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 그리스어 원전 번역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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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소식을 들은 그대의 어머니는 불사의 바다 처녀들을

데리고 바다에서 나왔소. 그리하여 바다 위로 불가사의한 울음소리가

일자 전 아카이오이족이 아랫도리를 부들부들 떨었지요. 그리하여

그들은 벌떡 일어서서 속이 빈 함선들이 있는 곳으로 갔을 것이나

옛 일들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이 그들을 만류했으니,

네스토르의 조언은 전부터 가장 훌륭한 것으로 판명되었지요.

그들 사이에서 그는 좋은 뜻으로 열변을 토하며 말했소.

'멈추시오, 아르고스인들이여! 도망치지 마시오, 아카이오이족의

젊은이들이여! 저기 저것은 그의 어머니가 죽은 아들을 만나보려고

불사의 바다 처녀들을 데리고 바다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오.'

그가 이렇게 말하자 늠름한 아카이오이족은 도주를 멈추었소.

그러자 바다 노인의 딸들이 그대를 둘러서서 애처로이 울었고

그대에게 불멸의 옷들을 입혀주었소. 그리고 모두 아홉 명의

무사 여신들이 서로 화답하며 고운 목소리로 만가를 부르기 시작했소.

그곳에서 그대는 눈물을 흘리지 않는 아르고스인은 한 사람도

보지 못했을 것이오. 낭랑한 무사 여신의 노랫소리가 그만큼

힘차게 일었던 것이오. 그리하여 열흘하고도 이레 동안 밤낮으로

불사신들과 필멸의 인간들이 그대를 위해 울었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4권 제47∼64행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애통해하는 네레이디스들(바다의 요정)

적회식 코린트식 히드리 화병, BC 560 ~ BC 550경, 루브르 박물관

 

 

열여드레째 되던 날, 우리는 그대를 불에 넘겨주었고

그대 주위에서 살진 양들과 뿔이 굽은 소들을 많이 잡았소.

그대는 신들의 옷을 입은 채 많은 연고와 달콤한 꿀 속에서

타고 있었고, 수많은 아카이오이족 영웅들이 무장한 채

불타는 그대의 화장용 장작더미 주위를 더러는 걸어서

더러는 전차를 타고 행진하니 큰 소음이 일었지요.

그러나 헤파이스토스의 불길이 그대를 완전히 없애버리자

우리는 이른 아침에, 아킬레우스여! 그대의 백골들을

주워 모아 물 타지 않은 포도주와 연고 속에 집어넣었소.

그러자 그대의 어머니가 손잡이가 둘 달린 황금 단지를 주며

디오뉘소스의 선물로 이름난 헤파이스토스의 작품이라고 했소.

그 안에, 영광스런 아킬레우스여! 그대의 백골들이 들어 있소.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4권 제65∼76행

 

 

 

리코메데스 궁전에서 여인으로 변장한 아킬레우스를 알아본 오뒷세우스

장 밥티스트 카르포(Jean-Baptiste Carpeaux, 1827~1875), 1854년경, 발랑시엔 미술관


 


그러니 그대는 죽어서도 이름을 잃지 아니하고 모든 인간들 사이에서

언제까지나 훌륭한 명성을 누리게 될 것이오, 아킬레우스여!

나는 전쟁을 이겨냈건만 그것이 내게 무슨 즐거움이 되었지요?

귀향하자마자 아이기스토스와 나의 잔혹한 아내의 손에 죽는

끔찍한 파멸을 제우스께서 나를 위해 생각해내셨으니 말이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4권 제93∼97행

 

 

 

오뒷세우스는 불쌍한 거지 노인의 행색을 하고는

지팡이를 짚고 몸에는 누더기를 걸치고 있었소.

그가 이렇게 갑자기 나타났으니 그가 왔다는 것을 우리는

아무도 알지 못했고 우리 가운데 나이든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소.

