 되고 그러한 변화에 대해서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라며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이 마음이 사그라들때까지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그러고서 던지는 그녀의 한 마디. “위로라도 받을 생각일랑은 하지도 마. 그렇게는 안 되니까.” 라고 하루히코에게 말을 건네고 그 말을 들으며 하루히코는 도모미의 얼굴을 떠올리지만 다시금 그 생각을 산산이 조각 내고 있다.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 이야기를 지금에서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나의 생각이 틀이 넓어 진 것인지 아니면 이전의 도덕적 관념들이 무너지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확실한 것은 흑백의 논리를 넘어 회색의 논리가 더 넓어졌다는 것이다. 아직은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이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하루히코나 노리코의 모습이 모두 그럴 수 있어,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뒷돈의 관습에 대해 말하는 <총무는 마누라>에서부터 대학 진학은 포기하고 춤을 추겠다 선언한 아들처럼 회사 내에서도 정치적 연맹 따위는 관심 없는 아사노의 이야기를 담은 <댄스>를 넘어 개인적으로는 <보스>의 이야기가 가장 와 닿는 것 중 하나였다. 정확히 말하면 와 닿는다기 보다는 그렇게 되고 싶다는 갈망의 의미가 더 큰 것일 수 있을 텐데 외국계의 회사에 근무하다 어느 날 갑자기 신임 부장으로 자리를 맡게 된 하나마 요코를 바라보는 다지마 시게노리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 <보스>는 내가 꿈꾸는 나의 모습이었기에 요코처럼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을 계속 품으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설마 농담이겠지? 시게노리는 초조해졌다. 마누라를 데리고 갈 곳이 아니라고. 호스티스들도 싫어할걸.
 
다카하시를 보니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그렇게 넓은 장소도 아니고……” 시게노리는 횡설수설했다
.
 
제기랄. 따라오게 할 것 같아. 남자에게는 남자만의 성역이 있는 거야. 어떻게 그런 것도 모르는다
.
 
다지마 씨, 가게 전화번호 가르쳐주세요. 제가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 물어볼게요
.”
 
요코가 은근한 태도로 미소를 지었다. –본문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유리 천장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이 <보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남자들의 세계를 넘어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요코의 모습은 외경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들만의 리그에 입성한 그녀를 온몸으로 대항하고 있는 시게노리의 모습이 점차 요코에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만들어가는 나날처럼 회사의 모습을 꿈꾸며 희망찬 내일을 꿈꾸게 된다.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봤고 들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마돈나>는 역시 유쾌하면서도 거침없는 이야기들로 보는 내내 편안하면서도 그 안의 이야기들에 또 한 번씩 상념에 빠져들게 한다. 오피스 판타지에 대한 그의 이야기처럼 어찌되었건 유쾌한 회사를 꿈꾸며 내일을 위해 힘을 나게 하는 이 이야기는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쉬이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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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남자 / 하라 고이치저

 

 

 

독서 기간 : 2015.06.09~06.1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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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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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그저 표지 속의 이 남자, 오베를 보는 것으로 지나쳤다면 나는 그를 그저 심술궂은 사람으로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들에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 남자의 사연을 들여다보기 전까지 말이다. 책을 펼치기 전 대체 그를 이토록 짜증나게 하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란 궁금증으로 열기 시작했다면 책을 읽는 내내 점점 나는 오베라는 이 남자의 이야기가 애잔함으로 바라보게 되며 그의 이 심술맞은 표정이 되려 먹먹하게 한다. 세상의 모든 불만을 안고 있을 것 같은 그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그의 삶 안에 담아 놓고 있었다. 

 

이미 백발의 할아버지가 된 그의 심술궂은 얼굴 이전에 그의 삶에는 어떠한 굴곡이 있었는지 <오베였던 남자~>의 이야기로 그의 과거를, <오베라는 남자~> 부제로 현재 그의 이야기가 중첩되어 하나씩 나열되어 있다. 그러니까 그의 현재는 그가 지나온 시간들이 쌓여 만들어진 것으로 그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과거의 오베는 물론 현재의 오베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40년 가까이 함께 살면서, 소냐는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수 백 명의 학생들을 가르쳤고, 그들에게 셰익스피어 전집을 읽혔다. 같은 기간 동안 그녀는 오베가 셰익스피어 희곡을 한 편이라도 읽도록 하는데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주택 단지로 이사하자마자 그ㄷ는 몇 주 동안 내내 저녁마다 헛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그가 작업을 마쳤을 때, 그녀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책장들이 거실에 놓였다.

