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최민우 옮김 / 다산책방 / 201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아르's Review

 

 그저 표지 속의 이 남자, 오베를 보는 것으로 지나쳤다면 나는 그를 그저 심술궂은 사람으로만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모든 것들에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 남자의 사연을 들여다보기 전까지 말이다. 책을 펼치기 전 대체 그를 이토록 짜증나게 하는 것이 무엇이었을까, 란 궁금증으로 열기 시작했다면 책을 읽는 내내 점점 나는 오베라는 이 남자의 이야기가 애잔함으로 바라보게 되며 그의 이 심술맞은 표정이 되려 먹먹하게 한다. 세상의 모든 불만을 안고 있을 것 같은 그는 생각보다 많은 이야기를 그의 삶 안에 담아 놓고 있었다. 

 

이미 백발의 할아버지가 된 그의 심술궂은 얼굴 이전에 그의 삶에는 어떠한 굴곡이 있었는지 <오베였던 남자~>의 이야기로 그의 과거를, <오베라는 남자~> 부제로 현재 그의 이야기가 중첩되어 하나씩 나열되어 있다. 그러니까 그의 현재는 그가 지나온 시간들이 쌓여 만들어진 것으로 그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과거의 오베는 물론 현재의 오베를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40년 가까이 함께 살면서, 소냐는 읽기와 쓰기를 배우는 데 어려움을 겪는 수 백 명의 학생들을 가르쳤고, 그들에게 셰익스피어 전집을 읽혔다. 같은 기간 동안 그녀는 오베가 셰익스피어 희곡을 한 편이라도 읽도록 하는데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들이 주택 단지로 이사하자마자 그ㄷ는 몇 주 동안 내내 저녁마다 헛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그가 작업을 마쳤을 때, 그녀가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책장들이 거실에 놓였다.

 "책들을 어디에 보관은 해야 하잖아."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드라이버 끝으로 엄지손가락에 난 작은 상처를 콕콕 찔렀다. 
 
그녀는 그의 품에 파고들며 사랑한다고 말했다
.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본문

 

 오베는 그런 사람이었다. 감언이설을 전하기 보다는 묵묵히 곁에 있는 이의 마음을 헤아려 조용히 몸을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그가 소냐를 만났을때, 그리고 소냐의 아버지를 마주했을 때, 소냐가 사고를 당했을 때도 오베는 늘 한결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게 오베는 소냐를 사랑했고 그런 소냐를 떠나보낸 후 그는 오늘이라도 당장 소냐의 곁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그의 이웃들은 그의 계획 안에 계속 끼어들어 오늘을 내일로 미루게 만들고 있다.

 

 물론 그는 오늘 죽을 심산이었다. 아침 식사를 마치는 대로 조용하고 평화롭게 머리에 한 방 날리려는 계획을 세웠었다. 부엌을 정리하고 고양이를 내보내고 좋아하는 안락의자에 편안히 자세를 잡았다. 이 시간이면 고양이가 매번 집 밖에 내보내달라고 했기 때문에 이렇게 계획을 짰다. 오베가 그 고양이에 대해 참으로 감사하는 몇 안되는 특징 중 하나는 , 녀석이 다른 사람 집에 똥 싸는 걸 꺼린다는 점이었다. 오베도 그랬다. -본문

 

 사랑하는 아내를 따라 이 생을 떠나려 하는 그의 계획을 보노라면 이 책이 자칫 무겁거나 어둡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안의 에피소드들을 하나씩 읽어내려가다보면 오베는 툴툴거리면서도 그가 속한 세계의 문제들을 풀어나가기 위해 그 나름대로의 최선을 다하고 현재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트레일러로 자신의 집의 벽을 긁은 이들을 계속해서 도와주는 것은 물론 기차에 뛰어들기 위해 갔던 역에서 누군가를 구하는 것은 물론, 주민자치회의 자리를 빼았었던 루네가 아니타의 품을 강제로 떠나지 않도록 화를 내면서도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이 모든 것이 소냐를 만났을 때 웃으며 만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의 행동 하나하나가 애잔하게 다가온다.

 

 마지막의 페이지를 읽고 나면 먹먹함이 밀려든다. 오베는 지금 어떠한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제서라도 그는 조용히 웃고 있지 않을까.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그의 웃음이 마치 멀리서 들리는 느낌이다.

 

 이 책을 덮고나서 나는 오베와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사람을 만나 한 평생을 함께할 수 있다면, 이 한 평생의 소풍이 행복했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니까 오베는 더 이상 심술맞은 남자가 아니다. 그는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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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묘지에 사는 남자 / 피터 S. 비글저 

 

 

독서 기간 : 2015.06.07~06.09

by 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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