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돈나 북스토리 재팬 클래식 플러스 7
오쿠다 히데오 지음, 정숙경 옮김 / 북스토리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아르's Review

 

 

 

 직장에 다니다 보면 느끼게 되는 한 가지가 있다면, 직장의 일이 힘든 것보다도 사람 때문에 힘든 경우가 더 자주 발생하며 이 경우, 일보다도 훨씬 더 큰 스트레스로 압박이 가해진다는 사실이다. 일을 하기 위해 모인 공간인 회사 안에서 일을 넘어선 사람에 대한 강박은 이 안에서의 시간들을 웃음 가득하게 만들기도 하고 때론 두려움으로 가득한, 그야말로 벗어나고 싶은 미로처럼 느끼게 만든다.

 이제 겨우 5년이란 시간을 직장인이라는 신분으로 살아왔지만 그 짧은 5년이란 시간 속에서 수 많은 일들을 지나온 듯 하다.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하는 회사 동료들과의 일들을 생각해보면 회사 안에서 누구와 함께 하고 있느냐, 이 문제가 가히 심도 있는 문제가 아닐 수 없는데 이 자칫 묵직할 수 밖에 없는 이 문제들에 대해서 오쿠다 히데오는 그의 지난 날의 이야기들처럼 가벼우면서도 유쾌하게 <마돈나>에 담아내고 있다. 
 
이 몽상은 좋아하게 된 여자의 퇴직이나 인사이동 혹은 그녀에게 애인이 생긴 순간 끝나고, 다시 원래의 평온한 나날로 돌아가게 된다. 죄 없는 놀이라면 놀이다.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 것은 아내를 배신하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분명 하루히코는 연애에 서투른 인간이다. 지나치게 폼을 잡는다. 여자에 대해 순진한 환상을 품고 있다. 물론 사내 소문도 무섭다. 이 나이쯤 되면, 자신이 소심한 인간이란 것쯤은 자각하게 된다. –본문

 결혼 15년차에 들어선 오기노 하루히코 과장의 부서에 새로운 신입 사원이 등장하게 된다. 그 모든 것이 하루히코의 이상형인 구라타 도모미를 보면서 그는 또 다시 가슴이 설레게 되고 이전에도 몇 번 경험했던 이 현상이 어서 정리되기를 바라면서도 그 설렘에 하루를 시작하는 그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 오늘도 회사로 가는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중년의 남자로 이미 아이도 있고 아내도 있는 그가 다른 사람을 마음에 품는 모습을 보며 20대의 나였더라면 하루히코를 마냥 비난하며 그러해서는 안 된다, 라고 칼같이 잘라서 말했을 것이다. 물론 현재의 나로서도 하루히코의 행태에 대해 올바르다, 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 안에 담고 있는 상상의 나래마저 흉악한 것이라고 치부할 수 없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그의 조심스런 도발적 망상에 함께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마음이 가면 자연스레 행동의 변화도 오는 법. 이미 10여년 넘게 함께 살을 부비고 산 그의 아내 노리코는 남편의 변화를 직감하게 되고 그러한 변화에 대해서 당신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라며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이 마음이 사그라들때까지 가만히 바라보고 있다. 그러고서 던지는 그녀의 한 마디. “위로라도 받을 생각일랑은 하지도 마. 그렇게는 안 되니까.” 라고 하루히코에게 말을 건네고 그 말을 들으며 하루히코는 도모미의 얼굴을 떠올리지만 다시금 그 생각을 산산이 조각 내고 있다.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이 이야기를 지금에서는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라고 받아들여지는 것은 나의 생각이 틀이 넓어 진 것인지 아니면 이전의 도덕적 관념들이 무너지는 것인지 모르겠다만 확실한 것은 흑백의 논리를 넘어 회색의 논리가 더 넓어졌다는 것이다. 아직은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이 모든 것을 다 이해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하루히코나 노리코의 모습이 모두 그럴 수 있어, 라고 생각하고 있으니 말이다.

 이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뒷돈의 관습에 대해 말하는 <총무는 마누라>에서부터 대학 진학은 포기하고 춤을 추겠다 선언한 아들처럼 회사 내에서도 정치적 연맹 따위는 관심 없는 아사노의 이야기를 담은 <댄스>를 넘어 개인적으로는 <보스>의 이야기가 가장 와 닿는 것 중 하나였다. 정확히 말하면 와 닿는다기 보다는 그렇게 되고 싶다는 갈망의 의미가 더 큰 것일 수 있을 텐데 외국계의 회사에 근무하다 어느 날 갑자기 신임 부장으로 자리를 맡게 된 하나마 요코를 바라보는 다지마 시게노리의 시선으로 그려지는 이 <보스>는 내가 꿈꾸는 나의 모습이었기에 요코처럼 살고 싶다, 라는 생각을 계속 품으며 책장을 넘기고 있었다.

 설마 농담이겠지? 시게노리는 초조해졌다. 마누라를 데리고 갈 곳이 아니라고. 호스티스들도 싫어할걸.
 
다카하시를 보니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 “아니 그게 그러니까, 그렇게 넓은 장소도 아니고……” 시게노리는 횡설수설했다
.
 
제기랄. 따라오게 할 것 같아. 남자에게는 남자만의 성역이 있는 거야. 어떻게 그런 것도 모르는다
.
 
다지마 씨, 가게 전화번호 가르쳐주세요. 제가 들어갈 수 있는지 없는지 물어볼게요
.”
 
요코가 은근한 태도로 미소를 지었다. –본문

 여자들의 사회 진출이 이미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유리 천장의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이 <보스>의 이야기를 보면서 남자들의 세계를 넘어 당당히 목소리를 내고 있는 요코의 모습은 외경스럽게 보이기까지 한다. 그들만의 리그에 입성한 그녀를 온몸으로 대항하고 있는 시게노리의 모습이 점차 요코에게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며 그녀가 만들어가는 나날처럼 회사의 모습을 꿈꾸며 희망찬 내일을 꿈꾸게 된다.

 어디선가 한번은 들어봤고 들어보고 싶은 이야기가 담긴 <마돈나>는 역시 유쾌하면서도 거침없는 이야기들로 보는 내내 편안하면서도 그 안의 이야기들에 또 한 번씩 상념에 빠져들게 한다. 오피스 판타지에 대한 그의 이야기처럼 어찌되었건 유쾌한 회사를 꿈꾸며 내일을 위해 힘을 나게 하는 이 이야기는 직장인들이라면 누구나 쉬이 읽어 내려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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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 남자 / 하라 고이치저

 

 

 

독서 기간 : 2015.06.09~06.10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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