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으로 읽는 변신이야기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오비디우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 니콜라 푸생

 

 


"오오, 필멸의 존재로 태어난 우리 모두가 되돌아오는

이 지하 세계를 다스리시는 신들이시여. 거짓말과

애매모호한 말은 집어치우고 사실대로 말하는 것이 허용되고

또 그대들이 허락해주신다면, 내가 이리로 내려온 것은

어두운 타르타라를 구경하려는 것도 아니고, 메두사 같은 괴물의,

뱀들이 친친 감고 있는 세 개의 목에 사슬을 채우려는 것도 아닙니다.

내가 이리로 온 것은 아내 때문입니다. 발에 밟힌 독사가

그녀에게 독을 퍼뜨려 그녀의 꽃다운 청춘을 앗아갔으니까요.

나는 참고 견딜 수 있기를 바랐고, 아닌 게 아니라 또 그렇게 하려고

노력도 해보았습니다. 하나 아모르가 이겼습니다.

그분은 여기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상계(上界)에서는

잘 알려진 신이지요. 아마 여기서도 그럴 겁니다.

그리고 옛날의 납치 이야기가 거짓말이 아니라면

아모르는 그대들도 맺어주었습니다. 공포로 가득 찬 이 장소들과,

이 거대한 카오스와, 이 광대한 침묵의 왕국의 이름으로 청하옵건대,

너무 일찍 풀린 에우뤼디케의 운명의 실을 다시 짜주십시오.

우리는 모두 그대들에게 귀속됩니다. 잠시 지상에서

머문다 해도 머지않아 우리는 한곳으로 달려갑니다.

우리 모두는 이곳으로 향하고, 이곳이야말로 우리의 마지막 거처이니

그대들이 인간의 종족을 가장 오랫동안 통치합니다.

그녀도 명대로 살다가 때가 되면 그대들의 지배를 받게 될 것입니다.

운명이 내 아내에게 그런 특혜를 거절한다면 나는 단연코 돌아가지

않을 것입니다. 두 사람이 죽게 되니 그대들은 기뻐하실런지요!"

그가 뤼라를 연주하며 이렇게 노래했을 때 핏기 없는 망령들도

눈물을 흘렸다. 탄탈루스는 도망치는 물결을 잡지 않았고,

익시온의 바퀴도 놀라 멈춰 섰으며, 새들은 간(肝)을 쪼지 않앗고,

벨루스의 손녀들은 항아리를 내려놓았으며,

시쉬푸스여, 그대는 그대의 돌덩이 위에 앉아 있었소.

그때 처음으로, 소문에 따르면, 자비로운 여신들도 노래에

압도되어 불이 눈물에 젖었다고 한다. 왕비도, 하게를 다시리는

이도 차마 탄원자의 청을 거절할 수가 없었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0권 17∼47행

 

 

  

[오르페우스와 에우뤼디케], 티치아노

 

 


그들은 소리 없는 적막을 지나 오르막길로 올라갔다.

그것은 가파르고, 식별이 안 되고, 짙은 안개에 싸여 있었다.

이제 그들은 대지의 맨 바깥 표면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었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남자는 아내가 힘이 달리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아내를 보고 싶기도 하여 뒤돌아보고 말았다.

그 순간 그의 아내도 도로 미끄러졌다. 그는 팔을 내밀어

그녀를 잡고 자기는 잡히려 했으나, 불행히도 그의 손에

잡히는 것은 뒤로 물러나는 바람뿐이었다. 그리하여 그녀는

이제 두 번 죽으면서 남편에게는 아무 불평도 하지 않았다.

(하긴 그녀로서는 사랑 받은 것말고 무슨 불평이 있겠는가?)

그녀는 남편의 귀에 들릴락 말락 하게 마지막으로 "안녕." 이라고

말하고는 자신이 떠나왔던 곳으로 도로 미끌어져 갔다.

오르페우스는 아내의 이중의 죽음에 제정신이 아니었다.

······

오르페우스는 또다시 강을 건너고 싶어 간청해 보았으나 소용없었다.

뱃사공이 거절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는 누추한 모습으로

이레 동안 케레스의 선물도 즐기지 않고 거기 강가에

앉아 있었다. 근심과 마음의 괴로움과 눈물이 그의 양식이었다.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10권 53∼75행

 

 

 

에우리디케를 데려오기 위해 지옥으로 내려가는 오르페우스(부분)
장 레스투(Jean Restout), 18세기경, 루브르 박물관

 

 

 

저승 문을 나서면서, 오르페우스가 돌아보는 순간 다시 저승으로 끌려들어가는 에우뤼디케.

 

 

 

[간청하는 오르페우스], 조아키노 세란젤리(Gioacchino Serangeli), 18세기 ~ 19세기경, 파리 음악 박물관

 


 

[플루톤과 페르세포네 앞의 오르페우스], 프랑수아 페리에(François Perrier), 17세기경 루브르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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