오히려 우리는 그를 욕설로 윽박지르고 물건을 던졌으며,

그는 우리가 욕설하고 물건을 던져도

자신의 홀에서 굳건한 마음으로 참고 견뎠소. 그러나 마침내

아이기스를 가지신 제우스의 마음이 그를 분기시키자

그는 텔레마코스와 함께 더없이 아름다운 무구들을

집어 들어 방에 갖다놓고는 문에 빗장을 질렀소.

그러고 나서 그는 교활하게도 아내를 시켜 구혼자들

앞에 활과 잿빛 무쇠를 갖다놓게 했소.

불운한 우리들의 시합을 위해 그리고 살육의 시작을 위해.

우리는 아무도 그 강력한 활에 시위를 얹을 수 없었으니

우리의 힘은 그에 훨씬 못 미쳤던 것이지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4권 제157∼171행

 

 


아트레우스의 아들의 혼백이 그에게 대답했다.

"행복하도다 그대는, 라에르테스의 아들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여! 그대야말로 부덕(婦德)이 뛰어난 아내를 얻었구려!

이카리오스의 딸 나무랄 데 없는 페넬로페는 얼마나 착한 심성을

지녔던가! 그녀는 결혼한 남편 오뒷세우스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모했던가! 그러니 그녀의 미덕의 명성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고 불사신들은 사려 깊은 페넬로페를 위해

지상의 인간들에게 사랑스런 노래를 지어주실 것이오.

그와는 달리 튄다레오스의 딸은 악행을 궁리해내어

결혼한 남편을 죽였으니 그것은 인간들 사이에서 가증스런

노랫거리가 될 것이오. 그러니 그녀로 말미암아 모든 여인들이,

설사 행실이 바른 여인이라도, 나쁜 평판을 듣게 될 것이오."
그들은 대지의 깊숙한 곳에 있는 하데스의 집 안에 서서

서로 이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았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4권 제191∼204행

 

 

 

참을성 많은 고귀한 오뒷세우스는 이렇듯 노년에 찌들고

마음속에 큰 슬픔을 품고 있는 아버지를 보고

키 큰 배나무 밑에 가서 눈물을 흘렸다.

그러고 나서 그는 마음속으로 심사숙고했다.

아버지를 끌어안고 입 맞추며 자신이 어떻게 돌아와서

고향 땅에 도착하게 되었는지 낱낱이 이야기할 것인지,

아니면 먼저 아버지에게 물어보고 일일이 시험해볼 것인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에게는 역시 먼저 빈정대는 말로

아버지를 시험해보는 것이 상책인 것 같았다.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4권 제232∼240행

 

 


 

그가 이렇게 말하자 슬픔의 먹구름이 노인을 덮쳤다.

그래서 노인은 두 손으로 시커먼 먼지를 움켜쥐더니

크게 신음하며 자신의 백발 위에 그것을 쏟아 부었다.

그러자 오뒷세우스의 마음은 감동되었고, 사랑하는 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그는 가슴이 찡하고 코허리가 저리고 시었다.

그래서 그는 아버지에게 달려가 얼싸안고 입 맞추며 이렇게 말했다.

"아버지! 여기 있는 제가 아버지께서 물으시는 바로

그 사람이에요. 이십 년 만에 저는 고향 땅에 돌아왔어요.

자, 울음과 눈물겨운 비탄일랑 그만 그치세요.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4권 제315∼323행

 

 

 

구름을 모으는 제우스가 그녀에게 이런 말로 대답했다.

"내 딸아! 그 문제를 왜 내게 따지고 묻는 것이냐?

오뒷세우스가 돌아와서 그자들에게 복수한다는 계획은

네가 생각해내지 않았더냐? 네 뜻대로 하려무나.

하지만 나는 너에게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말하겠다.

고귀한 오뒷세우스가 구혼자들에게 복수한 다음에는

양편이 굳은 맹약을 맺게 하고, 그가 언제까지나 왕이 되게 하라.

우리는 그들이 아들들과 형제들의 살육을 잊게 해주자꾸나.

그리하여 그들이 이전처럼 서로 사랑하게 되어

그들에게 부와 평화가 충만하게 해주어라!"

 - 호메로스, 『오뒷세이아』, 제24권 제477∼486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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