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모크리토스에 대하여...

 

 

어젯밤에 어떤 책을 읽다가 묘한 구절을 발견하고는 어느날 갑자기 눈덩이처럼 불어난 '북플 친구'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소크라테스 이전 철학자'까지도 혹시 페북이니 북플이니 하는 SNS 서비스의 등장을 미리 내다본 건 아닐까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나는 북플이라는 어플에서 여태껏 '친구 신청' 버튼 한 번 누른 적이 없었던 듯하다. 그런데 북플 서비스가 시작된 이후 쇄도하는 '친구 신청'을 넙죽넙죽 받아들이다 보니 어느새 '북플 친구'가 엄청 늘었다. 어느새 북플은 나에게 '우정상'까지 쥐어 주었다. 갑자기 '술' 생각도 나고, 서로 '술 한 잔' 사주지도 못하는 '친구'도 친구일까 싶은 생각도 든다. 이 글을 쓰다 보니 안치환의 노래가 저절로 떠오른 탓이다.

 

마침 잘 됐다. 오늘 저녁 망년회에 가면 쩨쩨하게 굴지 말고, 가슴을 쫙 펴고, 서로 '친구답게' 술잔을 쎄게 부닥치고 싶다. 그리고 모처럼 거나하게 취하고도 싶다. 술도 한 잔 나오지 않는 '북플의 세계'는 좀 잊고.

 

친구(philos)처럼 보이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친구가 아니며,

친구처럼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는 친구이다. 

 

이해 깊은 한 사람의 우정(philia)이 어리석은 모든 사람들의 우정보다 더 낫다. 

 

 - 데모크리토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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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4 17: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04 17: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돌연변이 2014-12-04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생은 나에게 술 한 잔 사주지 않았다 그 시 맞나요?

oren 2014-12-05 11:3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돌연변이 님.
* * *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겨울밤 막다른 골목길 포장마차에서
빈호주머니를 털털 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한번도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그런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빈호주머니를 털털 털 털어
나는 몇번이나 인생에게 술을 사주었으나
인생은 나를 위하여 단한번도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눈이 내리는 그런 날에도 돌연꽃 소리없이
피었다 지는 날에도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인생은 나에게 술한잔 사주지 않았다

sky100000 2014-12-05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깊이 공감됩니다. 좋은글 잘 보고 갑니다

oren 2014-12-05 12:10   좋아요 0 | URL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ky100000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