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오! 숲들이여, 사랑의 고통을 일찍이 나보다 더 잔인하게
느껴본 자가 있는가? 너희들은 많은 애인들에게 편리한 은신처였으니
잘 알리라. 너희들은 그토록 여러 세기를 살았거늘,
기나긴 세월 동안 이처럼 초췌해진 자를 본 기억이 있는가?
나는 사랑하여 바라보지만, 내가 바라보고 사랑하는 것을 찾을 수가
없구나. 나는 사랑으로 인해 그만큼 큰 혼란에 빠져 있구나.
그리고 나를 더욱더 슬프게 하는 것은, 우리를 갈라놓는 것은
대해(大海)도, 길도, 산도, 성문 닫힌 성벽도 아니라는 것이다.
약간의 물이 우리를 떼어놓고 있는 것이다. 그 자신도 안기기를
원하고 있다. 내가 맑은 물을 향하여 입술을 내밀 때마다
그도 얼굴을 위로 한 채 나를 향하여 입술을 내미니까 말이야.
그대는 내가 그에게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겠지. 사랑하는 자들을
갈라놓는 것은 하찮은 것이니까. 그대가 뉘시든 이리 나오시오.
비길 데 없는 소년이여, 왜 나를 속이며, 좇는 나를 피해 어디로
가는 거요? 확실히 내 외모나 나이 때문에 그대가 나를 피하는 것은
아닐 것이오. 요정들도 나를 사랑했으니까. 그대는
상냥한 얼굴 표정으로 내게 뭔가 희망 같은 것을 약속하고 있소.
내가 그대에게 팔을 내밀면 그대도 내밀고,
내가 웃으면 그대도 따라 웃고, 내가 울 때면 그대의 볼에서도
가끔 눈물이 비쳤소. 신호를 보내면 그대도
고개를 끄덕여 대답하오. 그리고 그대의 아름다운 입의
움직임으로 미루어 그대는 내 말에 대답하는데도 그 대답은
내 귀에까지 닿지 못하는구려. 그는 바로 나야. 이제야 알겠어.
내 모습이 나를 속이지는 못하지. 나는 나 자신에 대한 사랑으로
불타고 있는 거야. 내가 불을 지르고는 괴로워하고 있는 거야.
어떡하지? 구혼 받아? 구혼해? 한테 구혼은 왜 해?
내가 바라는 것이 내게 있는데, 풍요가 나를 가난하게 만든 거야.
아아, 내가 내 몸에서 떨어질 수 있다면 좋으련만! 사랑하는 자의
기도치고는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내가 사랑하는 것이 내게 없었으면
좋겠어. 벌써 괴로움이 내게서 힘을 앗아가니, 내 인생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나는 초년(初年)에 요절하고 마는구나.
내게 죽음은 아무렇지도 않아. 죽게 되면 나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게 될 테니까. 나는 사랑 받는 그가 더 오래 살기를 원하지만
이 하나의 숨이 끊어지면 우리는 둘 다 함께 죽게 되겠지."
- 오비디우스, 『원전으로 읽는 변신 이야기』, 제3권 442∼473행