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긋기)


여자들의 삶이 힘겹기는 하다. 종종 남자들이 …… 저지른 죄에 대한 변명이 있다면 그것은 남자 탓이지. 사람이 한평생 사는 일이 만만하지가 않다. 그렇지 않다면 선량한 사람이 죽어야 할 이유가 없겠지.

 

"이봐 아가씨, 그런 생각일랑 지워버려요. 그것은 어쨌거나 하느님이 주신 것이오. 비록 악마를 통해서일지라도 말이오. 하느님의 뜻이 생명을 없애버리는 것이라면 그렇게 될 것이오. 레이프에게 돌아가서 그가 준 10달러로 결혼이나 하시요."

 

"약국에 가면 살 수 있을 거라고 레이프가 말했거든요."

 

그녀가 말했다.

 

"그렇다면 가서 구해 봐요. 그러나 이곳에서는 살 수 없소."

 

손에는 보따리를 들고, 신발로 바닥을 쓸면서 그녀는 밖으로 나갔다. 출입문에서 그녀는 다시 멈칫거렸다. 창문을 통해 거리로 걸어 나가는 그녀의 모습이 보였다.

 

소녀에 대한 나머지 이야기는 앨버트를 통해 들었다. 마차 한 대가 그러미트의 철물점 앞에 멈춰 섰는데, 여자들은 모두들 손수건으로 코를 틀어막았고, 냄새에 그리 민감하지 않은 남자들과 소년들은 마차 주변에 둘러서서 한 남자와 경찰관이 다투는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차 위에 앉아 있는 그 남자는 키가 좀 큰 듯하고 얼굴이 초라한 사람이었는데, 이 거리는 공공시설이니만큼 자신이 거리에 서 있을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그러나 경찰관은 주민들이 냄새를 견딜 수 없으므로 마차를 치우라고 요구하고 있었다. 앨버트에 따르면 관 속의 시체는 벌써 여드레나 되었다고 한다. 요크나파토파 어딘가로부터 온 그들은 제퍼슨으로 가는 길이라고 했다. 마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거리에 던져진 썩은 치즈같이 보였던 것이 틀림없다. 금방이라도 부숴질 듯한 마차에다, 집에서 짜 만든 관, 그 위에 누워 있는 다리 부러진 남자, 그리고 앞자리에 앉은 아버지와 작은 소년을 보며, 사람들은 그들이 마을을 빠져 나가기도 전에 모두 산산조각 나버리지 않을까 공포에 질려 있었다. 그래서 경찰관은 그들이 한시라도 빨리 마을을 떠나게 하려고 애쓰고 있었던 것이다.

 

"이곳은 공공 도로요. 다른 사람들처럼 우리도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지 않소. 돈도 있단 말이오. 원하는 곳에서 자기 돈을 쓰겠다는데, 안 된다는 법이 어디 있소." 그 남자가 말한다.

 

그들은 시멘트를 사려고 멈추었던 것이다. 아들 하나가 그러미트의 철물점에서 시멘트를 사고 있었는데, 시멘트 한 부대를 헤트려 10센트어치만 사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마침내 그러미트는 그 사람들을 빨리 떠나게 할 요량으로 부대를 뜯어 그가 원하는 만큼을 팔았다. 부러진 다리를 고정시킬 목적으로 필요한 모양이었다.

 

"당신들은 저 남자를 결국 죽게 할 거요. 시멘트를 바르면 다리를 잃게 될 거란 말이오. 어서 의사에게 데려가시오. 그리고 시체는 빨리 땅에 묻으시오. 공공 위생을 저해한 죄로 당신을 감옥에 넣을 수도 있는 것을 도대체 알기나 하오?"

 

"우리도 최선을 다하고 있소." 아버지란 사람이 말했다. 그는 자신들이 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긴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마차가 돌아오기를 얼마나 학수고대했는지, 다리가 어떻게 떠내려갔는지, 다른 다리를 찾아 다시 8마일을 갔으나 그것마저 떠내려가 여울목으로 강을 건넌 이야기, 그 와중에 노새를 잃은 이야기, 그래서 다른 노새를 구해서 가보니 길이 떠내려가 다시 모슨으로 우회해서 가고 있다는 이야기 등등을. 시멘트를 사러 갔던 아들이 돌아와서 이 광경을 보고는, 떠벌리는 아버지에게 닥치라고 말했다.

 

"우린 곧 떠날 거예요." 아들이 경찰관에게 말했다.

 

"누구도 귀찮게 하지 않을 거요." 아버지가 말했다.

 

"저 친구를 의사에게 보내시오." 시멘트를 들고 있던 아들에게 경찰관이 말했다.

 

"그는 괜찮을 거예요." 그가 말했다.

 

"우리들이 몰인정한 사람이기 때문이 아니요. 아마도 당신들 자신이 더 잘 알 거요." 경찰관이 말했다.

 

"물론이죠. 보따리를 전달하러 간 듀이 델이 돌아오는 즉시 떠날 거예요."

 

사람들이 손수건으로 입을 틀어막고 뒷걸음치는 가운데, 소녀가 신문지로 둘둘 만 보따리를 들고 나타날 때까지 그들은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234∼237쪽)

 

 - 윌리엄 포크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 * *


포크너의 이 작품은 제목에서부터 의도적으로 애디 벤드렌을 말하고 있다. 그녀는 작품이 시작되자마자 죽음을 맞는다. 포크너는 아가멤논의 유령이 오딧세우스에게 한 말(「오뒷세이아」11권, 「죽음의 세계로의 하강」)을 인용하고 있다.

 

내가 누워 죽어갈 때 개의 눈을 가진 그녀는 내 눈조차 감겨 주지 않았소. 내가 죽음의 세계로 내려가는 동안 말이오.

 

아내와 그녀의 정부(情夫)에게 살해당한 아가멤논의 운명은 포크너의 소설과는 별로 관계가 없다. 포크너는 문맥보다는 그 구절만을 원해서 취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는 애디와 아들 달의 애정 결핍이 클뤼타임네스트라와 오레스테스, 그리고 엘렉트라의 관계와 비슷한 점이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클뤼타임네스트라는 "개의 눈을 가진 여자"로 죽은 아가멤논의 눈을 감겨 주지도 않고 떠나 보낸다. 애디는 클뤼타임네스트라보다 더 불쾌한 여자다.(307∼308쪽)

 

 - 헤럴드 블룸, 『교양인의 책 읽기』, <3. 장편 소설> 중에서

 

오뒷세이아_11권 저승

소포클레스의 『엘렉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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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에서는 자연 그 자체가 하나의 상처로 그려지고 있다. 앙드레 지드는 포크너의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에게는 영혼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지드는 번드렌 가 사람들은 콤슨 가(『음향과 분노』에 등장하는 인물들) 사람들처럼 파멸적 운명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했다.

 

신은 두 집안 사람들에게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심연으로부터 왔고 다시 그곳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운명이다. 듀이 델이 필사적으로 신을 믿는다고 외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는 파멸적인 인간의 상황을 묘사했다. 특히 핵가족이 그런 파멸 가운데서도 가장 공포스럽다는 것을!(312∼313쪽)

 

 - 헤럴드 블룸, 『교양인의 책 읽기』, <3. 장편 소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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