 "책들을 어디에 보관은 해야 하잖아."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드라이버 끝으로 엄지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를 콕콕 찔렀다. 
 
그녀는 그의 품에 파고들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문

 

 오베는 그런 사람이었다. 감언이설을 전하기 보다는 묵묵히 곁에 있는 이의 마음을 헤아려 조용히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그가 소냐를 만났을때, 그리고 소냐의 아버지를 마주했을 때, 소냐가 사고를 당했을 때도 오베는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오베는 소냐를 사랑했고 그런 소냐를 떠나보낸 후 그는 오늘이라도 당장 소냐의 곁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의 이웃들은 그의 계획 안에 계속 끼어들어 오늘을 내일로 미루게 만들고 있다.

 

 물론 그는 오늘 죽을 심산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는 대로 조용하고 평화롭게 머리에 한 방 날리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부엌을 정리하고 고양이를 내보내고 좋아하는 안락의자에 편안히 자세를 잡았다. 이 시간이면 고양이가 매번 집 밖에 내보내달라고 했기 때문에 이렇게 계획을 짰다. 오베가 그 고양이에 대해 참으로 감사하는 몇 안되는 특징 중 하나는 , 녀석이 다른 사람 집에 똥 싸는 걸 꺼린다는 점이었다. 오베도 그랬다. -본문

 

 사랑하는 아내를 따라 이 생을 떠나려 하는 그의 계획을 보노라면 이 책이 자칫 무겁거나 어둡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안의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읽어내려가다보면 오베는 툴툴거리면서도 그가 속한 세계의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그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고 현재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트레일러로 자신의 집의 벽을 긁은 이들을 계속해서 도와주는 것은 물론 기차에 뛰어들기 위해 갔던 역에서 누군가를 구하는 것은 물론, 주민자치회의 자리를 빼았었던 루네가 아니타의 품을 강제로 떠나지 않도록 화를 내면서도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 모든 것이 소냐를 만났을 때 웃으며 만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애잔하게 다가온다.

 

 마지막의 페이지를 읽고 나면 먹먹함이 밀려든다. 오베는 지금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제서라도 그는 조용히 웃고 있지 않을까.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의 웃음이 마치 멀리서 들리는 느낌이다.

 

 이 책을 덮고나서 나는 오베와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을 만나 한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면, 이 한 평생의 소풍이 행복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오베는 더 이상 심술맞은 남자가 아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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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에 사는 남자 / 피터 S. 비글저 

 

 

독서 기간 : 2015.06.07~06.0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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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비록 1
김호경 지음, 정형수.정지연 극본 / 21세기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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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s Review

 

 

얼마 전에서야 징비록을 보고서는 이것이었구나, 그 당시의 아련하다 못해 참담했던 기록이 이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계속 읊조렸던 것 같다. 이미 알고 있는 역사이거니와 지나버린 과거 속의 것으로만 생각했던 임진왜란과 재유정난의 기록을 징비록을 통해 다시 마주하며 그 당시의 현실은 읽어 내려가면 갈수록 어디로 향해야 할지 모를 울컥함이 치밀어 오르게 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아등바등하며 권력 싸움만 하고 있던 선조의 안일함에 대한 분노와 그저 제 나라에 살고자 하는 수 많은 백성들이 주검이 되어야만 했던 아득했던 시간을 이제 겨우 책 페이지를 넘기며 알아갔다는 것이 원통하게만 느껴졌다.

호성공신은 임란 때 임금을 모신 공신들 아니더냐? 나는 공신이 아니라 죄인이다. 그리 많은 백성들이 도륙되었는데, 호성공신이라니! 게다가 화상을 그려 후대에 자랑스럽게 남기겠다?”
 
꾸짖음 뒤에 탄식이 새어 나온다
.
 
군자를 운운하는 자들이 부끄러움도 모른단 말인가…… 지금 조정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자들…… 모두가 죄인이야. 그건 주상도 예외가 아닐세
.”
 
선전관과 화상은 너무 놀라 입을 다물지 못한다
.
 
주상께 전하시게. 류성룡은 이미 죽었으니, 다시는 찾지 마시라.” –본문

이전에 읽었던 징비록이 류성룡이 남긴 원문의 것이었다면 이번에 마주한 징비록은 류성룡이 남긴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여 그려진 소설로서 현재 KBS에서 방영되고 있는 대하드라마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소설의 형식으로 담아내서 일까. 이전에 읽은 징비록보다 쉽게 빠져들게 하는 것은 물론 당시의 상황이 실제의 영상으로 그려지는 느낌이라 더 깊이 몰입하게 된다. 그리고 그 안의 이야기에 빠져들면 들수록 변하지 않는 그 날의 기록들을 마주해야 하는 지금이 애잔하게 다가온다.

 너무도 평온해서였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안일했기 때문이라고 해야 할까. 권력이라는 틀 안에서 끝없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이들의 모습을 넘어 오랫동안 관심조차 가지지 않던 왜의 변화를 감지하는 기척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이 모든 것들이 어찌 황윤길과 김성일의 눈으로 대변할 수 있었을까. 한반도를 넘어 밀려드는 어둠의 장막이 드리우는 것은 모른 채 이 안에서만 아웅다웅 자신들의 이익만을 챙기려 했던 이들 모두의 눈과 귀는 이미 덮여 실제의 것을 바라볼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참혹한 살상으로 수 많은 이들의 피와 눈물이 되어 이 나라를 적시고 있다.  

 정발은 가까스로 일어났으나 어느새 다가온 왜적이 칼을 힘껏 치켜들고 그대로 정발의 심장에 꽂았다. 죽음의 문턱에서 정발은 부산진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보았다. 불길과 함성이 서서히 잦아드는 성에 시체가 가득했다. 목이 없는 몸뚱이, 팔이 없는 시체, 아이를 안고 처참하게 죽은 어머니.
 
이것이 이 나라의 운명이로구나
…….” 
 
눈을 부릅뜬 채 정발은 숨을 거두었다. –본문

 지키려는 자와 빼앗으려는 자,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밀려드는 조총 부대의 침입 속에 죽어가는 수 많은 이들과 성을 버리고 천거를 하던 왕과 그 왕을 보필하며 이 나라를 지키려는 이들의 모습 등 수 많은 이들의 바람이 한 대 뒤엉켜 처참하게 전해지고 있다. 조선 땅에 백성들이 발 디딜 곳은 점차 사라지고 왜적의 힘이 더 강해지고 있을 때에도 이순신의 천거에 대해 평범한 집안이라는 이유로 나라를 지키기엔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오가는 모습들을 보노라면 씁쓸하기 그지 없을 뿐이다. 명분을 중시했던 그들의 입이 떠드는 사이 계속해서 조선은 점차 왜적으로 뒤덮이고 있다.

 겉으로는 다들 나라를 생각하는 것 같지만, 막상 위급이 닥치면 왕이야 어찌 되든 자기 살길부터 찾는 것들이오! 내가 백성들을 버렸다고? 대궐을 불태운 백성들을 보시오! 언제고 다시 돌아가 왜적들과 싸울 과인을 생각했다면 과연 그럴 수 있겠소? 내게 백성을 버렸다는 오명을 씌우고는, 이때다 싶어 왕실 재물을 훔쳐 달아난 도적들에 불과하오. 백성! 백성! 백성! 그 백성이 도적이 되어 과인을 버렸단 말이오!”
 
류성룡은 기가 막혀 눈을 감았다. 분명한 사실 앞에서 입이 열개라도 지금 당장은 벡성들을 비호할 핑계가 하나도 없었다. –본문

부산에서부터 시작된 왜구의 침입은 너무도 빠르게, 그 어떠한 막힘도 없이 한반도를 한성까지 도달하게 된다. 그 안에 죽어나간 수 많은 백성들의 죽음보다도 자신의 안위가 더 우선이고 긴박했던 선조는 이 나라가 세워진 근간인 도성을 버리고서는 백성들을 원망하며 그렇게 피난길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그 뒤에 계속 이어지는 패전 소식은 실낱같던 희망을 점점 앗아가고 있으며 그 와중에 울린 해유령에서의 승전보 뒤로하고 신각은 아련히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1편의 책장을 덮으며 답답하면서도 안타까운 이 이야기가 우리의 지난 역사라는 것에서 그저 먹먹함만이 밀려든다. 만약이라는 가정이 전혀 통하지 않은 과거 속의 그 수 많은 날들 안에서 조금만 달라졌다면 이 모든 기록들도 달라지지 않았을까, 라는 아쉬움만이 계속 된다. 1편을 넘어 2, 3편의 이야기는 더욱 아득한 것들이겠지만 계속 이어 읽어 나가보려 한다. 그것이 류성룡의 바람대로 과거를 기반으로 현재를 헤쳐나갈 수 있는 주춧돌이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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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진왜란 비겁한 승리 / 김연수저

 

   

 

독서 기간 : 2015.06.07~06.0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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